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제국 도코노 이야기 1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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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간 온다 리쿠가 지은 몇 권의 책을 읽으며 이제는 조금 온다 리쿠에 대해 파악을 했다고 생각했다. 뭔가 아련한 추억을 건들고, 평범한 상황 속에서 다소 기묘한 상황을 만들어내는 온다 리쿠의 작품들. 하지만 이 책을 처음으로 시작되는 도코노 시리즈는 기존의 미스터리와는 다르게 다소 판타지적 요소가 숨어있는 듯 했다. 그러면서도 온다 리쿠 특유의 분위기는 여전히 풍기고 있어 전체적으로 아련한 느낌이 들었다.

  이 책의 주인공들은 도코노 일족이다. 도코노 일족은 '여러가지 특이한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지극히 온후하고 예절을 중시하는 일족'으로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는다든지, 멀리 떨어진 곳에서 일어나는 일을 알아맞힌다든지하는 일'을 했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이 점점 그런 능력을 잃게되면서 이단시'되어 현재는 간신히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정도가 되었다. 자신의 정체를 숨긴 채 이 사회에서 살아가는 그들. 이 책 속에는 그렇게 제각각의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는 도코노 일족의 10가지 이야기가 등장한다. 

  그렇게 두껍지 않은 책에 10개나 되는 이야기가 들어있다보니 사실 각각의 이야기만으로는 뭔가 아쉬운 느낌이 들었다. 마치 물건을 서랍에 넣듯이 고전을 자신에게 넣는 능력을 가진 사람, 멀리 있는 곳의 일을 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 미래를 예지하는 사람, 오랜 기간 동안 선생님으로 살아가고 있는 사람 등 다양한 경우가 등장한다. 하지만 그들은 쫓기고 있고, 세상으로부터 이유없이 제거된다. 마치 잡초를 제거하듯이 하나씩 하나씩 그들은 제거된다. 하지만 언젠가 그 곳으로 돌아가기 위해 그들은 오늘도 충실히 살아가고 있다. 

  우리와는 다른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들키지 않고 우리와 동시대를 살아간다는 설정은 사실 그렇게 낯설지 않다. 이미 기존에 영화와 소설의 소재로 많이 사용되어 왔기 때문인지 크게 신기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하지만 이 책이 그나마 재미있었던 것은 그들의 능력에 대해 정확하게 제시해주는 게 아니라 약간은 뜬금없는 단어로 설명해놓고 있기 때문이다. '서랍' 이라던지, '뒤집는다'와 같은 단어들은 먼가 알 듯 말 듯한 느낌이 들어 오히려 더 묘한 분위기를 만든 것 같다. 

  도코노 일족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얼마 전 나온 <민들레 공책>과 <엔드게임>에서 그들의 이야기는 계속된다. 앞으로 과연 그들이 어떤 일들을 겪어갈지, 그리고 그들이 그동안 어떤 일들을 겪어왔는지 궁금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역시 이 책만으로는 완성된 재미를 크게 느끼지 못했다. 도코노 시리즈의 첫 작품으로의 의미는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기대가 커서 그런지 실망도 컸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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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넷 2007-08-04 2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 그저 그런 이야기 였죠.;;; 그렇게 나쁘지도 않고, 부담없이 심심풀이로 읽을 수도 있는 수준.

이매지 2007-08-04 23:31   좋아요 0 | URL
뭐 너무 잔잔한 느낌이라 강한 인상이 남지 않네요.
그나마 <오셀로게임>정도가 재미있어서 <엔드게임>이 땡기더군요.

정의 2007-08-05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온다 리쿠 입문했을 때, <네버랜드>와 <빛의 제국>으로 먼저 만났거든요. 둘이 성격이 정반대고, 제 경운 학원 미스터리물이 더 좋아 <네버랜드>를 더 좋아했어요. <빛의 제국>은 약간 프롤로그 느낌이 강해서 별로였지요. 연작 시리즈라고 해서 인물 정리까지만 했었는데, 온다 리쿠의 작품을 만나면 만날수록 <빛의 제국>이 가장 기억에 남더라구요. 이상한 일이지만요. 저도 '오셀로 게임'과 '잡초 뽑기'를 가장 재밌게 봤어요. 약간 히어로틱한 느낌도 들고. 그래서 이번에 <엔드 게임>을 읽어 보려구요^^ 이 책을 처음 봤을 때, 저와 같은 감상이라서 이렇게 글을 남겨요. 주말에도 즐거운 책 읽기 하세요^^

이매지 2007-08-05 13:22   좋아요 0 | URL
저도 학원 미스터리물 쪽에 더 끌려요. 아무래도 처음에 읽은 작품이 <밤의 피크닉>이라서 그럴지도 모르겠어요. 다른 분들 평을 읽어보니 다들 재미있게 보신 것 같아서 왠지 이런 평 올리면서 머쓱했는데 생각보다 별로였다는 분들도 계셔서 다행입니다 :)

정의 2007-08-05 1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온다 리쿠가 첫인상이 강한 작가라서 모든 분들이 그녀와 처음 만난 책을 가장 재밌다고 뽑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사람마다 다 감상이 다른데 머쓱하실 필요 뭐 있어요^^ 이매지님 서평을 보면 가끔 저랑 비슷한 느낌을 가지신 게 많아서 신기했어요^^

이매지 2007-08-05 23:45   좋아요 0 | URL
글쎄 남들은 다 좋았다는데 나만 시큰둥하면 왠지 그래요 ㅎㅎ
내가 제대로 못 읽은건가하는 생각도 들고. ㅎ
정의님께서 저와 비슷한 느낌을 받은 적이 많다고 하니
앞으로 정의님의 리뷰도 관심있게 봐야겠네요 :)
 
1파운드의 슬픔
이시다 이라 지음, 정유리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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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에도 제법 많은 작품이 출판되었지만, 이시다 이라의 작품이라고는 <이케부쿠로 웨스트 게이트 파크>만 접했을 정도로 아직 그는 내게 낯선 작가다. 이전에 읽은 <이케부쿠로->에서도 그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생활을 재미있게 보여주고 있어서 인상적이었는데, 이 책은 그 책과는 달리 말랑말랑한 연애소설이라 과연 같은 작가의 책인가하고 놀랐다. 물론 연애를 소재로 삼은 여느 일본소설처럼 가벼운 느낌이 들긴 했지만, 그래도 이시다 이라만의 감각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이 책은 총 10개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작가는 남자지만 이야기의 주인공은 거의 30대의 여성이다. 남성 작가가 묘사하는 여성은 때론 묘하게 현실감이 떨어지는데 인터뷰를 통해 이야기를 써내려갔기 때문인지 이 책 속의 여성들은 생생하게 살아 숨쉬는 느낌이 들었다.  전체적으로는 소박하면서도 일상적인 내용이라 크게 부담없이 읽어갈 수 있었는데, 유독 표제작인 '1파운드의 슬픔'은 서정적인 제목과는 달리 꽤 열정적인 내용이라 행여나 누가 내 책을 엿보지 않을까하고 잔뜩 긴장해서 방어자세를 취하고 읽어갔다. 

  이 책 속의 여성들의 사랑은 결코 '운명적'이지 않다. 그보다는 오히려 등잔 밑이 어둡다고 할 정도로 그동안 생활에 녹아들어 미처 깨닫지 못했던 사랑을 발견하는 쪽에 가깝다. 안면만 있던 사이지만 공통의 취미(책을 좋아한다)라는 매개체로 묶여지기도 하고, 갑자기 목소리를 잃었을 때 별로라고 생각했던 직장 동료의 의외의 면을 발견하게 되며 사랑의 시작을 예감하기도 한다. 또, 결혼은 생각하지 않고 각자의 물건에 이니셜을 새겨넣는 동거인 사이에 고양이라는 공통 소유의 생명체가 끼어듬에 따라 내 것 니 것을 표시하던 사이에 변화가 생기기도 한다. 이렇듯 이 책 속에 있는 이야기들은 소설이긴 하지만 사실 우리 일상에서도 '혹시나...'라는 생각을 품게끔 만드는 상황들이다. 오랜 시간 기다려온 내 반쪽이 오늘 스치듯 길에서 만난 사람일 수도 있고, 우연히 물건을 사러 간 매장의 직원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면 오히려 아직 내 반쪽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외로워하기보다는 누가 과연 내 반쪽인지 찾아가는 재미가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 

  이 책의 제목만 봐서는 엄청 슬픈 이야기가 담겨있을 것 같지만, 이 책은 소위 최루성 멜로와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사랑이 시작될 때의 설렘이 가득 녹아있다. 외로움, 슬픔. 이런 것들은 이 책에서는 어디까지나 사랑을 만나기 전 잠깐 느끼는 괴로움일 뿐이다. 어디까지나 이 책의 주역은 찬란히 빛나는 사랑이다. 사랑, 사랑. 그 모습은 제각각 다를 지라도 이 책은 결국 사랑이라는 프리즘을 통과한 10개의 이야기인 것이다. 가벼우면서도 센스가 있어 지루하지 않게 읽어갈 수 있었다. 지금 사랑을 한참 하고 있다면, 이제 갓 사랑을 시작했다면, 그리고 언제쯤 내 반쪽이 나타날까하고 안달하고 있다면 한 번쯤 읽어보며 이 핑크빛 이야기를 즐겨보는 것도 괜찮을 듯 싶다. <이케부쿠로->와는 다른 분위기때문에 과연 이 작가의 다른 작품은 어떨까 궁금증이 들었다. 책장을 덮으며 <4teen>과 <LAST>와 같은 이시다 이라의 다른 작품들도 한 번 접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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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 2007-07-31 1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LAST는 이 책과 반대의 분위기라고 보시면 될 거에요.
이 책처럼 우리 일상에서도 혹시나 라는 생각을 품게 하긴 하지만...
사랑이 시작될 때의 설렘이라기보다는 인생이 무너져 갈때의 아슬함이랄까 그런게 묻어나는 책이죠..

그리고 4teen은 제가 최고의 일본소설로 꼽는 작품중에 하나에요 -ㅁ-///
[뭐 워낙 저조한 독서량이긴 하지만 =_=...;;]

암튼 이시다이라의 책 중 가장 원츄하는 책 =ㅁ=/////

이매지 2007-07-31 2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음. 4teen이 추천이라 이거죠?
언제 봐야할텐데 이거 언제 보려나 ㅠ_ㅠ
자꾸 볼 책만 쌓여가는군요 ㅎㅎ
 
종말의 바보
이사카 고타로 지음, 윤덕주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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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사카 코타로의 다른 작품들을 재미있게 읽어왔기 때문인지 이 책도 나름 기대를 안고 읽어갔다. 만약 3년 뒤 종말이 찾아온다면 어떻게 살아갈까에 대한 부분을 힐즈 타운이라는 한 건물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통해 살펴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사카 코타로의 다른 작품들에 비해서는 비교적 밋밋한 느낌이 들어 조금은 아쉬움이 남았다. 

  어느 날, TV에서는 소행성이 날아와 8년 후 지구에 부딪힌다는 소식이 계속 방영된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였던 사람들도 계속되는 소식에 혼란스러움과 절망감에 휩싸여 폭동이 일어난다. 자신이 살기 위해서 남의 것을 빼앗고 필요하다면 서슴없이 살인도 행하는 사람들. 그리고 절망감에 자살을 택한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휩쓸고 간 뒤, 종말이 3년 남은 지금은 일종의 소강상태가 되어 모처럼 평화로운 나날들이 이어진다. 힐즈 타운에 살아가는 사람들도 이제는 종말을 받아들이면서 자신만의 삶을 살아간다. 동면하듯이 아버지의 서재에 있는 몇 천권이나 되는 책을 읽으며 세월을 보낸 소녀도 있고, 마음이 맞는 사람들끼리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기도 하고, 몇 년 전 죽은 동생에 대한 복수를 하러 유명 기자의 집에 쳐들어간 형제도 있다. 제각각의 이야기처럼 이어지지만 한 지붕 밑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스치듯이 이전에 본 에피소드의 인물들에 대한 뒷이야기를 볼 수 있었다. 

  이미 한차례 광기가 휩쓸고 간 덕분인지, 종말을 3년 앞둔 상황은 평화롭기만하다. 부나 명예와 같은 인간의 욕망을 사라진지 오래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남은 여생을 최대한 즐기는 것. 어쩌면 그것이 종말을 받아들이는 가장 현명한 자세가 아닐까 싶다. 내일 지구가 멸망할 지라도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까지는 아니어도,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고 해도 오늘에 최선을 다하겠다라는 마음가짐이라면 종말도 그리 나쁘지 않은 선택이 아닐까. 어차피 모두가 사라져버리는 것이니까. 

  군데군데 키득거린 부분은 있었지만 '이거 참 재기발랄한데'라고 생각할만큼 신선한 부분이 줄어든 것 같아 아쉬웠다. 작가 스스로도 이번에는 가볍게 이야기를 써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뭐 물론 다른 작가의 소설에 비하면 나쁘지 않다라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그래도 이사카 코타로인데'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평작이라고 밖에 할 말이 없을 듯. 지구 종말을 소재로 한 <아마게돈>과 같은 영화처럼 결국 소행성을 막아내는 영웅은 없지만, 지구 안에서 평범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과연 나라면 지구 종말이 카운트다운에 들어간다면 어떻게 살아갈까라고 생각해볼 수 있었다. 뭐 지금같아서는 도서관 같은 데다가 자리 잡고 주구장창 책만 읽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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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포리스트 카터 지음, 조경숙 옮김 / 아름드리미디어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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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 4년 전쯤에 읽었던 책인데 자세한 에피소드들은 기억나지 않았지만 그 정겨운 느낌만은 남아있었다. 다시 한 번 읽어야지, 읽어야지 미루다가 결국 4년이 지난 이제서야 읽게 된 책. 어쩌면 지난 학기에 미국학 수업을 들으며 인디언에 관한 수업을 받았던지라 이 책에 다시금 관심이 갔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수업 시간에 본 자료 중에 인디언들이 인디언 보호구역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찍은 방송프로가 있었는데 안타까운 마음으로 바라봤던 기억이 든다. 눈물의 행렬이라고 불렸던 인디언 대 이동. 자신이 살던 고향을 떠나 새로운 곳에 정착하게 된 사람들, 그리고 자신의 힘으로는 제대로 생활할 수 없게 된 사람들. 자연과 함께하는 생활 방식에 익숙했던 사람들에게 인디언 보호구역은 말이 '보호'지 사실상 창살없는 감옥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보며 그들의 생활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었다. 

  부모님의 죽음으로 혼자 남겨진 아이(작은나무). 아이를 누가 데려갈 것인가를 두고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아이는 할아버지의 다리를 잡고 놓아주지 않는다. 아무 말없이 아이를 받아들인 할아버지. 아이는 그 때부터 체로키 인디언인 할아버지와 할머니 밑에서 자연을 통해 삶의 지혜를 배우며 자라나기 시작한다. 할아버지는 비록 글자를 읽지는 못하지만 뛰어난 통찰력으로 작은 나무에게 이런 저런 방식으로 가르침을 주고, 할머니는 아이에게 사전을 외우게 한다거나 책을 읽어주는 식으로 지식을 전달해준다. 나름대로의 교육을 통해 또래의 아이들보다 책임감을 가지며 자란 작은 나무. 하지만 세상이 그들을 보는 눈은 그리 곱지만은 않았다.

  문명이라는 이름 하에 인디언의 생활방식을 무시하고, 그것을 없애야할 것으로 치부해버리는 사람들. 자연과 함께 조화롭게 살아가는 인디언의 생활 방식을 그저 게으르다, 열등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씁쓸함을 안겨준다. 자신에게 필요한 만큼만 자연에서 취하고, 서로를 이해하며 살아가는 인디언들이 돈만 밝히고 욕심만 많은 속세의 사람들보다 더 정신적으로는 풍부한 삶을 살고 있음에도 사람들은 그것을 자신과 다르다는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오히려 사생아라고 작은 나무를 손가락질하고 비웃고, 인디언에다 사생아인 작은 나무는 무식해서 결국 소년원에 들어갈 운명이라고 섣불리 판단한다.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따뜻한 마음, 그리고 경험을 통해 직접 작은 나무가 깨닫게 하는 방식에 반해, 고아원의 목사의 채찍질은 매섭기만 할 뿐 반성의 기회조차 남겨주지 않는다. 아직 문명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 야만적인 것일까 아니면 문명이라는 가면을 쓴 채 야만적인 행동을 일삼는 것이 더 야만적인 것일까? 이 책은 문명인이라 자부하며 자신의 생활방식을 고수해온 사람들에게 일침을 가해준다. 

  하지만 이 책은 직접적으로 비난의 화살을 독자에게 돌리지 않고 순수함을 간직한 소년을 통해 때로는 웃음을 주고, 때로는 감동을 주면서 독자 스스로 자신의 무지를 깨닫게 만들어준다. 중반 이후까지 다소 소박한 에피소드들로 진행되지만 오히려 그 소박함이 인간미를 찾을 수 없는 현대를 살아가는 내게 더 소중한 것으로 남았다. 따뜻함, 그리고 타인에 대한 배려를 일깨울 수 있는 책이 아닐까 싶다.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통해 한 번쯤은 자신의 삶의 방식에 대해 뒤돌아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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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넷 2007-07-08 2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어야지 결심한지가 몇년이 지났는데 아직 안 읽고 있네요. ^^;;;
시험은 잘 치셨어요?

이매지 2007-07-08 20:59   좋아요 0 | URL
시험은 다른 과목은 난이도를 알 수 없고,
국어는 맞춤법 문제가 제법 많이 나와서 할만했고,
영어는 뭐 늘 어렵고 그랬어요.
이제 열심히 해야죠 :)
본격적으로 하기 전에 서류는 몇 군데 찔러보고 ^^;

홍수맘 2007-07-09 1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책 저도 너무나 생각을 많이 하게 했던 책으로 기억되요.
방학 잘 지내시죠?

이매지 2007-07-09 13:39   좋아요 0 | URL
나중에 홍수가 크면 아이들에게 읽혀도 좋은 것 같았어요 :)
방학은 아직 성적이 다 나오지 않은 관계로 찝찝하게 보내고 있어요.
낼 모레 전에는 나오겠죠 ㅠ_ㅠ

비로그인 2007-07-09 15: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뭐냐 끼적거리기만 한 거라도 레비스트로스의 [슬픈 열대] 등을 보면, 과연 서양의 시점에서 이건 문명이고 저건 야만이라고 말할 수 있는 거냐..를 충격적으로 되집어 보고있더라구요. 저도 사실 서양적 시점에 물들고 있던 터라...생각외로 문화인류학이 인간역사에 있어 중요한 획을 그은거라는 것에 전 깜딱 놀랐어요. 하지만 가끔은 서양인들에 비해 보다 도, 명상 등의 개념에 가까운터라 광고문구보단 크게 감동적이진 않지만, 가끔씩 읽으면서 속도를 줄여가기엔 좋은 책 같아요 ^^

이매지 2007-07-09 2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고보니 슬픈 열대는 보다가 반납기한에 쫓겨 끝까지 못 읽었던.
빨리빨리 살아가는 게 능사가 아니죠 :)

나란히 2007-09-03 0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있는 책입니다...

이매지 2007-09-04 0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제 읽어도 좋은 책인것 같아요 :)
 
러시 라이프
이사카 고타로 지음, 양억관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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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사카 코타로의 최근작들을 먼저 접한 뒤에 이 책을 만나게 되서 그런지 책 속의 이야기들만 즐길 수 있는 게 아니라 이전에 읽었던 책들의 내용도 다시 한 번 즐길 수 있었다. 특히 최근 읽은 <피쉬스토리>에서 만난 빈집털이범 구로사와가 이번에는 꽤 많이 등장하고 있고, 동물원의 엔진이라고 불리는 남자의 이야기도얼핏 스치고 지나가서 반가움을 더해줬다. 

  에셔의 그림을 표지로 삼고 있는 이 책의 이야기는 표지에 어울리게 여러가지 이야기가 아무 상관이 없어보이면서 묘하게 연결되어 움직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같은 공간을 살아가지만 크게 연관은 없어보이는 5명의 인물들. 그들이 겪는 이야기가 교차로 등장하고 있지만, 결국엔 이 이야기를 하나의 이야기로 묶어서 살펴볼 수 있게 하는 구조라 재미있었다. 자칫 산만해질 수 있는 구성을 잘 이끌어간 듯한 느낌. 각 캐릭터들도 밋밋하지 않아서 더 즐기며 읽을 수 있었다. 아. 그리고 각 챕터마다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그림을 실어놓아 헷갈리지 않고 읽어갈 수 있게 배려한 점도 마음에 들었다. 작은 부분이지만 이렇게 구분이 되면 확실히 이해하기 쉬운 듯. 

  구로사와는 빈집털이범이지만 자신만의 원칙을 가지고 미학을 담아 작업을 하는 묘한 인물. 가와라자키는 아버지의 자살 이후 방황하다가 우연히 한 남자를 만나게 된다. 유명한 사건을 해결한 그 남자를 추종하는 세력들이 커져가고 가와라자키도 그 사람들 가운데 한 명이 된다. 일종의 신흥종교집단이라 할 수 있는 그 곳에서 가와라자키는 간부로부터 신을 해체하는데 스케치를 해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한편, 정신과 의사인 교코는 축구선수인 애인과 함께 살기 위해 각자의 배우자를 살해하기로 계획하고 실행에 옮기려 한다. 오랫동안 다니던 직장에서 원치 않은 퇴직을 하고 재취업에 도전중인 도요타. 하지만 재취업의 벽은 높기만 하고 40번째 탈락을 경험한다. 좌절하고 있던 도요타 앞에 나타난 늙은 개 한마리. 그 개를 만나면서 도요타의 인생은 바뀌기 시작하는데... 그리고 마지막. 엄청난 부를 가지고 있고, 돈으로 무엇이든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도다까지. 전혀 상관이 없어보이는 이 인물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결국 뱅글뱅글 돌아가는 이야기를 만나게 되고 짜릿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 

  제법 두께감이 있는 책이었지만 지루함없이 읽어갈 수 있었다. 무거울 수도 있는 소재를 가벼운 터치로 그려내는 이사카 코타로의 방식에 다시 한 번 감탄을. 더불어 그가 만들어낸 캐릭터들에 대해 박수를. 어떤 소설이던 캐릭터가 살아숨쉬는 소설을 읽는 것은 언제나 즐거운 일이니까. 에셔의 그림처럼 어디가 출발점이고 어디가 종착점인지 알 수 없는 것. 그것이 어쩌면 우리의 인생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삶이 힘들어 더이상 반항하고픈 마음도 들지 않을 때, 조용히 조용히 이 한마디를 되뇌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돌고 도는 인생 어쨌든 It's all 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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