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선택한 가족 - 가족의 재구성과 새로운 독립성의 시대
에이미 블랙스톤 지음, 신소희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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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한 지 어느덧 4년. 법적으로는 7년까지는 신혼으로 인정해주니까 뭐 아직 신혼이라면 신혼이지만 지난 4년 동안 정말 많이 들은 질문 중에 하나가 2세에 대한 것이었다. 살이 좀 찌니까 "뭐 좋은 소식이 없어?"라는 질문이 날아왔고 "손주는 언제쯤 볼 수 있겠니?"라는 부모님의 압박도 있었고, 심지어는 같이 수영하는 어른들이 "그래도 애는 낳아야지~"라는 소리도 했다. "그럴 거면 왜 결혼했어?"라는 질문도 들어봤고 '이기적이다' '철없다'라는 핀잔도 들었다. 심지어는 '안' 낳는 게 아니라 '못' 낳는 게 아니냐는 우회적인 반응도 접한 적이 있다. 요즘은 아이 없이 사는 가족이 늘어 열 가구 중에 여섯 가구 정도는 1~2인 가족이라고 하지만 '그래도 하나는 낳아야지'라는 질문은 꾸준히 받는 것 같다.


아이 낳지 않고 사는 부부를 흔히 '딩크족'이라고 부르는데 맞벌이를 하지 않아도, 부부가 아니어도 '아이 없이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라고 해서 궁금해서 살펴봤는데 사회학자가 자신의 경험뿐 아니라 70여 명을 인터뷰하고, 700명 이상을 설문조사해서 10년 동안 야무지게 연구한 결과물이 담겨 있었다.


저자는 전통적인 가족상이 아니라 21세기에 맞는 새로운 가족의 형태를 제시하면서 법적으로, 혈연으로 묶여 있지 않아도 서로 의지해간다면, 서로의 삶에 힘이 되어준다면 '가족'이라고 이야기한다. 가족계획의 역사를 다룬 1장과 모성에 대해 이야기한 2장은 다소 딱딱하게 느껴지지만 실제 '아이 없이 사는 가족'의 이야기가 담긴 3장 이후부터는 고개를 끄덕끄덕하며 읽을 수 있었다.


자신들의 삶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위해 '우린 아이 (안) 가져'라는 블로그를 만들었다가 그게 뭐 자랑할 일이라고 블로그에서 얘기하느냐고 주변의 핀잔을 들었다는 이야기도 흥미로웠지만 무자녀인 사람에게 잔업이나 야근을 부탁하는 게 당연시되는 회사 분위기, 처음 만난 자리에서 인사말처럼 건네는 자녀 유무에 대한 질문, "그러다 나중에 늙어서 후회해"라며 생판 모르는 사람에게 듣는 오지랖 등 같은 사례를 읽다보면 '미국도 다를 게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 한구석에 남아 있는 의문이 '정말 나중에 후회하려나'였는데 아이 없이 25년 이상 남편과 따로 또 같이, 행복한 결혼생활을 이어가는 저자의 이야기를 비롯해 중장년 무자녀 가족의 이야기도 담겨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됐다. 


특히 좋았던 챕터는 '나를 위한 선택' '우리는 한 가족' '아이 없는 사람의 삶에도 아이는 존재한다'였는데, 아이 없이 조카 바보로 살아가는 지인들의 모습이나 자기 자식은 없지만 독서교실을 운영해 사회적 양육자로 그들을 키워가는 <어린이라는 세계>를 쓴 김소영 선생님, 그리고 싱글맘 김나영의 신우와 이준이를 자기 자식은 아니지만 마치 친손자처럼 아끼는 가수 양희은, 조카를 입양한 홍석천 등의 모습이 떠올랐다. 우리 사회의 구성원 모두가 각자 자기 사정에 맞게 가족의 구성을 선택할 수 있고, 서로 그 선택을 존중해줘야 한다는 메시지가 인상적이었던 책. 단순히 아이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의 에세이나 개별 사례를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주제로 묶어서 체계적으로 정리해 사회적인 분석 또한 살펴볼 수 있었던 책. 


'아이 없는 사람은 이기적이다'라는 편견이 있지만 아이를 낳기로 결정했든 아니든 둘 다 어느 정도는 이기적인 선택이고 인생의 우선순위를 지키기 위한 결정일 뿐이라고 짚는 관점도 흥미로웠다. 출산 또한 우리가 살면서 내리는 수많은 '선택'이라고, 그 선택이 한 사람의 '정체성'을 나타내준다고 논리적으로 이야기해갔다. 결혼이라는 제도에 들어가지 않고 동거하며 지내는 가족, 반려동물이나 반려식물과 함께하는 가족, 실버타운 등의 공동체 안에서 함께 생활하는 가족 등 다양한 가족의 형태가 가능함을, 그리고 새로운 가족이 등장할 수 있다는 가능성과 의의를 살필 수 있었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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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1-09-10 1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이네요. 가끔 생각났는데, 결혼하셨군요.
축하합니다. 아직 신혼이니까. ㅎ
이 책 저도 읽어보고 싶네요.^^

이매지 2021-09-11 12:53   좋아요 1 | URL
앗, 스텔라님 오랜만에 왔는데 이렇게 반겨주시니 감사합니다! ㅎㅎ
잘 지내고 계시죠? 이 책 추천추천드려용! ㅎㅎ

카스피 2021-09-11 0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이매지님은 서재에서 오랜만에 뵙는것 같군요.ㅎㅎ 저도 서재에 요즘은 드문드문 들어와서 그런지 예전에 자주 찾아주시던 알라디너분들을 못뵈서 좀 거시기 했는데 결혼하셨다니 늦었지만 축하드립니다.서재에서 다시 자주 뵙기를 기대합니다^^

이매지 2021-09-11 12:54   좋아요 0 | URL
카스피님 오랜만에 뵈어요!
서재 드문드문 들어오시는데 마침 이렇게 만나니 또 반갑네요! ㅎㅎ
요즘에는 블로그를 하느라 책 리뷰를 많이 못 썼는데 어우 오랜만에 리뷰 쓰니까 어색어색하네요~
자주 올 수 있도록 부지런히 읽겠습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