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스타킹(약칭 ‘레스’) 독서모임에 처음으로 참석한 지 한 달하고도 19일 정도 지났습니다. 레스를 회사라고 한다면 현재 저의 위치는 신입사원과 같습니다. 페미니즘을 다시 배운다는 심정으로 독서모임에 참석하고 있어요. 제가 멤버들 앞에 농담으로 ‘신입사원’ 비유를 언급한 적이 있는데, 멤버들이 저보고 ‘인턴’이라고 하더군요. 레스 멤버 각자 뛰어난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영어 대화는 기본이고, 정당 활동 경험이 있는 멤버가 두 분이나 있고, 대학교에서 여성학을 공부하는 분도 있어요. 이 분이 제게 레스를 처음 소개해줬어요. 페미니즘 영화를 잘 아는 영화 마니아도 있어요. 요즘 이 ‘능력자들’ 덕분에 새로운 사실을 많이 알게 됩니다.

 

 

 

 

 

 

 

 

 

 

 

 

 

 

 

 

 

* 마리아 미즈 《가부장제와 자본주의》(갈무리, 2014)

* 정진희 엮음 《마르크스주의자들의 여성해방론》(책갈피, 2015)

* [읽을 예정인 책] 주디스 오어 《마르크스주의와 여성해방》(책갈피, 2016)

 

 

 

레스 독서모임 참석 이후로 읽어야 할 책들이 자꾸만 늘어납니다. 지금까지 《가부장제와 자본주의》 3장까지 읽었는데요, 마르크스(Marx)엥겔스(Engels)의 책을 같이 읽었어요. 본의 아니게 마르크스주의를 공부하게 됐네요. 제가 리버럴리스트(liberalist)라서 마르크스주의를 비판하는 입장을 가지고 있었어요. 그런데 마르크시즘 페미니즘을 공부해보니 클라라 체트킨(Clara Zetkin), 알렉산드라 콜론타이(Alexandra Kollantai), 레닌(Lenin), 트로츠키(Trotsky) 등이 공유했던 여성해방론의 장점이 보이더군요. 물론, 마르크스주의자들의 여성해방론 역시 현실적 한계를 넘어서지 못했고, 마르크스주의가 스탈린주의로 변질되는 바람에 퇴색의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가부장제와 자본주의》의 저자 마리아 미즈(Maria Mies)도 고전적 마르크시즘 페미니즘의 한계를 지적합니다. 소련 붕괴 이후 마르크시즘 페미니즘은 한물간 사회과학 이론으로 취급받았습니다. 그렇지만 스탈린주의로 오해받은 고전적 마르크시즘 페미니즘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습니다.

 

각설하고 지난주 월요일 《가부장제와 자본주의》 첫 번째 모임 공식 후기를 공개하겠습니다. 지난주는 바쁜 한 주였어요. 하필이면 지난 주 모임에 불참했던 터라 공식 후기를 공개하는 것을 깜빡 잊을 뻔했어요. 후기 내용 중에 ‘각자의 방법으로 페미니즘을 실천하고 연대’해야 한다는 말이 있어요. 저도 후기를 쓴 분과 마찬가지로 이 말에 공감했어요.

 

 

이번에는 <가부장제와 자본주의> 서문과 1장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저자는 서문과 1장에서는 ‘페미니즘이 무엇인지?’, ‘왜 이러한 책을 쓰게 되었는지?’를 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서문과 1장에 걸쳐서 너무나 상세히 페미니즘을 설명하던 것이 이 책에 대한 태도로 규정되었던 것 같다고 느끼게 된 토론이었습니다. 제가 이 책을 읽고 얻고자 했던 부분은 <‘가부장제와 자본주의’는 어떤 관계가 있고 어떤 방식으로의 대안을 요구한다.> 문장이었지만 그 부분보다 다른 분이 더 많이 서술되어 있고 제가 잘 모르는 개념(ex. 쇼비니즘, 맑스주의 페미니스트)을 그냥 단어로만 쓰고 설명이 없어서 읽어도 어렵다. 라고 단정 지어 버리는 느낌입니다.

 

p.s : 지금 2장을 좀 읽었는데 여기서 저의 의문을 해소해 주고 있네요-! 이번 토론에서 느낀 것은 페미니즘 안에서도 서로 성찰(?)하면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운동방식에 대해서도요. 페미니즘을 기울어진 운동장 내지는 이미 공고히 만들어진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흐름 정도로만 생각했던 저에게 이정도로 다채로운 방향에서 분석하고 서로의 한계점을 이야기하는 게 굉장히 신선했습니다.

 

토론 초반에 나왔던 ‘마지막 섬’ 과 관련한 논쟁에서 나오는 이야기에서 결국 우리는 누군가에게 착취와 억압을 하고 살아가고 있음을 인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고, 그런 것들을 인지하고 살아가며 마지막 섬을 파괴하기 위한 작업을 하며 고민하고 살아가는 것이 ‘삶’에 대한 숙명처럼 느껴졌습니다. 우리의 삶 그자체가 폭력적이라면 ‘최소한의 폭력’을 행하며 살아가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토론 중간 중간에 나왔던 논의들을 사실 제 개인적으로도, 토론에 참여하는 모든 분이 대체적으로 동의하는 부분을 다시 재확인하여 나가는 과정인 것 같아서 좋았습니다. 덕분에 맑스주의 페미니즘과 에코 페미니즘, 남성 쇼비니즘에 대한 관심이 약간 생겼고, 그에 관한 것들을 접할 일이 있다면 접하고 싶네요.토론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지점은 제3세계 여성(여기서는 ‘저개발’)과 백인여성으로 대변되는 극단적 층위에 있는 사람들을 ‘자매애’ 하나로 통합하여 이야기 하는 방식이 너무 낡았다. 라는 지점이었습니다. 다른 이들과 함께하는 방식에서 ‘우월주의’적 접근을 최대한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중간에 레드스타킹 멤버 한분이 ‘우리 그렇게 너무 성찰할 필요 없어요’ 하면서 이야기 했던 각자의 방법으로 페미니즘을 실천하고 연대하면서 외치면 된다는 요지의 이야기가 굉장히 와 닿았습니다. 아직은 내부적인 논의보다 현실에서 같이 외치는 부분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신약이 성인남성으로 디폴트 값이 잡혀있고, 과학기술이 남성위주로 재편되어있다는 이야기는 저에게 또 다른 무지를 일깨워줘서 너무나 고마웠습니다. 진짜 전혀 인지조차 못하는 사실이었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에 논의된 독립성은 제가 너무나도 사랑하는 부분이었습니다. 이제 과거와 같이 하나의 ‘사상’ 아래 뭉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자발성’ , ‘필요’ ,‘재미’ 같은 기치 아래에서 모이는 것이 제가 가장 만들고 싶은 형태의 ‘무언가’에 가장 가깝기 때문입니다.

 

 

p.s : 조금은 두서없고 개인적인 감상이 많지만 지루하고 선명한 세계 보다는 흐릿해도 흥미로운 세계를 만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레스가 특별하고도 중요한 행사를 마련했습니다. 3월 31일 토요일 오후 3시 카페 스몰토크에서 ‘본격 월경 토크’를 진행합니다. 이 날 행사는 대구여성광장 성교육센터가 주관했으며 성교육센터 소속 전문가를 초청했습니다. 행사 주요 내용과 순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토크1. 월경, 신성과 혐오 사이

토크2. 월경컵 리얼 후기

토크3. 대안생리대, 대안팬티 등 소개

전시 : 생리컵 3종, 면 생리대, thinx 팬티2종, 페미니즘 도서.

 

 

 

참가비는 없습니다. 단, 카페에서 주문하는 음료 값은 개인 부담입니다. 평소 생리에 대해 말 못 한 고민이 있는 여성, 요즘 주목받고 있는 생리컵 및 대안 생리대를 자세히 알고 싶은 여성은 ‘본격 월경 토크’에 참석하면 좋습니다. 여성 누구나 참석할 수 있습니다. 참석을 희망하는 분은 레드스타킹 공식 인스타그램에 들어가셔서 ‘DM 신청’을 하면 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레드스타킹 공식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feminism_t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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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8-03-19 1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이 모임에 대한 글 잘 읽고 있습니다, cyrus 님.
후기만 읽는 것도 제게는 도움이 되네요.
계속 함께 책읽고 공부하고 후기 올려주시길 바랄게요.


cyrus 2018-03-19 16:06   좋아요 0 | URL
관심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혹시 제 글을 읽다가 이해가 안 되는 내용이 있거나 페미니즘에 어울리지 않는 내용이 있으면 말씀해주세요. 소중한 의견이 반영되도록 하겠습니다.

:Dora 2018-03-19 14: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훈훈한 후기 기대할게요:- 마리아미즈 좋아요

cyrus 2018-03-19 16:08   좋아요 0 | URL
<가부장제와 자본주의> 2, 3장에 아주 좋은 내용들이 많습니다. 왜 국외 유슈 언론들이 이 책을 찬사하는지 알겠습니다. ^^

오후즈음 2018-03-19 2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의미 있는 모임이네요. 가깝다면 참석하고 싶을만큼요...
우선 올려 주시는 텍스트로 만족하며 읽겠습니다. ^^

cyrus 2018-03-20 15:27   좋아요 1 | URL
오후즈음이 살고 계신 곳에서도 페미니즘 관련 모임이 있을 것입니다. 트위터나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자신들의 활동을 홍보하는 페미니즘 모임이 많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