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세계
온다 리쿠 지음, 권남희 옮김 / 북폴리오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무너진 댐에서 물이 쏟아지듯 쉴새없이 쏟아져나오는 온다 리쿠의 작품에 기가 눌려 꽤 오랫동안 온다 리쿠를 만나지 않았다. 하지만 올봄에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국제도서전에서 만난 온다 리쿠의 입에서 이 작품을 두고 "내 작품의 집합체"라 평하는 것을 듣고 다른 건 몰라도 이 책만큼은 한번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다른 책에 밀리고 밀려 이제사 읽게 됐지만, 온다 리쿠답게 (역자의 말을 빌리자면) '문어 빨판급 흡입력'이라 하루만에 뚝딱 읽었다.

  세 개의 탑과 수로가 있는 한 마을에서 도쿄에서 실종된 이치가와 고로가 죽은 채 발견된다. 도쿄에서 회식자리에서 스스로 흔적을 감춘 지 몇 달만에 죽은 채 발견된 이치가와 고로. 그는 왜 이 마을에 왔을까, 이 마을에서 그는 대체 무엇을 한 것일까, 그는 누구에게 살해당한 것일까 등이 이치가와 고로와 직간접적으로 관계를 맺은 사람들을 통해 다양한 관점에서 진행된다. 

  흔히 온다 리쿠을 두고 '노스텔지어의 마법사'라고 부른다. 물론 그 표현도 잘 어울리지만, 온다 리쿠의 소설은 아련한 향수보다는 호기심이 더 어울리는 것 같다. 추리소설은 아니지만 미스터리한 구석도 있고, 어딘지 신비스러운 느낌을 가진 인물들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그런 온다리쿠표 호기심이 극대화된 게 이 작품이다. 19장이 각각 하나의 사건을 이루고 있고 각각의 사건이 결국 이치가와 고로라는 남자와 엮인다는 구성도 그랬지만, 마을에 있는 세 개의 탑의 존재는 그 자체만으로도 호기심을 잔뜩 자극했다. 마을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표적인 구조물임에도 불구하고 마을 사람 어느 누구도 탑이 왜 세워진 것인지, 어떤 의미를 가진 것인지에 대해서는 별로 아는 게 없다. 게다가 이치가와 고로가 죽기 직전 마을을 돌아다니면서 했던 기이한 행동 중에는 탑과 관련된 것들도 많아 책을 읽다보면 어느새 이치가와 고로의 죽음보다는 세 개의 탑에 더 관심이 쏠린다. 세 개의 탑과 이치가와 고로에 대한 조각을 하나씩 맞춰가면서 마침내 커다란 그림이 나타나는 구성은 소재와 제법 잘 어울렸다.  

  <빛의 제국> 같은 작품이 판타지에, <유지니아>는 미스터리 쪽에, <밤의 피크닉>은 청춘 소설에 가깝다면 이 책은 분명 그 중간의 어디쯤에 있을 듯하다.(온다 리쿠 자체가 장르 혼합적인 글을 써서 별 의미는 없지만) '아, 온다 리쿠가 이런 소설도 썼네'라는 신선함보다는 지극히 온다 리쿠다운 소설이었다. 흡입력 있게 이야기를 끌어갔지만 결말이 어쩐지 바람 빠져버린 느낌이었다는 점이 아쉬웠고, 내용을 알고 표지를 보니 흠칫했지만, 온다 리쿠가 자신의 장기를 마음껏 펼쳐보인 작품임은 부정할 수 없었다. 이 책을 읽고나니 슬며시 한동안 멀리했던 온다 리쿠를 다시 한 번 만나볼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온다 리쿠의 최고작이라고 하기엔 아쉬움이 들지만, 그 어떤 작품보다 온다 리쿠답다는 생각은 많이 들었다. 만약 온다 리쿠의 소설을 딱 한 권만 골라달라면 이 책을 고르지 않을까 싶다. (어디까지 최고는 아니지만 최선이라는 의미에서)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락방 2009-09-28 0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한권만 골라달라면 밤의 피크닉이에요. (물론 어제의 세계는 안읽었지만요.)

이매지 2009-09-28 09:35   좋아요 0 | URL
저도 최고를 고르라면 밤의 피크닉이나 삼월을 고를 것 같아요.
어제의 세계는 어디까지 온다리쿠다움을 보여주는 책이라 ㅎㅎ

가넷 2009-09-28 11:51   좋아요 0 | URL
저도 한권이라면 밤의 피크닉입니다.


이매지 2009-09-28 19:27   좋아요 0 | URL
어험어험.
 
더크 젠틀리의 성스러운 탐정사무소
더글러스 애덤스 지음, 공보경 옮김 / 이덴슬리벨 / 2009년 8월
평점 :
절판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를 재미있게 읽은 독자라면 누구나 더글러스 애덤스의 다른 작품은 더 소개되지 않을까 기대하지 않았을까 싶다. 내 입장에서는 영화도 찾아볼 정도로 나름 빠져들었는데, 취향을 타는 책이라 다른 작품이 소개될까 싶은 마음이 있었다. 그러던 차에 정말 오랫만에 더글러스 애덤스의 책이 번역되어 나왔으니 바로 이 책 <더크 젠틀리의 성스러운 탐정 사무소>였다. 

  유령에 SF에 코믹, 탐정, 타임머신 등등 이 책은 다양한 소재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히치하이커>처럼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역시 '코믹'인 것 같았다. 모든 것을 믿기 위해 만들어진 '전자수도사'를 비롯해서 독특함이 넘치다 못해 매력이 뚝뚝 떨어지는 캐릭터들이 잔뜩 존재한다. 다들 나사가 하나씩은 풀린 것 같은 캐릭터들이라 읽으면서도 꽤 가벼운 마음으로 볼 수 있었다. 

  독특한 상상력과 빵 터지는 유머를 기대하고 본다면 가볍게 읽기에는 괜찮은 책이 아닐까 싶다. 다만, 제목의 오역 문제에 대한 찝찝함 때문에 책을 삐딱한 눈으로 볼 수 밖에 없었다는 점이 아쉬웠다. 책 속에서는 '성스러운' 탐정 사무소에 대해 더크 젠틀리는 이렇게 말한다.

   
  제 탐정사무소에 '성스러운'이라는 수식어를 붙인 건 모든 사물은 기본적으로 상호 연결되어 있다는 확신을 바탕으로 일처리를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지문감식용 파우더를 쓴다든지 호주머니 잔털을 증거로 확보한다든지 발자국을 확인한다든지 하는 쓸데없는 짓은 안 합니다. 세상만사가 돌아가는 패턴, 그리고 이리저리 얽혀 있는 관계 속에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아낼 수 있기 때문이죠. 우리는 물리적 세계에 관해 대충만 알고 살아가지만 원인과 결과 간의 관계는 훨씬 복잡 미묘하거든요, 로빈슨 부인.
예를 들면 이렇습니다. 부인이 치통 때문에 침술사를 찾아가면 침술사는 부인의 허벅지에 침을 놓지요. 그 이유를 아십니까, 로빈슨 부인?
모르신다고요. 예, 저도 모릅니다, 로빈슨 부인. 하지만 저희는 그 이유를 알아낼 겁니다.
 
   
  'holistic'이라는 단어로 보나, 책 속의 내용으로 보나 '성스러운'이 아니라 '종합적인'이나 '전체론적인'이 되어야 옳을 것 같다. 논란이 계속 이어지자(?) 관계자(혹은 옹호자)의 글이 올라왔는데, 그 분의 말에 따르자면 제목은 오역이 아니라 일부러 그런 선택을 했고, 흔히 말하는 "어른들의 사정"을 의미한다고 한다. 뭐 그렇다고 영 찝찝한 기분을 떨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이런 오역에도 불구하고 나는 더크 젠틀리가 등장하는 다음 시리즈인 <길고 어두운 영혼의 티타임>도 읽게 될 것 같다. 이렇게 헤어져버리기엔 너무나 큰 웃음을 선사해준 재미난 이야기였으니까 말이다. <히치하이커>의 엄청난 분량때문에 겁을 먹은 독자라면 이 책으로 가볍게 더글러스 애덤스 식의 유머를 즐겨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상대적으로 적은 분량이면서도 유머만큼은 <히치하이커> 못지 않았던 책이었다. 정통 추리소설, 정통 SF를 기대하고 본다면 '뭐 이런 책이 다 있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저 웃고 즐기려고 보기엔 롤러코스터같이 정신없는 이 책이 꽤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카스피 2009-09-21 1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에 대한 글을 올린적이 있지만 다소간의 오역을 떠나 유쾌한 마음으로 읽을 많한 책이라고 하더군요^^

이매지 2009-09-21 12:53   좋아요 0 | URL
다소간의 오역(혹은 의역)은 있었지만, 이 책의 유머를 제대로 이해할만한 깜냥도 안 되서 ㅎㅎㅎ 어쨌든 재미있었어요 ㅎ
 
1Q84 2 - 7月-9月 1Q84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무려 5년 만에 출간된 하루키의 신작 <1Q84>. 사실 마지막으로 읽었던 <어둠의 저편>이 썩 마음에 들지 않았기에 <1Q84>에 대해서도 반신반의했었다. 게다가 신흥종교가 소재를 소재로 두 남녀의 사랑을 담은 이야기라는 기사를 보고는 하루키 특유의 상상력을 버린 것인가라는 생각도 했었다. 그런 오만 잡생각을 끌어안고 '그래도 하루키니까'라는 일말의 희망을 갖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정작 책을 읽기 시작하니 책을 읽기 전 걱정했던 그 모든 것이 한순간에 사라져버렸다. 하루키는 죽었다고 생각했던 것도, 하루키는 한물 갔다고 생각했던 것도 모두 기우였다. 책 속에서 몇 번씩이나 등장하는 야나체크의 ‘신포니에타’처럼 강렬한 음색으로 시작되는 이번 작품 <1Q84>는 그야말로 하루키 문학의 정점이었다.  

  ‘파란 콩’이라는 뜻의 이름인 ‘아오마메’와 학원에서 수학을 가르치고 있지만 소설가를 지망하는 ‘덴고’의 이야기가 교차 등장하는 <1Q84>의 구조는 <해변의 카프카>나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등의 하루키의 소설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것이었다. 각기 다른 상황 속에서 각기 다른 생활을 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여주는 교차적 배열은 한 가지 이야기에 대해 잠시 숨을 돌리고 다시 이야기를 전개시켜간다는 점에서 좀더 안정적으로 느껴졌다. 하나의 관점만 주어진다면 쉽게 지루할 수 있는 단점도 이런 교차적 구조는 완화시켜줬다. 독특한 것은 보통 이런 식의 구조를 가진 소설이라면 어느 지점에서는 두 사람이 만나 같은 사건을 각자의 관점으로 그려나간다던지, 혹은 같은 공간에서 두 사람이 저마다 겪는 이야기가 교차 등장하는 것으로 진행된다. 하지만 이 책은 교차 구조를 취하고 있으면서도 그런 식상한 전개를 하지 않고 끝까지 두 사람의 인생을 따로 보여주면서 독자로 하여금 마지막 책장을 넘기는 순간까지 두 사람의 이야기에 집중하게 만들었다.

  단순히 글의 배열뿐 아니라 소재 면에 있어서도 이 책은 몇 가지 대립(혹은 대칭)구조를 세워놓고 있다. 아오마메의 이야기에서는 가정폭력을 저지른 남자들을 저쪽 세계로 이동시키는 아오마메와 지나치게 자유분방한 경찰 아유미를 그렇게 볼 수 있다. 일면 닮은 점도 있지만 아오마메와 아유미는 빛과 그림자와 같다. 다른 주인공인 덴고의 이야기에서는 큰 덩치와 어울리지 않게 글을 쓰는 덴고와 몽환적인 매력의 후카에리가 등장한다. 소설가가 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문장력은 있지만 '열정'은 부족한 덴고와 문장은 엉망이지만 엄청나게 매력적인 소설 <공기 번데기>를 써낸 후카에리, 빅 브라더와 리틀피플 등등 1984년이 아닌 1Q84년을 살아가는 이들은 각각 누군가와 혹은 무언가와 대립(대칭)을 이룬다. (심지어는 책의 전체적인 구조까지도 1권 24장, 2권 24장이다.)

  일본에서는 이 책에 대해 해설서가 나올 만큼 이 책은 수많은 암시를 내포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수수께끼와 같은 내용을 독자를 혼란스럽게 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대체 이들에겐 무슨 이야기가 있는 것인가, 다음에는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 것인가, 대체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등의 궁금증으로 도저히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게 만든다. 그저 소설이라고 생각했다가도 '나도 모르는 사이에 2009년이 아닌 200Q년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어 고개를 들어 밤하늘을 몇 번이나 쳐다봤는지 모른다. 현실과 비현실의 모호한 경계, 딱 떨어지게 설명할 수 없는 다층적인 스토리 등등 하루키는 지극히 자신의 강점을 살리면서도 새로운 시도를 함으로써 자신이 아직 건재함을 보여준다. 연륜이 쌓여서 그런지 <상실의 시대>에서는 젊은 감성이 느껴졌다면, <1Q84>는 그보다 농익은 감성이 느껴졌다. 총 4월부터 9월까지의 이야기를 담은 <1Q84>. 책을 덮고서 10월부터 덴고와 아오마메에게는 어떤 이야기가 벌어졌을까 궁금해서 견딜 수 없어졌다. 책을 읽으면서도, 책을 읽고나서도 나는 또 다시 하루키의 포로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락방 2009-09-14 0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이 책 주문해놓고 아직 포장도 안뜯었어요. 지금 읽고 있는 책 끝나면 시작할까 아니면 더 있다 시작할까 아직 마음도 정하지 못했어요. 오랜만에 나온 하루키는 이매지님께 별 다섯이로군요!! 아, 저도 기대,기대!!

이매지 2009-09-14 10:10   좋아요 0 | URL
꼭꼭 음악도 같이 들으세요~ 전 한동안 신포니에타에 빠져 지냈답니다 ㅎㅎ
지금 읽고 계신 책 끝나면 어여 시작하세요~
다락방님의 평은 어떨지 급 궁금해지네요 :-)
 
지하철
아사다 지로 지음, 정태원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3월
평점 :
절판



  항상 아사다 지로의 소설을 읽을 때면 항상 작가의 이력에 눈이 한번 더 가게 되는 것 같다.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나 순탄한 성장기를 보내다 집안이 몰락하면서 야쿠자로 살다가 가와바타 야스타리의 글에서 "몰락한 명문가의 아이가 소설가가 되는 경우가 많다"는 문장을 보고 소설가의 꿈을 품었다는 저자의 독특한 이력만 보면 뭔가 뒷골목의 어두운 이야기들을 써내려가지 않았을까 싶었다. 하지만 정작 그의 책을 읽어보니 어두움이나 슬픔, 고통, 잔인함보다는 '따뜻함'이 강하게 느껴져서 좋다. 이 작품 <지하철> 또한 아사다 지로 특유의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다. 
 
  작은 속옷회사의 영업사원으로 일하고 있는 신지. 그의 아버지는 세계적인 기업의 사장이지만, 그는 어린 시절 형을 죽음으로 몰고 간 아버지를 용서하지 못해 아버지와는 인연을 끊고 살아가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신지는 오랫만에 나간 동창회에서 본전을 뽑겠다고 술은 잔뜩 마신 후 지하철을 탄다. 눈을 떠보니 어찌된 영문인지 형이 죽었던 30년 전으로 돌아가 있는 것이 아닌가! 어떻게든 형의 죽음을 막아보려고 애쓰는 신지. 이후 신지는 자꾸만 자신도 모르게 아버지의 과거를 보게 된다. 

  누구보다 증오했던 아버지의 과거를 아들이 알게 되면서 점점 그를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된다는 것이 이 책의 주축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단순히 그런 부분만 있다면 너무나 식상한 이야기가 될 터. 영리한 작가는 곳곳에 다른 요소들을 숨겨놓아 지루하지 않게 이야기를 풀어간다. '지하철'이라는 지극히 서민적인, 익숙한 매개체를 통해서 독자로 하여금 '나도 혹시...?'라는 상상을 할 수 있게 해준다. 초반에 삼 형제가 지하철의 개통을 구경하러 가는 모습에서는 몇 년 전 동네에 처음 지하철이 들어왔을 때(이렇게 말하면 엄청 외진 곳에 사는 것 같지만;;) 구경갔던 기억이 나서 신선했다. (지금은 그런 신선함도 없이 줄기차게 타고 있지만) 

  역사를, 추억을 싣고 달리는 지하철. 신지처럼 '특별한' 경험은 하지 않아도, 지하철에서 만나는 이런 저런 사람들을 보면서 잠시나마 일상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운 일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따뜻한 이야기꾼 아사다 지로 덕분에 가슴이 조금은 더 따뜻해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여행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단순한 시간여행을 넘어선 이야기가 있는 책이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카스피 2009-09-08 0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창궁의 묘성을 쓴 그 아사다 지로의 작품이군요.전 그분의 역사 소설만은 읽어서 잘 몰랐는데 이런 작품도 쓰셨네요.

이매지 2009-09-08 09:49   좋아요 0 | URL
아사다 지로의 작품 중에서 비교적 묻혀 있는 작품 같아요.
역사소설은 어떻게 쓰셨을까 궁금해지네요 :)
 
일곱번째 파도
다니엘 글라타우어 지음, 김라합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를 읽은 독자라면 누구나 결말에 한 번쯤 아쉬워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렇게 결말에 아쉬워하던 독자들에게 반갑겠지만 <새벽 세시>의 결말에 나름대로 만족해하던 독자들에겐 아쉬운(?) 소식이 있었으니, <새벽 세시>의 후속작인 <일곱번째 파도>가 출간된다는 것. 언제쯤 이들의 이야기를 읽어볼 수 있을까 오매불망하던 차에 드.디.어 그들의 뒷이야기를 만나게 됐다.

  당연히 후속 이야기는 없다고 생각했던 저자는 출간 후 ‘두 사람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자’는 메일을 숱하게 받으며 어쩌면 그들의 이야기가 그렇게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자라나 이 책을 쓰게 됐다고 밝힌다. 까딱하다가는 전작의 여운을 없앨 사족이 될 공산이 크다고 생각했기에 전작의 결말에 나름대로 만족해했던 내 입장에서는 후속편이 나온다고 했을 때는 썩 마뜩찮았다. ‘전작의 인기에 영합해 고만고만한 재탕이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도무지 에미와 레오의 뒷이야기가 궁금해서 견딜 수 없었기에 <일곱번째 파도> 앞에 휩쓸리고 말았다.

  일단 <새벽 세시>의 후속작이니만큼 전작을 읽는 것이 필수다. <새벽 세시>가 이 두 사람의 만남과 관계의 구축이라면 <일곱번째 파도>는 이 두 사람의 관계를 좀더 공고하게 만드는 과정이었다. 첫 페이지부터 에미의 매력이 뚝뚝 떨어지는 이야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어느 한 부분 지루할 틈이 없이 술술 넘어갔다. 사실 이들이 만약에 오프라인에서 만나게 된다면 이메일의 형식이 아니라 다른 형식으로 진행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했는데(혹은 이메일과 서술이 섞인다던지), 작가는 에미와 레오를 직접 대면하게 하면서도 이들의 이야기는 철저히 이메일로 진행시켜 독자로 하여금 이들이 만났을 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궁금하게 하고, 이들의 만남을 상상하게 만들었다.

  어쩌면 이들이 나눈 진솔한 대화는 이들 사이에 모니터라는 장벽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이들은 ‘품위 있는 끝맺음’을 위해 직접 만나기도 결심한다. 하지만 ‘품위 있는 끝맺음’이 아닌, 자신들을 둘러싼 흐름에 몸을 맡긴다. 그리고 그들에게 다가온 ‘일곱번째 파도’. 어떻게 보면 굉장히 통속적인 소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매력적인 이유는 에미와 레오 때문일 것이다. 실재하는 현실과 가상현실 사이에서 끊임없이 흔들리지만, 그렇기에 더 친근감 있고, 현실성 있었던 이들의 모습은 나로 하여금 마치 오랜 친구의 연애담을 듣는 것처럼 끊임없이 맞장구치게 만들었다. 통속적이나 매력적인(둘을 굳이 비교하자면 매력이 더 크다) 책. 결말을 읽고 처음엔 ‘뭐 이것도 나쁘지 않군’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일곱번째 파도>식의 결말을 곱씹으며 그 다음 이야기를 상상하게 됐다. 책을 갓 읽었을 때보다 다 읽고 하루하루 지날수록 진한 여운이 남았다. 어쨌거나 <새벽 세시>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꼭꼭꼭 읽어야할 책!

댓글(4)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락방 2009-09-03 15: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이 책을 읽기전에는 반드시 전작을 읽어야 해요. 이 책을 읽고나서 읽는다면 전작의 결말에 대한 매력이 완전 완전 반감되고, 그만큼의 여운을 느끼지 못할테니까 말이죠.

이매지님도 저와 비슷하게 느끼셨네요. 이런식의 결말도 나쁘지 않네, 라고 생각했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여운이 생기니 말예요. 새벽 세시의 결말이 정말 아주 쏙 마음에 들었던 터라 저도 후속작이 나온다는 게 기대반 우려반이었는데, 전편만큼 좋은 책이 나와 아주 기분이 좋아요. 이 작가는 정말 천재가 맞는가봐요.

개인적으로는 에미의 외모가 마음에 들었어요. '상상했던 그 외모'가 아니라 다른 외모였다는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레오는 한눈에 그녀를 알아봤다는 게. 아웅, 정말 좋았어요!! >.<

이매지 2009-09-03 17:51   좋아요 0 | URL
전작을 읽지 않고 이 책을 읽는다면 앙꼬 빠진 단팥빵이라능 ㅎㅎㅎㅎ 아마 이 책의 재미를 반에 반도 느끼지 못할 꺼예요 :)

이 작가 다른 책은 안 내나 몰라요 ㅎㅎㅎ 다른 이야기도 읽어보고 싶은데 말이죵 ㅎㅎ

에미는 세 명의 에미 후보군 중에 가장 의외의 인물이었어요. ㅎ 그래서 더 재미있었어요 :) 아움. 나중에 새벽 세시랑 일곱번째랑 연달아서 또 읽어봐야겠어요 ㅎ

프레이야 2009-09-03 1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끝부분의 이매지님 느낌이 다락방님 느낌이랑 같으네요.^^
저도 전작을 좋게 읽었던 터라 이 책, 넘 궁금해요~~

이매지 2009-09-03 17:48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도 꼭 읽어보세요.
저 부분은 어째 다락방님 느낌을 베낀 것 같다능 ㅎㅎㅎ
근데 정말 읽고나면 저런 느낌이 들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