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생각하다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강명순 옮김 / 열린책들 / 2006년 2월
품절


즉 우리가 사랑에 대한 생각을 덜 할 때에는 그것이 확실해 보이는 반면, 막상 사랑에 대해 고민을 하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우리는 점점 더 커다란 혼란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11쪽

<정확하게 - 알지-못함>, 즉 <도데체-나는-그것이-무엇인지-모르겠다>는 사실이 바로 사람들로 하여금 붓이나 펜, 혹은 악기를 집어 들도록 만드는 가장 원초적인 동력이 된다 -12쪽

어쩌면 오늘날에도 에릭시마코스처럼 사랑을 효소나 호르몬, 혹은 아미노산의 영향으로 발생하는 무수히 많은 현상들 둥의 하나로 정의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런 정의는 우리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다. 생산적이지 못할 뿐만 아니라 아무것도 해명해 주지 않기 때문이다. -14쪽

소크라테스는 [파이드로스]에서 도취를 사랑에 빠진 상태로서, 병이자 광기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그것은 나쁜 도취가 아니라 이 세상에 존재하는 도취 중 가장 좋은 것이기 때문에 해로운 질병이 아니라고 했다. -15쪽

에로스는 위대한 마귀(daimon)로서 인간과 신의 중간자적 존재, 인간으로 하여금 자신에게 결핍된 것들에 대해 갈망하도록 만드는 그런 존재이다. 즉, 에로스는 아름다움이나 선함, 행복이나 완전함, 심지어는 불멸같이 신만이 가진 특성을 동경하도록 만든다. 사랑에 빠진 사람들은 그런 신적인 속성들이 연인에게 투영되어 있는 것을 본다. -16쪽

사랑을 배설물과 확실하게 구별해 주는 것은 뭘까?-17쪽

플라톤에 의하면, 바보들은 그들 자신에게 만족하고 있기 때문에 아름다움이나 선함, 혹은 성스러운 행복을 추구하지 않는다. 현명한 사람들 역시 이미 그 모든 것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을 추구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단지 중간에 있는 사람들, 바보나 현자의 중간에 있는 사람들만 그것을 추구한다. -22쪽

사랑을 포기하려는 시도는 포기의 성공 여부에 관계없이 그 사랑이 사소한 것, 아무것도 아닌 것이라는 사실을 입증해 주는 것이다. -35쪽

사랑은 언제나 이성의 상실, 자포자기, 그로 인한 미성숙함이라는 대가를 치러야만 하는 것이다. -38쪽

사랑에 빠진 한 쌍의 연인은 자주 사회적으로는 이방인이 되는 경향이 있다.
사랑에 대한 이 모든 언급은 기이하고 당황스럽다. 왜냐하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사랑은 인간이 줄 수 있고, 인간에게 일어날 수 있는 가장 좋은 것이자 가장 아름다운 것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사랑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실행할 수 있는 가장 위대한 것, 가장 고귀한 것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3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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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크백 마운틴
애니 프루 지음, 조동섭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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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킬로미터도 채 못 가 에니스는 누군가가 내장을 손으로 한 번에 일 미터씩 끄집어내는 듯한 아픔을 느꼈다. 그는 길옆에 멈춰 섰다 눈송이가 소용돌이치는 속에 토하려 들었으나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여태 이렇게 기분이 더러웠던 적은 없었고, 다시 기운을 차리기까지는 한 참이 걸렸다. -328쪽

셔츠가 어쩐지 묵직했다. 그때 에니스는 잭의 셔츠 안에 셔츠가 하나 더 있음을 알았다. 잭의 소매 안에 조심스레끼워져 있던 또 다른 소매는 에니스의 체크무늬 셔츠였다. 오래전에 빌어먹을 어느 세탁소에서 잃어버렸겠거니 생각했던, 주머니는 뜯겨나가고 단추는 떨어진 더러운 셔츠. 잭의 셔츠가 두겹의 피부처럼 한 쌍으로, 한 셔츠가 다른 셔츠 속에 안긴 채 둘이 하나를 이루고 있었다.-353쪽

그는 아는 것과 믿으려 했던 것 사이에는 간극이 있었지만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리고 고칠 수 없다면 견뎌야 한다. -35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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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밥상 - 농장에서 식탁까지, 그 길고 잔인한 여정에 대한 논쟁적 탐험
피터 싱어.짐 메이슨 지음, 함규진 옮김 / 산책자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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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정권이 바뀌고 통상정책이 바뀌면서 세상이 시끄럽다... 교육, 대운하 등 여러문제가

중첩되어 시끄러운 것이겠지만, 누가 뭐래도 미국산 쇠고기 수입은 용납할 수 없는 문제로

대두되는 시점이다.

그 이유야 우리나라뿐 아니라 어느 나라, 어느 민족도 마찬가지겠지만, 먹는 거 가지고 장난

치는거 좋아 할 사람 하나도 없다. 차라리 잘된 것이 쇠고기 논쟁으로 먹거리에 대한 총체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단초가 제공되고, 이로 인해 현재 우리가 누리는 음식문화에 대한 총체적이고

근본적인 질문을 할 수 있게 된 것이 그나마 위안거리라고 할까 (문제는 총제적 문제 검토와 상

관없이 미국산 쇠고기 정확하게 말하면 공장사육형 쇠고기가 곧 들오온다는 거지만....)

먹고 즉는 거 아니면야 무슨 논쟁거리냐고 쉽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먹는 음식이

외관과는 다르게 쓰레기라면, 먹고 당장은 아니라도 길게는 10년 이후에 죽을 수도 있다면,

싸고 맛있어 보여도 실제로는 환경 오염과 건강을 해치는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면 과연 그

음식이 우리가 그토록 신성시 하는 자본주의적 합리성과도 맞지 않을 것인데 왜 몇몇는 기를

쓰면서 그 쓰레기를 수입하려 하는지 의문이 들 수 밖에 없지 않을까.....

이 책을 읽고 나서 '잡식동물의 딜레마'를 읽고 있는데, 음식문화에 대한 총체적 비판의 틀은

비슷해보인다. 그러나 이 책이 지닌 도발적 논점이 하나 있는데 바로 '종차' 즉 동물차별에

관한 사항되겠다. 우리의 육식이 과연 윤리적으로 정당한가, 또는 동물의 고통에 기반한 먹

거리 문화는 과연 윤리적으로 정당한지가 논점이 되겠다.

난 채식주의자도 아니고, 사대적 개고기 식용 반대주의자도 아니며, 고기는 그냥 생각없이

그때 그때 먹는 사람이라 사실 육식에 대한 윤리적 문제제기는 너무나 먼 이야기처럼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세상의 모든 발전이 초기에 다 멀리 보이는 문제였고, 지금 당연시 되는

인종차별이나 성차별의 해소도 사실 100년도 안된 시간이라는 점에서 보면, 어쩜 마지막 남은

차별인 '종차별'에 대한 논의는 당장 시급하게 다가오는 문제일 수도 있겠다. 더구나 화석연료에

기반한 음식문화의 개선과 연계하면 정말 뚜렸하게 시급한 문제일 수도 있을 것이다.

자 여기서 미국산 쇠고기는 먹지 말아야 하고, 동물에 대한 윤리적 태도를 견지하려면 채식주의자

가 되는 것이 가장 윤리적이라는 저자의 주장에 대해 정말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하지 않을까?

음식이 우리의 정체성을 규정한다면... 우린 정말 어떤음식을 어떻게 먹고 있는지 알아야하고

그 사실에 기반하여 태도를 정해야 하지 않을까?

단, 어떻게 결론내리던 싸고 맛있는 미국산 쇠고기는 결국 쓰레기라는거 미국 사람이 이렇게

선명하게 보여주니 무조건 이번 쇠고기 수입은 막아야 할 것이다.

단, 정말 국가와 민족의 발전을 위해 어쩔 수 없이 협정하고 목숨바쳐 미국산 쇠고기만을 먹을

각오로 청와대와 한나라당이 결단한 것이고, 향후 수입된 미국산 쇠고기만 먹겠다면....

그 진정성이야 이해하겠다. 그러나 거기에 대다수 국민을 끼워넣는다면 도데체 누구를 위한

발전인지 애매할 것이고, 지들이 그렇게 괜찮다고 주장해도 우리 농민을 위한다며, 비싼 한우만

먹을텐데 그 꼴을 보면 속이 뒤틀려서 어찌 살것인지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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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의 달인, 호모 쿵푸스 - 공부하거나 존재하지 않거나! 인문학 인생역전 프로젝트 1
고미숙 지음 / 그린비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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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난 어렸을때 지긋지긋해하던 "공부 좀 해라"라는 말을 아이들에게 하고 있다. 음~

정말 아무 생각없이 컴퓨터 게임에만 열중해 있거나, 텔레비젼 리모컨을 만지작 거리는 얘들에게

하는 말이니 틀린 말은 아닐진대.... 그 말을 할때마다 자괴감 비슷한 감정을 느끼곤 한다.

내가 그렇게 듣기 싫어했던 말을 하고 있는 나.

물론 여기서의 "공부"는 교과서가 주류다. 그거라도 하지 않으면 안되니까....그리고 여유가 있으면

독서 좀 하라고 한다. 아이들에게 좋다고 평가되는 책도 사주고 하지만 기본적으로 공부하면 지겹고

재미없는 것이란 등식이 어린 나이에도 확고하게 자리잡았나 보다.....독서도 강요하면 공부가 된다.

호모쿵푸스는 대책없이 공부만 강요하는 부모들이나 청소년에게 왜 공부를 해야하고 공부하면 무엇을

얻게 되는지에 대한 주류의 생각을 가로질러 공부 본연의 장점을 잘 설득하고 있다.

특히 대책없이 아이들에게 공부하라고 강요하던 나에게 어떤 공부를 시켜야 하며, 아이들과 공부를

하기 위한 코뮨의 조직화에 대해 아주 아주 심각한 고민을 던져주었다.

더불어 나의 평생에 걸친 공부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지식 공동체로서의 코뮨은 어떻게 만들어 나가

야 하는지에 대해 고전에 대한 문제점과 독해에 대한 고민도 던져주고 있다.

공부는 단지 머리의 문제가 아닌 신체의 문제라는 점도 깨달았던 것도 소중하다면 소중하다고 할 수

있겠다.

변화하는 사회의 물결 속에서 자기개발이니 능력업그레이드니 고민만 하고 실상 자신이 무엇을 공부

해야 하는지 모르는 분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공부는 혼자가 아닌 여럿이, 관심과 경계를 가로질러

자신을 규정하는 굴레를 벗어나는 해방적 행위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공부하기 즐겁지 아니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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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호모 쿵푸스 실사판 : 다른 십대의 탄생] 공부는 셀프!
    from 그린비출판사 2011-04-05 17:30 
    ─ 공부의 달인 고미숙에게 다른 십대 김해완이 배운 것 공부의 달인 고미숙 선생님. 몸으로 하는 공부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적절한 계기(혹은 압력?)를 주시곤 한다.공부가 취미이자 특기이고(말이 되나 싶죠잉?), ‘달인’을 호로 쓰시는(공부의 달인, 사랑과 연애의 달인♡, 돈의 달인!) 고미숙 선생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공부해서 남 주자”고. 그리고 또 말씀하셨다.“근대적 지식은 가시적이고 합리적인 세계만을 앎의 영역으로 국한함으로써 가장 ...
 
 
 
고추장, 책으로 세상을 말하다
고병권 지음 / 그린비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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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장과 꼬추장의 차이는? 수유 너머의 연구원들에게는 고추장과 꼬추장이 틀린 의미란다.

고병권씨는 연구공간 수유 너머의 추장이며, 따라서 고추장이고, 꼬추장은 고추장과 (먹는)고추장의

차별을 위해 연구원들이 먹거리 고추장을 지칭할때 쓰는 용어다.

사실 연구공간 수유 너머는 매력적인 단체다. 연구 코뮌을 지향하는 듯한데 이곳에서 생산되어 나오는

담론들은 그 참신함과 새로움이 우리 인문학의 위기를 해결해 주는 하나의 모범으로 보이기도 한다.

(리 라이팅 클레식 시리즈는 언제부턴가 나의 필독서들로 자리 잡았고, 리 라이팅 클레식 시리즈를

읽게 만든건 고병권씨의 '니체의 위험한 책,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이다.)

구성원들 자체도 단체나 집단에 매이지 않고 유일하게 연구공간 수유 너머에서 평등하게 연구하고 있는

듯하다. 이러한 연구 단체들이 많이 나와서 획일적인 지배담론을 가로지르며, 소수자들의 의견과 차별을

'날 것' 그대로 보여줬으면 좋겠다.

나에게 저자는 니체의 난해함을 일정정도 덜어 준 고마운 사람이었고, 언젠가 새로운 책을 내면 꼭 사서

봐야 할 저자로 찍혀있었다.

이 책은 사실 단일저술은 아니다.  관심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잘 몰랐는데 신문과 잡지에 기고한 글을

다시 모아서 펴낸 책이다.

책을 읽고 느낀 느낌들을 독서 메모한 부분들이 특히 좋았고, 매체에 기고된 글이라 시국과 연관되어

시의 적절하게 판단되는 그의 시선이 날카롭고 따뜻하다.

전지구적 자본주의가 판을 치며, 신자유주의적 가치관의 광풍이 몰아치는 현재 세상을 바라보는

'소수적 시선'을 견지하는 그의 태도에서 우리 학문의 희망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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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민주주의란 무엇인가』 - 고병권이 쓴 '민주주의'
    from 그린비출판사 2011-05-25 14:59 
    『민주주의란 무엇인가』 ‘무엇인가’를 묻는 책들이 태풍처럼 출판계를 흔들어놓고 있다.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 바람이 채 가라앉기 전에, 뒤를 이어 유시민의 『국가란 무엇인가』 바람이 불고 있다. 이제 여기에 다시 고병권의 『민주주의란 무엇인가』 바람을 추가해야 한다. 그러나 고병권이 몰고 올 바람은 일시적으로 불고 지나갈 바람이 아니라, 끊임없이 반복해서 되돌아올 바람이다. 그것은 한국의 정치·사상 지형에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파열을 내는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