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포리스트 카터 지음, 조경숙 옮김 / 아름드리미디어 / 2003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약 4년 전쯤에 읽었던 책인데 자세한 에피소드들은 기억나지 않았지만 그 정겨운 느낌만은 남아있었다. 다시 한 번 읽어야지, 읽어야지 미루다가 결국 4년이 지난 이제서야 읽게 된 책. 어쩌면 지난 학기에 미국학 수업을 들으며 인디언에 관한 수업을 받았던지라 이 책에 다시금 관심이 갔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수업 시간에 본 자료 중에 인디언들이 인디언 보호구역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찍은 방송프로가 있었는데 안타까운 마음으로 바라봤던 기억이 든다. 눈물의 행렬이라고 불렸던 인디언 대 이동. 자신이 살던 고향을 떠나 새로운 곳에 정착하게 된 사람들, 그리고 자신의 힘으로는 제대로 생활할 수 없게 된 사람들. 자연과 함께하는 생활 방식에 익숙했던 사람들에게 인디언 보호구역은 말이 '보호'지 사실상 창살없는 감옥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보며 그들의 생활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었다. 

  부모님의 죽음으로 혼자 남겨진 아이(작은나무). 아이를 누가 데려갈 것인가를 두고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아이는 할아버지의 다리를 잡고 놓아주지 않는다. 아무 말없이 아이를 받아들인 할아버지. 아이는 그 때부터 체로키 인디언인 할아버지와 할머니 밑에서 자연을 통해 삶의 지혜를 배우며 자라나기 시작한다. 할아버지는 비록 글자를 읽지는 못하지만 뛰어난 통찰력으로 작은 나무에게 이런 저런 방식으로 가르침을 주고, 할머니는 아이에게 사전을 외우게 한다거나 책을 읽어주는 식으로 지식을 전달해준다. 나름대로의 교육을 통해 또래의 아이들보다 책임감을 가지며 자란 작은 나무. 하지만 세상이 그들을 보는 눈은 그리 곱지만은 않았다.

  문명이라는 이름 하에 인디언의 생활방식을 무시하고, 그것을 없애야할 것으로 치부해버리는 사람들. 자연과 함께 조화롭게 살아가는 인디언의 생활 방식을 그저 게으르다, 열등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씁쓸함을 안겨준다. 자신에게 필요한 만큼만 자연에서 취하고, 서로를 이해하며 살아가는 인디언들이 돈만 밝히고 욕심만 많은 속세의 사람들보다 더 정신적으로는 풍부한 삶을 살고 있음에도 사람들은 그것을 자신과 다르다는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오히려 사생아라고 작은 나무를 손가락질하고 비웃고, 인디언에다 사생아인 작은 나무는 무식해서 결국 소년원에 들어갈 운명이라고 섣불리 판단한다.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따뜻한 마음, 그리고 경험을 통해 직접 작은 나무가 깨닫게 하는 방식에 반해, 고아원의 목사의 채찍질은 매섭기만 할 뿐 반성의 기회조차 남겨주지 않는다. 아직 문명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 야만적인 것일까 아니면 문명이라는 가면을 쓴 채 야만적인 행동을 일삼는 것이 더 야만적인 것일까? 이 책은 문명인이라 자부하며 자신의 생활방식을 고수해온 사람들에게 일침을 가해준다. 

  하지만 이 책은 직접적으로 비난의 화살을 독자에게 돌리지 않고 순수함을 간직한 소년을 통해 때로는 웃음을 주고, 때로는 감동을 주면서 독자 스스로 자신의 무지를 깨닫게 만들어준다. 중반 이후까지 다소 소박한 에피소드들로 진행되지만 오히려 그 소박함이 인간미를 찾을 수 없는 현대를 살아가는 내게 더 소중한 것으로 남았다. 따뜻함, 그리고 타인에 대한 배려를 일깨울 수 있는 책이 아닐까 싶다.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통해 한 번쯤은 자신의 삶의 방식에 대해 뒤돌아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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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넷 2007-07-08 2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어야지 결심한지가 몇년이 지났는데 아직 안 읽고 있네요. ^^;;;
시험은 잘 치셨어요?

이매지 2007-07-08 20:59   좋아요 0 | URL
시험은 다른 과목은 난이도를 알 수 없고,
국어는 맞춤법 문제가 제법 많이 나와서 할만했고,
영어는 뭐 늘 어렵고 그랬어요.
이제 열심히 해야죠 :)
본격적으로 하기 전에 서류는 몇 군데 찔러보고 ^^;

홍수맘 2007-07-09 1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책 저도 너무나 생각을 많이 하게 했던 책으로 기억되요.
방학 잘 지내시죠?

이매지 2007-07-09 13:39   좋아요 0 | URL
나중에 홍수가 크면 아이들에게 읽혀도 좋은 것 같았어요 :)
방학은 아직 성적이 다 나오지 않은 관계로 찝찝하게 보내고 있어요.
낼 모레 전에는 나오겠죠 ㅠ_ㅠ

비로그인 2007-07-09 15: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뭐냐 끼적거리기만 한 거라도 레비스트로스의 [슬픈 열대] 등을 보면, 과연 서양의 시점에서 이건 문명이고 저건 야만이라고 말할 수 있는 거냐..를 충격적으로 되집어 보고있더라구요. 저도 사실 서양적 시점에 물들고 있던 터라...생각외로 문화인류학이 인간역사에 있어 중요한 획을 그은거라는 것에 전 깜딱 놀랐어요. 하지만 가끔은 서양인들에 비해 보다 도, 명상 등의 개념에 가까운터라 광고문구보단 크게 감동적이진 않지만, 가끔씩 읽으면서 속도를 줄여가기엔 좋은 책 같아요 ^^

이매지 2007-07-09 2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고보니 슬픈 열대는 보다가 반납기한에 쫓겨 끝까지 못 읽었던.
빨리빨리 살아가는 게 능사가 아니죠 :)

나란히 2007-09-03 0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있는 책입니다...

이매지 2007-09-04 0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제 읽어도 좋은 책인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