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천체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의 발언이 인터넷 뉴스로 알려진 적이 있다. 호킹은 외계 생명체가 지구에 침입하여 인류를 파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의 발언은 놀랍지 않다. 호킹의 외계인 존재 발언은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호킹은 강연에 나설 때마다 외계인 존재 여부에 대해서 자기 생각을 피력했다. 다만, 이번 발언에 주목해야 할 점이 있다면 외계 생명체를 지구를 침략할 힘을 가진 ‘지적인 존재’로 표현한 것이다. 2000년에 호킹은 방한했을 때 외계 생명체가 존재할 것이라고 밝힌 적 있었으나,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지 못한 원시적 수준으로 봤다. (관련기사) 외계인의 인간 피랍 주장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관련기사)
경기도 가평에서 김선규 기자가 찍은 UFO 사진
우리나라도 한때 ‘UFO 열풍’이 분 적이 있었다. 1995년 문화일보 김선규 기자가 찍은 UFO 사진과 로즈웰 외계인 해부 과정을 촬영한 동영상이 매스컴에 소개되어 커다란 화제가 되었다. 비록 로즈웰 외계인 해부 동영상은 가짜로 판명되었지만, 여전히 세계 곳곳에서 UFO의 출현과 목격담이 나온다. 일부 국가는 정부 차원에서 비밀리에 연구를 진행하기도 한다. 특히 미국 네바다주 사막 한가운데에 있는 ‘구역 51(Area 51)’은 ‘미스터리 덕후’의 성지다. 일반인 출입이 금지된 비밀 군사기지 주변에 비행하는 UFO를 목격한 사람들이 생기자, 구역 51에 대한 의혹이 증폭되었다. 외계인과 UFO에 관한 화제가 나오면 시큰둥해지는 우리나라의 반응과 대조적이다. 우리나라 사람이 가장 염려하는 것은 외계인의 지구 침략이 아니라 북한의 무력 도발이다.
UFO와 외계인이 대중의 기억에서 점점 잊히는 지금, 종교학자 최준식 교수와 신학자 지영해 교수가 이 주제를 가지고 대담을 나누었다. 두 사람의 대담을 정리한 책 제목이 거창하다. 《외계지성체의 방문과 인류종말의 문제에 관하여》. 지영해 교수는 서양 신학과 동양철학에 박식하면서도 UFO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연구했다. 그래서 지 교수의 입을 통해서 전 세계 UFO 연구 동향을 확인할 수 있다. 외계인의 인간 피랍 사건에 중점적으로 연구한 학자도 있다. 가장 대표적인 학자가 데이비드 제이컵스다. 제이컵스는 역사학과 교수를 역임하면서도 피랍 사건을 다룬 자료를 꾸준히 모으고 있다. 지 교수도 10년 동안 피랍 사건을 조사했다고 한다.
두 사람의 대담을 읽다 보면,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난감하다. 반대론자들은 UFO 목격과 외계인의 인간 피랍 사건을 주관적 허상, 허위 기억이 만들어 낸 현상으로 본다. 나 또한 반대론자의 위치에 서 있는데, 지 교수가 진지하게 설명하는 가설을 받아들이기 힘들다. 최 교수도 지 교수의 가설을 검증하는 차원에서 끊임없이 의문을 제기하지만, UFO와 외계인 부정론에 크게 힘을 실어주지 못한다. 최 교수도 UFO와 외계인 목격 현상을 비상식적 문제로만 규정하지 말자고 주장한다. 지 교수는 UFO와 외계인이 우리가 사는 세상과 전혀 다른 차원의 세계에서 나타난다는 가정을 내세운다. 이 가설을 설명하는 개념이 ‘인접생명권’, ‘광역생명진화권’이다.
지 교수의 비유는 생소한 개념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바닷가에 사는 물고기가 인간이 탑승한 잠수함과 마주쳤다. 이 물고기는 잠수함의 존재를 낯설어한다. 그러면서 잠수함을 아주 먼 곳에서 온 특이한 물고기로 생각할 것이다. 아니면 특이하게 생긴 물고기(잠수함)가 바다에 절대로 등장할 리가 없다고 생각하면서 특이한 물고기의 존재를 부정한다. 자신이 본 경험이 그저 환상에 불과하다고 믿는다. 물고기를 인간으로 바꿔보자. 인간은 세상에 적용되는 물질계 법칙에 조금이라도 어긋난 존재(UFO, 외계인)를 만나면 믿지 못한다. 그래서 UFO 존재에 대한 검증 절차 없이 부정해버리고 만다.
UFO와 외계인 존재 여부에 관한 다양한 가설이나 각종 목격담, 경험담을 더 알고 싶으면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외계인 백과사전》을 참고하면 된다. 이 책을 만든 출판사는 ‘열린책들’이다. 책 제목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출판사를 살리는 데 큰 공을 세운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에서 따왔다. 원제는 ‘Le Livre secret des Aliens’, 우리말로 풀이하면 ‘외계인의 비밀 책’이다. 참고로 《외계인 백과사전》이 출간되기 전에 이미 열린책들 출판사는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마법의 백과사전》과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저승의 백과사전》을 연이어 펴내기도 했다.
특이한 사실은 이 책의 저자에 대한 소개가 없다. 심지어 책 뒤편에 있어야 할 저자 사진도 없다. 저자 이름은 기욤 페이에. 재미있는 점은 이 사람도 UFO를 세 차례나 목격했다. 책에 자신의 목격담을 ‘개인적 체험’이라는 제목으로 소개했다. 이 사람, 도대체 정체가 뭘까? 두 번도 아니고 무려 세 번이나 UFO와 흡사한 비행물체를 목격했다니! 책 구성방식은 《지식의 백과사전》과 같다. 가나다순 항목으로 내용이 정리되어 있다. 책이 나온 지 무려 십여 년이 지난 터라 최신 이론이라고 할 수 없지만, 외계인 목격담, 맨 인 블랙, 외계인의 인간 납치, 로즈웰 등 흥미진진한 내용이 많다. 이 책에도 지 교수의 견해와 유사한 가설이 언급된다. 외계인이 인간의 상상이 미치지 못하는 다른 차원의 세계에서 온 존재라고 주장하는 학자가 있다. 하지만 지 교수의 가설보다 더 황당하고 파격적인 것이 상당히 많다. 영국의 UFO 전문가는 외계인을 지하 세계에 숨어서 지내는 아틀란티스 인의 후예라고 주장한다. 목격담 및 경험담 같은 경우, 참고문헌을 밝히지 않아서 신빙성이 없다는 단점이 있다.
그래도 이 책의 저자도 양심은 있다. 저자는 UFO와 외계인 연구하기에 앞서서 지켜야 할 생각실험 방법을 강조했다. 첫 번째, 편견 없이 사실을 수집하고 관찰한다. 두 번째, 수집한 사실들이 허위나 조작이 아니라는 점을 확인하고, 반대론자의 입장에 서서 자료에 신빙성이 있는지 조사한다. 세 번째, 가설을 세운다. 네 번째, 반대 실험으로 허점을 보강한다. 마지막 다섯 번째, 명제를 수립한다. 그리고 종파적 광신주의와 비이성적 접근으로 UFO를 연구하는 사이비 학문을 경계한다. 이러면 이 책의 내용 절반을 부정할 수 없게 된다. 참으로 난감한 책이다. 미스터리에 한창 관심이 많은 나이였다면 이런 책을 재미있게 봤을 텐데, 이제는 나름 회의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하다 보니 외계인이라는 단어만 봐도 머리가 아파져 온다. 귀찮지만, 사물이나 현상을 분석하고 이해하려는 생각의 힘이 필요하다. 이런 단계를 그냥 지나쳐버리면 진짜 같은 가짜 논리에 쉽게 속아 넘어간다. 사실 외계인보다 더 무서운 존재가 인간이다. 자신이 유리한 상황으로 만들도록 거짓과 조작을 일삼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