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신의 탄생, 집과 가정의 진화

이 장에서야 비로소 저자가 인류의 진화 과정 자체를 생각의 진화라기보다 생각 그 자체로 보고 있다는 걸 알았다.

 

-대다수의 고고학자들이 보기에 인간의 [가장 위대한 생각]은 훨씬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관념이다. 그것은 바로 동식물의 사육, 농경의 발명이다. 그것이 인간의 생활방식에서 가장 심원한 전환을 유발했기 때문이다.-

 

-동식물의 사육은 14~6500년 전에 일어났으며, 선사시대의 생각 가운데 가장 집중적으로 연구되고 있다.-

 

-도구와 불의 사용이 최초의 생각이었다면 의복과 주거지는 곧이어 생겨난 생각이었다.-

 

-이것은 르네상스가 아니라 네상스naissance, 즉 탄생이다. ...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생각들 가운데 세 가지-농경, 종교, 장방형 주택-가 바로 이 시기에 생겨났다.-

 

이 문장들만으로도 저자의 생각에 대한 관점, 인류사에 대한 관점이 드러나는 듯했다. 인류의 생활상이 바뀜으로써 종교나 사회 등의 생각에서 비롯된 변화가 탄생했다는 것이 아니라 인류사 자체가 하나의 생각들의 연속이라는 관점이 말이다.

 

그렇기에 더더욱 인류사의 변화의 곡점 하나하나가 생각의 역사를 드러내는 것이기에 주요하게 다뤄지고 있다. 14~6500년 전에 일어났다는 동식물의 사육은 대략 12천 년 전까지 지금 보다 더 낮고 변화가 심했던 지구의 평균 기온이 마지막 빙하기가 끝나면서 크게 치솟으며 기후가 안정화되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온난화와 안정화는 결과적으로 역사의 [커다란 방아쇠를]를 당겼고 우리 세계를 가능케 했다고 말이다.

 

본격적인 농경과 동물의 사육이 있기 전 원시적인 야생종 식물 재배가 있었는데 이때 사육된 야생종은 비교적 이삭이 튼튼해 사육할 때만 부서졌다고 한다. 자연적인 종자 선택에 의해 자연스런 종자 개량이 이뤄지게 된 것이다. 비옥한 초승달 지대에서 시작된 이 원시적인 사육은 이후 서남아시아의 핵심 지역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하며 넓은 지역에서 농경이 시작되었다.

 

최초의 사육이 이뤄진 장소는 여러 곳이 확인되었는데 시리아 일부 지역에서는 1만 년 전 터키를 비롯한 시리아 다른 지역과 요르단 강 유역 등 중동 지역에서는 BP 12~1500년에 이루어졌다고 한다.

 

동물 사육의 연대는 BP 9천 년 직후, 즉 식물이 사육된지 약 1천 년 뒤에 시작된 것으로 추측된다고 한다. 사육이 일어난 장소는 모두 중동, 즉 비옥한 초승달 지대로 식물 사육 지역과 동일하지는 않지만 중첩된다.

 

다만 농경과 사육이 안정된 정주 생활과 그로 인한 인구 증가에 영향을 주어 인간 사회의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준 것은 맞다지만 개인의 행복에는 과연 유익한 것이었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현재의 수렵-채집 부족들에 관한 민족지학적 연구는 하루에 3~5시간만 을 하면 가족들을 충분히 부양할 수 있었다고 한다. 석기 시대 농부들의 유골은 수렵-채집으로 생활하던 조상들보다 더 심한 영양실조, 전염병, 치아 질환의 흔적을 보여준다. 농경의 발달과 인류의 농경과 목축문화가 전파되는 과정을 보면 식생활의 단순화가 이루어진 것도 모자라 새로운 곳으로의 이동으로 굉장히 폭넓은 전염병과 기생충들에 전염되는 과정을 낳았다.

 

물론 이 전염병과 기생충들의 향연은 약 2만 년 전 지구의 기온이 상승하며 비롯되었다고 하는데 정주 생활 이전까지 인간은 일은 더 고되어지고 식생활은 단조로워지고 병에는 더 취약해지는 시기를 거친 것이다. 인간의 삶이 고달픈 건은 선사시대에도 마찬가지였다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신석기 문화로 총칭되는 식물과 동물을 사육하게 된 초기 문화에서는 장방형 주택으로 주거 형태가 발전하는데 이를 고고학자들은 중요히 보고 있는 듯했다. 도시 형성이 가능하게 된 원인으로 여기는 것일까도 짐작하게 되었다. 이 시점도 전에 종교가 등장했다. 대략 12~1만 년 전에 종교적 혁명이라 할만한 심리적 변화를 겪었으며, 이것이 동식물의 사육보다 선행했다고 학자들은 말하는데, 언어를 처음 사용하게 된 것이 실용적인목적보다 신화 때문이었다고 주장하는 멀린 도널드라는 학자의 주장과 상통하는 바가 있다고 저자는 보고 있다.

 

하지만 대략 기원전 5000~3500년경의 거석문화 발달을 예로 들며 정주 생활과 농경의 발명이 인간의 종교에 관한 생각을 변화시켰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말하고 있기도 하다.

 

다만 처음 신을 숭배하며 인간이 갖게 된 관념은 대모신을 주축으로 한 여성 신의 숭배가 시작으로 보는데 이를 여성의 출산 능력과 연결 지어 보는 면은 다분히 상식적이면서도 이제는 정형화된 관점 같았다. 여성 신 곁의 황소로 상징되는 남성성의 숭배 역시 남성성을 파괴적이고 야성적인 면만을 부각한 원시적인 관점이 시대적으로 모순되지 않는 것 같았다.

 

석기 시대, 동기 시대, 청동기 시대, 철기 시대의 흐름을 이야기하는 대목에서는 주석과 같은 분리되지 않은 금속류를 분리하고 다시 결합하여 합금을 만드는 주조 방식이 철기 시대보다 앞서 등장하는 것이 의외롭다는 생각을 이전부터 갖고 있었기에 다시금 주목하게도 되었다.

 

인류 발전에 있어 남다른 생각의 발견일 화폐의 탄생은 무엇보다 주목되는 대목이었다. 저자의 말마따나 화폐는 이후 합리적인 사고, 논리적인 판단을 가늠 짓는 발명이었다고 생각된다. 다만 화폐 발명 이후 매음굴과 도박장부터 생겨났다는 게 인간이란 역시 이런 면모가 두드러지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들게 했다.

 

이번 장 이후에 비로소 [생각의 역사]라는 책에서 기대하던 대목들로 들어서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1부의 마지막인 4장을 지나야 본론처럼 생각되는 대목이 시작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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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15 11: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2-15 13: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2-15 13: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2-15 14: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22-12-15 18: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하라님, 알라딘 서재의 달인과 북플마니아 축하합니다.
행복한 연말 보내시고, 새해에도 좋은 일들 가득하시기를 바라겠습니다.
따뜻하고 좋은 하루 보내세요.^^

2022-12-15 18: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 언어의 탄생과 추위의 정복-2

독일 막스 플랑크 진화인류학 연구소의 스반테 파보의 20028월 발표에 따르면, 20만 년 전 언어와 관련한 유전자가 두 가지 중대한 돌연변이가 일어나 해부학적 현생인류가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함께 퍼져나갔다고 한다. 저자는 이 변화가 현생인류의 언어능력이 발달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을 것이라 보고 있다. 인간과 침팬지를 구분하는 돌연변이는비교적 늦게 진화되었으나 그 뒤 불과 1~2만 년 만에, 인간의 세대로 치면 800~1천 세대 만에 급속히 퍼져나갔다고 한다. 이와 함께 또는 이 이후 인간의 언어능력이 탄생하고 신장 되었으리라는 것이다.

 

다른 인류학적 증거와 현대의 수렵-채집 부족을 근거로 보면 인구 약 1~2천 명당 하나의 언어가 있다고 한다. 이 문장 다음 가로 안에 유럽인들이 오스트레일리아를 처음 발견했을 때 그곳에는 약 270가지의 원주민 언어가 있었다는 세부 정보가 있다. 이것으로 미루어 인간이 시베리아를 건너 알래스카로 갔을 무렵 세계 인구는 약 1천만 명이었으리라고 추산하고 있다. 이스트앵글리아 대학의 윌리엄 서덜랜드는 당시에도 언어 분포가 오늘날과 비슷했다는 가정 하에 당시 언어의 수를 6809가지로 추정하고 있다.

 

미국의 조셉 그린버그는 아메리카 원주민 언어를 에스키모-알류트어, 나데네어, 아메리카 원주민어의 단 세 가지 그룹으로 분류하고 있다. 아시아에서 아메리카로 세 차례의 이주가 있었다는 증거라고 하는데 최근의 DNA 증거에 따르면 아메리카로의 이주는 세 차례가 아니라 다섯 차례였으며, 한 번은 해안을 따라 이동했다고 한다. 최초의 아메리카인들은 배를 타고 베링 해협을 건넜을 거라는 증거가 있다고 하는데, 지금은 품절된 [몽골리안 1만 년의 지혜]라는 책은 북아메리카 원주민의 전승된 구술을 기록한 책으로 동북 아시아인들이 1만 년도 훨씬 전에 베링 해협을 건너 북아메리카까지 이동해 안주하게 된 경로가 기록되어 있기도 하다.

 

인류의 언어 탄생을 유추해 보고 인류의 언어가 전파된 과정을 이러한 예로 돌아보고 있다. 그 후 기술은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언어의 조상어라고 하는 노스트라틱어가 전 인류 언어의 공통 조상어는 아니라는 데 참 뜻밖이었다. 이 책을 저술 당시 세계 인구는 60억 명 정도였는데 그 중 노스트라틱어족에 속하는 언어를 사용하는 인구는 40억 명이었다고 한다. 그 외의 인구는 이 어족의 공통분모에 속하지 않는다는 이야기이기에 신박했다. 바스크어, 중국어, 수메르어, 하이다어를 포함하는 어족은 데네-시노-코카시아어라고 한다.

 

이를테면 동이족과 지나족의 지배권 싸움은 동일 민족 내에서의 분파가 이루어지고 난 후의 계승권 싸움이었던 게 아니라 애초에 전혀 다른 문명의 충돌이었다고 볼 수도 있는 것이다. 동이족을 원류로 하는 민족들은 이후에도 노스트라틱어족에 속하는 언어를 사용해왔음을 만주어나 카자흐스탄의 일부 종족 언어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이들 언어는 한국어나 일본어와 계열이 같지, 중국어와는 현격한 차이가 있다. 중국이라는 국가로 문화가 전승되어 오기까지 숱한 문명적인 충돌과 흡수 통합이 이어졌고 소수의 동이 문화가 점조직적으로 남게 되고 대다수가 지나족의 문명에 통합되어버린 과정이 언어 발전과 분포의 양상으로도 짐작된다.

 

언어가 어떻게 정형화되었는지도 궁금하지만 본서에서는 아직 그에 대한 문제에까지 해답을 주지는 못하고 있고 다만 언어가 전파되는 과정과 언어의 계통이 큰 줄기로 이어져 있음을 담고 있다.

 

그리고 본서는 언어의 탄생만큼이나 흥미로운 의식의 탄생도 담고 있다. 직립보행의 한 가지 결과로 남성과 여성의 분업이 일어나며 핵가족이 형성되었고 고생물학자들은 이것만으로도 남성과 여성의 차이, 자아와 비자아의 차이에 관한 의식을 적어도 초보적인 형태로 자극하기에 충분했으리라고 말한다. 그 뒤 인간 집단의 규모가 점차 커지면서 협력과 타 집단과의 경쟁이 늘어나자 개인의 차이를 인정하게 되었고 자아의 감각이 계발되었다고 보고 있다. 현재의 조직 상태를 위해 미래 예측이 중요해졌을 것이며 친족을 식별하고 자신의 이익을 감추는 기술도 발달하며 자아 감각이 진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시간 대학대학교의 동물학자 리처드 알렉산더는 자아*비자아, 현재*미래의 두 가지 요소가 의식의 근간이자 도덕성의 바탕이 되었다고 본다.

 

하지만 여기서 방점이 찍혀야 할 대목은 자아 감각이 진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이라는 부분이다. 자아 감각을 위한 기본 구성요소의 핵심이나 의식의 근간을 자아*비자아, 현재*미래의 두 가지로 본다면 더더욱 인간 외 동물들의 자아나 의식을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기에 거기서 더욱 의식과 자아 관념이 세밀해지는 진화를 거친 것이 인간의 자아와 의식이다는 정도가 정확한 표현이 아닐까 싶다.

 

애완동물을 키워본 사람은 동물이 기뻐할 때와 실망할 때가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사육자가 놀아주던가 혼을 내는 행동들에 어떤 때는 크게 기뻐하고 크게 실망할 때가 있다. 자와 타의 구분이 있기에 (먹이를 뺏어 먹는다던가 하는) 타자보다 자신의 이익을 추구할 수도 있고 타자의 행위에 실망해 타자를 무시하던가 할 수도 있는 것이다. 자타를 구분할 수 있다면 자아 관념은 당연히 내면에서 일어날 수 있다. 현재와 미래를 구분하고 미래 예측을 하는 관념 역시 집단 사냥을 하는 동물군에서 없다고 볼 수 없다고 본다. 사냥 중 사냥감이 어디로 이동할 것인가를 예측하지 못한다면 사냥감이 이동할 지역에 다른 무리를 미리 보내 사냥 몰이를 할 수 없지 않은가?

 

인간의 의식이 차별화되는 것은 타 동물들에게 없는 자아관과 현재와 미래를 구분하고 예측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것이 더 세밀해졌다는 것 이상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다른 동물들의 언어에 비해 보다 구체화된 언어이기에 섬세하고 치밀하게 계획하고 구분하고 추상적인 사고를 할 수 있게 된 것이 가장 큰 차별화되는 면이지 언어만으로 자아상만으로 미래 예측만으로는 차별화할 수 없다. [언어가 있다. 자아상이 있다. 미래 예측을 한다.] 고작 이것만으로는 인간을 정의하는 기준으로는 부족하다. 인간은 그런 부분들이 다소 치밀해졌다는 것. 이것이 고작 다이자 절대적인 차별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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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언어의 탄생과 추위의 정복

이 장은 제목과는 달리 불의 이용보다는 언어 탄생에 더욱 주목하는 장이기도 하다. 솔직히 불보다도 언어의 탄생이 더 몰입하게 되는 주제이기도 하고 말이다. 저자는 도구의 발달과 집단생활로의 확장, 예술하는 인간으로의 진화 모두를 언어의 탄생에서 원인을 찾고 있다. 언어 없이 표준화된 도구, 동굴벽화, 구슬 등을 제작하기란 매우 어렵다고 하면서.

 

고생물학자들은 대형 짐승을 사냥하려면 고립된 인간이나 소규모 집단으로는 가능한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고 한다. 또 더 큰 집단이 성립하려면 계급이 있어야 하므로 역시 언어가 필요해진다고도 언급하고 있다. 두뇌의 용적과 사회 집단의 규모 사이에 관계가 있다는 사실도 지적한다. 두뇌의 크기는 저자의 말마따나 사회적 지능과 분명 관련이 있을 것이다. 다만 사자는 언어가 없이도 집단 사냥을 잘하고 있다는 조지 샐러의 말은 시사하는 바가 있다고 생각된다.

 

계급이라던가 서열은 아직까지의 학자들이 언어가 없다고 생각하는 동물 세계에서도 흔하기 때문이다. 앞서 등장한 사자만이 아니라 늑대나 하이에나 등 무리 생활을 하는 포유류에서 서열이라는 계급 차가 있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하다못해 개미와 벌 등 곤충 세계에서는 더 확연히 드러난다. 그리고 언어가 없는 침팬지나 비버 더욱이 까마귀 같은 조류의 일종까지도 도구를 사용한다는 것은 이미 상식이 되었다. 그리고 짝짓기를 준비하는 조류 중 자기 집을 갖은 장식구로 인테리어하며 치장하는 사례도 있다. 집단생활과 도구 사용과 예술의 경우가 언어 없이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명백한 예들이 아닐까?

 

그러나 과연 언어를 인간만의 발성에 대해 한정적으로 정의하는 것이 옳은 것인가를 나는 묻고 싶다. 중국어의 경우 성조라 하여 말의 높낮이에 따라 하나의 발음이 여러 의미를 지니게 된다. 한국어의 경우 발음의 길이에 따라 다양한 뜻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눈이 겨울 철 내리는 눈인지 시각의 주체인 눈인지가 달라지는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같은 발성도 문맥의 따라 어의가 달라진다. “내 말 알아들어?”의 말과 저 큰 말은 종류가 뭐야?”의 말이 같은 말이 아니듯이 말이다. 그렇다면 동물들의 그르렁거리는 소리도 길이와 높낮이와 연결 순서에 따라 얼마나 다양한 의미가 전달될 수 있는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구조적이며 다양한 의미를 전달할 수 있는 발성이라면 그것이 원시적이라 할지라도 발전의 어느 단계에 있느냐가 문제이지 언어인 것은 명백할 것이다.

 

또 무리 생활을 하고 집단 사냥을 하는 동물들이 사냥을 계획하고 사냥 상황에서의 상황 판단을 하고 대처하는 데 필요한 사고를 공유하지 못하리라 보는 것도 다소 어폐가 있을 것이다. 추상적인 사고는 또 어떤가? 암컷 고릴라에게 수화를 가르치자 자신의 어미가 죽었을 때의 상황과 정서를 피력해 나갔다는 사례는 유명하다. 게다가 그 암컷 고릴라는 꽃은 아름답다. 나는 꽃이다.”라는 수화까지 했다. 결국 그 고릴라가 말하고자 한 것은 나는 아름답다.”는 명백한 삼단논법이었다는 결론에 이른다.

 

언어가 없이는 사고가 없다는 전제는 우리가 언어가 미치지 않는 영역에 대해서는 문제를 인식하고 판단할 근거를 찾지 못하기 때문에 가정한 것이다. 어린 시절을 돌아봐도 우리는 어떠한 단어를 배우기 이전에도 자신의 특정 심정을 말로 표현하기 답답해하다가 해당 단어를 배우고 나서야 미흡하지만 이런 표현도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성인이 되어서도 마찬가지다. 기존의 어휘로는 표현 못 할 개념이나 심정을 느껴본 분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동물들도 자신의 심정을 발성 못 해서 그렇지 복잡한 구조로 사고와 정서를 지니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가정도 해 보아야 하리라 생각된다.

 

언어는 더 세분화한 도구 제작과 사용, 조직 생활의 다분화, 사고와 정서 표현, 추상적인 사고의 명료화를 불러왔다는 것은 명백하다. 하지만 집단생활과 도구 사용과 예술의 효시가 언어 탄생이라는 데는 공감할 수도 없고 동의할 수도 없다. 미디어를 통해 보게 된 그림 그리는 원숭이와 코끼리들을 보면서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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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며 느낀 바만 짧게 정리해 보고자 남긴다.

첫 장인 [언어 이전의 생각]으로 들어서기 전 인간의 진화를 인식했던 역사 이야기를 [프롤로그]에서 언급하고 있다. [생각의 역사]를 다룬 내용이니 인간이 진화를 인식했던 대목도 진화 자체에 대한 내용만큼이나 중요하지 않았나 싶다.

 

짧게 여러 내용을 전하고 있지만 프랑스 박물학자 콩트 드 뷔퐁이 1779년 지구의 나이를 75천 년이라 계산했다가 나중에 168천 년으로 수정했다고 한다. 그는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개인적으로 지구의 나이는 약 50만 년이라는 견해를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프롤로그에서는 지구의 나이, 인류의 진화는 종교적 억압 속에 거듭 인식의 확장이 저지당해 왔었음을 알 수 있는 장이었다. 화석 등 유물의 발견은 중세부터 주목받아왔으나 17세기 초 르네상스 시대부터 골동품 연구와 과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대중의 의식이 확장되었던 모양이다. 당시의 부유한 골동품 수집가들의 지원이 없었다면 이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화석과 유물의 발견이 골동품 수집이란 기호와 만나 인류의 자신 역사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이루어졌다. 언제나 그랬듯 종교는 발목을 잡으려 했지만 말이다.

 

1. 언어 이전의 생각

저자는 원시인류가 자아의 개념을 가지게 된 이유를 사람들이 사회적 상황에서 타인의 행동을 예측해야 하는 복합적 구조가 의식 진화의 주요한 메커니즘이 되어 그렇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자아상이 복잡하게 구성되기 시작한 것은 호미니드 이후일지 몰라도 동물에 가까운 원인(호미니드)들이나 동물 자체에게는 자아의 개념, 다시 말해 자와 타를 구분 짓고 자아상을 갖는 원시적인 관점이 과연 없었을 것인가 하는 의문은 남는다. 물론 동물이나 호미니드와 의사 소통이 가능하지 않을 것이기에 확인도 확신도 불가능한 것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자아 개념이 없었다는 전제에 있어서도 같은 이유로 확인도 확신도 불가능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호모 에렉투스가 유라시아 전 지역으로 확산한 이후 약 70만 년 전 도끼의 표준화가 있었다고 한다. 고생물학자들의 전 세계 도끼 수천 자루를 조사한 결과 크기는 다양하다 해도 도끼들 대부분이 거의 동일한 비례로 만들어져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고고학자 V.고든 차일드는 표준화된 도구가 화석화된 생각이라며 이러한 표준화된 도구를 만들기 위해 인간은 개략적인 도구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어야 했기에 추상적인 사고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힘의 역학적으로 가장 사용하기 효율적인 각도로 도구가 개량되어 온 결과가 아닌가 싶다. 아니라면 도끼의 발명 이전에 플라톤의 이데아설이나 융의 집단무의식이 말하듯 도끼의 원형상이 이미 원시 인류의 무의식 속에 먼저 자리잡아 있었던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심리학자 멀린 도널드는 에렉투스의 사회에서는 협동과 사회적 행동 조정이 종의 생존 전략에 중요했다며 언어는 없었지만 그들은 의도적인 모방, 표정, 소리, 창조성, 준거, 협동 무엇보다도 젊은 세대의 교육과 문화 변용을 가능케 했다는 점에서 질적인 변화였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원숭이처럼 상당히 고등한 동물이라 해도 생각을 상세히 공유하지 못하기 때문에 세계에 고립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고 원숭이 개체는 스스로 배우는 것만 알지 늙은 세대는 지혜를 자기 두뇌 속에 영원히 가둔 채 죽기 때문에 세대마다 늘 새로 시작해야 한다고 말이다.

 

하지만 [긴밀한 연결]이라는 신경유전학 대중서를 보면 새의 종류는 기억나지 않는데 그 새의 경우 아비 새와 단절되어 노래하는 법을 배우지 못하는 경우 새의 노랫소리가 형편없어지고 다음 세대에서라도 다시 노래하는 법을 다시 배울 기회가 주어지면 노랫소리의 수준이 달라진다고 한다. 새도 가창수업을 따로 받고 그에 따라 가창력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셸드레이크의 형태장 이론에 대해 실린 대중과학 교양서의 경우 내 생각으로는 오류인 예가 실려 있는데 내용은 대략 이렇다. 한 번도 원숭이가 과일을 물에 씻어 먹는 사례를 목격하지 못한 어느 과학자가 한 원숭이 개체가 과일을 물에 씻어 먹는 것을 목격한 이후 다른 과학자들도 세계 각지의 서로 다른 시설들에서 원숭이가 과일을 물에 씻어 먹는 것을 목격했다는 것이다. 그를 두고 형태장 이론을 뒷받침하는 사례로 원숭이들이 다른 지역에 있었지만 정보가 공유되었다고 이야기하던 책이 있다. 하지만 나로서는 이건 심각한 오류라고 본다. 원숭이가 지구에 거주한 역사가 얼마인데 이제까지 과일을 물에 씻어 먹은 사례가 없었겠는가? 유럽 사람이 콧구멍을 파서 코딱지를 튕기는 걸 봤는데 한국 사람, 일본 사람도 그러더라고 형태장 이론의 완벽한 증거라는 말과 무엇이 다른가 싶다.

 

이미 개에게도 거울상 뉴런이 있어 인간의 하품이나 미소를 따라한다는 건 낯선 이야기도 아니다. 원숭이에게도 거울상 뉴런은 당연히 있지 않은가? 그들이 서로의 행동을 모방해 생존에 필요한 기술들을 전승한다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이쯤 되면 새도 다음 세대의 노래를 교육하는데 원숭이라고 에렉투스가 출현하기 전까지는 교육은 없었을 것이다라는 논리는 말이 되지 않는다고 본다.

 

오히려 인간과 다른 동물들의 차이는 필요와 재미 중 재미의 비중이 더 높아진 경향 때문이 아닌가 싶다. 본서에서는 보노보에게 뗀석기를 만드는 법을 교육하려 했지만 실패한 사례가 등장하는데 그건 보노보에게 필요도 재미도 없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안정된 사육 환경에서 언제든 먹이가 풍족히 주어지는 상황에 뗀석기는 보노보에게 전혀 필요도 없는 성가신 교육이다. 먹이 사냥에 필요한 돌깨기가 아니라면 그저 콘크리트 바닥에 던져 돌을 깰 수 있는데 무엇 때문에 보노보가 돌을 깨는 수고를 정교히 하겠는가? 원시인류는 스캐빈저 생활을 할 수도 있었지만 보다 풍족한 먹이의 확보가 필요했고 사냥 자체가 재밌었을 것이고 사냥 도구를 정교히 만드는 데서도 흥미를 느꼈다는 것이 진화의 촉매가 되었다고 본다.

 

필요와 재미(흥미와 만족감, 성취감의 밀도 상승) 이게 초기 원시인류와 타 동물을 다르게 진화시킨 가장 최우선적인 원인이 아니었을까 싶다. 도구를 만드는데 흥미도 만족도 못했다면 필요하다고 해도 게을러졌을 것이다. 함께 집단을 이루고 살아가는 데 필요만이 있고 흥미도 재미도 없었다면 또 무리 사냥에서 성취감을 느낄 수 없었다면 집단 사회의 양식이 지금과 같은 거대 규모로 확장되지 않았으리라 생각된다.

 

필요하기 때문에 조성되고 재미있기 때문에 완성된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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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의 질문들 - 돈, 경제, 세상의 흐름을 알고 싶을 때
김경곤 지음 / 북스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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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경제상황은 초인플레이션이다 스태그플레이션을 앞두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있는 상황입니다. 반면 투자 전문가들은 짧은 시간 안에 급반등이 이루어질 것이라 예측을 내놓기도 하는 일반인들로서는 짐작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기도 합니다. 하나의 경제상황을 두고도 관점과 시각의 차가 너무도 크니 개미투자자들로서는 불안을 야기할만한 상황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러한 때에 거시경제적 시야는 생존과도 직결되는 문제가 아닌가 합니다. 


저자는 한국국방연구원에서 재정분석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하며 미국콜로라도 대학에서 거시경제를 강의하기도 한 인물입니다. 전공분야가 거시경제이고 국가에서 거시경제적 안목으로 재정을 분석하고 있는 인물이면서 외국의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거시경제를 이해하기 쉽게 가르친 경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론을 쉽게 풀어 설명하는 혜안과 실제 국가 경제에 운용하는 적용을 아우르는 경력을 모두 가진 인물이라는 이야깁니다.


실제 본서를 보면 무엇보다도 현실적인 질문들을 제기하고 그 질문들에 대한 답을 풀어준 난이도가 너무도 쉽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을 다룬 단원에서는 연이어 마시는 맥주잔에서 만족감이 줄어드는 것으로 한계효용이 줄어드는 것을 비유하고 있으며 금리인상의 대목에서는 정치인들이 파티를 더욱 즐기고 싶어할 때 중앙은행이 파티의 음악을 꺼버리는 것으로 비유하고 있습니다. 비유만이 아니라 서술하고 있는 난이도 자체가 경제 비전공자들과 경제 지식이 없는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기에 저와 같은 경제 문외한들에게 접근하기도 이해하기도 쉬운 면이 이 책의 강점이라고 생각됩니다.


각 챕터는 모두 열두가지의 질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경제하면 의문을 가질 법한 질문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몇가지만 예를 들자면 3장은 "인플레이션은 이자율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라는 제목이고 5장은 "왜 경제는 호황과 불황을 반복하는 것일까?"라는 제목이며  10장은 "채권과 금리와 가격은 왜 반대로 움직일까?"라는 주제입니다. 책 소개란에서 목차를 보시면 알겠지만 누구나 궁금해 해봤을 법한 질문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런 질문들은 GDP, 인플레이션, 이자율, 실업률, 경제변동, 통화정책, 재정정책, 환율(다시 환율2, 이자율2, 인플레이션2, GDP2로 총 12가지 주제로 이어집니다)이란 각 주제에 대해 대중이 관심을 가져봤을 의문을 제목 삼은 것입니다.


이렇게 12가지 질문과 그에 대한 설명으로 경제의 기초 정보와 지식을 쌓아가게 해주고 이러한 기초로 갖게 될 분석력이 생긴다면 저자가 부록편에 담은 주요 경제 데이터 검색방법도 쓸모가 잇을 것 같습니다. 사실 저는 조금 아둔한 사람으로 이 책만으로 경제 데이터를 통해 경제 지표를 분석하는 식견까지는 생기지 못한 것 같습니다만 저자가 의도하는 바와 저자가 경제에서 개개인이 추구해야 할 바까지 고려했다고 보인 것이 마지막 부록편이었습니다. 경제에 대한 눈을 가지고 초보적으로라도 경제를 분석하는 개인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저자가 독자들에게 말하고자 하는 바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사실 그러자면 [경제의 질문들]이라는 본서와 함께 다른 경제 저작들을 통해 깊은 공부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 본서가 거시경제를 바라보는 시야를 초보적으로라도 가져야 한다는 필요성을 일깨우는데 작은 도움이라도 되리라 생각되고 그것이 저자의 집필의도는 아니었을까 짐작하게 됩니다. 


경제 전공자들과 경제 분야에 있어 독학으로라도 어느 수준에 이른 분들이 아니라면, 초보적인 거시경제적 시야가 무언지 알고 싶은 분들이라면 본서를 한 번쯤 읽어보셔도 좋으리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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