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독서모임에 저를 포함한 세 분이 처음 참석하였습니다. 특별손님도 스몰토크카페(독서모임 장소)에 오셨습니다. 여성학 석사 논문을 준비하는 스웨덴 출신의 남성분이었어요. 이름은 크리스입니다. 모임 때 찍은 사진을 공개하지 못해서 아쉬워요. 크리스가 억수로 잘 생겼거든요. 크리스의 얼굴이 궁금하시다면 ‘레드스타킹’ 공식 인스타그램에 들어가 보셔요.

 

레드스타킹 회원님들은 영어 대화가 어느 정도 가능한 능력자들이었습니다. 크리스가 스웨덴 페미니즘 운동의 현재 상황에 대해 솰라 솰라 설명하는데, ‘영어 막귀’인 저는 1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영어를 마지막으로 공부한 지 언제였더라…‥.) 모임 첫 날부터 순탄치 않았습니다…‥. 배워야 할 것들이 너무 많군요.

 

‘후기’ 순서는 이렇습니다. 앞으로 후기를 이런 순서대로 작성하려고 합니다. 글의 초반부는 책 본문에 대해서 자유롭게 논의한 발언들을 소개했고요, 중반부는 책과 관련 없는 발언들을 정리했습니다. 어제 모임은 책과 관련 없는 내용이 많은 편이었는데, 그래도 다 함께 생각해볼 수 있는, 모든 사람이 알고 있어야 할 중요한 내용입니다. 글의 후반부는 제가 모임에 했던 발언을 짧게 소개하고, 발언 내용 중에 고쳐야 할 점을 일종의 소감문 형식으로 정리했습니다. 회원님들이 제 발언을 듣고 고쳐야 할 부분을 바로 잡아주셨는데, 그 점이 아주 좋았습니다. 지금까지 알라딘 블로그에 페미니즘을 주제로 쓴 글을 공개하면서 정중한 비판 의견을 들으려고 기다렸습니다. 나와 생각이 다른 분들의 의견을 듣고 싶었지만, 제 글의 댓글창에는 파리만 훨훨 날아다녔습니다.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쭉 조용한 상태로 유지될 것 같습니다. 이 상황을 계속 지켜보기 힘들어서 레드스타킹 독서모임에 참석하기로 했던 것입니다.

 

각설하고, 어제 모임에 나왔던 발언들을 모아 보겠습니다. 모든 분이 하셨던 말씀 전부 기억나지 않고,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도 있습니다. 그 점을 생각해서 가볍게 읽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어제 독서모임 ‘공식 후기’가 레드스타킹 인스타그램에 공개되면 여기에 공유하겠습니다. 제 글이 미심쩍다고 생각하는 분은 ‘공식 후기’를 참고하세요.

 

 

 

 

※ 후기 구성 방식

 

[1] 책 본문에 대한 자유 발언들.

 

[2] 책과 관련 없는 자유 발언들.

 

[3] 내 발언의 문제점과 피드백(feedback), 보완해야 할 점.

 

 

 

 

 

 

[1]

 

 

 

 

 

 

 

 

 

 

 

 

 

 

 

 

 

 

 

 

 

* 《젠더 무법자》(바다출판사, 2015)를 읽으면서 단번에 이해하기 힘든 문장들이 많았습니다. ‘젠더 외부자(126쪽)’. 저는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와 닿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젠더 위반자’라는 말까지도 나옵니다. 저는 이 두 단어가 뭘 의미하는지 확실히 개념을 잡고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혹시 ‘젠더 외부자’가 트랜스젠더(《젠더 무법자》의 저자 케이트 본스타인)가 유동적 정체성(‘남성’, ‘여성’으로 구분되는 성별에 얽매이지 않는 것, 21쪽)을 깨닫기 전 상황을 가리키는 단어가 아닐까요?

 

* 유동적 정체성을 강조한 저자의 입장이 아나키즘(Anarchism: 무정부주의)과 상당히 유사하다는 걸 느꼈어요.

 

* 그런가요? 저도 아나키즘에 심취한 적이 있는데요, 유동적 정체성과 아나키즘 각각의 의미를 따져보면 두 개념 간의 유사점이 있다고 보기 어려워요.

 

* 이 책에 ‘섹슈얼리티(Sexuality)’라는 단어가 나와요. 그런데 지금까지 페미니즘을 공부를 해왔지만, ‘섹슈얼리티’가 정확히 무슨 의미인지 이해가 되지 않아요.

 

* 트랜스젠더 수술 과정을 묘사한 내용(39~45쪽)을 보기 전까지는 트렌스젠더 수술이 이렇게 위험한 것인 줄 몰랐어요. 저는 막연하게 트랜스젠더 수술이 여성의 성형 수술과 거의 비슷한 방식이라고 생각했어요.

 

* 비트렌스섹슈얼로 살아와 보니 트랜스섹슈얼이 처한 상황들에 공감하기 어려웠어요. 책에 밑줄 긋고 열심히 읽어봤지만, 제겐 여전히 이 책이 어려워요.

 

 

남성 크로스드레서는 게이고 성매매를 할 거라는 생각은 흔한 오해 중 하나다. 내가 만나 본 대부분의 크로스드레서는 주류에 속하는 직업과 경력을 갖고 있었고 사회적 지위도 높은 편에 속했다. 또한 기혼자이고, 이성애를 실천하고 있었다. (71쪽)

 

 

* 제가 실제로 남성 크로스드레서(Cross Dresser, 반대 성별의 옷을 입는 사람들, ‘남성 크로스드레서’라 하면 여성의 옷을 입는 남성을 뜻한다)를 만나봤는데요, 게이가 아니었어요.

 

 

트랜스섹슈얼들이 침묵한 또 다른 이유트랜스젠더 하위문화의 신화 때문이다. 그 신화란 트랜스섹슈얼이 두 명 이상이면 더 쉽게 트랜스섹슈얼로 보일 것이고, 그래서 패싱(Passing: 반대 성별에 맞춰 외모를 유지하고, 그 성별에 맞춰 행동하는 것)[1]이 안 될 거라는 것이다. 난 트랜스섹슈얼들이 서로를 엄청나게 위협하기 때문에 서로 멀어진다고 생각한다. (110쪽)

 

 

* 트랜스젠더들끼리 서로를 혐오한다고 해요. 이렇다 보니 트랜스젠더들이 성 소수자 운동(LGBT 운동)에 소극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 같아요.

 

* 트랜스섹슈얼을 여성 운동에 배제하는 문화주의 페미니즘(Cultural feminism)에 대한 내용을 보면서 ‘TERF(터프)’가 떠올랐어요. 저도 래디컬 페미니즘(Radical feminism, 급진주의 페미니즘)을 지향하지만, 성 소수자를 배제하는 래디컬 페미니즘의 분리주의적 태도에 동의하지 않아요.

 

* 오래전에 하리수가 자신의 삶을 공개하는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한 적이 있어요. 저는 그 방송을 본 적이 있어요. 방송에서 십자수를 하는 하리수의 모습이 나왔어요. 그 모습을 시청한 페미니스트들이 하리수를 비판했어요. 그들의 입장에 따르면 ‘남성이었던 여성’인 하리수가 십자수를 하는 모습이 고정적인 성 역할, 즉 ‘여성성’을 재현한다고 봤던 거죠.

 

 

어떤 트랜스섹슈얼들은 레즈비언 분리주의자로부터 배제되는 걸 억압으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레즈비언은 트랜스젠더를 억압할 만한 경제, 사회적 자원을 갖고 있지 않다. 난 양쪽이 마주 앉아 서로 이야기를 나눠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좀 진지하게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139쪽)

 

* 성 소수자 운동에 찬성하는 저는 139쪽 내용에 공감했어요. 하지만 저자의 해결책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건 사실이에요. 우리나라에는 여전히 성 소수자들끼리 차별하고 반목하는 단절된 상황이 남아 있거든요. 그래도 저는 이 내용을 보면서 성 소수자들도 연대하는 희망적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해요.

 

 

 

 

 

[2]

 

 

* 여러분들, 그거 아세요? 1990년이 ‘백마 띠의 해’였어요. 그 당시 사람들은 1990년에 태어난 여자는 성격이 드세고 팔자가 사납다는 속설을 믿었어요. 낙태가 성행하던 시기라서 1990년에 태어난 여자아이를 낙태시키는 일이 많았다고 해요. 더 충격적인 건 과거 정부가 여성에게 낙태와 피임을 종용했던 시대가 있었다는 사실이에요. 1960년대에 산아제한정책의 하나로 ‘낙태 버스’까지 존재했었어요. 정말 끔찍한 일이에요.

 

* 페미니즘을 공부하면서 자연스럽게 내 마음속에 있는 ‘성적 욕망’을 경계하고, 스스로 검열할 때가 있어요. 이럴 때 정말로 답답해요.

 

* 혼자 괴로워하지 마세요. 나의 몸, 나의 성적 욕망을 긍정하세요. 성적 욕망은 절대로 나쁜 게 아닙니다. 자신의 진짜 모습, 진짜 감정을 솔직하고 당당하게 드러내세요.

 

 

 

 

 

[3]

 

 

 

 

 

 

 

 

 

 

 

 

 

 

 

 

 

 

 

저는 학교가 ‘젠더 지정’받기 쉬운 장소라고 밝혔습니다. 아이는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자신이 어떠한 성별인지 체득하는 것이죠. 이 얘기를 하면서 저는 ‘남녀평등 교육’이라는 표현을 썼는데요, 다른 분이 ‘남녀평등’이란 단어가 젠더에 대한 고정관념을 부추길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분은 《양성 평등에 반대한다》(교양인, 2016)를 언급하면서 ‘남녀평등’, ‘양성평등’의 허점을 알려줬고, 남녀 이분법적 젠더 범주를 해체하기 위해선 ‘성 평등’이라고 써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작년에 《양성 평등에 반대한다》를 읽은 저로서는 부끄러웠어요. 제가 그동안 얼마나 혼자서 ‘헛공부’를 했는지 깨달았어요. 페미니즘의 기본부터 다시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섹슈얼리티’의 의미가 이해되지 않는다는 분의 말씀에 공감했습니다. 페미니즘을 공부했을 때 자주 나오는 페미니즘 용어의 정의를 대충 이해하고 넘어간 적이 많았어요. 독서모임에 참석하기 전에 책을 꼼꼼히 읽으면서 책 본문에 나오는 단어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했는지 스스로 살펴봐야겠습니다.

 

 

 

 

[1] ‘패싱’이라는 단어를 비트렌스섹슈얼이 이해하기 쉽도록 설명하고 싶은데, 이 용어의 의미 또한 꽤 복잡합니다. 개념에 대한 설명이 미흡해도 이해해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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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13 19: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8-02-14 15:14   좋아요 1 | URL
‘평등’이라는 단어가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아요. 각각의 이해집단이 쓰는 ‘평등’의 의미가 서로 차이가 있거든요. 정말로 머리가 아플 정도로 생각거리가 많습니다.. ^^;;

나와같다면 2018-02-13 2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990년 ‘백마 띠‘ 의 기괴하고 무서운 성비를 우리는 봤습니다

말 못하는 동물이라 할지라도 적어도 자기 새끼중에서 암.수를 걸러내지는 않을텐데요

동성애를 비판할 때 들고 나오는 논리가 ‘자연의 섭리‘에 어긋난다는 것 입니다

얼마나 부자연스러운 논리인지

이미 무시무시한 성비를 봐 버렸는데..

cyrus 2018-02-14 15:21   좋아요 0 | URL
섭리라는 건 항상 고정 불변하는 것이 아닙니다. 시간과 상황에 따라 변하기 마련입니다. 자연도 마찬가지죠. ‘자연의 섭리’가 불변하다고 믿는 사람들은 성별 또한 정해진 대로 죽을 때까지 변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애초에 말이 안 되는 논리입니다.

1990년에 낙태로 사망한 여성 태아의 수가 얼마인지 자세히 기억나지 않지만, 생각보다 높은 수치였습니다.

stella.K 2018-02-14 16: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크로스 드레서가 그뜻이었구나.
나도 게이나 레즈비언인줄 알았는데.
<심야식당>에도 나오잖아.
뭐 옷 입는거야 자유라지만 그렇게까지 할 필요 있을까
싶기도 한데...

근데 진짜 1990년에 그런 일이 있었나?
오히려 백마 띠라고 막 띄워줬던 것 같은데.
인구감소를 우려해서. 내가 잘못 알고 있었나?ㅠ

댓글창에 파리가 날랐던 건 너만큼 이 분야에 대해 공부를 하지 않았기 때문은 아닐까?
근데 레드 스타킹 엄청 쎈덴가 보다. 영어를 기본으로 깔고 있다니.
잘 버틸 수 있겠니?ㅋㅋ

크리스 니가 잘 생겼다고 할 정도면
좀 아닌가보다.
난 그렇게 이해해.ㅎㅎㅎ

cyrus 2018-02-14 17:43   좋아요 1 | URL
개인의 취향이죠. 취향을 존중해야 합니다. 성전환 수술이 생각보다 비용이 비싸고, 위험성과 후유증이 큰 편이에요. 그래서 생물학적 성별을 거부하는 사람들은 성전환 수술을 받지 않고 ‘크로스드레서‘ 방식으로 반대 성별의 삶을 살고 싶어 해요.

제 글이 보고서 스타일인데다가 글 한 편 길이가 워낙 길어서 정독하는 분들이 많지 않을 걸요.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A4 용지 한 장 반 분량의 글을 읽으면 집중력이 떨어진다고 해요. 짧은 글을 읽는 것에 익숙해지니까 적당한 분량의 글조차 제대로 못 읽는 것이죠. 그리고 알라딘 서재 안에서 서로 의견을 주고받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어려워요. 독서모임이 책을 읽고 난 뒤에 느낀 내 생각을 제대로 피드백 받을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이에요.

레드스타킹 가입 조건에 영어 특기는 없습니다.. ㅎㅎㅎ 이 모임에 참석하면 페미니즘 영화도 볼 수 있어요. 회원님들이 페미니즘 영화에 관해서 대화를 나누는 걸 들어봤는데 처음 들어보는 제목의 영화들이 많았어요. 책 좀 덜 보고 영화 상식을 넓혀야겠어요.. ^^;;

psyche 2018-02-15 05: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스타에 가서 보고 왔어요. 크리스가 얼마나 잘생겼는지 보려고 간 건 절대! 아닙니다.ㅎㅎ
가서 보니 젊은 남성분들도 몇분 계셔서 상당히 희망적이네요. 대구는 굉장히 보수적이고 가부장적인 곳인 줄 알고 있었거든요. 열심히 모여서 함께 공부하시는 분들을 보니 미래가 밝아보여 기쁘네요~

cyrus 2018-02-18 07:18   좋아요 0 | URL
페미니즘 독서 모임, 페미니즘 영화 모임 등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이런 모임에 참석해서 사람들과 대화를 해보면 혼자 책을 읽으면서 페미니즘을 이해하는 것과 차원이 다른 기분을 느낄 수 있어요. 페미니즘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가 넓혀집니다. 여러 사람과 페미니즘을 공부하니까 공부 의지가 쑥쑥 생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