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동물, 유대와 배신의 탄생 동물권리선언 시리즈 2
웨인 파셀 지음, 전진경 옮김 / 책공장더불어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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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들아, 저기 봐!”

 

갑자기 한 친구가 창문 밖으로 손가락을 가리키며 외쳤다. 아이들이 우르르 창문 쪽으로 모인다. 창문 밖에서는 끔찍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다 자란 흰색 진돗개의 목에는 쇠사슬이 감겨 있었고, 할아버지는 우악스럽게 막대기로 진돗개의 몸통을 때리고 있었다. 진돗개는 고통을 견디지 못해 크게 몸부림치다가 몇 분 후에 땅바닥에 축 늘어진 채 가만히 있었다. 기어이 할아버지는 개의 숨통을 완전히 끊어버렸다. 명백한 동물 학대였다. 초등학생이었던 나는 그 장면을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어서 슬펐다. 아이들은 선생님에게 충격적인 사실을 알렸으나 우리나라에 동물과 관련된 법이 제대로 없어 어떠한 조치도 취할 수 없다고 대답했다. 한때는 누군가의 사랑을 잠깐이라도 받았을 이 진돗개는 무관심한 ‘인간들의 도시’ 뒷골목에서 먹을거리를 찾아 배회하다 참변을 당했을 것이다.

 

우리는 하루에도 여러 번 ‘동물’을 만난다. 식사 때마다 장조림, 스테이크, 치킨 등 여러 가지 음식의 형태로 만난다. 그리고 집안에서는 기르는 개 또는 고양이와 장난하거나, 반려동물이 나오는 각종 동물 관련 프로그램을 보며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끔찍한 일이지만, 나처럼 인간의 손에 잔혹하게 죽어가는 동물도 보게 된다. 그러나 우리가 일반적으로 ‘동물’이라는 하나의 이름으로 뭉뚱그려 부르고 있는 이들은 개별적으로 너무나 다른 삶을 살고 있다. 하루에 1만 마리 이상의 동물이 우리나라 실험실에서 죽어가고 있다. 대학과 연구소, 병원과 제약업체에서 생활용품 안전검사, 약품과 화장품 개발, 유해물질 독성 검사 등을 위해 희생되고 있다. 어린이들이 붐비는 동물원. 아이들이 동물원에서 실제로 동물들이 어떻게 사는지, 그 동물의 ‘진짜 모습’에 대해 알 수 있는 계기는 전혀 없다. 인간에게는 순간의 ‘관람’이지만, 동물에게는 평생의 ‘감금’이다. 동물원은 아이들에게 ‘동물은 인간을 위해 얼마든지 갇혀도 되는 존재’라는 첫 인식을 만드는 공간이 된다.

 

동물의 삶이 이토록 극과 극인 이유는 무엇일까. 대다수 사람은 동물이 사람보다 열등하며 사람처럼 감정을 느낄 능력을 갖추고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런 현실에서 동물의 권리를 인정하는 인식을 끌어내는 일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어엿한 가족의 일원으로 대접받는 개, 고양이 등 반려동물 학대 문제라면 또 모른다. 늘 식탁에 오르는 식용 가축이 어떻게 키워지는지는 대부분 사람들에게 관심 밖인 게 사실이다. 없어서 못 먹지 사육 환경이 무슨 문제냐, 또는 어차피 잡아먹으려고 키우는 동물을 놓고 권리 운운한다는 건 ‘악어의 눈물’ 아니냐고 반발하는 이들도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이전보다 훨씬 더 동물 학대가 행해지고 있다.

 

미국 휴메인 소사이어티의 대표인 에인 파셀은 오늘날까지 일어나고 있는 모든 분야의 동물 학대를 동물을 상품으로 취급한 인식에서 비롯된 심각한 문제로 보고 있다. 휴메인 소사이어티는 미국 내 1,000만 명의 회원을 둔 최대 동물보호단체다. 1954년 설립돼 동물과 인간 모두에게 지속 가능한 세상을 구현하기 위해 활동을 벌이고 있다. 특히 대규모 ‘공장식 축산업’이 동물은 물론 인간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반대한다. 《인간과 동물 유대와 배신의 탄생》은 우리가 즐겨 먹는 고기 등 먹을거리가 만들어지고 있는 인간 식생활의 소름 끼치는 이면을 파헤치고 있다. 권총 모양의 볼트건의 나사는 소의 뇌를 관통하여 소를 기절하게 한다. 움직이기조차 힘든 소는 그 자리에 죽는다. ‘공장식 농업’의 문제점들이 적나라하게 예시된다. 인간의 식탁에 오르는 먹이들의 상상하기 힘든 모습이 그려지고 있다. 축산업을 위해서는 고기가 접시에 오르기 전에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소비자들이 모를수록 좋다. 따라서 가축들이 어떻게 길러지고 처리되는지 제대로 모른다.

 

동물들을 공장의 빵처럼 여기는 인간들과 그런 인간들의 학대를 받다가 죽어가는 동물들. 그 사이의 불화가 우리 관심에서 멀어질수록 재앙은 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가축을 생명이 아니라 공장의 제품으로 취급하는 공장식 축산업은 환경파괴와 자원 소비를 가속하며, 인류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저자는 적나라하게 묘사되는 도축의 현장, 그를 둘러싼 권력의 행태는 현대가 얼마나 그 속으로는 야만의 힘에 의지하고 있는가를 확인시켜 준다. 그런데도 인간과 동물 간의 불화는 깊어만 가고 있다. 이런 충격적인 실태의 고발은 결국 대중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했다. 우리는 때로 동물들의 처참한 상황에 안타까워하지만, 국가 경제를 위해 축산업이 안정적으로 유지되어야 하며, 인간이 고기를 안 먹고 살 수는 없으므로 비인도적 도살을 규제하는 데 주저하고 있다.

 

학대받은 동물은 학대받은 어린아이와 비슷하다. 아이는 학대를 당하더라도 방어하거나 표현할 능력이 없다. 말 못하는 동물도 마찬가지다. 인간도 동물의 한 종이다. 인간이 동물보다 특별히 더 존중을 받을 이유는 없다. 동물이든 인간이든 고통을 느낄 수 있다. 동물과 인간의 유대 관계를 받아들이면, 그들을 존엄성과 권리가 있는 생명체로 인정해야 한다. 인간은 발전이라는 이름으로 수많은 건물을 짓고 상품을 만들어 물질적 풍요를 누렸다. 인간 이외의 생명체들은 가치 없는 것으로, 그들에게는 아무런 권리가 없는 것으로 여긴다. 인간의 동물 학대는 심각한 환경파괴와 맞물려 있으므로 동물의 권리문제를 ‘생명의 권리’로 확장하여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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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5-09-03 1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건 주로 영상물로 많이 접하곤 하는 것 같아.
그런 점에서 S본부의 <동물농장>이 한몫을 하고 있긴하지.
그래도 동물학대는 여전하고...
책으로는 얼마나 읽을런지 모르겠다.
우리집도 애완견을 키우고 있는데 도대체 학대할 데가 어딨다고
그러는지 모르겠어. TV 같은데서 고기 먹는 장면도 좀 줄여야 할 텐데
여전히 먹어라 먹어라 하니 동물이 얼마나 권리를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새끼를 잡아 먹는 인간을 보면 인간이 참 죄가 많다 싶어.

그런데 책표지가 참 어린이스럽다. 모르고 보면 무슨 동화책인 줄 알겠어.ㅋ

cyrus 2015-09-03 22:05   좋아요 0 | URL
페이스북이 정말 로그인 접속하기 싫은 또 하나의 이유가 동물을 잔인하게 괴롭히는 동영상이나 상처 입은 동물의 사진 때문이에요. 페친이 그 사진에 ‘좋아요’ 하나 누르면 저도 그 사진을 보게 되요. 동물 권리를 주제로 한 책 중에서 표지가 좋아요. ^^

페크pek0501 2015-09-04 1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잔인한 게 인간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생각이 없는 걸까요? 아예 동물에 대해선 생각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요. 동물들도 똑깥이 고통을 느낄 줄 알 텐데 말이죠. 인간에게 고통을 준 것은 `악`이지만 동물에게 고통을 준 것은 `악`이 아니라고 보는 걸까요?

cyrus 2015-09-04 20:11   좋아요 0 | URL
동물을 학대하는 사람들은 경계할 필요가 있어요. 사람을 괴롭히는 데 아무런 죄책감을 느끼지 못할 겁니다. 엄연히 이런 비도덕적 행동도 범죄인데 우리나라는 형량이 너무 가벼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