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이후 - 인류의 대량 멸종과 그 이후의 세상
마이클 테너슨 지음, 이한음 옮김 / 쌤앤파커스 / 2017년 1월
평점 :
절판


 

 

대개 생명의 역사는 곧 멸종의 역사이다. 6억 년 전부터 지금까지 다섯 차례의 대량 멸종이 있었다. 그 시기는 오르도비스기 말(4억4000만 년 전), 데본기 후기(3억7000만 년 전), 페름기 말(2억5000만 년 전), 트라이아스기 후기(2억 년 전), 백악기 말(6,500만 년 전)이다. 그중 백악기 멸종이 특히 유명한데, 이때 중생대를 지배했던 공룡이 지구상에서 완전히 사라졌을 뿐 아니라 그 멸종 원인으로 지름 10km의 운석이 충돌했다는 가설이 제안됐기 때문이기도 하다.

 

중생대 지구의 지배자 공룡의 멸종은 극적이긴 하지만 페름기의 대멸종 사태에는 비길 바가 못 된다. 그나마 약 4분의 1의 생물 종이 살아남은 공룡 멸종 때와 달리 전멸이라고 할 수 있는 95%가 멸종했다. 페름기에 내려진 재앙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진짜 비극은 그다음에 일어났다. 구름이 걷히고 태양이 내리쬐면서 지옥과 같은 무더위가 시작됐다. 시베리아 화산들이 지각 속 깊은 곳에 있던 이산화탄소를 방출한 것이 온실효과를 일으킨 것이다. 게다가 기온이 올라가자 바다 밑바닥에 있던 엄청난 양의 메탄이 대기로 올라와 온실효과를 더욱 가중했다.

 

생태계는 기후 변화에 가장 민감하다. 현재 인간의 활동에 의한 서식 환경 악화로 많은 생물이 멸종의 위기에 처해 있다. 이미 멸종이 대규모로 진행되고 있다. UN의 한 보고서는 하루 150종이 멸종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금의 이러한 멸종 속도를 과거 다섯 번의 대멸종 사태와 견주어 ‘여섯 번째 멸종’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지금 세계 곳곳에서 동식물들이 대규모로 사라지고 있다. 환경변화에 민감한 생물 종(種)의 위기 소식은 이제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하지만 최근의 생물 종 감소는 다윈이 말한 자연선택 과정이 아니라 갑작스러운 절멸에 가깝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과학 칼럼니스트 마이클 테너슨은 전 세계를 여행하면서 보고 느낀 멸종의 징후를 고발하고 있다. 올해로 도시 탄생 112주년인 라스베이거스는 ‘사막의 땅’에서 ‘도박의 도시’로 일궈냈다. 풀 한 포기 자라기 힘든 사막 한가운데 세워진 라스베이거스는 인류의 지칠 줄 모르는 도전 그 자체다. 그러나 화려한 네온사인과 우뚝 솟은 카지노 호텔 뒤로 가려진 사막은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 황폐해지고 있다. 사막화는 인류에게 위험을 알리는 신호다. 멕시코와 과테말라의 삼림 파괴는 심각하다. 매년 무분별한 벌목으로 과테말라의 숲 약 5만 4,000헥타르씩 파괴될수록 그 안에 서식했던 생물 다양성 중 3분의 2가 사라진다. 열대림이 파괴되면 토양층이 폭우에 노출되어 토양이 유실되고, 가뭄과 홍수 피해가 늘어난다. 지구 생물 4분의 3의 고향으로 추정되는 열대림의 소멸은 지구상 생물의 대량 멸종 전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문제는 현재 진행 중인 우리 시대 생물의 멸종이 다른 종으로 쉽게 복구될 수 있는 비교적 미온적인 과정인가, 아니면 지난 5번의 대멸종 사건에 견줄만한 대격변의 전조인가 하는 것이다. 종의 소멸이 자연적인 회복력보다 빠르다면 언젠가 모든 생물은 사라지게 될 수밖에 없는 운명에 놓인다. 마이클 테너슨은 현재의 지구온난화와 인간 활동에 의한 토양 부족, 그리고 이에 따른 생물 다양성의 소멸 등을 지구 역사상 6번째 대멸종이라고 단언한다. 그는 한발 더 나아가 멸종 이후 ‘지구의 빈자리’가 어떻게 될지 예상한다. 우리도 멸종 동물 목록에 오를 수 있다. 동식물이 멸종되는 상황에 그저 안타까워해야 할 입장이 아니다. 여섯 번째 멸종 이후 인간이 생존하려는 방안은 다양하다. 지구를 떠나 화성으로 이주할 수 있고, 인간 복제와 유전자 조작 기술 등을 동원하여 끊임없이 변화하는 자연환경에 적응하는 방법도 있다. 이 중에 ‘정답’을 고르기가 어렵다. 우리는 미래가 아닌 현재의 ‘문제들’을 직시해야 한다. 지금 이 시각에도 누군가는 자연 훼손을 일으켜 생태계를 파괴하고, 지구 반대편에 사는 또 다른 누군가는 이 문젯거리들을 안고 살아간다. 멸종은 언젠가 우리 인류에게도 닥쳐올 것이다. 멸종위기를 무시하다가는 인간이 멸종의 마지막 당사자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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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7-04-03 17: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확실한 것은 언젠가 인간도 멸종할거라는 거...영원한곳도 영원한 것도 없으니까요.

cyrus 2017-04-03 18:05   좋아요 0 | URL
우리나라는 진화의 개념이 잘못 알려졌어요. 경쟁 속에 살아남은 자가 ‘완벽한 강자’라고 생각해요. 진화를 그저 ‘적자생존’의 의미로 이해합니다. 예전에 저도 그렇게 잘못 알고 있었어요. ‘완벽한 강자’는 없습니다. 예상치 못한 변화가 찾아오면, 지금의 강자도 쉽게 대처하지 못하니까요.

yureka01 2017-04-03 18: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럼요..시간의 변화 앞에 강자는 없습니다.겸허라는 덕목이 그래서 요구 되죠....

꼬마요정 2017-04-03 23: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진화는 ‘살아남기‘죠.. 진보가 아니라요. 사실, 인류가 멸종하는 게 지구를 위해서 낫지 않을까 생각해보기도 합니다. 어떻게든 다같이 살아가고 싶은데 그게 참 어렵습니다.

cyrus 2017-04-04 10:31   좋아요 1 | URL
맞습니다. 살아남기 위해 변화하는 것이 진화입니다. 요즘 같은 시기에 공생의 의미가 더욱 중요해졌어요.

책한엄마 2017-04-05 1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혹시 저 사진이 사일러스님일까 섣부르게 추측했습니다.^^;;흐흐
다 진실이었군요!!

cyrus 2017-04-05 10:53   좋아요 0 | URL
실제로 마그리트 그림처럼 똑같이 뒷모습을 찍은 사진을 프로필 사진으로 올리고 싶다고 생각한 적 있었어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