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광고는 소비자의 마음을 훔친다. 정확한 정보를 소비자 감성에 제대로 전달하는 광고는 소비자들의 뇌리에 남는다. 그런데 기괴하거나 불쾌감을 주는 광고도 있다. 비록 짧은 광고이지만 임산부, 노약자, 심약자는 감상을 자제하기 바란다.

 

 

 

 

  

 

 

 

쓸쓸한 분위기가 감도는 벌판에 정체불명의 아이가 달려오면서 등장한다. 영상 속에 흐르는 배경음악이 음산하다.

 

 

 

 

 

아이의 모습을 클로즈업한 장면이 나온다. 아이는 가면을 썼다. 그런데 가면의 표정이…‥. (흠좀무)

 

 

 

 

 

좀처럼 이해하기 힘든 이 영상은 2000년 한화가 출시한 마이크로아이(MICROi) 휴대폰 광고. 가면을 쓴 아이는 세상에서 가장 작은 아이라는 별명이 붙여진 휴대폰을 의미한다. 이 광고가 무섭다는 소비자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방송 중단이 됐다고 카더라.

 

 

 

 

 

 

 

 

 

 

 

 

 

 

 

 

  

* 게르트 호르스트 슈마허 신화와 예술로 본 기형의 역사(도서출판 자작, 2001)

    

 

 

광고에 나오는 아이의 모습은 영락없이 난쟁이. 밤중에 문제의 광고를 보면 난쟁이가 아이의 유령으로 보이기도 한다. 아이의 모습에서 연골이영양증 환자의 특징을 볼 수 있다.  연골이영양증은 연골 성장의 결함으로 인해 사지가 짧아지는 유전병이다. 짤막한 사지, 지나치게 커 보이는 머리, 그리고 안장코는 난쟁이들에게 나타나는 신체적 특징이다.

 

 

 

 

 

 

 

 

 

 

 

 

 

 

 

 

 

 

 

 

 

 

 

 

 

 

 

 

 

 

 

 

 

 

 

 

 

 

 

 

 

 

 

 

 

 

* 자닌 바티클 벨라스케스 : 인상주의를 예고한 귀족화가(시공사, 1999)

* 노르베르트 볼프 벨라스케스(마로니에북스, 2007)

* 서경식 나의 서양미술순례(창비, 2002)

* 나카노 교코 무서운 그림으로 인간을 읽다(이봄, 2012)

* 나카노 교코 내 생애 마지막 그림(다산초당, 2016)

* 강상중 구원의 미술관(사계절, 2016)

    

 

 

난쟁이는 볼거리 집착의 희생양이었다. 어릿광대로 분장한 난쟁이가 묘기를 부리는 모습은 왕족, 귀족들에겐 박장대소하며 보는 색다른 오락이었다. 17세기 스페인의 국왕 펠리페 4(Philip )는 난쟁이들을 항상 곁에 두었다. 궁정에 지내는 난쟁이들은 왕세자나 공주의 놀이 상대였다. 왕의 전속 화가 벨라스케스(Velázquez)는 왕족 같은 권력층뿐만 아니라 비천한 신분의 난쟁이도 그림의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난쟁이와 나란히 선 발타사르 카를로스는 궁정에서 일하는 난쟁이를 처음으로 그린 그림이다. 발타사르 카를로스(Baltasar Carlos)는 펠리페 4세의 왕세자다. 그림의 제작연도는 1632, 이때 왕세자의 나이는 세 살이었다. 왕세자와 난쟁이가 서 있는 구도가 대조적이다. 세 살짜리 왕세자와 난쟁이의 키가 얼추 비슷해 보인다. 그러나 벨라스케스는 꼬마 왕세자의 위엄을 한층 돋보이려고 왕세자를 그림 정중앙에 서 있도록 했다. 난쟁이는 왕세자의 위치보다 좀 더 낮은 쪽에 서 있다. 왕세자와 난쟁이의 신분은 하늘과 땅 차이다. 두 사람이 서 있는 위치는 신분 간의 차이를 의미한다. 하지만 죽음에는 정해진 순서가 없다. 신분과 관계없이 모든 인간은 닥쳐오는 죽음을 순순히 받아들여야 한다. 왕세자는 16살에 병을 앓아 세상을 떠나고 만다.

    

 

 

 

 

궁정 난쟁이 프란시스코 레스카노의 초상화는 육체적, 심리적 사실성을 동시에 재현(자닌 바티클, 89)’한 걸작이다. 관람객들의 시선이 가장 먼저 향하는 곳은 레스카노의 얼굴이다. 레스카노는 약간 모자란 듯한 표정을 지은 채 정면으로 지긋이 바라보고 있다. 레스카노는 바보 연기를 잘하는 어릿광대였을지도 모른다. 벨라스케스는 비천한 신분의 난쟁이를 존엄성 있게 묘사했다. 이 그림을 보면 레스카노는 육체의 장애를 가지고 있어도 마음은 다 자란 성인보다 건강한 사람이었다는 걸 알 수 있다.

 

 

 

 

 

 

 

 

 

 

 

 

 

 

 

 

* 유경희 《가만히 가까이(아트북스, 2016)

 

 

 

그는 오른쪽 발을 앞으로 내뻗은 채 앉아 있다. 발은 남근을 상징한다. 앞으로 우뚝 솟은 한쪽 다리, 그리고 자신 있게 내민 발. 레스카노의 자세를 남근성으로 설명할 수 있다. 궁정 난쟁이가 지녀야 할 긍지와 자부심이 없으면 저런 당당한 자세가 나올 수 없다. 만약 벨라스케스가 평범하게 앉아 있는 레스카노의 모습을 그렸다면 이 그림은 볼품 없고, 얼빠진 궁정 어릿광대의 초상화로 남게 되었을 것이다.

 

벨라스케스는 왜소한 몸에 갇힌 사람들의 영혼(나카노 교코, 116)’을 사실적으로 그려낼 줄 알았다. 돈 세바스티안 데 모라의 눈빛은 관람객들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준다. 서경식은 그의 눈빛을 바라보면 난쟁이가 생전에 봤던 것들도 보인다고 말했다. 그것은 바로 낙일(落日)의 우울이 드리워진 스페인 궁정의 깊은 어둠(101)’이다. 강상중은 난쟁이가 수심이 가득하지만, 뭔가 깨달은 듯한 철학자와 같은 눈(28)’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펠리페 4세가 살았던 스페인 궁정에 죽음의 그림자가 덮쳤다. 명문가의 혈통을 유지하겠다는 명목으로 행해진 근친혼이 유전병의 원인이 되었고, 펠리페 4세의 아이들은 예상치 못한 죽음에 속절없이 쓰러졌다. 펠리페 프로스페로(Felipe Próspero) 왕세자는 방울이 달린 여자 옷을 입고 지내야 했다. 그 당시에 왕자가 입은 여자 옷은 죽음을 부르는 마귀를 막는 부적과 같은 것이었다. 그러나 프로스페로도 4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왕족은 난쟁이의 묘기를 보면서 근심과 불안을 잊으려고 했다. 고귀한 유전병 환자들이 비천한 유전병 환자들의 우스꽝스러운 몸짓을 보면서 위안으로 삼았던 상황이 아이러니하다. 벨라스케스와 궁정 난쟁이들은 무시무시한 운명 앞에 무력한 왕족들의 모습을 가까이서 지켜봤다. 이들이 궁정 생활을 하면서 느꼈던 감정은 같았을 것이다. 죽음은 넘나 무서운 것. 누구도 죽음을 비껴갈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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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7-07-07 16: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불쾌한 골짜기에 빠진것 같은데요....

만약 저 마이크로 아이의 얼굴 크기가 줄어들고 이목구비의 비율이 비장애 인간에 완전히 가까워서 유전병자처럼 보이지 않았다 하더라도 저렇게 구성된 얼굴의 색, 질감, 이목구비의 형태 자체가 불쾌한 골짜기에 이미 빠져 있어서 불쾌감을 유발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cyrus 2017-07-08 10:02   좋아요 0 | URL
맞아요. 어렸을 때 저 광고를 봤는데 불쾌한 기분이 들었어요. 그래서 지금도 저 광고를 잊지 못합니다. 문제의 광고가 1999년에 나왔다면 세기말적 분위기에 잘 어울렸을 겁니다. ^^;;

블랑코 2017-07-07 16: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납량특집이었던 걸까요. 대체 어떤 생각으로 기획한 건지 무섭습니다

cyrus 2017-07-08 10:04   좋아요 0 | URL
우리나라뿐만 외국(특히 일본)에도 기괴한 광고가 나옵니다. 저런 광고를 보고 ‘약 빤 광고’라고도 합니다. ^^;;

꼬마요정 2017-07-07 16: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펠리페4세의 아이들이 죽을 때 같이 있던 난쟁이들을 순장하거나 하지는 않았나봅니다. 권력자의 죽음에 희생된 이들이 너무 많아 가끔 저도 모르게 이런 무서운 생각이 들 때가 있네요.

고귀한 유전병 환자와 비천한 유전병 환자라... 표현이 참 맘 아픕니다만 정말 정확한 설명이네요.

cyrus 2017-07-08 10:06   좋아요 0 | URL
스페인 왕족들은 난쟁이를 가족으로 생각하지 않았을 겁니다. 자기들이 필요할 때 가지고 놀 수 있는 장난감과 같은 존재로 여겼어요.

2017-07-07 16: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7-08 10:09   좋아요 1 | URL
난쟁이에 대한 두려움 때문일까요? 아직 성장기가 오지 않은 아들의 키를 걱정하는 부모들이 있어요. 그리고 남자 아이는 무조건 키가 커야한다고 생각합니다.

2017-07-07 17: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7-08 10:12   좋아요 1 | URL
유튜브에 있는 영상을 가져온 것입니다. 글쓰기 기능 중에 ‘동영상 넣기’가 있어요. ^^

http://blog.aladin.co.kr/zigi/7378077 링크된 주소에 들어가면 동영상을 넣는 방법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겨울호랑이 2017-07-07 1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렸을 적 봤던 미드 중에서 천재 컴퓨터 공학자지만 난쟁이를 주인공으로 한「맥케이」라는 드라마가 생각나네요.. 당시 「맥가이버」는 재밌게 보면서도 「맥케이」는 그러지 못했던 것을 보면 마음의 문제라 생각되기도 하네요...

cyrus 2017-07-08 10:16   좋아요 1 | URL
맥케이, 처음 들어봤어요. 궁금해서 검색해봤는데요, ‘맥케이’만 입력해도 나오지 않았어요. 더 찾아보니까 미드 제목을 발견했습니다. ‘마법사 맥케이’였습니다. MBC에 방송되었군요. ^^

겨울호랑이 2017-07-08 10:21   좋아요 0 | URL
네 맞아요...^^: 워낙 오래 전 일이라 기억하는 사람도 많지 않고 자료가 거의 없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