가톨릭 사제의 사랑은 용서받을 수 없을까?
프랑스 남서부 아송의 레옹 라클로(55) 신부는 여자친구 마르가 라마두(57)와 20년 넘게 성관계를 맺어왔다고 인정한 뒤 최근 쫓겨났다. 금욕의 맹세를 어겼고, ‘관계를 끝내라’는 조언을 거절했다는 이유다. 하지만 그는 “(여자친구가) 사제로 일하는 데 장애가 되기는커녕 큰 힘이 됐다”고 반박한다.
주민들도 레옹 신부 구원운동에 나섰다. 그가 늘 고통받는 사람들 곁을 지킨 신부였다는 게 이유다. 주민들은 다른 신부가 집전하는 미사에 3주째 참석하지 않고 있다. 성당에는 ‘레옹 신부를 돌려달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렸다. 영국 〈비비시〉 방송은 “주민들이 먹을 것과 행운을 기원하는 카드 등을 갖고 계속 찾아와 인터뷰를 하지 못할 정도였다”며 레옹 신부에 대한 주민들의 두터운 신뢰를 전했다.
여자친구 마르가는 “지금의 사태는 폭력적”이라며 “우리는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비비시〉는 마르가가 “순수한 사람을 꼬드긴 사악한 요부가 아니라 훌륭한 친구로 여겨진다”고 보도했다. 레옹 신부는 “사랑은 언제나 가장 강한 힘”이라며 “우리가 걸어가는 길에 돌부리가 있으면 함께 넘어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12세기 철학의 대가이자 성직자였던 아벨라르는 16살 어린 제자 엘로이즈와 사랑에 빠졌다가 거세되기도 했다. 중세의 비극적 사랑을 떠올리게 하는 레옹 신부의 사연은 가톨릭 사제의 금욕에 관한 새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