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식당 - 요리사 박찬일의 노포老鋪 기행
박찬일 지음, 노중훈 사진 / 중앙M&B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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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년 전, 교토에 갔을 때 가장 놀랐던 것은 몇 대째 이어가는 가게가 지척이라는 것이었다. 100년 정도 된 식당은 노포라고 하기 민망할 정도로 오래된 가게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물론 가업을 잇는 일에 대해서 한국과 인식이 다르고, 전쟁 등 외부적인 상황 또한 우리와 달랐으니 단순하게 비교할 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전통을 지키는 일에 있어서 우리는 놀라울 정도로 무심하다. 사대문 안에서 옛 자취를 찾는 일은 쉽지 않다. 기껏해야 'ㅇㅇ터' 같은 표지석으로만 남아 있을 뿐 옛 흔적은 사라진 지 오래다. 피맛골만 해도 그렇다. 재개발이라는 허울 좋은 명분하에 그 자체로 문화사적 의미가 있는 피맛골은 부서지고 멋대가리 없이 높게 솟기만 한 고층 빌딩이 그 자리를 채웠다. 그렇게 수많은 전통이 사라졌고, 또 사라져가고 있지만 그 흔적을 기억하고 싶었다. 할 수만 있다면 지키고 싶었다. 그랬기에 <백년식당>으로 박찬일 셰프와 함께 노포 기행을 떠나지 않을 수 없었다.

  글 쓰는 요리사 박찬일의 책은 이번이 두번째인데 전에 읽었던 <어쨌든, 잇태리>와 <노포기행>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아무래도 본인의 체험담 위주의 글쓰기와 취재를 통한 글쓰기라는 태생적인 차이가 있는 듯하다. 하지만 유머러스하면서도 음식에 대한, 사람에 대한 따뜻한 시선만은 여전했다. '맛있어서 오래된 식당' 즉 노포를 찾아 국내 방방곡곡을 찾아나서지만 30년만 되어도 노포 축에 들 정도로 우리나라에 노포는 드물다. <백년식당>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지만 이 책에 실린 노포들은 50년을 너나드는 식당들로 선정되었다.

  <백년식당>에 소개된 노포들은 몇 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는데, 식당뿐 아니라 기업을 운영하는 사람들이라면 한번쯤 생각해봄직한 대목이 아닐까 싶었다. 일단 맛있다. 맛이 없는데 오랫동안 살아남을 식당은 없을 것이다. 즉, 기본에 충실하다는 이야기다. 둘째, 주인이 직접 일한다. 노포의 주인들은 고령에도 새벽같이 일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제 좀 내려놓아도 될 것 같은데도 '한결같은' 맛을 지키기 위해 몇십 년이 지난 지금도 애쓴다. 셋째, 직원들이 오래 일한다. 50년 넘게 근속한 직원이 있을 정도로 노포는 '평생 직장'처럼 직원과 함께 세월을 뚫고 나아간다. 우래옥이나 청진옥처럼 내가 가본 식당이 아니고서야 글만 읽고 그 맛을 상상하기란 쉽지 않았지만, 노포의 활기찬 분위기만큼은, 그리고 그곳을 지켜가는 사람들의 고집에 가까운 의지만큼은 강하게 전해졌다.

  노포에 대한 책이지만, 민중들의 배를 채워준 음식에 대한 이야기도 재미있었다. 육개장이 보신탕의 이미테이션으로 출발했다는 이야기를 시작으로, 원래 저렴했던 갈비가 올림픽 이후 '가든' 열풍과 과소비가 시작되면서 고급 부위로 변모하는 것이나 어묵과 오뎅의 관계 등에 대해 읽어가노라면 우리가 익숙하게 먹던 음식에 어떤 역사가 담겨 있는지 그 미시사를 살펴볼 수 있어 즐거웠다. 국밥의 밥이 단순히 따순 밥을 말아주는 것이 아니라 토렴, 즉 찬밥에 뜨거운 국물을 여러 번 부었다 헹궈내는 과정을 반복하는 것이라고 한다. 이렇게 토렴을 하면 밥알 속까지 따뜻해지면서 국밥의 온도가 먹기 적당하게 변한다고 한다. 온도도 알맞을 뿐만 아니라 밥 알갱이의 씹히는 맛도 살아 있어 맛에도 좋다고 한다.

 

 

 

  책을 읽다가 내내 군침을 삼키다가 결국 오랜만에 청진옥에 들러 따뜻한 해장국 한 그릇을 먹었다. 오랜 세월을 버티며, 단단해진 맛이 그곳에 남아 있었다. "나는 이 집에서 쉬이 다리를 꼬지 않고, 큰 소리로 말하지도 않는다. 역사 앞에서는 다들 공손해져야 하는 법이니까"라는 박찬일의 말처럼, 나 또한 공손히, 그리고 감사히 앞으로도 살아남은 노포에서 역사를 맛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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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15-01-13 15: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우래옥으로 달려갔어요! ㅋ

이매지 2015-01-13 15:24   좋아요 0 | URL
으헝. 우래옥도 가고 싶네여.
저는 열차집이 막 땡기더라구요. ㅎㅎㅎ

유부만두 2015-01-13 15: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같이 가요!!! 백년식객 합시다 ^^

이매지 2015-01-14 09:00   좋아요 0 | URL
백년식객 ㅋㅋㅋ
 
스페인 타파스 사파리 - 스페인 한입 음식 타파스를 타고 떠나는 여행
유혜영 지음 / 디자인하우스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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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 10년 전 스페인어과 전공 수업을 기웃거리면서 스페인 문학과 문화, 라틴아메리카 역사 등에 빠져 지냈던 적이 있었다. 스페인어과 전공 수업을 무슨 교양 수업 삼아 신나게 듣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두 과목만 더 들으면 부전공이 될 뻔했었다. 제대로 읽고 말할 줄도 모르는데 부전공이라니.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다. 그렇게 맺은 스페인과의 인연(?)은 올해 스페인 여행을 계획하면서 다시 깨어났다. 

 

  태양의 나라, 정열의 나라 등 스페인을 수식하는 말도 많고, 레알 마드리드, FC 바르셀로나 같은 축구 팀을 먼저 떠올리는 사람도 많겠지만, 나에게 스페인은 '맛의 나라'였다. 10년 전만 해도 외국 음식이 그렇게 많이 들어오지 않았던 터라 수업 시간에 풍문으로 들은, 돼지 넓적다리를 말려 만든다는 하몽은 어떤 음식인지 가늠조차 되지 않았다. 지금보다 지갑이 가벼웠던 대학생에게는 설사 어딘가에서 팔았다손 쳐도 빠에야도, 샹그리아도, 그리고 타파스도 쉽게 접할 수 없는 음식이었다. 뭐 발렌시아 오렌지로 만들었다는 오렌지 주스 정도가 내가 접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스페인 음식이었겠지 싶다. 이제는 그때보다 다양한 음식을 손쉽게 맛볼 수 있게 되었지만 '본토'의 맛은 어떨까 하는 궁금증은 사라지지 않았다. 

 

  보름간의 스페인 여행을 앞두고 여행 루트를 짜기에 앞서 스페인 문화, 그 중에서도 음식 문화에 대해 살펴보고 싶었다. 아는 만큼 보이고, 아는 만큼 느끼고, 맛볼 수 있는 것이 여행이기에. <스페인 타파스 사파리>는, 알폰스 10세가 음식을 곁들이지 않고는 술을 마실 수 없도록 법을 제정해 생겨났다는 타파스를 비롯해, 다양한 엠부티도(돼지의 다양한 부위를 이용한 저장 음식으로 보존, 가공해 숙성시킨 것과 익힌 것 크게 두 종류다), 하몽, 파에야 같은 스페인의 음식에 대해서뿐 아니라 보케리아 시장과 산타 카레리나 시장처럼 바르셀로나에서 신선한 식재료를 만날 수 있는 공간,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 그리고 <귀향> <하몽하몽> 같은 영화, 달리, 피카소 같은 예술가들에 대한 이야기로 스페인 음식에 대해 풀어간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10년 넘게 스페인에서 생활한 자신의 경험을 전함으로써 단편적인 맛집 기행 혹은 미식 여행이 아닌 스페인에서의 일상을 엿볼 수 있게 했다. 유학 시절, 한밤중에 타파스 집을 순례했다는 이야기나 스페인인 남편과의 일화 같은 소소한 이야기는 간단히 먹는 타파스 같은 느낌이었다. 

 

  각 장의 말미에는 'OO구역 현지인처럼 즐기기'를 붙여놓아 저자가 추천하는 타파스 가게, 스페인 음식점, 구경(혹은 쇼핑)할 만한 가게 등을 소개하고 있는데, 바르셀로나에 한정된 정보라 더 다양한 지역을 여행하는 내게는 조금 아쉬웠지만, 맛, 디자인에 별점을 매기고 대략적인 가격대도 제시해줘 주머니 사정에 맞게 골라갈 수 있게끔 가이드가 되어주었다. 맛깔나는 에세이에 싱싱한 요리 사진과 일러스트, 여기에 간단한 레시피까지. 다양한 재료가 조화를 이루는 요리처럼 읽고 나면 한 끼 맛있게 먹은 것처럼 배가 부른 책.

 

언어는 소통하기 위한 준비가 필요하지만, 음식을 체험하고 나누는 데는 어떤 준비나 과정도 필요하지 않다.기꺼이 새로운 향과 맛을 받아들일 자세만 있으면 충분하다.거기에 약간의 배고픔을 남겨둔다면 최상의 준비를 마친 셈이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도대체 이 요리는 어떤 재료와 방식으로 만들었을까' 궁금해진다. 더욱이 그 요리 뒤에서 피카소나 달리가 그들의 숨겨진 이야기를 조곤조곤 들려준다면 어떻겠는가? 요리와 사람, 공간, 거리, 도시 안에서 벌어지는 사소한 사건들이 어떤 식으로 연결되고 역사의 일부가 되어 후세에 전해질지 궁금하다. 의식주의 형태는 시간이 흐르면서 다양하게 변하지만, 음식만큼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고유한 민족성과 역사를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음식에 담긴 철학, 문화, 생각과 자세만 잘 살펴봐도 한 민족의 지난 시간과 미래를 알아챌 수 있을 것이다. 내가 먹는 음식이 나 자신을 이야기해주는 것처럼. -19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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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
시미즈 레이나 지음 / 학산문화사(단행본)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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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덕후들에게 서점은 그저 책이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공간이지만 칙칙한 책장에 책이 '꽂혀만' 있는 모습은 아름답다고 할 수 없다. 책이라는 각각의 사물은 아름답지만 그것을 담는 그릇인 서점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고, 책과 공간이 어떻게 어우러지느냐가 서점의 분위기를 결정짓는다고 생각했다. 책을 그저 상품으로만 대하는 서점도 있었고, 한 권 한 권에 애정을 품은 서점도 있었다. 그렇다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은 대체 어떤 서점인 걸까. 저자가 어떤 기준으로 '아름다운 서점'을 선정했는지 궁금해 (암만 밑진다 해도 최소한 예쁜 서점 사진이라도 건지겠지 하는 마음으로) 책을 접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에는 정말 다양한 서점을 소개했다. 저명한 건축가나 디자이너의 손길이 닿은 서점처럼 건축물 자체로 아름다운 서점을 비롯해서 역이자 광장으로 기능하는 서점 등 전 세계에 흩어진 서점 스무 곳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서점이라는 공간만 소개된 것이 아니라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또한 짧게나마 들을 수 있었다. 작가 지망생들의 여름학교 격인 그리스의 아틀란티스 서점을 시작으로 역 건물의 일부를 서점으로 꾸민 바터 북스, 온실처럼 꾸민 공간에서 커피와 수다 그리고 책을 즐길 수 있는 카페브레리라 엘 펜두르, 해가 지면 문을 닫는 야외 서점인 바츠 북스, 놀이터처럼 놀며 즐기며 그림책을 읽을 수 있는 키즈 리퍼블릭, 성당에서 서점으로 거듭난 셀레시즈 도미니카넨, 온라인 중고서점에서 오프라인 서점으로 옮겨진 더 라스트 북스토어 등 저자의 안내에 이끌려 각양각색의 서점을 만나는 것만으로 그곳의 따스함이 전해지는 듯했다. 종이 너머, 사진 너머로 전해지는 서점의 역사와 책에 대한 애정에 나도 괜히 설레기도 했다.  

  특색 있는 스무 곳의 서점을 구경하는 재미도 있었지만 간간이 들어간 책과 얽힌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어떤 이는 "도서관은 장대한 우주체계를 연상하게 하지만 서점은 우주이자 동시에 속세다. 사고파는 사람들의 마음과 취향과 욕망이 공명하며 하나의 공간을 이루고, 더 나아가 책에 숨결을 불어넣는다. 서점이라는 공간이 갖는 지극히 인간적인 맛이 그래서이다"(77쪽)라고 서점의 매력에 대해서 소개하는가 하면, 또다른 이는 "훌륭한 북디자인이란 레이아웃이나 이미지, 타이포그래피뿐 아니라, 판형과 구성, 그리고 인쇄 품질까지 다양한 요소를 통해 콘텐츠에 내포되어 있는 메시지를 독자에게 전하는 기능을 갖추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중략) 그렇게 완성된 책은 서점 같은 공적인 공간에서도 그 책을 손에 쥔 사람의 모든 신경을 매혹하는 힘을 가진 작품으로 승화하는 것입니다"(125쪽)라고 북디자인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전한다. 이 책에서도 언급했듯이 아름다운 서점은 단순히 외관이 아름다운 곳이 아닌 "전문 지식을 갖춘 북러버"가 일하는, "세심한 배려, 사람과 책을 위한 공간 구성"을 갖춘, "전 세계의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매료시키고 감동을 줄 수 있는 장소" "자신을 찾아주기를 기다리는 책과 독자와의 만남을 돕는, 언제나 생동감 넘치는 곳"이 아닐까.

  책을 읽으며 우리나라에서는 어떤 서점을 '아름다운 서점'으로 꼽을 수 있을까 싶었다. 번쩍이는 공간에서 독자를 유혹하는 대형 서점보다는 땡스북스, 책방피노키오, 유어마인드, 더북소사이어티 등의 작은 서점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지 않을까. 서촌에서 오랫동안 터줏대감처럼 있는 대오서점 같은 곳은 어떨까. 전 세계의 아름다운 서점을 보면서 그저 부러워하기보다는. 우리에게 왜 그런 서점이 없는지 안타까워하기보다는 우리의 '아름다운 서점'을 발견하고 그만큼의 애정을 쏟아줘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예쁜 서점 사진 이상으로 책이 가진 물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었던 책. 좋은 구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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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섬의 기적 - 쓰나미가 휩쓸고 간 외딴 섬마을 고양이 이야기
이시마루 가즈미 지음, 오지은 옮김, 고경원 해설 / 문학동네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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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모님이 싫어하는 터라 지금은 고양이를 못 키우지만 기회가 닿는다면 한번 키워보고 싶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했다. 그래서 그 대신이랄까 고양이가 있는 카페에 가서 고양이를 쓰담쓰담 하거나 고양이 사진을 보는 것으로 대리만족을 했다. 고양이 책이 나와도 한번씩 들춰보곤 했는데, 그러다 눈에 들어온 책이 <고양이 섬의 기적>이다. 유유자적하게 모여 있는 고양이 사진에 이끌려, 그리고 '쓰나미가 휩쓸고 간 외딴 섬마을'에 대체 어떤 '기적'이 있었던 것일까 하는 호기심이 일어 '기적'을 만나러 갔다.

 

  사람보다 고양이가 더 많아 일본 사람들 사이에서는 '고양이 섬'으로 불리는 다시로지마 섬. 어업과 농업을 중심으로 하는, 주민의 8할이 65세 이상인 노령화된 낙도다. 관광상품이랄 것도, 편의시설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지만 낚시꾼과 애묘인들에게 꾸준히 인기를 끌어왔다. 고양이와 사람이 함께 어우러져 지내던 소박하고 평온한 섬생활은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쓰나미가 덮치며 순식간에 절망으로 변한다. 어선, 그물, 굴 양식대 등을 모두 잃은 섬 사람들. 국가의 지원을 기다릴 수도, 금융기관의 융자도 힘든 상황 속에서 몇몇 섬 사람들이 다시로지마 섬만의, 다시로지마 섬의 자원을 살린 재건 프로젝트인 '냥이 프로젝트'를 가동한다.

 

  1구좌 1만 엔으로 한 구좌 이상 지원하는 주주를 모집해 쓰나미로 사라진 어업 전반에 필요한 자재 구입비, 통신비, 유지관리비, 그리고 고양이 사료비와 수의사비 등으로 사용하고 답례로 다시로지마 섬의 특산물인 굴 1킬로그램을 보내준다는 '냥이 프로젝트'는 일본 전국 애묘인들의 마음을 움직여 놀랍게도 단 두 달 만에 목표액을 달성한다. '냥이 프로젝트'에 많은 사람들이 반응한 것은 고양이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쓰나미를 딛고 일어서려는 섬 사람들의 의지가 분명 많은 사람들을 움직인 것이리라. 고양이를, 섬 사람을, 섬을 살리려는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 그것이 '기적'을 만들어냈다. 다시로지마 섬에는 여전히 폐자재 더미가 쌓여 있지만 '냥이 프로젝트' 덕분에 섬 재건을 위한 첫발은 내디딜 수 있었다.

 

  '냥이 프로젝트'라는 착안도 재미있었지만, 그보다 더 흥미로웠던 것은 다시로지마 사람들과 고양이의 관계였다. 누에치기의 적인 쥐를 퇴치하는 고양이를 귀중하게 여기던 풍습 때문에 '개 반입 금지'라는 점이나 고양이를 모시는 '고양이 신' 신사가 섬 중심부에 위치한다는 점도 재미있었지만, 고양이를 "안 좋아해요"라고 말하면서도 항구에 모인 고양이에게 상품으로 못 쓰는 생선을 던져준다는 식으로 함께 살아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고양이를 좋아하건 말건 다시로지마 섬에서는 고양이는 섬생활 그 자체를 의미하는 듯했다. 서로를 존중하며 살아가는 고양이와 섬 사람들의 모습에 종은 다르지만 '가족 같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중간중간에 들어간 고양이들의 귀욤귀욤한 사진에 몇 번이나 멈춰 이 '기적'에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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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도 일기
롤랑 바르트 지음, 김진영 옮김 / 이순(웅진)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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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도적으로 선택한 것은 아니었지만 2013년의 첫 영화(<아무르>)와 첫 책(『애도 일기』)이 모두 ‘죽음’을 소재로 한 것이라 조금은 묵직하게 한 해를 시작했다. 평온하게 살던 노부부의 삶에 죽음의 그늘이 드리우며 담담하게 진행되는 <아무르>와, 어머니의 죽음 이후 2년 간 써내려간 메모를 모은 『애도 일기』는 부부 간과 모자간이라는 관계의 차이, 죽음 이전이냐 이후냐 하는 시점의 차이 등 구체적으로 살펴 보면 다른 점들이 있긴 했으나, 모두 죽음을 매개로 인간의 나약함이나 절망 등 인정하고 싶지 않은 내면을 직면하게 해준다는 점에서는 맞닿아 있었다. 

 

  『애도 일기』는 어머니의 죽음을 애도하는 글이지만 단순한 사모곡이 아니다. 롤랑 바르트의 슬픔은 “그러니까 외로움 때문이 아니다. 그 어떤 구체적인 일 때문이 아니다”. 그의 “슬픔이 놓여 있는 곳, 그곳은 다른 곳이다. ‘우리는 서로 사랑했다’라는 사랑의 관계가 찢어지고 끊어진 바로 그 지점이다. 가장 추상적인 장소의 가장 뜨거운 지점……”(47쪽)이다. 과한 해석일 수도 있겠지만, 롤랑 바르트는 자신의 어머니를 단순히 부모로만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는 어머니가 떠난 뒤에도 그는 어머니를 "부드러움, 활기, 고매함, 선함"(205쪽)으로 정의하고, "아직도 마망과 '이야기를 한다'(현재형으로). 하지만 이 이야기는 마음속에서 나누는 대화가 아니라(나는 마음속에서 그녀와 얘기를 해본 적이 없다), 살아가는 방식 안에서 존재하는 대화다: 매일매일의 일상 속에서 나는 그녀의 가치관을 따라서 살려고 애를 쓴다: 그녀가 했던 것처럼 식사를 하고, 집 안을 정리하면서, 윤리와 미학이 하나가 되는 삶, 비교 불가능한 생활양식, 그것이 그녀가 일상을 보내던 방식이었다"(200쪽)라고 무결한 존재로 칭송한다. 물론 그의 말처럼 그의 어머니가 그런 존재였을 수도 있었겠지만, 어머니의 죽음 이후 그녀를 성역화한 것이 아니었나 싶기도 했다. 동시에 "오직 그녀를 위해서만 존재했었다"(26쪽)는 회고나 "나의 롤랑, 나의 롤랑"(50쪽) 같은 대화를 읽을 때면 둘이 단순한 모자간이 아닌 연인 같다는 생각도 슬몃 들었다. 

 

  "자기만의 고유한 슬픔을 지시할 수 있는 기호가 없"(165쪽)는 사회 속에서 그는 '애도'를 통해 자기 자신의 죽음과도 직면한다. 누군가를 잃고 나서 이렇게 절절한 감정에 휩싸여보지 못한 내 입장에서는 때로는 그의 이런 '애도'가 과도한 집착처럼 느껴지기도 했었다. 하지만 어떻게 생각해보니 결국 그의 이런 애도는, 어머니의 죽음이라는 매개로 자신의 죽음과 대면할 수밖에 없었던 것 혹은 어머니의 죽음을 매개로 내재되어 있던 그의 죽음 지향이 발현된 것만 같았다. "마망의 죽음은, 모든 사람들은 죽는다는, 지금까지는 추상적이기만 했던 사실을 확신으로 바꾸어주었다. 그리고 여기에는 그 어떤 예외도 없으므로, 이 논리를 따라서 나 또한 죽어야만 한다는 확신은 어쩐지 마음을 편하게 해준다"(216쪽)는 구절을 읽으며 "외롭고 싶지 않아"고 말하면서도 동시에 "외로움이 필요하다"고 했던 것처럼 한편으로 죽음을 두려워하면서도 죽음을 동경한 것이 아니었을까. 

 

  롤랑 바르트의 이름은 익히 들었지만 그의 텍스트를 직접 꼼꼼히 읽어본 적도 없고, 그의 삶에 대해서도 면밀히 알지 못했기 때문에 선행 작업(?)이 없이도 『애도 일기』를 읽어가도 괜찮을까, 라는 생각도 했지만 짤막한 메모가 이어져서 어렵지 않게 읽어갈 수 있었다. 어머니의 죽음을 겪기 이전에 그에게 죽음에 대한 의식이 "예전에는 그저 남에게서 빌려온(졸렬한, 다른 사람들에게서, 철학에서 얻어낸) 것"(129쪽)이었다면 언젠가 이것이 "나 자신의 것"이 된다면 지금과 생각이 많이 달라질지도 모르겠다. 메모를 읽으며 때로는 경탄하기도 하고, 때로는 심드렁하기도 했지만, 삶과 죽음, 사랑과 상실 등에 대해 다층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서 좋았다. 올 한 해를, 아니 남은 삶을 어떤 태도로 살아갈 것인가 하는 나 스스로의 방향을 잡을 수 있었던 점도 좋았다. 시간이 흘러 많은 경험이 쌓이고 난 뒤 다시 읽으면 다르게 다가올까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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