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험프티 덤프티(Humpty Dumpty)는 루이스 캐럴의 소설 《거울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달걀이다. 그는 높은 담장 위에 위태로운 자세로 앉아 있다가 떨어져 깨져버린다.
험프티 덤프티는 캐럴이 독창적으로 만든 캐릭터가 아니다. 원래 영국의 전래동요집 《마더 구스》에 나오는 캐릭터로 고집불통에 유식한 체를 잘하는 성격으로 묘사되었다. 《마더 구스》의 험프티 덤프티 노랫말은 《거울 나라의 앨리스》에 인용되었다.
영국의 그림책 작가 케이트 그리너웨이가 그린 《마더 구스》에는 험프티 덤프티 동요가 단 두 줄로 되어 있다. 오랜 시간동안 동요가 전승되는 과정에 내용이 많이 달라졌다.
노랫말의 전통적 해석에 따르면 험프티 덤프티는 권위 의식과 자만심에 빠져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 왕을 의미한다. 오만한 왕의 권위가 추락하면 신하들도 그 박살 난 권세를 회복할 수 없다.
험프티 덤프티의 생김새는 기이하다. 팔과 다리가 짧은 뚱보의 모습이다. 그런데 험프티 덤프티는 자신의 외모가 잘생겼다고 착각한다. 지금까지 영화나 광고에서 험프티 덤프티를 멋있게 혹은 귀엽게 실사로 구현해봤지만, 역반응이 생겼다.
1933년 파라마운트가 제작한 영화 <Alice In Wonderland>는 인기 배우들이 총출동한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흥행 성적은 저조했다. 소설에 등장하는 기이한 모습의 캐릭터들이 실사로 완벽하게 구현하지 못했다는 평이 있다. 흑백 분위기 때문인지 W.C. 필즈가 분한 험프티 덤프티가 그로테스크하게 느껴진다.
영화가 나온 지 50년 후인 1983년 영국에 아이들의 동심을 깨뜨린 초콜릿 광고가 선보였다. 킨더 초콜릿(Kinder Chocolate)사는 달걀 모양의 초콜릿 킨더 서프라이즈(Kinder Surprise) 제품을 홍보하기 위해 험프티 덤프티를 내세웠다. 그런데 그 생김새가 참...
누리끼리한 맥반석 달걀 같은 형체가 이상야릇한 미소를 짓는 모습에 아이들은 ‘언캐니 밸리(Uncanny Valley. 불쾌한 골짜기)’를 느꼈을 것이다. 우리에게는 사람과 닮은 인형이나 로봇을 보고 징그러움이나 무서움을 느끼는 심리가 있다. 이러한 역반응 때문인지 초콜릿 광고는 방영 금지되었다고 한다.
덤으로 킨더 서프라이즈는 아이들이 피해야 할 위험한 제품으로 낙인 찍혔다. 제품 포장을 뜯어보면 노란색 플라스틱 통이 있고, 플라스틱 통 바깥에는 초콜릿이, 안에는 장난감이 들어있다. 그런데 아이들이 초콜릿을 삼켰다가 기도가 막혀 질식사한 사고가 일어나자 미국에서는 유해성을 이유로 이 제품을 수입 금지 목록에 포함했다.
자고 일어나면 달걀 가격이 치솟고 있다. 조류독감이 장기화되면서 달걀이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요즘 연말 분위기를 ‘삶은 달걀’이라는 단어로 비유할 수 있다. 일상적이고 안온한 삶은 연약한 달걀과 같다. 불의의 사고가 덮친 일상의 균형은 달걀처럼 깨지게 마련이다. 일상의 균열이 만들어낸 파문은 우리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든다. 그보다 더 고통스러운 사실이 있다면, 깨지기 일보 직전에 처한 한국산 험프티 덤프티의 존재이다. 한국산 험프티 덤프티는 박근혜다. 그녀는 청와대 관저 담벼락 위에 편안히 앉아 있다가 바닥으로 떨어져 곤두박질쳤다. 그래도 완전히 깨지지 않았다. 박근혜를 여전히 추종하는 신하들과 박사모들은 박살나기 직전 그녀의 권위를 회복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하지만 이전의 상태로 일을 되돌릴 수 없다. “어떤 사람들은 생각이 아기만도 못 해!”라고 루이스 캐럴의 험프티 덤프티는 말하고 있다. 이 말은 유치하고 어리석은 행동이라는 죄를 저지르고, 후안무치한 박근혜에게 해당한다. 그녀처럼 우리 사회가 상식과 논리 결핍이 계속된다면, 아마도 험프티 덤프티와 똑같이 산산조각이 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