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하고 난 후 일주일에 한 번, 혹은 보름에 한 번 정도. 엄마에게 전화가 온다. 

“딸, 일은 들어오냐?”

“딸, 돈 벌고 있냐?”

거기에 왜 회사가 아닌 다른 곳에 있느냐는 채근이나, 돈을 벌어서 자신한테 달라는 무의식적 소망이 담겨 있는 것 같지는 않다. (내가 무능력하고 한심해보였거나, 일이 너무 힘들어 보였으면 엄마는 빨리 시집가라고 했을 것이다.) 엄마는 궁금한 것이다. 정말로. 

나는 어떻게 이것을 듣냐면…


“딸, 세상에서 쓰여지고 있냐?”


자랑하고 싶은 것이 있다. 일주일 전쯤에 나는 드디어 10km 달리기에 성공했다. 물론 아주 아주 느린 페이스의 성공이었지만, 쉬지 않고 뛰었다는 것이 중요했다. 달리기 어플이 가상 마라톤을 꾸준히 주문하던 그날은 때마침 엄청난 한파가 몰아닥친 날이었고, 이런 날에 성공한다면 진짜 내 실력 아닐까? 하면서 추위를 재료삼아 달리고 엄청난 나뽕에 취했다(그리고 축배를 거하고 격하게 들었다). 


그런데 나는 이미 알았다. 내가 성공할 거라는 걸. 그래서 나는 보름 정도 미뤘다. 내가 성공할 날을. 이 말이 무슨 말이냐고? 일단 이걸 ‘성공 공포’라고 해보자. 여성주의 시각으로까지 해석할 필요없이 그냥 성공을 마음 먹는 것 자체가 어려운 사람들의 어떤 심리. 


사실 회사를 나왔을 때도 나는 이미 알았다. 이곳을 나와서 내 일을 할 때, 지금 여기 있는 것보다 훨씬 잘 될거라는 걸. (아직은 '훨씬' 까지는 아니다) 그런데 막상 개인사업자 등록을 하고 일주일만엔가 상담 선생님을 찾아갔을 때는 코 밑까지 물이 차오르는 기분을 매일 밤 느끼고 있었다. 그건 불안의 감정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불안 자체는 중요하지 않은 것도 같다. 상담실을 제발로 찾아 갔다는 것 자체가 중요했다. 어쨌든 가장 큰 성과는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했다는 거다. 일기에 그렇게 썼다. 나는 필요할 때 도움을 구할 수 있는 사람이다. 나는 필요할 때 도움을 구할 수 있는 사람이다. 지금 나에겐 아무도 없지만, 나는 내가 필요하다고 느끼면 도움을 구할 수 있다. 지금도 나는 이것을 반복해서 쓰고 있는 데, 내가 이 사실을 이제라도 알았다는 것은 눈물나는 정말 눈물나는 경험이고, 이 눈물은 안도의 안심의 편안함의 눈물이다. 


지지난주의 상담 이슈는 이런거였다. 처음의 두어달 정도의 공백을 빼면 끊임없이 일을 하고 있고, 연말 성수기 맞이 일을 쳐내기 바쁜 과로 상태로 돌입했지만 그 때의 나는 내가 정말 자유의 댓가로 거리에 나앉을까봐 걱정했노라고. 아무리 생각해도 당연한 불안이니까 그렇게까지 불안해할 필요가 있었나 싶은 데, 정말 심각했던 것 같다고. 지금도 여전히 불안해서 술을 드시나요? 아니요. 요즘엔 술 잘 안마셔요. 술마셔도 불안해서는 아니예요. 일을 하기 시작하자 불안이 눈녹듯이 사라졌어요. 왜 그렇게까지 불안했는지가 신기할 정도예요. 


생각해보면 항상 나는 일하고 있었고, 나를 먹여살리고(도 때로는 남친을 건사한적도…;;;)있었는 데, 그걸 못하고 있는 그 몇달이 안되는 순간이 왜 그렇게까지 무서웠던 걸까. 왜, 왜, 왜. 넷플릭스 <고요의 바다>(어제보다가 잠들었다. 재밌었다.)에서 물속에서 혼자인 인간이 버둥버둥 대는 장면이 나오는 데, 딱 그런 느낌이었다. 아무것도 의지할 곳이 없이 버둥버둥대는 상태. 조금만 있으면 입으로 코로 물(불안)이 들어오고 나는 죽을지도 모른다. 


조금 더 써보자. 진짜로 혼자가 된 상태. 가족도, 연인도, 직장도 없는 상태. 누군가를 탓할 수도 없고 오로지 나 자신만이 근거가 되는 상태에서 일(사업)을 시작하는 잠깐만 나 아직은 준비가… 그러니까 드디어 세상에 단독자로 내던져져 허우적 거리는 느낌이었다고 치자. 생각해보면… 조금만 이성을 찾고 생각해보면 나는 수영을 할줄 아는 사람인데… 왜 그걸 못한다고 생각했던 걸까? 


그러니까 그 때까지 세상이라는 바다 위에서 나는 항상 어떤 부표같은 것에 의지해 몸을 띄우고 있었을 지도 모르겠다. 이미 온몸으로 버둥대며 헤엄치고 있으면서도 내가 불안해서 내가 끌어안고 있는, 최소한의 나를 버티게 해주는 꼬박꼬박 들어오는 월급은 부표였고… 친밀한 관계들이었고… 가족이라는 제도였고…. 그렇게 사는 것이 행복하지 않아 그것들을 제거하니 일시적 공황상태가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지금은 너무도 당연하게 여러가지 일들(그것도 남의 일이 아닌 내! 일!)을 하고있다. 회사에서 하던 일과 별반 다르지 않은 일들이고, 오히려 관료적인 부분을 걷어내고 나니 더 잘한다는 느낌도 든다. 


선생님 저는 이렇게 잘할 수 있는 데, 이미 잘해 왔으니 지금 잘하고 있는 것도 너무 당연한 데… 왜 그때는 그렇게까지 불안했을까요? 와 비슷한 질문들을 주거니 받거니 하다가 무튼 그날에 미션으로 받은 다음달까지 다뤄보아야할 이슈는 “왜 자신의 성과를 정당하게 평가해주지 못했냐”는 거였는 데… 과대평가할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정당하게’는 인정하고 평가해줘야하는 것 아니느냐고. - 뭐 갑자기 이야기가 건너 뛰는 느낌인데(이 공백이 바로 내가 감추고자 하는 공백일지도), 


그러게 그거 누가 남한테 그러면 나 정말 화냈을텐데, 난 나한테 왜 그랬을까? 


요즘 내가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는… 너무 열심히 사는 것 아니냐는 말인데, 나는 그게 조금 서운했다. 뭐라고 항변했냐면… 살면서 24시간 다 내꺼였던 시간 있어본적 있냐고. 나는 올해들어서 인생에서 처음으로 내꺼를 살고 있다고. 그래서 열심히 살지 않을 수 없다고. 처음 살아보는 내 인생이라서. 


안하던 것도 해보고, 하기 싫은 거 안하고, 하고 싶은 거 실컷 해보고 있는 데… 그거 너무 열심히 사는 거라고 그러면…. 그걸 너무 열심히하는 거라고 하면(뭐 원래도 맹목적으로 열심히 살았지만), 어쨌든 지금 나에게는 너 자신을 열심히 사는 것을 중지해보라는 말처럼도 들린다고. 나 열심히 살꺼야!! 바락바락!! (그러다가 번아웃이 증상이 오고있다.. 자중하겠습니다😩)


아무튼 불안.

불안은 나의 코어다. 

현대인의 코어이기도 할테지. 


양자오의 <꿈의 해석을 읽다>에는 그런 문장이 나온다. 

“(109)인간의 어두운 내면이야 말로 우리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결정하는 요인이다. 밝은 측면은 누구나 대체로 비슷하다. 그러나 사람들은 저마다 각각 어두운 면을 지닌다. 이 점에서는 모두 같고, 저 점에서는 모두 다르다. 그렇다면 이런 질문이 가능하다. 누군가를 이해하려면 무엇을 이해해야 하는가? 이런 면인가, 저런 면인가?”

과거의 나는 *당신의 상처가 당신을 고유한 존재로 만든다* 정도로 이 문장들을 받아들였다. 

납작하고 판에 박힌 아무것도 아닌 나에게 어떤 고유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의도하지 않은 채로 찍히고 패인 나의 상처들이다. 


한국 사회에는 자신의 흉터를 드러낼 수 있는 공간이 정말인지 적다. 어렵게 꺼내보인 그것이 빌미가 되어 공격당하고 힐난 당한다. 나는 상처를 드러내는 글을 공개하고 싶지는 않다. 내 상처에 대해서 만큼은 오해받거나 공격받고 싶지 않으니까. 다만 ‘고유한 내 상처’에 대한 해석의 권리는 나에게 있고, 그 해석을 넓히고 깊게 만들고 싶어 많은 것들을 읽고 또 잊지 않기 위해 (때로는 더 진지하게 파고들어 생각해보기 위해) 쓰기 시작했다. 내게 독서와 글쓰기는 그런 의미다. 


올해 이곳 서재에서 나는 생애에 만나본적 없는 책 읽는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이 쓴 리뷰들을 읽었다. 내 멋대로 동족이라고 칭했다. 각자 가진 독서 스타일 만큼 고유한 상처와 그에 대응하는 삶의 방식들이 있을 거다. 쉽게 추측하지는 않지만, 쉬운 방법이 아닌 어려운 방법인 *'책'을 통해 자신과 관련된 무언가를 부지런히 찾고 있다*는 것 만큼은, 그 태도는 분명해 보였다. 


아닌가?


아니라도. 좋다고. 유튜브 시대에 책 읽는 그대들.


그래서 문득 던져보고 싶은 조금 재밌는 질문...

이를테면 ‘불안’에 대한 것인데.


다락방은 <나는 불안과 함께 살아간다>를 꽂아두고 있다.

나는 <불안을 우리를 삶으로 이끈다>를 조금 읽었고, 깊게 읽고 싶어 읽기를 미뤄두었다.


이것은…… mbti에서 F 와 T의 차이인가?

그녀는 불안과 잘지내고 싶어하며(왜 걔랑 친해지시려고 하는 거죠?), 나는 불안을 동력으로 삼아서라도 살아보고(너무 합리적이야… 너무 효율적이야… 참 지독한 인간….) 싶은 것이었을 라나?


오늘은 12월 31일이면서 금요일. 글을 올리고, 밥을 먹으면서 서재에서 실컷 놀다가, 번아웃으로 엉망이 된 집을 치우고, 산책을 하고 돌아와서 책 읽다 자야지. 어제-오늘 밀린 일은 주말에 주말에 하자. 그래도 된다. (이렇게 계획 세우고 써둬야 덜 불안하다) 


서재칭구 여러분 모두 복된 새해 맞으시길 공쟝쟝이 빌어드립니다. 








덧, 자신의 성취를 스스로 인정해주고 자기 자신을 독려하는 방법은 다락방님의 글에서 많이 배웠다. 그리고 지금도 부단히 배우는 중이다. 이것에 대해 나는 직접 말한 적이 있다. 다락방님이 다락방님이 되기까지 얼마나 노력했는 지… 저는 그게 보인다고. 나는 그녀가 그걸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미 충분히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언니를 의심했던 적(?)도 있어서, 그냥 말해주고 싶다. 당신 나한테 필요한 사람이고, 존재만으로 중요한 존재 까지는 아닌 것 같고(그건 아닌거 같아.. 역시 동의 못함), 아무튼 나 뿐만이 아니라 세상에!! 필요한 존재야!!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상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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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1-12-31 13:3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도 불안은 우리를 삶으로 이끈다,불안의 서(출판사 별로2권),지나치게 불안한 사람들ㅋㅋㅋㅋㅋ한 권 더 있던거 같은데 실종상태예요.
안그래도 오늘 꼭 <여성과광기> 읽어야하는데 여기들어와 마이 불안해요....ㅠ

공쟝쟝 2022-01-02 12:57   좋아요 2 | URL
지나치게 불안하신 분이셨군요... 미미님.... ㅋㅋㅋㅋㅋㅋ 다종 다양한 불안들을 궁금히 여기시는 것으로. 저는 주신 목록들 참고해, 불안 탐구를 해봐야겠군요! 광기는 다 읽었어요? ㅋㅋ 저 너무 재밌어서 읽는게 어렵지 않았는 데, 책을 펴는 것 자체가 힘들었어요.

새파랑 2021-12-31 14:2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공쟝쟝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내년에는 대박 유튜버로 거듭나시기를 응원합니다~!!

‘불안‘ 하면 츠바이크의 <감정의 혼란>과 <초조한 마음>이 떠오르네요~!!

그러고 보니 공쟝쟝님 글의 결론은 ‘다락방님 최고‘라는 거군요~! 그래도 유튜브랑 맥주는 공쟝쟝님이 더 최고입니다 ^^

공쟝쟝 2022-01-02 12:59   좋아요 3 | URL
오, 일러주신 책들... 이 불안에 관한 책일 거라고 심하게새파랑님이 알려주시지 않았다면 몰랐을 것입니다. 제가 목록에 꼭꼭 넣어두었다가 불안을 다룬 문학(문학 맞죠? 아닌가? 츠바이크라면 전기인가?)으로 도전해보겠습니다. 맥주는 제가 최고죠. 아우... 맥주... 맥주.... 근데 저는 소주가 더 잘받아요. (뭐래)

새파랑 2022-01-02 13:51   좋아요 2 | URL
문학 맞습니다~! 왠지 좋아하실거 같아요 ㅋ 역시 술잘알 공쟝쟝님은 맥주보다 소주 군요. 맥주는 소주와 섞어 마시기 위해 있는거죠 ㅋ 저도 소주 😆

공쟝쟝 2022-01-02 14:01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뭐랰ㅋㅋㅋ 소맥잘알ㅋㅋㅋㅋㅋ 저 진짜 소주 만 먹으면 숙취없고 잘받는데 맥주 벌컥벌컥 꿀꺽꿀꺽 목구멍 열고 먹는 걸 사랑해서…. ㅠㅠ 하지만 맥주 잘 안취해서 ㅠㅠㅜ

mini74 2021-12-31 13:5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불안해서 무얼 하기 보다 행복해서 뭔가를 하는 삶이길? 그러나 불안이 또 필요하기도 하겠죠. ㅎㅎ 쟝쟝님도 넘 멋진 사람, 꽃분홍 잠옷이 어울리는 분 ㅎㅎ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저도 대박유투버를 기원합니다 ㅎㅎ

공쟝쟝 2022-01-02 13:00   좋아요 3 | URL
읽고 쓰고 알라딘에서 읽고 쓰는 친구들 만나서 살면서 처음으로 행복해서 뭔가를 하고 있어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미니님도 유튜브 성공하시길 ^^

그레이스 2021-12-31 14:0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내년에는 유튜버로...!
불안은 존재의 문제!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공쟝쟝 2022-01-02 13:00   좋아요 2 | URL
불안보다 더 어려운 키워드를 던져주시네요? ‘존재의 문제‘라니..... ㅋㅋㅋ
그레이스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즐거운 독서생활 하시길!

단발머리 2021-12-31 14:0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양자오의 저 문장... 나도 오래오래 킵해두었던 문장이에요.
그래서, 나는, 내가 필립 로스 좋아한다는 걸 말해버렸단 말이지요. 이제 쟝님도 그 책을 읽을 테고... (아, 떨린다....)

올 한 해 수고많았어요. 고유한 상처의 해석에 대한 권리, 문단 읽으면서, 어머, 이 사람은 작가야, 자기만의 세계가 있다, 이렇게 느꼈어요.
작가로 뿐만 아니라 셀럽으로도 크게 성공하셔서 손 대는 모든 일에 대박나시고 내게 약속했던 봉투 전달식도 차질없이 진행해 주세요.
내년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공쟝쟝 2022-01-02 13:04   좋아요 3 | URL
맞아요, 맞아요. 단발님과 저 문장에 대해서 대화나눴던 기억이 어렴풋이 납니다. 필립로스 제가 겨누고 있는 작가입니다. 지금 책상위에 뒤메질 되어 있는 많은 작가들 중에 혼자서 표지마저 압도적으로 음험(?)하군요. 순한맛 단발머리님의 어두움.. 제가 읽어드리리.

잠자냥 2021-12-31 14:0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어 오늘 페이퍼에는 다락방 님 찬조출연이다! ㅎㅎ
쟝쟝의 ‘너꺼 그대로의 삶‘ 응원합니다.
인간은 뭘해도 불안한 존재여~~~ ㅎㅎ

공쟝쟝 2022-01-02 13:08   좋아요 1 | URL
그르게요 내가 내꺼가 되길 왜 이렇게까지 어려워했었는지. 과거의 나여, 진짜 아디오스.
뭘 ‘해도‘ 불안하다니요, ‘아무것도 안하면‘ 불안한게 제일 큰 데... .
뭔가를 해도 아무것도 안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 그래서 뭐라도 하느라 나를 괴롭힐 때..으응.
암튼 올해는 푹 쉬면서 시작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자냥!

다락방 2021-12-31 14:15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고백하자면 저는 일단 [나는 불안과 함께 살아간다] 역시 사두고 안읽었어요. 저는 제 불안을 알고 제 불안이 힘들어요. 저의 여러가지 강박은 그 불안으로부터 나왔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그 불안을 버리고 싶고 떼어내고 싶은데 버리거나 떼어내는 건 안되더라고요. 그것들이 저를 구성하는 한 부분이고 지금의 저를 만든것에 분명 영향을 미쳤기 때문에. 그렇다면 저는 제 안의 어떤 불안들이 거기있는 것을 알고 함께 살아가야 하는거구나, 라는 생각을 했고 그래서 함께 살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또 고민해봐야 되는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얘가 또 왔구나 하면서 그걸 다스리는 방법 같은 것을 제 스스로 배워 나가려는 거죠. 여하튼 우리처럼 책 좋아하는 사람들은 뭐든 책에서 답을 찾으려고 하기 땜시롱, 뭔가 ‘답을 찾자!‘ 하면 책을 찾게 되는 것 같아요. 아직 안읽었다는 건 큰, 아주 큰 함정입니다.. ㅎㅎ

저한테서 뭔가를 배울 수 있다고 말해줘서 고마워요. 그건 내게 배울점이 많아서일 수도 있겠지만(응?), 그걸 보고 인지하고 습득하는 건 온전히 쟝님의 몫인거죠. 쟝님의 능력입니다. 어떤 사건으로부터 혹은 어떤 사람으로부터 뭔가를 배울 수 있다는 것은, 그걸 배우는 사람의 능력이에요. 그러니 쟝님의 능력에 대해서 자부심을 갖도록 해요.

쟝님이 복된 새해 맞으시길 에미 로트너가 아닌 다락방이 빌어 드립니다.


(아니, 새벽 세시에서 저거 가져오다니 진짜 이뻐죽겠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청아 2021-12-31 18:26   좋아요 2 | URL
‘댓글의 퀄리티란 이런것이다‘를 보여주시는 다락방님♡

공쟝쟝 2022-01-02 13:12   좋아요 3 | URL
불안을 어떻게 다뤄보려고 하는 지, 우리 둘이 고른 책이 너무 달라서 너무 웃겼어요.
저는 제 불안을 마주보기 싫어해서 잊어버리려고 술을 마셨거든요. (아 담배도 피우고요... 아.. 뭐 이것저것 많이했네요..) 걔가 오는 느낌만 들어도 뭔가 다른 걸로 분주해서 안 만나려고 도망 다녔는 데, 아무것도 안하는 시간 특히 잠 들려고 할 때, 찾아오면 그 때부턴 진짜 힘들더라고요. ( 왜 때문에 그래서 술을 마셔 버리거나 맨날 피곤에 절어야만 했다...)
그래요 그래봅시다, 다락방님 책 처럼. 함께 지내봅시다. 그래서 전 좀 알아야겠습니다. 불안이 뭔지.
내 방식대로. 불안을 다루는 책들을 담는다 막 퍼 담는다 !

라파엘 2021-12-31 15:01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저의 책장에 ˝불안˝을 다룬 책으로는 폴 틸리히의 <존재의 용기>가 꽂혀 있습니다!! 쉬운 책은 아니지만, 고전이라고 할 수 있을만큼 정말 훌륭하게 쓰여진 책이에요 ㅎㅎ 아무튼, 다른 누구의 삶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 계신 공쟝쟝님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복된 새해 맞이하시길 바라요~ ^^

공쟝쟝 2022-01-02 13:14   좋아요 2 | URL
라파엘님이 추천해주신 책, 읽어보고 싶어집니다. 저는 쉬운책도 좋아하지만 쉽게 쓴 책보다는 어렵게 쓴 책을 읽는 재미도 요즘 느끼고 있거든요. 그런 책들 제가 아니면 누가 읽어주겠습니까? 하는 독자로서의 자부심도 생겨나고 있구요. 꼭 꼭 리스트에 담아두었다가 어느날 불안을 좀 알았다 싶으면 폴 틸리히의 <존재의 용기> 읽어보겠습니다. 추천 감사해요!

scott 2021-12-31 15:2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장쟝님 불안함 플친들이 날려 줄께요
이런 저런 불안들
서재방에 잔뜩 풀어 버립시다
내년에 알라딘 유툽 스타상으로 쭈욱!!
모두에게 복된 새해!
장쟝님은 이 만큼
╭ ⁀ ⁀ ╮
( ˘▾˘  )
╰ 福마뉘‿ ‿ ╯

공쟝쟝 2022-01-02 13:15   좋아요 1 | URL
움~ 평소에 비해 옹졸한 복의 크기인데요? 저에 대한 작은 복 잘 받고 두배더 드립니다.
올해에도 이모티콘으로 기쁨 주는 북플생활 함께해요~

persona 2021-12-31 17:0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불안에 관심을 둔 적이 없는데 보통의 anxiety를 읽고도 뭔 내용인지 생각 안나고요. 그런데 빅파이브 성격테스트에서 늘 신경증적 경향성이랑 불안이 진짜 개 높게 나와요. 그런데 이걸 다루거나 친해지거나 이용할 생각은 한번도 안 해본 거 같아요. 불안에 대한 책들이 정말 많겠다 싶어요. 그러고 보니 불안에 대한 책을 저도 읽어놓고 그걸 불안이라고 읽지 않은 걸 수도 있겠습니다그려(?).
올해 프리랜서로 독립하셨던 거 몹시 축하드리고요. 회사에 속하지 않고도 경제적인 여건을 해소 할 수 있는 기술과 능력을 가지신 것도 매우 부럽고 되게 멋진 거 같고 그래요. 능력자니까 너무 불안해하지 마세요. 잘 하고 계시니깐요. ㅎㅎㅎ
기념일(?) 잘 안 챙기는데 댓글 들 보니 해야 할 거 같군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공쟝쟝 2022-01-02 13:20   좋아요 3 | URL
빅파이브 테스트 라는 것도 있나요? 그거 뭐여ㅎㅎㅎㅎ (각종 테스트에 진심인 편)
알랭드 보통의 불안은 아주 오래전에 저도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읽었다는 기억만 나는 걸로 봐서는 다시 읽어야할지도...?)
축하 감사해요. 저는 사실 고통을 피하기보다는 버티는 쪽입니다. 몸이 녹아날 때 까지요? 잘 버티고 버텨서 얻게된 기술로 다른 도전을 해보는 건 용기였어요. 어떤 의미로는 그런 용기를 낼 수 밖에 없는 방향으로 저를 몰아 세운 것 같기도하고요. 잘하고 있다는 말 저한테 자주 해주려고 노력합니다. 이렇게 남들 입을 통해서 듣는 것도 너무 좋다는 거 처음 알아가고 있어요.
새 친구 손아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어요.

persona 2022-01-02 13:35   좋아요 2 | URL
성격테스트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하던 연구인데 학술대회에 거의 같은 해에 등장해서 아 이게 대세고 빈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전 세계적으로 성격에 공통분모는 있었구나! 하게 된 성격 테스트입니다.
엠비티아이는 빅파이브랑 측정하는 축이 다르죠. 측정하고자 하는 바를 측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난받고 있고 저처럼 자꾸 왔다갔다하는 사람이 생기고 있죠. 이건 성격을 측정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성격의 정의 자체가 개인의 불변하는 고유한 속성인데 변하면 안되거든요. 일시적인 감정상태, 습관, 취향, 행동은 변화하지만요.
그러나 한국에 샘플이 많아지면서 신뢰도가 생겨서 아주 못 믿을 그런 테스트는 아니고 그래서 연구해보는 사람들도 있기는 하죠.
빅파이브는 정확하지만 엠비티아이만큼 재미있지는 않아요. bigfive-test.com 이나 서울대랑 같이 한 카카오같이가치에도 테스트 해볼 수 있습니다. 서울대 행복연구센터 센터장님이 최인철 교수님이세요.
파이팅, 파이팅입니다!

에로이카 2021-12-31 19:0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불안을 동력의 근원으로 볼 것인지, 내 안의 까칠한 동거자로 볼 것인지... 흥미롭네요.
대단하세요. 나는 나 자신을 또는 내 속을 그렇게 치밀하게 보려고 하지 않거든요. 힘든데 힘든 나를 보면 더 힘들잖아요...
이 정서적 소진 속에서도 스스로를 성찰하고 기록하다니...

단독자 공쟝쟝님,
스스로 계속 증명하고 있듯, 또 인정받고 있듯, 알라딘이라는 그리 크지 않은 세상에서 쓰임(utility)이라는 측면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의 존재십니다. (네, 맞습니다. 여기는 공쟝쟝님께 좁습니다. ^^)
알라딘 경영상에서뿐만 아니라(ㅋㅋ), 서재 이웃들의 감정과 정서상의 프라이드를 느끼게 해주시는 귀한 존재십니다.
기쁨을 주는 존재시고, 내가 인정하고, 나를 인정하는 존재세요.
고로, 알라딘에게, 서재이웃들에게, 그리고 제게 필요합니다.

나의 훌륭한 철학친구님, 몇 시간 안 남은 한 해 잘 보내시기를...
내일은 내년의 해가 뜹니다. ^^

공쟝쟝 2022-01-02 13:28   좋아요 2 | URL
작년에 새롭게 사귄 저의 철학 친구님!(세상에,.. 철학 친구가 생기다니.. 이건 또 다시 자기애가 차오르는 거다. 엣헴, 여러분 저 철학친구 있는 사람입니다) 저를 필요하다고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저두 에로이카님의 진지댓글(?) 필요해졌어요..ㅋㅋㅋ
푹 쉬면서 작년 잘 떠나보냈습니다. 오늘은 올해 첫눈과 함께 해가 떴네요. 좋습니다. 주말 잘 쉬세요~

초란공 2021-12-31 20:5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앗! 저는 알라딘 구매함을 검색해보니 알랭드보통의 <불안>과 페소아의 <불안의 책>을 각각 두 권씩 샀다고 나오네요 ㅋㅋ 다들 어디로 숨었을까...알라딘은 왜 저에게 책이 이미 있다고 경고를 하지 않았을까요. 그러고 보니 또 똑같은 책이 많이 나올 것 같아 불안합니다.

그레이스 2021-12-31 21:24   좋아요 2 | URL
ㅎㅎ

공쟝쟝 2022-01-02 13:30   좋아요 3 | URL
그 불안이야 말로 알라디너 모두가 가지고 있는 불안이지 않겠습니까? ㅋㅋㅋㅋㅋㅋㅋ
있는 책 또 살까봐, 산 책 책더미 속에서 발굴하지 못할까봐? ㅋㅋㅋ
하지만 저의 경우 좀 어플로 정리하는 편입니다..(두권 산 적 없음).... 그러므로 초란공님을 뒤메질러로 임명합니다.

감은빛 2021-12-31 21:5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불안을 다룬 책은 한 권도 없어요. 고독을 다룬 책은 셀 수도 없이 많아요. 살면서 불안해 한 적이 없지는 않겠지만, 가끔은 있었던 같지만, 그런 기억은 금방 잊혀지는 것 같아요. 불안했다가도 성공했으면 그 성공 덕분에 불안의 기억은 잊었을테고, 성공하지 못 했더라도 불안의 기억보다는 실패의 순간이 더 기억에 남을 테니까요.

안정적인 급여를 벗어난 삶을 선택하신 공쟝쟝님의 용기와 미래에 박수를 보냅니다! 멋져요!

공쟝쟝 2022-01-02 13:34   좋아요 2 | URL
감은빛님이 불안을 다룬 책이 없다는 것이 매우 놀랍습니다. 그런데 정말 재밌는 사실은 살면서 저는 고독해본 적이 별로 없답니다!!! 사람들은 외롭다고 많이 느끼잖아요, 저는 별로 느끼지 못했어요... 외로운게 뭐야? 뭐얌?!.. 이런 사람.. 저는 저 아닌 것들까지 껴안으려고 항상 삶이 무거웠던 타입인지라... 요즘은 가까스로 복닥복닥한 관계들 속에서 빠져나와 적극적으로 고독과 외로움을 섭취하는 중입니다. 그런데 이건 고독을 흉내내는 거지 궁극적으로는 고독이 아닐 수도 있겠네요 (생각 중) 그래서 감은빛님이 불안하지 않다는 댓글이 너무 이상합니다. 감은빛님도 저를 이상할거라고 생각하실것 같네요... ㅋㅋ

굿. 멋지게 살아보겠습니다. 내 인생 이니까요.

독서괭 2021-12-31 23:3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전 알랭드보통의 불안은 읽었고. 불안의서는 갖고만 있네요.ㅎㅎ 올해 불안한사람들도 읽었습니다.
전 불안이 높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쟝쟝님처럼 회사 그만 두고 프리로 일하게 되면 엄청 불안할 것 같아요!
처음으로 내 인생을 온전히 살고 있어서 열심히 사는 거라고 하시니 걱정은 접어두겠습니다 ㅋㅋ 근데 번아웃 오고 있잖아요..? 걱정 할 만 하네..

공쟝쟝 2022-01-02 13:40   좋아요 2 | URL
네... 코로나였기도했고, 한 6개월 쉬었더니 일하는 방법 아예 까먹은 것 같기도 하고 그랬던가봐요.
번아웃... 제 그릇 크기 생각 안하고 무작정 덤빈게 좀 있어가지고.. 이 참에 크게 배운거죠. 뭐. 놀고 있을 때 했어야 했는 데...
제일 바쁠 때 가좌~가즈아~에 편승해서 갑자기 오? 가_____즈__와______앗!!!!!!!!!.. 이 부른 대참사... 너무 붕붕뜨면 안됌!! (절레절레...) ㅋㅋㅋㅋㅋㅋㅋㅋ
걱정해주셔서 고마워요ㅋㅋㅋㅋ 괭님~ 인제 무리 안할꺼야. 1월은 자중하자.

러블리땡 2022-01-01 03:4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공쟝쟝님의 멋진 북라이프를 응원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구 행복한 2022년 되길 바랍니다😀🙂😁

공쟝쟝 2022-01-02 13:40   좋아요 2 | URL
러블리땡님의 응원을 받아, 투데이도 북투데이네요~ 행복 받고 행복 +1 더해서 돌려드립니다. 행복한 2022년 되셔요!

그레이스 2022-01-02 16:3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어제 댓글달다 말았네요
제가갖고있는 책은 키에르케고르의 <불안의개념/죽음에 이르는> 병 입니다.
알랭드보통의 <불안>도 있지만 결이 다르고 가볍죠.^^

공쟝쟝 2022-01-03 12:24   좋아요 1 | URL
헉! 뭔가 심오하다. 담아두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