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커뮤니티에 ‘혐짤’이라는 은어가 있다. ‘혐오’의 ‘혐’과 ‘짤’을 합친 말인데, ‘짤’은 ‘짤림 방지’의 준말이다. 인터넷 게시물이나 블로그 등에 첨부된 사진이나 그림을 뜻한다. ‘혐짤’을 쉬운 말로 풀어쓰면 ‘혐오스러운 사진’이다. 이 글에서는 ‘혐짤’이라는 표현 대신에 ‘혐오 사진’이라고 사용하겠다.
혐오 사진을 이용해 악의적으로 장난치는 누리꾼들이 많다. 가장 많이 사용되는 방법이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 상관없는 사진을 올리는 것이다. 대개는 음란한 사진을 올려 게시판 이용자를 당혹스럽게 한다. 또 혐오 사진을 올려 보는 이로 하여금 불쾌감을 들게 하는 경우도 있다. 좀 오래된 일이긴 한데 7, 8년 전만 해도 알라딘 서재에 광고성 음란 게시물만 올리는 회원들이 있었다. 누리꾼들이 주로 공개하는 혐오 사진은 사람이나 동물의 시신이다. 그 밖에 희소병에 걸려 신체가 기형적으로 변해버린 환자, 대변이나 토사물을 찍은 것도 혐오 사진이다. 혐오 사진 게시물은 익명의 불특정 다수를 노리는 ‘온라인 공간의 테러’라고 보면 된다. 혐오 사진을 볼 경우 정신적인 충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친절한(?) 누리꾼은 게시물 제목 앞에 ‘혐짤 주의’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혐짤 주의’가 적힌 게시물을 발견하면 못 본 척 지나치면 된다. 그런데 ‘혐짤 주의’가 사람의 호기심을 유발하게 한다. 궁금한 마음을 이기지 못해 마우스를 클릭하면…‥. 그다음 상황은 여러분들의 상상에 맡긴다.
혐오 사진이 나름 컬트적인 인기가 있다 보니 악명 높은 혐오 사진 또는 게시물을 따로 모아서 ‘목록’으로 만든 것도 있다. 일본 온라인 커뮤니티 ‘2ch’에 ‘절대로 검색해서는 안 될 검색어’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있다. 이 목록에 나온 검색어를 구글(Google)에 검색하면 절대로 잊을 수 없는 ‘충격과 공포’를 받는다.
2ch 유저들은 검색어의 위험성을 측정(객관적이지 않다)해서 숫자로 매겼는데, ‘위험도 7’은 제일 위험한 수준이다. 검색 한 번으로 트라우마가 생기고, 덤으로 악성 바이러스까지 얻는 상황이다.
미술의 세계에서도 보는 이의 눈과 마음에 충격을 주는 ‘괴상하고 무서운 그림’들이 있다. 미술의 세계에 아름다운 그림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이게 무슨 예술이냐”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추한 그림’도 있다. 그래서 필자는 ‘절대로 검색해서는 안 될 그림’들을 모아 봤다. 물론, 이제 공개할 그림들은 유명 전시관에 소장되어 있거나 ‘예술’로 인정받은 것들이다. 글의 제목은 재미있으라고 만든 패러디(parody)다. 그렇지만, 깜짝 놀라게 하거나 불쾌한 이미지가 포함되어 있으니 심장이 약한 분은 자신의 소중한 심장 꽉 부여잡고 보시길. 심장이 놀라 도망가면 책임 못 진다.
* 작가 미상 『구상시회권(九相詩繪卷)』 위험도 : 2~6
구상(九相)은 인간의 시체가 부패되는 아홉 단계의 과정을 의미한다. 이 단어는 불교 경전에 나오며, 중국의 시인 소동파(苏东坡)는 이를 주제로 한 ‘구상시(九相詩)’를 남기기도 했다. 『구상시회권』은 구상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그림이다. 이 그림의 일부를 어디서 볼 수 있느냐면 진중권의 《춤추는 죽음》(세종서적, 2005) 2권 217~218쪽이다. 그림 전체를 보려면 구글에 ‘九相詩繪卷’을 검색해야 한다. 그런데 검색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들개와 새가 부패가 심한 시체를 뜯어 먹는 모습을 그린 그림이 나오는데, 살이 뜯어져 나가고 사지가 절단된 시체의 모습이 그로테스크하다.
* 오딜롱 르동(Odilon Redon) 위험도 : 1, 2
오딜롱 르동은 상징주의와 초현실주 중간에 서 있는 프랑스의 화가다. 르동은 ‘꿈의 화가’다. 그가 첫 번째로 제작한 석판화집 제목이 <꿈속에서>였다. 그의 그림에는 현미경에 통해 볼 수 있는 생명체, 고전 신화에 등장하는 괴물들, 목만 남은 사람 등이 등장하는데, 그들은 ‘꿈속에 갇힌 존재’가 되어 보는 이를 당혹스럽게 하는 꿈의 분위기를 조성한다.
색연필로 그림을 그리는 서기원 씨는 르동의 『웃음 짓는 거미』를 오마주한 작품을 제작했다. 르동이 그린 거미는 어두컴컴한 곳에서만 사는 음흉한 괴물에 가깝다면, 서기원 씨가 그린 거미는 정말 해괴한 형태의 괴물이다. 화려한 색채에 얼굴을 과장되게 그렸기 때문에 상당히 그로테스크하다. 트라우마를 줄 수 있는 ‘위험도 5’다. 어떤 그림인지 궁금한 분은 여기 ‘링크’로 보면 된다. 링크 주소를 클릭한 순간, 서기원 씨의 그림이 나오므로, ‘깜놀 주의’.
※ 관련 링크 (깜놀 주의) :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3&oid=003&aid=0007601553
* 제임스 앙소르(James Ensor) 위험도 : 1, 2
앙소르의 그림에 자주 나오는 단골 소재는 ‘가면’과 ‘해골’이다. 그는 인간과 죽음은 불가분의 관계라고 생각했고, 죽음을 피할 수 없는 인간의 고통과 불안을 표현하기 위해 가면과 해골이라는 어두운 도상을 이용했다. 『비통한 남자』는 박찬욱 감독의 영화 <올드보이>에 배경 소품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 오토 딕스(Otto Dix) 위험도 : 2
오토 딕스는 제1차 세계대전에 자원입대하여 참전했다. 철없는 조국애에 도취한 군인 딕스는 빗발치는 포탄 소리를 듣고 전몽(戰夢)에서 깨어나게 된다. 그는 전쟁의 참상을 목격하고, 비참함에 치를 떤다. 전쟁이 끝난 후 화가가 된 딕스는 삼면제단화 형태의 『전쟁』을 제작했다. 제단화의 가운데 그림에 총탄 구멍으로 너덜너덜해진 병사들의 시체가 참호 속에 널브러져 있다. 서경식 선생은 딕스의 『전쟁』을 ‘그림은 아름다운 것이다’라는 일반적인 통념을 철저하게 깨뜨린 작품이라고 평했다. 애국심으로 똘똘 뭉쳐 나라를 위해 몸 바치는 독일인의 우수함을 내세우고 싶었던 나치 정부에 그의 그림은 ‘희생 장병을 모독한 매국노의 퇴폐 그림’으로 비난받았다. 2010년 서울대 미술관에 ‘오토 딕스 전’이 열린 적이 있다.
* 프랜시스 베이컨(Francis Bacon) 위험도 : 2, 3
영국의 철학자 베이컨은 고기가 어는 과정을 알고 싶어서 실험했다면, 동명의 화가는 고기를 이용해 고통받는 인간이 변형되고 해체되는 과정을 보여주기 위해 그림으로 실험했다. 그래서 그의 작품 제목에 ‘습작’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다. 화가는 그 누구도 도와줄 수 없는 고통을 스스로 선택한 직업이었던가. 베이컨의 그림 속에는 화가 자신의 고통스러운 감정 상태의 농도가 확연하게 보인다. 극도의 불안함은 역동적으로 온몸을 휘감아 원래 형태를 알 수 없을 정도로 고깃덩어리로 만들어 버린다. 그의 그림은 공포감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미술에서는 모든 것이 잔인해 보입니다. 실재가 잔인하기 때문이죠.”(프랜시스 베이컨, 《나는 왜 정육점의 고기가 아닌가?》)
* H. R. 기거(Hans ‘Ruedi’ Giger) 위험도 : 2, 3
기거의 그림을 보는 사람들에게 기거가 리들리 스콧(Ridley Scott)의 ‘에이리언(Alien)’을 창조한 초현실주의 화가라는 사실을 알려주면 대단하다면서 엄지를 올렸을 것이다. 반대로 기거의 이력을 알려주지 않은 채 사람들에게 그로테스크한 그림들을 보여주면 ‘제정신이 아닌 사람이 그린 그림’으로 생각할 수 있다. 실제로 기거가 괴팍한 성격이긴 하지만, 병원에 입원할 정도는 아니다. 기거는 한 인터뷰에서 “만일 내 작품을 좋아하는 이들이 있다면 그들은 아마 창조적인 사람일 것이다. 아니면 미쳤거나”라고 말했다. 미치지 않은 사람도, 창조와 거리가 먼 사람들도 기거의 그림을 좋아할 수 있다. 아니, 좋아한다기보다는 그들의 기괴한 분위기를 거부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인간은 극단적 상상력이 동원된 어두운 본성을 보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 즈지스와프 벡신스키(Zdzisław Beksiński) 위험도 : 2~6
벡신스키의 그림은 기거의 그림보다 더 오싹하다. 벡신스키는 자신이 제작한 그림에 제목을 붙이지 않았고, 자신의 그림에서 의미를 찾는 일이 무용하다고 주장했다. 그의 냉소적인 태도는 프랜시스 베이컨과 유사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그의 그림이 와전되어 전해졌고, 세 번 보면 죽는다는 ‘저주의 그림’으로 오해받기도 했다.
이 그림에도 섬뜩한 벡신스키의 화풍의 특징이 잘 드러나 있다. 땅 한가운데에 거울이 달린 거대한 의자가 있다. 의자 위에 창백한 여성의 목이 놓여 있다. 여성의 목이 거울에서 스르르 나타난 것처럼 느껴진다. 벡신스키가 무슨 의도로 이런 그림을 그렸는지 알 수 없다. 도무지 봐도 알 수 없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공포감. 이게 바로 보는 이를 불안하게 만들고, 긴장하게 만드는 어두운 아우라(Aura)다. 벡신스키의 그림들은 ‘위키아트(Wikiart)’나 ‘벡신스키 공식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얼마든지 볼 수 있다. 무서운 그림을 싫어하는 사람은 안 보는 게 낫다.
위키아트 https://www.wikiart.org/en/zdislav-beksinski
공식 홈페이지 http://www.dmochowskigallery.net/
https://beks.pl/zdzislaw-beksinski-grafiki/
벡신스키의 그림은 책표지로 사용된 적이 있다. 동서문화사의 책 두 권의 표지로 사용된 어둡고 쓸쓸한 풍경화가 바로 벡신스키의 그림이다. 그런데 출판사는 그림을 제작한 벡신스키의 이름을 언급하지 않았다. 두 권의 책 모두 2003년에 나왔고, 벡신스키는 2005년에 사망했다. 과연 출판사는 화가에게 허락받고 그림을 표지로 사용했을까? 저작권을 무시했던 출판사의 행적을 봐서는 그렇게 했을 가능성은 0%다. 이익에 눈멀어 저작권법을 무시하면서 책을 만들다간 언젠가 화를 입게 된다. 이 글과 상관없는 내용이지만, 지난달에 저작권법 위반으로 동서문화사 대표가 불구속기소 되었다.
※[檢, ‘대망’ 개정판 무단발간한 동서문화사 대표 기소]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18&aid=0003875857
※ 참고도서
1. 오딜롱 르동
* 에드워드 루시 스미스 《상징주의 미술》 (열화당, 1987)
* 질 장티 《상징주의와 아르누보》 (창해, 2002)
* 김형구 《르동》 (서문당, 2004)
* 《르동》 (재원, 2004)
2. 제임스 앙소르
* 울리케 베크스 말로르니 《제임스 앙소르》 (마로니에북스, 2006)
* 나카노 교코 《무서운 그림 3》 (세미콜론, 2010)
3. 구상시회권, 오토 딕스
* 서경식 《고뇌의 원근법》 (창비, 2002)
* 진중권 《춤추는 죽음 2》 (돌베개, 2009)
4. 프랜시스 베이컨
* 크리스토프 도미노 《프랜시스 베이컨》 (시공사, 1998)
* 루이지 피카치 《프랜시스 베이컨》 (마로니에북스, 2006)
* 안나 마리아 빌란트 《프랜시스 베이컨》 (예경, 2010)
* 데이비드 실베스터 《나는 왜 정육점의 고기가 아닌가?》 (디자인하우스, 2015)
5. H. R. 기거
* 《기거》 (아트앤북스, 2003)
* H. R. 기거 《HR 기거》 (마로니에북스,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