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신의 탄생, 집과 가정의 진화

이 장에서야 비로소 저자가 인류의 진화 과정 자체를 생각의 진화라기보다 생각 그 자체로 보고 있다는 걸 알았다.

 

-대다수의 고고학자들이 보기에 인간의 [가장 위대한 생각]은 훨씬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관념이다. 그것은 바로 동식물의 사육, 농경의 발명이다. 그것이 인간의 생활방식에서 가장 심원한 전환을 유발했기 때문이다.-

 

-동식물의 사육은 14~6500년 전에 일어났으며, 선사시대의 생각 가운데 가장 집중적으로 연구되고 있다.-

 

-도구와 불의 사용이 최초의 생각이었다면 의복과 주거지는 곧이어 생겨난 생각이었다.-

 

-이것은 르네상스가 아니라 네상스naissance, 즉 탄생이다. ...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생각들 가운데 세 가지-농경, 종교, 장방형 주택-가 바로 이 시기에 생겨났다.-

 

이 문장들만으로도 저자의 생각에 대한 관점, 인류사에 대한 관점이 드러나는 듯했다. 인류의 생활상이 바뀜으로써 종교나 사회 등의 생각에서 비롯된 변화가 탄생했다는 것이 아니라 인류사 자체가 하나의 생각들의 연속이라는 관점이 말이다.

 

그렇기에 더더욱 인류사의 변화의 곡점 하나하나가 생각의 역사를 드러내는 것이기에 주요하게 다뤄지고 있다. 14~6500년 전에 일어났다는 동식물의 사육은 대략 12천 년 전까지 지금 보다 더 낮고 변화가 심했던 지구의 평균 기온이 마지막 빙하기가 끝나면서 크게 치솟으며 기후가 안정화되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온난화와 안정화는 결과적으로 역사의 [커다란 방아쇠를]를 당겼고 우리 세계를 가능케 했다고 말이다.

 

본격적인 농경과 동물의 사육이 있기 전 원시적인 야생종 식물 재배가 있었는데 이때 사육된 야생종은 비교적 이삭이 튼튼해 사육할 때만 부서졌다고 한다. 자연적인 종자 선택에 의해 자연스런 종자 개량이 이뤄지게 된 것이다. 비옥한 초승달 지대에서 시작된 이 원시적인 사육은 이후 서남아시아의 핵심 지역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하며 넓은 지역에서 농경이 시작되었다.

 

최초의 사육이 이뤄진 장소는 여러 곳이 확인되었는데 시리아 일부 지역에서는 1만 년 전 터키를 비롯한 시리아 다른 지역과 요르단 강 유역 등 중동 지역에서는 BP 12~1500년에 이루어졌다고 한다.

 

동물 사육의 연대는 BP 9천 년 직후, 즉 식물이 사육된지 약 1천 년 뒤에 시작된 것으로 추측된다고 한다. 사육이 일어난 장소는 모두 중동, 즉 비옥한 초승달 지대로 식물 사육 지역과 동일하지는 않지만 중첩된다.

 

다만 농경과 사육이 안정된 정주 생활과 그로 인한 인구 증가에 영향을 주어 인간 사회의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준 것은 맞다지만 개인의 행복에는 과연 유익한 것이었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현재의 수렵-채집 부족들에 관한 민족지학적 연구는 하루에 3~5시간만 을 하면 가족들을 충분히 부양할 수 있었다고 한다. 석기 시대 농부들의 유골은 수렵-채집으로 생활하던 조상들보다 더 심한 영양실조, 전염병, 치아 질환의 흔적을 보여준다. 농경의 발달과 인류의 농경과 목축문화가 전파되는 과정을 보면 식생활의 단순화가 이루어진 것도 모자라 새로운 곳으로의 이동으로 굉장히 폭넓은 전염병과 기생충들에 전염되는 과정을 낳았다.

 

물론 이 전염병과 기생충들의 향연은 약 2만 년 전 지구의 기온이 상승하며 비롯되었다고 하는데 정주 생활 이전까지 인간은 일은 더 고되어지고 식생활은 단조로워지고 병에는 더 취약해지는 시기를 거친 것이다. 인간의 삶이 고달픈 건은 선사시대에도 마찬가지였다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신석기 문화로 총칭되는 식물과 동물을 사육하게 된 초기 문화에서는 장방형 주택으로 주거 형태가 발전하는데 이를 고고학자들은 중요히 보고 있는 듯했다. 도시 형성이 가능하게 된 원인으로 여기는 것일까도 짐작하게 되었다. 이 시점도 전에 종교가 등장했다. 대략 12~1만 년 전에 종교적 혁명이라 할만한 심리적 변화를 겪었으며, 이것이 동식물의 사육보다 선행했다고 학자들은 말하는데, 언어를 처음 사용하게 된 것이 실용적인목적보다 신화 때문이었다고 주장하는 멀린 도널드라는 학자의 주장과 상통하는 바가 있다고 저자는 보고 있다.

 

하지만 대략 기원전 5000~3500년경의 거석문화 발달을 예로 들며 정주 생활과 농경의 발명이 인간의 종교에 관한 생각을 변화시켰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말하고 있기도 하다.

 

다만 처음 신을 숭배하며 인간이 갖게 된 관념은 대모신을 주축으로 한 여성 신의 숭배가 시작으로 보는데 이를 여성의 출산 능력과 연결 지어 보는 면은 다분히 상식적이면서도 이제는 정형화된 관점 같았다. 여성 신 곁의 황소로 상징되는 남성성의 숭배 역시 남성성을 파괴적이고 야성적인 면만을 부각한 원시적인 관점이 시대적으로 모순되지 않는 것 같았다.

 

석기 시대, 동기 시대, 청동기 시대, 철기 시대의 흐름을 이야기하는 대목에서는 주석과 같은 분리되지 않은 금속류를 분리하고 다시 결합하여 합금을 만드는 주조 방식이 철기 시대보다 앞서 등장하는 것이 의외롭다는 생각을 이전부터 갖고 있었기에 다시금 주목하게도 되었다.

 

인류 발전에 있어 남다른 생각의 발견일 화폐의 탄생은 무엇보다 주목되는 대목이었다. 저자의 말마따나 화폐는 이후 합리적인 사고, 논리적인 판단을 가늠 짓는 발명이었다고 생각된다. 다만 화폐 발명 이후 매음굴과 도박장부터 생겨났다는 게 인간이란 역시 이런 면모가 두드러지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들게 했다.

 

이번 장 이후에 비로소 [생각의 역사]라는 책에서 기대하던 대목들로 들어서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1부의 마지막인 4장을 지나야 본론처럼 생각되는 대목이 시작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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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15 11: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2-15 13: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2-15 13: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2-15 14: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22-12-15 18: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하라님, 알라딘 서재의 달인과 북플마니아 축하합니다.
행복한 연말 보내시고, 새해에도 좋은 일들 가득하시기를 바라겠습니다.
따뜻하고 좋은 하루 보내세요.^^

2022-12-15 18:47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