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자이언 C가 부릅니다. '겨자를 찍어 먹어요'

 

안녕. 쉽지 않죠.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죠. 먹고 싶은 게 더럽게 많죠. 매운 음식 먹고 싶죠? 매운 음식 안 좋아하는데도 매운 음식 먹고 싶을 거야. 그럴 땐 이 겨자를 찍어 먹어요. 매워도 조금 찍어 먹어요. 그러면 건강에 좋을 거예요.

 

 

 

향신료란 물의 열매, 잎, 줄기, 뿌리 등을 건조한 후 분쇄해서 만든 것이다. 오랜 기간 보관이 가능하고, 적은 양으로도 강한 향을 낼 수 있다. 불편하여 나라와 나라 사이가 지금보다 멀었던 옛날, 어렵사리 구한 식물의 향을 좀 더 오래 즐기려 만들어진 향신료는 그래서인지 이름부터 이국적인 맛이 느껴지고 평범하던 음식은 그 향기 하나로 색다른 음식이 된다. 의약품이 귀했던 고대에는 향신료가 약초처럼 쓰였다. 향신료의 역할은 식욕을 돋우는 역할 이외에도 악취 제거나 소화촉진 등을 들 수 있다. 중세유럽 십자군 원정을 계기로 더욱 널리 퍼져나가 15세기경에 이르러서는 쌀이나 은, 상아 등과의 무역이 가능했을 정도로 가치가 높았다. 바스쿠 다가마와 콜럼버스가 인도를 찾아 항해에 나선 이유는 향신료를 구하기 위해서였다.

 

향신료는 여러 가지 종류가 많지만, 개인적으로 특별히 좋아하는 것이 겨자 소스다. 냉면을 먹을 때 빼놓지 않는 양념이 바로 겨자다. 맛있는 냉면의 조건은 깊은 맛이 나는 육수겠지만, 사실 톡 쏘는 맛의 겨자 때문에 냉면을 즐겨 먹는다. 생선회를 먹을 때도 겨자가 빠지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간장에 겨자를 섞어 먹는데 나는 그렇게 먹지 않는다. 생선회를 아예 겨자에 바로 찍어서 먹는다. 다른 사람에 비하면 음식에 겨자를 많이 찍는 편이다. 코에서 톡 쏘는 느낌이 들고, 입과 코안에 감도는 매운 기운이 눈동자로 올라와야 한다. 그러면 얼굴은 약간 붉어지고, 눈에 눈물이 살짝 나오려고 한다. 눈, 코, 입 전체로 매운맛이 확 올라왔다면 겨자의 맛을 제대로 느꼈다고 볼 수 있다. 겨자의 맛에 중독된 탓에 음식을 겨자에 찍어 먹기보다는 아예 젓가락으로 겨자를 떠서 먹는다. 옆 사람이 보기에는 매운 소스를 아무렇지 않게 먹는 내 모습이 신기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걱정한다. 매운 음식을 지나치게 먹으면 장에 염증을 일으킬 수 있다. 나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적당한 양을 먹으려고 한다. 그렇지만 한 번 길들인 입맛, 한 번에 바꾸기 참 쉽지 않다. 겨자를 먹어야 스트레스가 풀리고 마음속이 뻥 뚫린 것처럼 시원하다. 나는 비강(콧구멍 안)이 좁은 편인 데다가 비염 증세가 약간 있어서 콧속으로 숨을 쉬는 게 조금 답답하게 느낀다. 이럴 땐 겨자를 먹어줘야 한다. 톡 쏘는 기운이 비강에 가득 차면 콧속의 답답함이 조금이나마 잊힌다. 다른 사람들을 잘 모를 거다. 겨자가 얼마나 매력 있는 향신료인지를. 지금까지 나처럼 겨자의 맛을 제대로 아는 사람이 한 번도 만나지 못했다. 겨자 맛이 왜 좋은지를 설명해줘도 사람들은 잘 이해하지 못한다.

 

 

 

 

 

 

 

 

 

 

 

 

 

 

 

 

 

일본 요리계의 전설 로산진은 겨자의 우수성을 알싸한 맛과 향기에서 찾는다. 그는 맵지 않은 서양 겨자를 귀하게 여기는 일본인을 이해하지 못한다. 아마도 여기서 로산진이 언급하는 서양 겨자가 노란 빛깔이 나는 머스터드소스일 가능성이 있다. 로산진은 우리에게 ‘와사비’ 또는 ‘고추냉이’로 알려진 일본 겨자가 최고라고 치켜세운다. (‘와사비’는 일본말이므로, ‘고추냉이’라고 쓰는 것이 낫다) 그러면서 일본 겨자를 비프스테이크에 곁들여 먹어도 전혀 부족함이 없다고 말한다. 겨자 마니아로서 로산진의 주장에 동의한다. 겨자에 찍은 족발이 맛있는 사실은 누구나 다 알 것이고, 삼겹살에도 잘 어울린다. 사실 나도 머스터드소스를 겨자만큼이나 좋아하지 않는다. 머스터드소스도 겨자의 열매나 씨로 만드는 향신료라서 톡 쏘는 맛이 남아 있으나 매운맛이 느껴지지 않는다. 여담이지만, 독일의 철학자 칸트는 모든 음식에 겨자를 발라 먹는 것을 좋아했다. 시간표처럼 철저하게 규칙적으로 살았던 칸트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겨자를 휘저었다고 한다.

 

겨자에 대한 사랑은 절대로 변함이 없다. 맛이 너무 강해서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있겠지만, 겨자를 적당하게 먹으면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겨자가 건강에 좋다고 설명해도 사람들이 통 믿지 않으니 참. 겨자는 몸이 찬 사람에게 좋다. 나도 몸이 쉽게 차는 체질인데 겨자를 먹으면 몸에 열이 올라와서 혈액 순환이 잘 도는 것 같다. 그 대신 몸에 열이 많은 체질의 사람은 겨자를 자주 먹어선 안 된다. 조금은 의외의 상식인데, 겨자에 천식 증상을 완화해주는 셀레늄과 마그네슘이 들어 있다고 한다. 이제는 울면서 겨자를 먹지 말고, 건강을 위해서 웃으면서 겨자를 살짝 찍어 먹어보자.

 

 

매워도 조금 찍어 먹어요. 그러면 건강에 좋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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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15-08-23 2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프와 삼겹살을 고추냉이와 함께 먹어도 색다른 맛일 것 같아요. ^^

cyrus 2015-08-24 18:21   좋아요 0 | URL
‘쌈장+돼지고기’ 조합도 좋지만, 자주 먹으면 쌈장의 짠맛이 질려요. ^^

에이바 2015-08-24 0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시를 좋아하는 건 고추냉이의 공이 팔할입니다. 그게 아니라면 회로 먹죠. 초장에 찍어서... 머스타드 종류는 다 괜찮아요. 그 중에서는 톡 쏘는 맛이 있는 디종 머스타드가 좋아요. 허니 머스타드는 별로고요.

cyrus 2015-08-24 18:22   좋아요 0 | URL
제가 소스의 종류와 맛에 대해서 잘 몰라요. 디종 머스타드는 처음 들어봅니다. 머스타드 소스도 종류별로 있는가 보죠? ^^

stella.K 2015-08-24 1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겨자가 확실히 묘한 매력이 있기는 하지.
잘못 먹으면 머리통 한쪽이 튀어오르는 총알을 맞은 느낌이랄까?ㅋ
그래도 먹을 기회가 그다지 많지가 않아.
나는 겨자 보다 하니 머스터드를 더 선호하는 편이긴 해.
언젠가 삶은 계란에 양파를 으깨 머스터드로 버무려 소를 넣은 모닝빵을
먹은 적이 있는데 맛있더군. 그후 몇번 만들어 먹은 적도 있는데
오늘은 왠지 당기는군.ㅋㅋ

cyrus 2015-08-24 18:25   좋아요 0 | URL
총알 맞은 느낌, 표현이 아주 좋은데요. ㅎㅎㅎ 저는 허니 머스타드를 먹을 기회가 많지 않아요. 치킨을 머스타드에 찍어 먹어도 되는데, 이상하게 소스를 찾지 않아요.

해피북 2015-08-24 15: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겨자를 몸에도 양보해보세요 ㅋ
겨자를 푼 물에 동일한 양의 밀가루를 넣고 반죽해준후 거즈에 발라 덮으면 천연파스 가 된답니다 주위할점은 너무 많이 바르면 화상 위험있대요ㅋㅂㅋ

겨자하면 뭐니뭐니 해도 간장에 겨자를 살짝 풀고 쫄깃하고 탱글한 회 한점 찍어 먹는게 최고인거 같은데 키루스님은 겨자에 바로 찍어 드시는군요 ㅋ 저도 나중에 도전~~~을!

cyrus 2015-08-24 18:27   좋아요 0 | URL
지난번에 종편 채널에서 하는 건강 관련 방송에서 겨자찜질을 본 적이 있어요. 그 방송을 본 어머니가 제가 겨자를 많이 먹어도 아무 말도 안 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