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드를 보기 시작하고 비교적 초창기에 봤던 드라마였는데, 그 때만 하더라도 쿠도칸때문에 본 게 아니라 그 무렵에 이시다 이라가 쓴 <이케부쿠로 웨스트 게이트 파크> 원작을 읽었기 때문에 호기심때문에 봤던 기억이 난다. 이제와 새삼 IWGP를 보니 예전에는 알지 못했던 나름 호화 캐스팅과 쿠도칸 드라마에서 익숙하게 만나는 출연자들이 보여 꽤 즐기며 볼 수 있었다.
만사가 귀찮은 마코토. 허구언날 하는 소리라곤 "귀찮아", "졸라 귀찮아" 정도지만, 말과는 달리 귀찮은 일에 스스로 발을 내딛는 인물. 실상 이케부쿠로에서 가장 주먹이 강하지만 귀찮아서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고 그저 엄마가 하는 과일 가게이나 가끔 보면서 주로 친구인 마사와 함께 중학생들을 상대로 내기 볼링을 쳐서 돈을 뜯거나, 온갖 장난질을 벌이며 살고 있다. 나름 평온한 생활을 하고 있던 마코토는 이케부쿠로 웨스트 게이트 파크에서 우연히 만나 사귀게 된 리카가 연쇄 폭행범에 의해 살해 당하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 뛰어든다. 그리고 잇달아 일어나는 마코토를 둘러싼 사건사고들.
사실 이 드라마의 주인공은 마코토지만, 그보다 더 눈에 들어온 건 G-BOYS의 킹인 다카시였다. 쿠보즈카 요스케는 이전에 <핑퐁>이나 <란도리>, <롱 러브레터 표류교실>에서 본 적 있는데, 아무리 그래도 <IWGP>의 똘끼 넘치는 킹의 인상이 가장 강하게 남는 듯. 흐느적 흐느적거리면서 돌아다니는 폼새라 저래갖고 무슨 리더가 되겠나 싶지만, 의외로 할 때는 하는 성격이라 "역시 킹!"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마음에 들었다. 새삼 쿠보즈카 요스케가 끌렸는데, 아쉽게도 최근엔 별다른 활동을 하지 않는 듯.
주연인 나가세 토모야를 비롯해 앞서 언급한 쿠보즈카 요스케, 풋풋한 모습의 야마삐, 어설픈 야쿠자 역으로 나오는 츠마부키 사토시를 비롯해 카토 아이, 사토 류타, 코유키 등 나름 호화 캐스팅을 자랑하는(?) 드라마. 내용 자체도 흡입력이 강해서 한 번 보면 끝까지 달릴 수 밖에 없었지만, 출연진들을 보는 재미도 한 몫을 한 것 같다. 특히 야마삐는 사실 최근의 드라마에서는 그닥 귀엽다는 생각을 못했는데 IWGP에서는 정말 귀여워서 야마삐가 나올 때는 입가에 므흣한 미소를 띄고 봤다나 뭐라나.
사실 쿠도칸의 다른 드라마에 비해서는 원작이 있기 때문인지 비교적 쿠도칸의 색깔이 연한 느낌이라 아쉬웠다. 최근에 본 <유성의 인연>과 비교해 봤을 때도 아무래도 원작이 있는 쪽에서는 살짝 살짝 쿠도칸의 유머 코드를 섞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듯. 쿠도칸만의 매력을 온전히 느낄 수 없다는 건 아쉽지만 그 때문에 비교적 쿠도칸을 낯설어 하는 이들도 편하게 접할 수 있는 드라마가 아닐까 조심스레 생각해봤다. (쿠도칸은 호불호가 명확해 추천하기도 참 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