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의 모든 생물은 자연적인 과정을 거쳐 멸종해 가고 있다. 그러나 인류가 지상에 등장한 이래 생물들의 멸종은 더욱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는 것도 부인하지 못할 사실이다. 특히 섬 지방에 사는 동물들의 멸종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와 같은 현상은 서식지역이 제한돼 그 수가 적음으로써 한 가지 사건이나 원인만으로도 멸종됐을 가능성이 크다. 멸종의 비운을 맞은 동물 가운데 상당수는 순진하게도 인류에게 너무 많은 호기심을 가졌거나, 적어도 경계심이 부족했던 것이 탈이었다. 사람은커녕 박쥐를 빼면 포유류라고는 없던 모리셔스 섬에 도도는 사냥이라고는 당해본 적 없던 터라 공포를 모른 채 살아왔다. 도도는 사람들의 사냥감이 돼 멸종되고 말았다. 호기심이 죄다.

 

 

 

 

 

 

‘포클랜드 늑대’도 인간의 탐욕으로 비명도 없이 사라진 멸종 동물이다. 포클랜드 늑대는 포클랜드제도에서만 자란 유일한 개과 포유류다. 겉모습만 보면 여우와 닮았다. 1833년 찰스 다윈이 포클랜드제도에 머물렀을 때 포클랜드 늑대를 ‘늑대같이 생긴 여우’로 봤다. 이때까지만 해도 포클랜드 늑대는 흔하게 목격되었다. 다윈은 운이 좋았다. 포클랜드 늑대는 1800년대에 들어서면서 점점 감소하였고, 1876년 이후 멸종되었다. 학자들은 포클랜드 늑대가 개에 가까운 습성을 지녔다고 추정한다. 포클랜드 늑대도 도도처럼 호기심이 많았다. 사람들은 자신에 다가오는 포클랜드 늑대가 공격성이 있는 동물로 간주했다. 늑대처럼 생긴 것도 죄다. 아니다. 여우라는 이름이 붙여진 것도 죄다. 비싸고 귀한 여우 가죽을 노리는 사냥꾼들은 늑대 멸종에 동참했다.

 

다윈은 포클랜드 늑대와의 만남이 마지막이라는 사실을 직감했다. 다윈의 슬픈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내가 아는 한, 대륙에서 멀리 떨어진 조그만 땅덩어리에 고유의 네발 동물이 있는 경우는 이 세상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다. 늑대 수는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이 제도(포클랜드 제도-글 작성자 주)에 정식으로 사람이 살게 되면 몇 년 안에 이것들은 도도새처럼 지구 상에서 사라진 동물 중 하나가 되고 말 것이다. (찰스 다윈 《비글호 항해기》, 올재, 269쪽)

 

 

멸종이 심했던 곳은 인류가 오랫동안 다른 동물과 함께 살아온 아프리카나 아시아가 아니라 신대륙이다. 동물이 인류의 생존방식을 이미 잘 터득하고 있는 곳에서는 미리 대처해 생존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신대륙에 사는 동물들은 침략자를 처음 만나자마자 몰살의 길로 들어서기 쉽다. 인간의 무서운 탐욕은 ‘개발’이라는 가면을 쓰고 더 빠른 시간에 더 많은 생명을 멸종시키고 있다. 탐욕을 멈추지 않으면 다음 차례는 우리 인간이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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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03 16: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6-05-03 16:45   좋아요 0 | URL
지금도 망하지 않은 게 신기합니다. ㅎㅎㅎ

yamoo 2016-05-03 1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글호 항해기...이거 올재에서 나와서 사 놨어요. 조만간 읽을 듯합니다..ㅎㅎ

cyrus 2016-05-04 16:37   좋아요 0 | URL
저는 중간에 읽다가 재미없어서 요약한 글만 따로 읽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