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일곱 살의 털 사계절 1318 문고 50
김해원 지음 / 사계절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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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를 들어나는 나이 17세... 아주 가끔 청소년 소설을 읽다가 내 나이 17세에는 무엇을 했던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난 그 나이때 철없이 학교가면 가고 집에 오면 오고...별 다른 고민없이 살았던 것 같다. 다만, 다들 열심히 공부에 전념하던 그 때, 방송반원이 되었다고 되도 않는 시사문제와 음악에 빠져 있었던 기억이... 아 그리고 옆의 여학교 방송반원과 미팅도.... 

보통 성장 이야기에는 이성이 등장하기 마련인데 이 책에는 이성이라기라곤 코빼기도 안비친다. 그러면 재미 없냐? 그건 아니다. 재밌다. 두발 문제로 이렇게 심도있게 여러가지 이야기를 섞어 냈다는 사실에 작가의 역량을 다시 봤다. 흠 그러고 보니 '제 6 회 사계절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사게절문학상이 얼마나 권위있는 상인지 모르겠지만, 일단 대상이고 '사계절'은 내가 좋아하는 출판사다.  

다들 질풍노도의 청춘기를 억압과 고뇌의 시절로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세대별로 자신의 세대가 가장 억압받고 있다고 느낄 것이고, 작년 촛불이 타올랐을 때,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쇠고기 문제를 제일 먼저 꺼내들었고,사실 난 요즘 애들의 투정이라고 생각했다. 배부르고 등따시게 자란 니들이 무얼 안다고.... 그러나 가장 억압받고 할 말 많은 이들이 청소년들이란 사실을 작년에 깨우쳤다. 그리고 우리의 교육현장은 아직도 군사시절 문화를 벗어나지 못한 상태에서 자본주의적 경쟁까지 무차별적으로 도입하여 죽지도 살지도 못하게 학생들을 옭아 넣고 있다는 사실을.... 

이 책에서 별견하는 것은 청소년을 더이상 아무것도 모르는 애 취급을 하지 말라는 것과 자신의 이야기를 당당하게 풀어나가는 하나의 인격적 주체로 보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임에도 나역시 청소년을 애 취급만 했지, 하나의 인격체로 정말 대우했는지에 대해서는 자신하지 못하겠다. 더구나 아이를 기르는 부모의 입장에서 과연 내가 자라서 애들에게 얼마나 떳떳한 부모로 인정받을지도....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점점 더 보수화 되어 간다고 보면 맞을 것이다. 자신의 것이 하나 둘 늘어가고 자신이 지켜야 할 것들이 있다고 느끼는 순간 (근데 정말 그런게 있기나 한건지) 사람들은 보수적으로 변한다. 두발만 해도 지금의 기성세대들이 청소년이었을 때, 누가 머리 깍는 걸 찬성했겠는가? 모든 세대가 반대했음에도 불구하고 두발규제와 야간자율학습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경쟁의 이름아래... 기성세대여 니들은 도데체 자식을 통해 무엇을 얻으려고 하느냐.... 

성장기를 다루는 청소년 문학이란게 따로 있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어린아이 동화처럼 환상적이지 않고 현실을 다루었으되 마지막은 낙관적이다. 묘한 절충같다. 그럼에도 책을 읽는 청소년들이 희망을 가질 수 있다면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나처럼 회의적인 어른도 이 책을 통해 조금은 더 희망적으로 생각하기로 했으니까.... 청소년들이여 니들이 희망이다.   

'완득이'도 재미있게 읽었는데 이 책도 단숨에 읽어 내렸다. 가끔 알라디너들이 '위저드 베이커리'도 심심치 않게 소개하던데....그것도 함 방문해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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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긋기의 어려움 - 고종석 시평집
고종석 지음 / 개마고원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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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석 시평집이다. 대략 2007년에서 2008년까지의 여러가지 사건에 대해 한국일보와 씨네 21, 시시인등에 기고한 칼럼들이다. 고종석에 대해서는 로쟈님 서재에 들락거리다 알게 되었고, 로쟈님의 책에 고종석과 김훈, 김규항에 대한 비교글에 많은 깨우침을 받은 바 있다. 어찌 알게 되었건 자칭 보수주의자라고 칭하는 사람의 글을 맛깔스럽게 읽는 다는 것 자체가 나에게는 참으로 신기한 일이다. (난 보수나 우파라는 단어를 아주 싫어하며, 그런 사람들은 속이 시커먼 위선자로 여긴다) 

신기한 건 고종석의 글에서는 사실 우파의 색깔이 그리 잘 드러나지 않는다. 대선 전후를 통하여 민주노동당에 대한 애정을 토로한 글을 읽다 보면, 이 사람이 정말 우파 맞나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그의 글들을 계속해서 읽다 보면...합리적 보수라는 자신의 주장이 맞다고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 그는 인간의 추악하고 더러운 부분에 대해 부정하지 않으며, 인간이 쉽게 변하리라고 믿지도 않는다. 여기에 그의 보수주의적 기질이 있다고 보여진다. 

 다만, 보수이되 합리적이고, 워낙 우리사회가 우편향으로 기울어져 있다보니 조금만 합리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결국 진보의 색깔이 덧쒸워지는 것 아닌가 한다.  하지만 고종석이 민노당 내 자주파나 수구반북주의자나 민족제일주의를 보수로 규정할 때 최소한 그는 좌파다.  

그리고 시사저널 사태에 대한 그의 언론관과 삼성에 대한 그의 태도는 우파가 가져야 할 최대치와 좌파가 가져야 할 최소치의 경계를 보여주고 있다. 무엇보다 독점화가 진행된 자본주의 사회에 살아야 하는 지식으로 지켜야 할 것과 거부할 것이 복잡하게 혼재되어 있다는 사실에 곤혹스러워 하는 양심과 도덕을 가지고 있다.

합리주의자 이지만, 하나를 주장해도 그의 글에는 아취가 있다. 비판을 하더라도 아름답게 선명하게 하는 그의 글을 읽다보면, 절제된 글과 잡글의 차이점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그건 내가 잡글만 쓰는 사람이라 더 심하게 느끼는 것 같다) 자신은 진중권류의 글쓰기가 조금은 부러운 듯한 모습도 있지만, 그는 고종석이고 역시 고종석은 고종석식 글이 아름답다.  

칼럼에는 가끔 서평이나 책 서문이 있다. 고종석은 강준만을 좋아하고 김진석에 대해서도 후하다. 강금실하고는 친한 사이인 모양이다. 어쩌면 고종석은 균형주의자 인지 모르겠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이 사회가 어는 한 쪽으로 너무 편향되어 있기에 고종석은 좌측으로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처럼 과거로 돌아가고 있는 이 시기에 고종석 같이 균형을 잡는 보수가 있다는 것은 우리사회에 행복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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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9-07-07 0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사놓고 아직 안보고 있는 책 중 하나인데, 고종석을 저는 매우 좋아합니다. <감염된 언어>에 가장 반했고, <서얼단상>과 <자유의 무늬>, <코드 훔치기> 같은 옛 글들도 좋았어요. 아쉬운 건, 그는 주변을 의식했기 때문인지 좀더 나가도 될 만한 발언을 어느 정도 선에서 멈추기도 하는데, 머뭇하지 말고 발언해줬음 하는 바람도 있어요.

머큐리 2009-07-07 09:16   좋아요 0 | URL
가만보면 아프님하고 취향이 아주 비슷하다는..ㅋㅋ
 
[중고] 내 남자- 제138회 나오키 상 수상작
사쿠라바 가즈키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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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대책없이 암울하고 어둡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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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명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구혜영 옮김 / 창해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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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게이고다. 요즘 출퇴근 길에 편하게 읽으려고 책을 고르다 보니 게이고 소설이 자꾸 손이 간다. 이 책 말고도 동급생이 있는데...지금 기세로 보면 이 책도 조만간 끝내지 않을까 한다. 게이고 소설을 접할때 마다 느끼는 것... 심하게 몰두할 것 같지 않은데 한번 펼치면 일단 끝을 봐야 속이 시원해 진다는것...(뭐 추리소설이 다 그런가?) 

이 책은 정말 숙명에 관한 이야기이다. 20년전 살인사건과 최근의 살인사건의 연계를 찾다보니 그 사건의 중심에 있던 인물들에 대한 연관은 숙명이라 불릴 수 밖에 없는 사실이 존재한다. 내가 쓸 수 있는 것은 여기까지다. 스포일러 땜시 더 얘기하다간 이 책 읽는 재미가 줄어들 것이 뻔하기 때문이고, 사실 아직까지도 추리소설 리뷰를 어떻게 써야 할지...난 잘 모르겠다.  

이 소설에서 살인이 벌어진 일, 그 수법, 알리바이, 용의자 .... 뭐 이런것도 중요하지만, 진짜 충격은 그 모든 사건의 배경이 되는 과거에 있다는 것...그리고 역시 마지막까지 방심하면 안된다는 것.  결국은 그 마지막 한 줄이 사람 멍하게 만드는 이야기라는 것이다.  

그러니 궁금해도 처음부터 차근차근 읽어 나가시길... 항상 그렇듯 게이고 소설은 최고는 아니더라도 중독성있게 찾게 된다. 그러고 보니 게이고를 처음 입문하게 해준 사람이 불현듯 생각나네..ㅎㅎ '용의자 X의 헌신'을 나에게 선물해서 여기까지 오게 한 그 분께 감사드린다. 잘 지내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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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30 17: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참 아름다운 도전 1 - 세상을 뒤바꾼 여성들 이야기
이병철 엮음 / 휴먼비전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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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다른 동물의 차이는, 인간만이 여성을 학대한다는 점이다. 비겁한 이리나, 가축으로 타락한 개조차 그런 짓은 하지 않는다" - 잭 런던 [길] 

인류 최후의 식민지는 여성이라는 말이 있다. 여성은 언제나 최하위에서도 마지막 착취를 당하는 존재였고, 어디서든 스스로를 나타낼 수 없는 존재였다. 물론 20세기 이후 많은 변화가 이루어졌고, 지금도 변화는 진행 중이다. 예전같이 남존여비의 사상을 이 땅에서 공공연하게 주장한다는 그 또는 그녀는 사회에서 매장 될 것이다. 그렇다고 남녀가 완전하게 평등하다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아직도 성차별이 공공연하게 이루어지고 있고, 성차에 대한 편견이 사라진 것도 아니다. 그러나 예전에 비하면 여권의 신장은 다른 어떠한 권리보다 급속하게 이루어진 것도 사실이다. 그 배경에는 여성으로서의 존재를 자각하고 그 시대와 맞서 치열하게 싸운 선구적 여성이 있음은 물론이다. 더불어 어느 남성도 이루지 못한 인류에의 공헌으로 여성에 대한 편견을 깨뜨린 사람들도 있다. 이 책은 그러한 여성에 대한 간략하지만 핵심적인 소개다. 

이 책에 등장하는 여성은, 레니 리펜슈탈 , 마거릿 버크화이트, 오리아나 팔라치, 레이첼 카슨, 로자 룩셈부르크, 알렉산드라 콜론타이, 에바 페론, 라일라 할레드, 마거릿 싱어, 베티 프리던, 글로리아 스타이넘, 케이트 밀레트, 사라 베르나르, 안나 마냐니, 이저도라 덩컨, 빌리 홀리데이, 카미유 클로델, 케테 콜비츠, 조지아 오키프, 에스테 로더 등 20명이다.  

여기서 내가 아는 사람은 약 12명 그나마 조금 자세하게 알고 있다고 여겨지는 사람은 5명 정도다. 나머지 사람들은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고.... 특히 아랍의 잔다르크라고 불리는 라일라 할레드는 무척이나 인상깊었다. (책 속의 사진 때문일지도...) 팔레스타인 독립운동가이자 여성 하이제커인 그녀의 강인한 모습과 신념은 감탄을 금할 수 없도록 했다. (물론 다른 여성들의 삶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지만...) 빌리 홀리데이와 카이유 클로델, 로자 룩셈부르크를 읽다 보면 그 처절함에 숙연해 진다.

혹 여성이 약하다거나 지적으로 남성보다 못하다는 편견을 가지신 남성분들은 꼭 이 책을 읽어보시도록...주눅들 것이다. 그리고 여성이라서 뭔가 억울하신 여성분들도 이 책을 읽어보시도록...자신감이 생길 것이다. 다만 워낙 치열하게 살아온 여성들 이야기라 여성들도 주눅들까봐 걱정되긴 한다.  

결국 시대의 한계를 뛰어넘는 인간들에게는 그 사람이 가진 아름다움이 있다. 더구나 여성이라는 시대적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 목숨까지 던져가며 싸워온 사람들이니 그 생에 있어서의 노력과 도전은 숨이 막힐 지경이다. 어쩌면 여성의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 싸운 그들의 공로가 결국 모든 인간에게 해방과 자유를 주었는지 모르겠다. 여성들의 도전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그리고 그들의 선배는 여성이야말로 남성에게 자유를 줄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존재라는 것을 증명했다.  

이 책은 여성이야 말로 남성의 구원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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