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 ‘아름다운 가슴’이 있을까? 옛날부터 남자들은 아름다운 가슴의 정의를 찾으려고 했으며 직접 만져보고 싶어 했다. 와인 잔, 특히 손바닥으로 감싸 안은 둥그런 부분은 봉긋한 가슴 모양과 비슷하다. 최초의 와인 잔은 고대 그리스 최고의 미인 헬레네의 가슴을 본떠 만든 것이라고 한다. 헬레네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가상 인물이다. 그리스 남자들은 헬레네의 가슴이 어떻게 생겼는지 모른다. 미인이라면 가슴도 아름다울 거라고 단순하게 생각했다.
아름다운 가슴은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렵다. 가슴의 외모를 운운하는 것은 가슴을 성적인 기능으로만 보는 남성의 시선이 반영되어 있다.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다. 보건복지부가 아름다운 가슴에 대한 정의를 내렸다.
구체적인 수치와 모양, 색깔 등을 그림으로 만들어 공개했다. 이 글의 작성자는 아름다운 가슴을 단정하기 어렵다고 해놓고선 아주 자신 있게 ‘이상적인 가슴’의 조건이 무엇인지 설명했다. 또 여성의 가슴을 ‘제2의 성기’라며 논란이 될 만한 내용도 덧붙였다. 아니, 작성자님. 무슨 약을 하시기에 이런 생각을 하셨어요?
영국의 인류학자 데즈먼드 모리스는 가슴의 형태가 성적 신호와 연관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이 가설은 남자를 유혹하는 엉덩이를 대신해 가슴이 발달하였다는 관점을 받쳐주었다. 그러니까 모리스는 여성의 가슴을 ‘제2의 엉덩이’로 봤던 것이다. 하지만 모리스의 주장에 반박하는 가설도 있다. 모리스의 가설에는 남성 중심의 관점이 반영되었다. 아기가 편하게 수유를 할 수 있도록 가슴의 형태가 진화되었다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 최근에 후자의 가설이 주목받고 있으나 모리스는 여성의 가슴이 성적 신호라는 주장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가슴이 양육 기능과 관계가 없다고 강조했다.
문제투성이 글을 쓴 사람은 욕을 먹어도 싸다. 글 작성자가 정말 보건복지부 소속 공무원이라면 자질이 의심된다. 글 작성자는 남성중심주의에 갇혀 있다. 그리고 여성이 수치심을 느낄 수 있는 표현을 썼다. 정확한 수치를 나타내면서까지 이상적인 가슴의 조건을 설명하는 것은 노예 시장이 성행했던 구시대에 나올 법한 발상이다. 여자 노예들은 노동력과 생식능력 때문에 남자 노예들보다 가격이 비싸게 책정되었다. 그래서 노예 시장에 가면 알몸의 여자 노예들이 서 있었다. 상인들은 건강한 여자 노예를 사기 위해서 몸 전체를 훑어봤다.
페미니즘의 빛이 환하게 밝혀졌어도 아름다운 가슴을 숭배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가슴의 외형을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서 성형외과를 찾는 여자들이 있다. 가슴은 단지 크기와 모양의 문제만은 아니다. 남의 시선에 따라 가슴을 돋보이는 일에 치중하면, 가슴의 건강을 소홀히 여길 수 있다. 가슴이 큰 여성일수록 에스트로겐 수치가 높게 나온다. 에스트로겐이 높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게 아니다. 유방암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보건복지부는 유방암의 원인이나 이를 예방하는 유익한 정보를 알려줘야 한다. 아름다운 가슴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려주는 일은 쓸데없는 오지랖이다. 아름다운 가슴이 뭣이 중헌디. 당신들이 뭔데 감히 여성의 가슴을 판단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