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는 인도와도 바꿀 수 없다.” 이 말은 영국의 역사학자 토머스 칼라일(Thomas Carlyle)이 언급했다. 영국인에게 셰익스피어가 어떤 존재인지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말이다. 그러면 이런 상상을 해보자. 영국인들은 셰익스피어를 괴테(Goethe)와 바꿀 수 있을까? 이건 정말 쉽게 결정하기 힘든 고민이다. ‘셰익스피어와 괴테 중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의 문제다. 셰익스피어는 철저하게 베일에 싸인 인물이다. 어떤 연구가는 셰익스피어가 실존 인물이 아닐 수 있다는 파격적인 주장까지 했다. 반면 괴테는 굵직굵직하게 살아왔다. 여든이 될 때까지 왕성한 작품 활동을 했을 뿐만 아니라 정치가로서 경력을 쌓았다. 또 많은 여성과 연애를 즐기기도 했다. 작가로, 과학자로, 화가로, 정치인으로 괴테가 이룩한 업적은 실로 대단하다.
* 한국괴테학회 《괴테 사전》 (한국외국어대학교 지식출판원, 2016)
* 카를 비에토르 《젊은 괴테》 (숭실대학교출판부, 2009)
* 클라우스 제하퍼 《괴테》 (생각의나무, 2009)
괴테가 남긴 작품들의 분량이 엄청나다. 그의 대표작을 골라 읽는 것도 만만치 않다. 괴테의 작품을 읽어보려면 인내심이 필요하다. 괴테의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괴테에게 영향을 준 시대적 배경, 동시대 문학, 주변 인물과의 관계, 종교, 철학 등을 파악해야 한다. ‘괴테 읽기’에 셰익스피어를 간과할 수 없다. 괴테가 평생의 과제로 추구했던 문학과 예술이 바로 셰익스피어의 삶이었고,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괴테를 지배한 운명이었다. 《파우스트》는 셰익스피어를 사랑한 괴테의 흔적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1]
작년에 《괴테 사전》이 너무도 조용하게 나왔다. 한국괴테학회에 소속된 독어독문학 전공 교수들이 대거 집필에 참여했다. 집필진 명단에 익숙한 이름 몇 개 보인다. 안삼환, 이인웅, 장희창, 전영애 등은 괴테의 작품을 번역한 이력이 있고, 안진태는 괴테 연구서 세 권을 펴낸 적이 있다. 한국괴테학회는 1983년에 설립되었다. 매년 12월 27일에 <괴테 연구>라는 학회지를 발간한다. 올해 나오는 <괴테 연구>는 30집이다.
‘사전’이라고 해서 지레 겁먹을 필요가 없다. 《괴테 사전》는 ‘괴테와 괴테 문학에 관심 있는 일반인 독자’를 위한 책이다.[2] 학술적인 내용이 포함됐지만, 전문적인 분석에 초점을 맞추지 않았다. 이미 독일에서는 1998년, 2004년 두 차례에 ‘괴테 사전’이 출간되었다. 발간사에 따르면 독일판 ‘괴테 사전’을 그대로 번역하지 않고, 참고만 했다고 한다. 따라서 《괴테 사전》은 국내 괴테 연구자들이 주도적으로 만든 성과물이라 할 수 있다. 《괴테 사전》의 주요 항목으로는 괴테와 관련된 주변 인물, 괴테가 활동했던 도시, 괴테의 작품(소설/산문, 드라마, 시), 괴테의 문학과 예술에 관한 주요 개념, 미학 및 자연과학 논문, <잠언과 성찰> 등이 있다. 골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작년에 나온 《괴테 사전》은 ‘1차 발간 작업’의 결과물이다. 언제일지 모르겠으나 두 번째 《괴테 사전》이 발간될 가능성이 있다.
《괴테 사전》 읽기가 부담되면, 카를 비에토르의 《젊은 괴테》(숭실대학교출판부, 2009), 클라우스 제하퍼의 《괴테》(생각의나무, 2009)를 참고할 수 있다. 1920년대까지만 해도 독일 문학 연구는 문학 작품에 반영된 ‘독일 정신의 발전’을 확인하는 작업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그러나 카를 비에토르(Karl Vietor, 1892~1951)는 작가의 생애와 작품의 연관성에 관심을 가졌다. 《젊은 괴테》는 1930년에 발표된 괴테 연구서이다. 비록 책의 주제가 ‘젊은 시절의 괴테’로 한정되어 있으나 괴테의 문학이 시기별로 어떻게 변화되고 성장하는지 파악할 수 있다. 괴테의 문학은 한마디로 말하면 ‘체험 문학’이다. 즉, 괴테의 작품에 괴테 자신의 내면적 체험(세상과 주변 인물을 바라보는 정서적 태도)이 반영되어 있다. 따라서 괴테의 생애를 모르고 괴테의 작품을 읽는 것은 ‘까막눈’으로 책을 읽는 상태나 다름없다. 클라우스 제하퍼의 《괴테》는 괴테의 작품 해설에 중점을 둔 책이다. 이 책에 가장 먼저 소개되는 괴테의 작품이 《파우스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은 ‘괴테 읽기’를 위한 가벼운 레시피로 보기 어렵다. 이 책의 저자는 이미 괴테의 작품을 읽어본 독자들을 전제로 썼다.
[1] 《괴테사전》(한국외국어대학교 지식출판원, 2016) ‘셰익스피어’ 편, 김영옥, 68쪽.
[2] 《괴테사전》 발간사, 6~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