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다윈의 《비글호 항해기》는 ‘꿀노잼’의 진수를 보여주는 책이다. 재미없지만 끝까지 보게 된다. 《비글호 항해기》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과학 여행기로 손꼽힌다. 그렇지만 고전이라고 해서 무조건 재미있는 건 아니다. 다윈은 사소한 것까지 하나하나 꼼꼼하게 관찰했다. 문어, 곤충류, 스컹크 같은 포유동물, 신천옹 등의 조류, 물고기, 파충류, 양서류 등 낯설고 신기한 동물들의 습성과 생태를 자세하게 기록했다. 관찰한 것을 그대로 묘사한 문체가 지루하게 느껴진다. 항해기에서 다윈이 언급한 생물들을 모두 세어보면 백여 종은 넘을 것이다. 부록으로 동식물 백과사전 한 권을 만들 수 있는 수다.

 

다윈이 영국 해군성 측량선인 비글호에 승선했을 때 그의 나이는 22살이었다. 의사가 되길 원하는 부모의 권유를 완강히 거절하고, 비글호에 몸을 실었다. 사실 다윈은 생물학보다는 지질학에 관심이 많았다. 비글호의 좁은 선실에서 라이엘이라는 지질학자가 쓴 <지질학 원리>를 탐독했다. 바다에 사는 조개의 화석을 통해 지질의 변동을 유추했다. 그리고 산호초의 종류와 차이를 명확하게 파악해 산호초가 만들어지는 과정까지 밝혀냈다. 《비글호 항해기》의 하이라이트는 갈라파고스 군도에 만난 동식물에 대한 기록이다. 다윈은 섬마다 부리 모양이 조금씩 다른 핀치새들이 신기했다. 핀치들이 현재와 같은 모습으로 독립적으로 창조된 것이 아니라 대륙의 공통조상으로부터 갈라져 나왔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싹트게 된다. 이곳 핀치들이 동족이면서도 먹이 종류에 따라 부리 모양이 다르다는 사실은 다윈이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론을 펼치는 근거가 됐다. 다윈은 동식물뿐만 아니라 인류의 문화나 사회제도에도 관심이 많았다. 특히 유럽인의 침략에 힘없이 무너지는 원주민들의 최후를 안타깝게 여겼다. 링컨이 태어나기 전에 이미 다윈은 노예제도를 비판했다.

 

 

 

 

 

다윈이 5년 동안 여러 지역을 항해하면서 정리한 공책의 수가 열여덟 권이나 된다. 그만큼 《비글호 항해기》는 방대한 분량으로 이루어진 책이다. 장순근 박사의 《비글호 항해기》는 주석과 부록이 있는 장을 제외하면 800쪽 넘는다. 최재천 교수가 감수한 《비글호 항해기》는 600쪽이 넘는다. 장순근 박사는 주석을 아주 꼼꼼하게 정리했다. 박사의 노고를 생각하면, 책이 재미없어도 안 읽을 수가 없다. 그런데 장순근 박사의 책은 무겁다. 완독하고 싶은 용기가 꺾이게 하는 엄청난 비주얼이다. 최재천 감수의 《비글호 항해기》는 읽기 편하게 편집되었다. 원주와 역주가 본문 아래에 배치되었다. 장순근 박사의 주석의 양과 비교하면 많지 않아서 주석을 싫어하는 독자에게 권하고 싶은 번역본이다. 최재천 감수 번역본의 가장 큰 장점은 총 21장으로 이루어진 항해 기록을 요약해서 정리한 역자들의 글이다. 나처럼 항해 일지를 읽는 일이 지루하게 느꼈거나 책을 정독하기가 시간이 빠듯하다면 요약 정리한 글만 봐도 된다.

 

 

 

 

 

 

 

 

 

 

 

 

 

 

 

 

 

 

 

지난주부터 최재천 감수 번역본을 읽으면서 지금까지 발견한 오류는 한 개다. 132쪽에 있는 역주를 보면 장순근 박사의 번역본을 ‘장순근 박사의 1993년판 완역본’으로 소개했다. 역자가 장순근 박사의 번역본이 2013년에 새로 나온 사실을 깜빡 잊은 것 같다. 장순근 박사의 번역본은 1993년에 ‘전파과학사’ 출판사에서 처음 나왔다. 2006년에 가람기획 출판사에서 개정 2판이 나왔고, 2013년에 나온 것이 개정 3판이다. 2003년에 나온 《그림으로 보는 찰스 다윈의 비글호 항해 이야기》의 분량은 완역본보다 적다. 이 책은 그림 위주로 된 축약본으로 추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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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한엄마 2016-04-27 2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꿀 노잼ㅎㅎ두께부터 노잼 포스에요.^^;;

cyrus 2016-04-27 21:47   좋아요 1 | URL
네. 관찰한 기록만 나오는 책이라서 지루해요. 배 타면서 있었던 일이라도 들려줬으면 좀 더 재미있었을거예요. ^^

바람머리칼 2016-04-27 2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단하십니다~

cyrus 2016-04-28 18:54   좋아요 0 | URL
사실은 책을 대충 읽었어요. 끝까지 읽기가 지루해서 책 중간부터는 요약한 글만 따로 읽었어요. ㅎㅎㅎ

북깨비 2016-04-28 16: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꿀노잼 ㅋㅋㅋㅋㅋㅋ cyrus님께서 꿀노잼 하시니까 넘 귀여워요. ㅎㅎㅎ 글쎄 제목만 보면 정말 흥미진진한 항해일지 같은데 말이죠.

cyrus 2016-04-28 18:55   좋아요 0 | URL
노잼인데, 다음 내용이 궁금해서 읽고 싶어요. 다윈의 문체가 무미건조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