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다사다난한 사건이 많았다. 출판계도 마찬가지다. 도서정가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되었고, 독자와 출판인들을 분노하게 한 불미스러운 일도 있었다. 쌤앤파커스는 가족 같은 조직문화를 연출하려다가 족 같은 상황을 자초하고 말았다. 회사원을 서로 아낀다는 의미로 프리허그를 한다면서 정작 정신적․육체적으로 상처를 받은 수습사원을 보듬어주지 못했다. 결국,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자 회사 대표이사는 스스로 물러나고 회사가 매각되었다. 또 혜민 스님은 차기작 선계약을 철회했다.

 

최근에 미야베 미유키 작품 판권을 가로챈 김영사의 자회사 비채가 비판의 대상이 되었다. 미야베 미유키의 작품을 전집처럼 펴냈고 판권 교섭을 진행했던 북스피어는 허탈하게 느껴질 수밖에. (관련기사: 미야베 미유키 판권 두고, 김영사의 두 얼굴? / 한겨레, 2014년 12월 17일)

 

 

 

 

 

 

 

출판 도의에 어긋나는 일은 이 사건뿐만이 아니다. 올해 개정된 도서정가제는 모든 책의 최대 할인 폭을 줄이는 것이다. 이에 대해 출판사는 독점적으로 할인가를 적용해서 책을 팔면 안 되는 자율 협약을 맺었다. 그런데 도서정가제 시행 이후 처음으로 자율 협약을 어겨 법적 제재를 받은 출판사가 나왔다. 다산북스 계열사인 다산스튜디오가 ‘WHO’ 시리즈를 편법 할인으로 홈쇼핑에 판매한 사실이 적발된 것이다. 도서정가제 자율협약 규정을 위반한 혐의로 관련 계열사를 포함한 다산북스의 모든 책은 이번 달 28일부터 내달 11일까지 온라인․오프라인 서점에 판매할 수 없다. (관련기사: '개정 도서정가제' 협약 위반 출판사에 첫 제재 / 머니투데이, 2014년 12월 21일)

 

그러나 지금 알라딘에 접속하여 ‘다산북스’에서 나온 책을 검색하면 ‘일시품절’ 상태가 뜨지 않는다. 지금 다산북스 책 아무거나 주문하면 내일 배송 받을 수 있다. 왜냐하면, 출판유통심의위원회가 다산북스 재제를 다시 논의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사실 첫 재제가 결정되자마자 다산북스는 지난 23일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 소송을 냈다. 다산북스측은 홈쇼핑 판매를 홍보한 모 일간지의 실수 때문에 독점적 판매가 아니라고 해명했다. 또 자신들의 계열사인 다산스튜디오는 다산북스와 지분 연계가 없는 별도 법인이기 때문에 다산북스 도서 전체를 판매하지 못하는 제재가 부당하다고 반박했다.

 

법원은 다산북스의 가처분 소송을 받아들였고 판매중지 기간이 보류되었다. 내달 8일에 심의위원회의 재심으로 판매중지를 결정하기로 했다. 여기서 판매중지 조치가 확정되면 15일부터 적용된다. (관련기사: 도서정가제 자율협약 위반 첫 제재, 일단 내달 8일로 연기 / 경향신문, 2014년 12월 28일)

 

심의위원회의 재심의 결정과 판매중지 제재를 피하려는 다산북스의 태도가 유감스럽다. 첫 제재인 만큼 심의위원회는 강하게 나갔어야 했다. 아무리 좋은 책을 독자에게 팔기 위한 취지가 있다고 하더라도 할인가를 적용해서 판다는 것은 단순히 협약을 지키지 않은 일이 아닌 출판계의 상도를 어기는 것이다. 이것 또한 출판 도의를 저버리는 일이다. 특히 다산북스는 제재 원인이 제공한 다산스튜디오가 자신들의 계열사임에도 불구하고 별도 법인이라고 해명하는 태도는 몸통을 남기고 꼬리를 자르는 격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도서정가제가 시행된 지 이제 한 달 정도 지났다. 나는 지금도 출판시장을 살리는 회심의 카드라고 믿는 정부의 도서정가제에 반신반의한다. 일단 할인율 거품을 제거하는 의도는 좋지만, 이 법의 효과를 거의 호흡기가 떼버린 동네서점 시장이 제대로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여전히 독자는 할인이 적용되지 않은 책을 사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일단 도서정가제 이후 출판시장을 지켜본 뒤에 제도의 효과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

 

 

 

 

 

(사진은 북스피어 출판사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가져온 것임을 밝힙니다)

 

 

북스피어 마포 김사장님은 출판사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도서정가제는 출판사들이 '제 배를 불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 '다 같이 죽자'는 것을 피할 수 있는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이라고 밝혔다. 도서정가제 시행 효과에 의문을 느끼지만, 김사장님의 호소를 이해한다. 책을 좋아하는 독자 입장에서는 도서정가제 때문에 가격이 부담스러워 책을 마음껏 사지 못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겠지만, 출판사들은 암울한 출판시장에 살아남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가 될 것이라 믿고 있다. 그리고 판매 수익이 줄어들 것을 각오하고 도서정가제 자율 협약을 맺었다. 그런데 다산북스는 다 같이 죽는 것을 피하는 가이드라인을 무시하고 자신만 살아남으려고 제 배를 불리는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 출판사들 간의 약속을 어겼으면 그에 대한 제재를 받는 것이 온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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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북 2014-12-30 0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서정가제 시행하구나니 동네 서점에서 구입해도 큰 차이없겠다 싶어 구입하려고 갔는데 책이없더라구요 아무리 도서정가제 시행하고 동네서점 활성화가 슬로건이면 뭐하나 싶은게 구체적 계획을가지고 해야하는데 싶은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리고 이렇게 씁슬한 소식도 들리구 참 착찹하네요

cyrus 2014-12-30 18:08   좋아요 0 | URL
도서정가제 시행 이후로 독자나 출판사나 양쪽 모두 손해를 보는 것 같습니다.

Vita 2014-12-30 07: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 같다. 벌어지고 있는 작태가 에휴_

cyrus 2014-12-30 18:10   좋아요 0 | URL
이 사건들 말고도 매스컴에서 알려지지 않은 것도 있을걸요.

sijifs 2014-12-30 1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서정가제를 해도 책 사는 사람만 사고 안 사는 사람은 안 사더이다

cyrus 2014-12-30 18:11   좋아요 0 | URL
네, 맞습니다. 도서정가제가 독서 인구 향상 장려에 큰 도움은 되지 않을 겁니다.

2014-12-30 12: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4-12-30 18:15   좋아요 0 | URL
페이스북을 접속하면 출판계 소식을 많이 접할 수 있어요. 물론 출판사 신간 소식도 알라딘 신간 알림보다 먼저 확인할 수 있고요.

도서정가제 때문에 내년 도서박람회에서 하던 할인판매 행사도 못할 수 있어요. 만약에 이게 가능하다면 도서박람회 때 책 사러 오는 사람들이 많이 몰릴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