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슈타인 일생 최대의 실수
데이비드 보더니스 지음, 이덕환 옮김 / 까치 / 2017년 9월
평점 :
절판


 

 

 

자녀가 똑똑해지기를 바라는 부모의 마음은 모두 한결같다. 부모는 학원에 놀고 싶어 하는 아이를 가둔다. 이 바람에 조기교육을 앞세운 얄팍한 상혼만 재미를 본다. 지능을 측정하는 척도로 가장 많이 쓰이는 것이 IQ(intelligence quotient). IQ 지수는 정신연령을 실제 연령으로 나눈 수치에 100을 곱한 값인데 150을 넘어야만 천재로 불릴 수 있다고 한다. 이 글에서 소개할 아인슈타인(Einstein)IQ180으로 나왔다. 그러나 IQ로만 천재성을 가늠하기 어렵다. 어렸을 때 신동으로 불리다가 성장하면서 보통사람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천재소리를 듣는 아이들은 보통 아이들보다 성장 과정에서 속병과 우울증을 많이 겪는다. 자신이 평범하다는 사실이 드러날까 두려워하며 항상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린다.

 

뇌과학이 발달하기 전까지 천재는 커다란 뇌를 가졌다는 설이 지배적이었다. 과학자들은 뇌의 구조와 지능의 함수관계를 밝히기 위해 유족의 동의 아래 아인슈타인의 뇌를 해부했다. 과학자들이 확인한 사실에 따르면 아인슈타인의 뇌 무게는 1.23kg으로 보통 사람과 차이가 없었다. 뇌의 크기와 지능은 아무 상관관계가 없음이 밝혀졌다. 천재라고 해서 뇌 속에 특별한 조직이 있는 것이 아니다. 아인슈타인의 천재적인 업적이 흥미로운 건 사실이지만 그보다는 이참에 자신의 이론을 증명하지 못해 쩔쩔매던 그를 세기의 과학자로 만든 노력과 실패, 사회적 배경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보면 어떨까 싶다.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공식이라 불리는 E=mc²의 발견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소개했던 데이비드 보더니스(David Bodanis)는 또 한 번 아인슈타인에 관한 책을 썼다. 이번에 그는 아인슈타인의 명성을 보호해준 전설과 신화를 모조리 벗겨내 인간 아인슈타인으로 다듬어 낸다. 책 제목이 도발적이다. 하지만 과장된 제목이 아니다. 아인슈타인 같은 천재도 실수한다. 노력 없는 천재가 없듯이 실수 없는 천재도 없다.

 

아인슈타인은 사고 실험의 달인이다. 그는 머릿속으로 실험을 했다. 그래서 그는 사고 실험의 결과를 동료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언어로 옮기는 작업을 어려워했다. 자신의 이론이 옳다는 확신을 동료에게 전달하려면 우선 학자 본인 스스로 확신을 해야 한다. 그러나 아인슈타인은 휘어진 시간과 공간에 대해서 끊임없이 의문을 품었다. 그는 물리학자 헨드릭 로런츠(Hendrik Lorentz)에게 보내는 편지에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았다. 뉴턴(Newton)의 중력 이론에 따르면 이 우주는 지금쯤 하나의 거대한 덩어리로 뭉쳐졌어야 한다. 하지만 우린 질량과 중력 에너지 때문에 시간과 공간이 변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아인슈타인은 일반상대성이론을 통해 우주의 구조를 증명하여 단 한 줄의 방정식으로 정리하고 싶었다.

 

그러나 20세기 초 과학자들은 우주는 영원히 고정되는 공간이라고 믿었다. 아인슈타인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는 일반상대성이론이 고정된 우주를 입증하는 데 적합하지 않은 것에 만족스러워하지 않았다. 그래서 아인슈타인은 원래 방정식(‘G=T’)우주 상수(Λ, 람다)’를 추가했다. ‘G-Λ=T’는 아인슈타인의 첫 번째 실수에서 비롯된 방정식이다. 수학자 알렉산드르 프리드만(Alexander Friedmann)과 사제 출신의 과학자 조르주 르메트르(Georges Lemaître)는 우주가 팽창한다는 주장을 했으나 아인슈타인은 그들의 견해에 소극적으로 대응했다. 아인슈타인은 고정된 우주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에드윈 허블(Edwin Hubble)이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내자 아인슈타인은 우주상수는 최대 실수였다며 우주상수를 철회했다.

 

아인슈타인은 또 한 번 최대의 실수를 저질렀다. 하이젠베르크(Heisenberg)불확정성 원리로 대표되는 양자역학의 등장을 죽을 때까지 인정하지 않았다. 닐스 보어(Niels Bohr)는 양자역학을 지지하면서도 아인슈타인과 가까이 지낸 절친한 동료였다. 양자역학을 지지하는 과학자들은 고집 부리는 아인슈타인을 멀리했다. 보어는 아인슈타인을 포기하지 않았고, 그를 위해 친절하게 양자역학의 중요성을 설명해줬다. 그러나 아인슈타인은 보어의 논리적인 설득마저 귀담아듣지 않았다. 그는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라는 유명한 실언을 남기면서 양자역학을 부정했다. 아인슈타인은 우주를 필연적인 현상으로 이루어진 세계로 인식했고, 모든 자연현상을 필연적인 법칙으로만 설명할 수 있다고 믿었다.

 

이 책에서 저자가 언급한 아인슈타인의 최대 실수는 두 가지이다. 하나가 우주 상수이고, 또 다른 하나가 바로 양자역학을 인정하지 않는 오만과 고집이다. 그렇지만 아인슈타인은 주변 인물을 힘들게 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내가 생각하는 아인슈타인의 세 번째 실수는 첫 번째 부인 밀레바 마리치(Mileva Marić)를 과소평가한 점이다. 밀레바는 남편을 잘못 만나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 그녀는 아인슈타인과 함께 같은 학교에서 물리학과 수학을 공부했다. 당연히 그녀 역시 아인슈타인의 고뇌를 충분히 이해했으며 일반상대성이론을 정립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아인슈타인은 밀레바가 자신의 이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고 생각했고, 밀레바의 지적 호기심을 무시했다. 밀레바는 과학사에 길이 남을 명성을 얻을 수 있는 능력을 갖췄음에도 아인슈타인의 아내’, ‘이혼한 여성이라는 굴레 속에 쓸쓸히 여생을 보냈다.

 

인간의 능력이 그러하듯 과학도 비판 없이는 진보할 수 없다. 인류 역사상 위대한 과학적 발견은 모두 수많은 실수와 오류를 딛고 탄생했다. 저자가 이 책에 강조하고 싶은 것은 '천재의 실수'가 아닌 실수에서 시작되는 과학의 진보이다. 그리고 말년의 아인슈타인을 보여줌으로써 과학의 진보에 고집스럽게 눈과 귀를 막고 있는 과학자의 오만을 은근슬쩍 꼬집기도 한다. 나만이 옳고 나만이 할 수 있다는 독선과 독단은 오만이다. ‘오만이 가득한 세상에서는 누구나 균형감각을 잃기 쉽다. 과학도 예외가 아니다. 인간의 사고는 유연성은 잃고 경직되기 마련이며 의문이 비집고 들어갈 여지가 없다. 상대를 인정할 수 있는 여유가 없다. 솔직한 자기검열은 기대할 수가 없다. 아인슈타인의 실수와 오만은 곧 불안정했던 그의 삶의 다른 모습인지도 모른다. 아인슈타인은 천재로 포장되는 자신의 명성이 흔들릴까 봐 불안했을 것이고, 우주뿐만 아니라 자신의 능력마저 완벽하길 바랐다. 그러나 그의 노력은 결국 무력해지고 만다. 그래서 천재는 괴롭다. 늘 명성이라는 무거운 짐을 양어깨에 짊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천재 소리를 들었던 아인슈타인도 결국에는 완벽할 수 없는 인간이자 허점이 많은 남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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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7-12-01 15: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렇구나. 역시 뛰어난 사람은 보기엔 좋아도 같이 사는 건 넘 힘들어.
그리고 그녀가 살았을 시대는 여자가 대우 받는 시절은 아니었을 테니
이중 삼중고다.
어느 시대고 여자로 산다는 건 너무 힘든 것 같아.ㅠ

cyrus 2017-12-01 18:24   좋아요 1 | URL
제가 어렸을 때 읽은 아인슈타인 위인전에서는 밀레바를 ‘남편의 일을 이해하지 못하는 가정적인 주부’로 나와요. 솔직히 그땐 밀레바가 혼자서 연구하는 아인슈타인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 이혼의 원인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지금 그렇게 생각하면 돌 맞아요. 아인슈타인은 너무 자신만의 세계에 골몰했어요. 그리고 그 세계에 아내가 출입하는 것을 막았고요. 이혼의 원인에 아인슈타인의 책임이 너무 큽니다.

2017-12-01 16: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12-01 18:25   좋아요 1 | URL
맞아요. 모르는 것이 생기면 그걸 알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

이하라 2017-12-01 19: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천재라는 사람들도 편향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나 봅니다. 남편의 지지도 받지 못해보고 이혼 후에도 그의 그늘에서 헤어나지 못했던 밀레바라는 여성도 안타깝네요.

cyrus 2017-12-02 12:06   좋아요 1 | URL
‘완벽해야 하는 것’과 ‘명성에 대한 욕심’을, 이 두 가지를 포기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죠. 그래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아집이 생기고, 주변 사람들이 떠나게 되면 고립된 상태가 됩니다. 나중에서야 그 불행한 사실을 알게 되면 서글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