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시아스를 아는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마르시아스(Marsyas)는 길을 지나가다가 우연히 피리를 발견했다. 마르시아스는 피리를 주워 자신의 입에 갖다 댔다. 피리에 살짝 숨을 불어넣었는데 아름다운 피리 소리가 흘러나왔다. 감미로운 피리 연주를 들은 사람들은 마르시아스 주변에 우르르 몰려들었다. 피리 연주에 감탄한 사람들의 칭찬에 마르시아스는 기분이 좋아졌다. 주변의 칭찬에 으쓱한 그는 음악의 신과 겨루어도 지지 않으리라는 우쭐한 생각을 품었다. 사실 마르시아스가 주운 피리는 아테네 여신의 손길이 닿은 특별한 피리였다. 마르시아스는 자신의 연주 솜씨가 신령한 피리 덕인 줄도 모르고 우쭐댔다. 오만한 마르시아스는 음악의 신 아폴론과 연주 실력을 겨루고 싶어 했다. 무모하게 신에 도전하는 자는 불행하고도 끔찍한 최후를 맞이한다. 마르시아스와 아폴론 연주 대결의 심판을 맡은 뮤즈들은 아폴론의 손을 들어줬다. 연주 대결에 패한 마르시아스는 아폴론이 내린 형벌을 받았다. 아폴론은 마르시아스를 산 채로 나무에 묶어 살가죽을 벗겼다.
소설가는 자신의 글쓰기가 죽음을 불사하고 신에게 도전하는 창조정신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밀레니엄을 맞아 국제화시대에 맞춘다며 새로운 필명을 만들었다. 마르시아스 심. 소설가의 필명은 신화 속 인물의 이름에서 따왔다. 그는 기존의 순문학에서 좀처럼 드러내길 꺼렸던 ‘성’을 주제로 작품을 써내려갔다. 그의 도전은 성공했다.
하지만 소설가는 오만했다. 마치 자신이 신이라도 된 줄 착각하면서 살았다. 그는 내연녀의 얼굴에 주먹을 치면서 이렇게 외쳐댔다. “너 같이 거짓말 하는 사람은 신에게 벌을 받아야 한다. 내가 신 대신 벌을 주겠다.” 소설가는 내연녀를 폭행하고 감금을 시도한 혐의로 징역 1년형을 선고받았다. 마르시아스는 신 앞에 도전한 오만한 대가로 끔찍한 형벌을 당했다. 마르시아스 심은 산 채로 살가죽이 벗겨지는 벌을 받지 않았다. 그 대신 ‘소설가’라는 분신이 벗겨지는 천벌을 받았다.
마르시아스 심, 심상대를 아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