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처럼
가네시로 카즈키 지음, 김난주 옮김 / 북폴리오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몇몇 일본 작가들의 소설은 내용을 떠나 무조건 집어들게 만든다.  
일단 미미여사와 게이고 그리고 오쿠다 히데오.. 히데오의 <남쪽으로 튀어>는 제일 맘에
드는 소설 중 하나이다. 미미여사나 게이고는 작품이 너무 많아 뭐라고 평하기도 힘들다
더불어서 이 책의 저자인 가네시로 가즈키... 유쾌한 듯 하면서 그 속에 애잔한 슬픔을
품고 있는 그의 소설은 따뜻하면서도 희망차다.  

일본에서 얼마나 대중문화가 사람들을 사로 잡는지는 몰라도 우리 사회보다 좀더 대중문화
의 위력을 실감한 사회임에는 틀림없을 것 같다. 서구 좌파가 정치, 경제 분석에서 문화로
자신의 이론적 분석틀을 확장한 이후 그리고 포스크모더니즘이 이 땅에서 극성을 부린 이 후
문화에 대한 많은 관심들이 확장되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영화가 있다.
<시네마 천국>을 보고 나서 느낀 따뜻하면서 왠지 쓸쓸한 느낌의 소설들이 연작으로 이어져
있는 소설들이다. 그리고 소설의 중심에는 <로마의 휴일>과 <정무문>이 있었다.  

일본에서 재일한국인이란 위치는 어떠할까? 솔직히 모르겠다. 다만 서경식 선생의 글을 접하며
그들이 가진 존재의 정체성의 위기에 대해서는 순전히 감으로만 느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위치에서 오는 불안정성은 현재에 매몰되어 있는 나의 안이한 사고를
흔들어 놓는다. 생활 뿐 아니라 남북으로 분단된 정치 상황에서 오는 긴장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이전에 난 <금단의 땅>이란 소설을 읽고 깜짝 놀란적이 있었다. 분단과 한반도의 이데올로기적
대립을 그렇게 현실감 있게 형상화한 소설을 처음 접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재일한국인이란 항상 무언가 어둡고, 불안정한 사람이고 그것이 작품으로 반영
된다는 편견을 가지게 되었다.  

그런 편견을 깨준 사람이 가네시로 가스키다. 그의 소설은 유쾌했고, 주변에 머물러 있어도
중앙에 대한 우월감을 인정하지 않는다. 다만 자신의 삶을 위해 유쾌하고 치열하게 횡단해
버린다. 그것이 소설이고 허구일지라도 같이 횡단하는 독자들은 유괘하고 즐겁다.
그러면서도 그들이 횡단이 얼마나 힘든일인지 마음 속 깊이 깨닫게 된다.
원래부터 출발선이 틀린 그들이 그 출발선에 연연하지 하고 세상 속으로 뚜벅 뚜벅 걸어가는
모습은 잔잔한 감동을 준다.  

이 책은 퍼즐같은 책이다. <로마의 휴일>이 상여되는 시민회관의 공간속에 들어오는
군상들이 각기 다른 이야기들을 펼쳐 놓고 있다. 그러나 주제는 동일하다. 근 군상들은
자신의 과거의 아픔을 정화하고 그리고 그 아픈 기억 속에 잔잔한 감동을 주었던 영화를
보러온다. 거기서 대중문화와 추억과 기억과 치유의 순간이 전개된다.
추억과 기억으로서의 영화.....
그 영화속에서의 과거와 미래....
소설은 대중영화처럼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미래 묵시론적인 만화가 아니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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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의 노랫소리 - 제6회 일본추리서스펜스대상 수상작
텐도 아라타 지음 / 문학동네 / 2005년 11월
평점 :
절판


언제부터인지 사이코패스라는 단어가 너무 익숙해져 버린 것 같다.
정서적 공감 능력이 매우 부족해서 피도 눈물도 없어 타인에 고통에 둔감하나
자신의 이기적 이익에는 매우 밝은 사람들.
외관은 인간의 형상을 했지만, 내면은 짐승보다 더 잔혹한 사람들이 공동체 안에
속해 있다면... 그것은 공포일 것이다.  

3명의 등장인물이 나온다.
어린시절 정신적 외상으로 인하여 평범한 삶을 살지 못한채 사회적 삶을 완성하기 위해
가족을 갈구하는 사이코패스 살인마...그는 가족을 갈구하지만, 가족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서는 알지도 이해하지도 못한다.
어린 시절 친구의 유괴와 죽음으로 경찰이 된 여자 주인공... 사라진 여인들을 찾기위해
자신을 위험에 빠뜨리는 모험도 주저하지 않는다.
공부보다는 음악에 관심이 있다는 이유로 부모에게 배척받고 도시로 나와 자신의 세계를
음악으로 나타내고자 하는 19세 소년.
이들 모두 사회의 테두리 안에 정착하지 못하고 주변을 배회하는 이방인이자 자신만의
세계를 줄기차게 구축하려는 아웃사이더이다.
그러나 그들이 구축하려는 세계는 모두 틀리다.  

여인들이 실종된다. 모두 혼자서 외롭게 사는 여인들.... 그들이 실종되도 주변에서 그들의
실종 자체를 알기도 힘들다. 아니 관심을 갖지 않는다. 정주되지 않고 잠시 머물다 떠나는
삶이 이제 너무 당연한 것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녀들이 시체로 나타나기 시작한다. 온 몸이 난도질 당한  채로... 

이 책에서 나타나는 음조는 음울함이다. 누구도 이해 하지 않아도 자신을 삶을 꾸려가는
주인공들...그러나 그들은 누군가 자신을 이해해주길 원한다. 자신을 곧추 세우면서
자존감을 갖지만, 그러기엔 무언가 부족함이 있다. 그리고 그들은 그들의 고독에 대해
긍정하면서도 절망한다. 무엇이 그들을 그리로 몰아세웠을까?
따뜻한 가정 같은 건 이 소설에서 제일 경멸하는 것이다. 오히려 가정의 테두리 안에서
알게 모르게 조작되는 현실이 실제로 어떤 것보다 사람을 더 고독하게 만들고 있다.

그럼에도 가족이라는 외면에 휩쓸리는 경우, 더욱 무서운 결과가 기다리고 있음을 잔혹하게
보여준다. 겉으로 보이는 것 보다 사실적인 것이 더 중요하지만,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다. 그 한계를 인정하지 않고 넘어서는 순간 일상은 공포로 변한다.
결국 고독하지만 그것을 인정하는 것이 고독을 이겨내는 힘이라는 것을 이 소설은 나타낸다.
그렇지만 익숙한 것이 지옥으로 변할 수 있다는 사실이 이 소설의 공포의 근간을 이룬다.

사이코패스라는 단어가 익숙한 만큼 잔혹함도 익숙해졌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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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9-29 15: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냉장고에서 연애를 꺼내다
박주영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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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담은 항상 호기심과 긴장을 유발시킨다.
박주영이란 작가 '백수생활백서'로 알게된 작가다.
내 꿈이 백수였으므로... 책속에 파 묻혀 그저 그렇게 생활하고 싶었기에 그 소설이 나에게
더 많이 다가왔었나 보다.

난 요리를 못한다. 아니 도전해 보지 않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 평균 남성에서
별로 벗어나지 않은 삶을 살았기에 살림과 요리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모든 일이 그렇듯이 요리에도 인생이 있고, 사연이 있으며, 그 방법은 다양할 것이다.
그 요리에 관한 이야기에 연애 이야기가 비유적으로 흐른다.
이 소설의 미덕은 연애와 요리와 인생이 결국 다르지 않다는 것을 확인했다는 것...
그리고 연애와 삶에 대해 여성의 시각이 녹아있다는 것.  

여성이 아니라 솔직하게 공감하면서 읽기보다는 흥미진진한 연애담으로 읽었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일방적이지 않고 언제나 흐름속에 존재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낀다. 그 흐름 속에서 어떤 판단을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그저 개인의
취향(?)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같은 재료를 가지고도 같은 음식도 사람에 따라 천차만별로 차이가 날 수 있다.
삶도 마찬가지다. 연애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삶이란 비슷해 보이면서도 개별적으론 차이를 내포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 사소한 차이를 넘어 사람과 사람이 관계한다는 것....  
여자들의 우정과 사회적 삶이라는 것....  

거대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다. 사소한 일상과 소소한 연애담이 전부일 뿐이다.
그런 사소하고 소소한 이야기들이 포근하게 느껴지는 건 내 스스로가 너무 큰 이야기에
찌들어 있다는 것 아닌지...
연애하시는 분들이 한 번 쯤 읽어보면 좋은 소설인 것 같다.
여자분들은 자신과 비교해 보면서
남자분들은 지피지기해야 성공할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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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09-09-17 1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냉장고에서 연애를 꺼내다> 제목이 재밌네요.
이제부터 요리를 배워 보심이 어떨까요... ㅎㅎㅎ
그럼 옆지기님이 좋아하실텐데요...^^

머큐리 2009-09-17 15:40   좋아요 0 | URL
올해 음식하나 배우려고 노력중입니다...ㅎㅎ
 
천사의 게임 2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지음, 송병선 옮김 / 민음사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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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적이다... 그러나 나는 그 환상을 끝까지 따르지 못하는 한계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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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의 게임 1 잊힌 책들의 묘지 4부작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지음, 송병선 옮김 / 민음사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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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적이다...점점 흥미로워 지면서 1권은 자기 사명을 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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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gettable. 2009-09-11 1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쵸 ㅎㅎㅎㅎ 와 머큐리님도 이거 읽었다니 괜히 신난다!!!
근데 바람의 그림자에 비해 2권의 힘이 좀 떨어지더라구요 ㅎ

머큐리 2009-09-11 17:07   좋아요 0 | URL
헉~ 2권 초입인데... 이런 힘빠지는 스포를...

무해한모리군 2009-09-11 17: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흐흐 저 또 땡투했잖아요 착하죠 ^^

머큐리 2009-09-11 18:14   좋아요 0 | URL
오~ 지름신의 강림을..이겨내지 못했구나.. 이렇게 자주 땡스투를 하면 괜히 책한권 사줘야 할 것 같은 압박감이..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