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명화에는 비밀이 있다 - 화려한 빅토리아 시대, 더욱 숨어드는 여자 이야기
이주은 지음 / 이봄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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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명화는 단순히 그림 한 장이 아니다. 그것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이야기가 시끄러울수록 매혹을 더 하는 마르지 않는 예술의 샘이다. 이주은의 아름다운 명화에는 비밀이 있다는 명화를 살아있는 인간의 이야기로 소개한다. 풍요와 결핍이 공존한 19세기 빅토리아 시대의 그림과 함께 지나치기 쉬운 여성들의 생활상을 전달한다.

 

한때 영국은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알려진 적이 있다. 지구가 돌아 영국 본토에는 밤이 오더라도 세상 어딘가 영국의 식민지 중 하나는 낮이라는 말이다. 19세기 영국은 대표적인 산업 자본주의 국가이자 동시에 제국주의 국가였다. 또 성 불평등이 극심한 대표적인 나라였다. 빛과 어둠의 시대, 영광의 이면에 잔혹한 착취를 숨기고 있던 시대, 그 시대를 보통 사람들은 빅토리아 시대라고 부른다. 영국 빅토리아 여왕의 치세(1837~1901)는 대영제국의 황금기였다. 당시 영국인들은 여왕 폐하 만세!’를 외치는 데 추후도 망설임이 없었다. 또 여인들에게 깍듯하고 극진한 것이 신사의 기본이었다. 하지만 이런 신사의 나라에도 실제는 여성 비화와 차별이 뿌리 깊었다.

 

 

 

 

금반지 안에서 희망이 보인다고? 거짓말, 거짓말이다.” 결혼생활의 실패로 자살한 미국의 시인 실비아 플라스는 이렇게 자문자답한 뒤 슬픔만이 거기에 있다고 자신의 한 시에서 단정했다. “사랑하기 때문에 결혼한다.” 당연한 얘기처럼 들린다. 그러나 이런 결혼관이 생긴 것은 아주 최근의 일이다. 지극히 사적인 영역으로서의 결혼상은 빅토리아 시대 이후부터 시작되었다. 빅토리아 시대의 결혼은 그리 낭만적이지도, 애절하거나 가슴 뭉클하지도 않은 정치행사이자 사회행사의 일환이었다. 과거에 결혼은 여성에게 안정된 삶을 보장했다. 그러나 남성 지배, 여성 복종이라는 가부장적 질서가 여성을 몸과 마음을 가정에 헌신하는 존재로 규정했다. ‘강인한 신사의 반대편에는 집안의 천사라는 빅토리아 시대의 전형적 여성상이 등장했다.

 

 

 

빅토리아 시대에서는 섹스를 입에 올리는 것 자체가 금기였다. , 섹스는 단지 은밀하고 어두운 곳에서만 화제에 올릴 수 있었다. 금욕주의와 성애주의는 늘 빅토리아 시대 문화와 사람들 영혼 속에 공존해왔다. 억압에 더욱 강해지는 인간의 욕망을 드러내듯이, 이 시대 영국에서는 매춘과 성병이 유독 기승을 부렸다. 금욕을 강조했던 시대에 매춘부들은 타락한 여자로 취급받아 멸시의 대상이 되었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도 많았다. 물에 떠오른 익사체의 여성이 많이 그려진 것도 그 때문이다. 또 이 시대의 여성은 사회적 권리가 없어 늘 가정이라는 울타리 안에 감금되어 남편을 기다리고, 만일 버림받으면 갈 곳 없는 신세가 되기도 했다. 충동과 규범의 사이에서 여성의 생활은 지속해서 심리적 갈등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하나뿐인 자식을 홀로 키우면서 세상의 따가운 시선들을 견디는 과부를 그린 에밀리 오즈본의 이름도 없고, 친구도 없고를 보면 그 당시의 시대상이 잘 나타난다.

 

빅토리아 시대는 여왕의 시대였지, ‘여성의 시대는 아니었다. 화려한 옷과 고급스러운 화장으로 치장한 여인들의 그림 속에는 빅토리아 시대의 은밀한 속사정이 숨어있다. 그녀들의 아름다움은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라 남성들에게 부여받은 것이다. 그림 속 여인들의 모습이 아름답고 관능적이라기보다는 씁쓸하게 느껴진다. 그녀들은 그림 밖 관람객들에게 우리가 행복해 보인다고? 거짓말, 거짓말이다.”라고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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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행복하자 2016-11-01 1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자인 저의 시각에도 관능적이고 아름다움의 프레임이 걸려있다는 거죠~

cyrus 2016-11-01 18:32   좋아요 0 | URL
사실 제가 좋아했던 회화 양식이 빅토리아 시대 그림입니다. 그런데 그 시대에 살아간 여성들의 이야기를 알고 나니까 그림에 대한 정이 떨어졌습니다. 저도 남성들이 만든 아름다움의 프레임에 착각했습니다.

나비종 2016-11-01 1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한 자에 의해 기록된 역사가 과거의 한 면만을 보여주듯이, 명화도 마찬가지군요.
하긴 똑같은 장면을 촬영한 사진도 찍는 이의 생각에 따라 전혀 다른 사건으로 비춰지는 걸 보면, 예술이든 어떤 형태로든 모든 기록은 승자의 관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나 봅니다.
「이름도 없고, 친구도 없고」라는 제목이 가슴 아프네요.

cyrus 2016-11-01 19:12   좋아요 0 | URL
책 속에 생소한 화가들의 그림이 많았습니다. 에밀리 오즈본이라는 화가도 여자인데, 남자 화가들이 외면했고, 그리지 않았던 것을 그려냈습니다. 서양미술 책에 많이 소개되는 빅토리아 시대의 그림들은 주로 여성 모델을 전면적으로 내세운 구도가 많습니다.

달걀부인 2016-11-01 19: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즘 미술사 책들을 읽고 있는데 새로운 관점에서 볼 수 있는 책이네요. 추천 감사해요. ^^

cyrus 2016-11-02 16:34   좋아요 0 | URL
빅토리아 시대 회화를 주제로 한 책이 많지 않습니다. 이주은 씨의 책은 어렵지 않고, 도판이 많습니다. ^^

북프리쿠키 2016-11-01 19: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서양미술사로 미술에 대해
관심을 많이 가지게 되어 기뻐요~
그림과 화가를
공부하듯이 외우지 않아도
그림에 담긴 스토리와 시대상에 따른
작가의 스타일에 대한 내용이
흥미롭게 다가와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느낌이 좋습니다.

앞으로 싸이러스님의 그림에 대한
리뷰~꼼꼼히 읽어볼께요^^;


cyrus 2016-11-02 16:38   좋아요 1 | URL
북프리쿠키님이 서양미술사가 재미있는 이유를 잘 알고 계시는군요. 그림 속에 숨겨진 상징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알아가는 게 재미있어요. 그리고 예술가들의 사생활에 관한 이야기도 재미있어요.

제 글은 스마트폰으로 보기가 불편합니다. 글을 짧게 안 쓰거든요. 꼼꼼하게 읽으면 시력이 떨어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