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c2
데이비드 보더니스 지음, 김민희 옮김, 한창우 감수 / 생각의나무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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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세상을 멀리 볼 수 있었던 것은 내가 거인의 어깨에 서있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 아이작 뉴턴 -

 

 

 

 

 빛보다 빠른 물질은 없다?

 

지난 해, 세계적으로 커다란 주목을 받게 된 소식이 있었다. 현대물리학의 절대 진리인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이 의심을 받게 된 것이다. 천재들의 머릿속에서 만들어진 이론이 '실험실의 기계'를 앞세운 학자들에게 도전받는 형국이다. 만약에 특수 상대성 이론의 오류가 사실이라면 20세기 이후 생성된 대부분의 물리학 이론과 가설은 정도에 상관없이 원초적으로 오류를 가질 수밖에 없다.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 과학자들은 '소립자인 중성미자의 속도가 빛보다 빠르다는 측정결과를 얻었다.'고 발표했다. '빛보다 빠른 물질이 없다.'는 특수상대성이론이 틀렸다는 것이다. 현대물리학은 아인슈타인의 주장이 옳다고 전제한 뒤 쓰여졌다. 이 때문에 세계 각국에서는 유럽입자물리연구소의 발표에 주목을 끌 수 밖에 없었다.

 

놀랍게도 예외적으로 반응이 시큰둥했던 나라는 우리나라뿐일 것이다. 이과 학생들을 제외하면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원리를 제대로 설명할 줄 아는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고 그런 과학 원리가 먹고 살기가 바쁜 실생활에서는 많이 동떨어진 것만큼은 사실이다. 하지만 왜 전세계적으로 과학자들이 유럽입자물리연구소의 연구 결과에 주목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물리학계의 판도를 뒤집을만한 위대한 발견인 것만은 아니다. 만약에 빛보다 빠른 물질이 실재할 경우 소설 속에서나 가능할 법한 타임머신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에 비견할 정도로 새로운 과학 패러다임이 될뻔한 이 연구 결과는 실험 오류에서 비롯된 것임을 밝혀졌다. 맥이 풀리게도 관측장치의 전선을 잘못 연결하는 바람에 생긴 잘못된 결과였다. 하지만 여전히 상당수 과학자들은 빛보다 빠른 물질에 대해서 검증작업을 계속 하고 있다. 절대적인 이론이 흔들릴뻔한 위기를 겪은 과학자들은 한숨을 돌렸지만 타임머신의 등장을 바라왔던 대중들에게는 잠깐이나마 기대치를 한껏 높여준 해프닝으로만 남게 되었다.  

 

 

 

 E=mc2는 한순간에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E=mc2, E(에너지)는 m(질량)에 c(속도)를 2제곱한 값과 같다. 상대성원리의 정확한 내용을 설명할 수 없더라도 우리는 기호상으로 말할 수 있는 의미를 설명할 수 있다. 그러나 세계를 바꾼 이 유명하고도 간단한 공식이 갑자기 하늘에서 아인슈타인의 두뇌 속으로 내려온 것은 아니다. 이 간단한 공식 속에는 뉴턴, 라부아지에, 패러데이 등이 통찰한 과학적 발견의 역사와 원자폭탄, 원자력 발전, 각종 첨단기기의 발전 등 이 공식이 만들어낸 엄청난 역사적 파장이 함축돼 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자주 사용하고 들어보는 '에너지'라는 단어는 20세기 초, 그러니깐 현대에 들어서면 등장한 개념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에너지는 이미 한 세기 전부터 수많은 과학자들에 의해 하나하나씩 탐구, 증명되어 오기 시작했다. 에너지라는 단어의 개념이 탄생하는 데는 마이클 페러데이가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페러데이는 전기와 자기 그리고 구리선이 움직이는 힘을 가역적인 양으로 측정할 수 있음을 밝혀 포괄적인 에너지라는 개념이 정립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하게 되었다. 과학자들은 화약이 폭발하게 되는 화학 에너지나 추위에 양손을 문지르면 발생하는 마찰에 의해 발생하는 따뜻함도 에너지 개념으로 정리됨을 알게 되었고 에너지가 변화 될 뿐 보존된다는 에너지 보존법칙 측 에너지의 합이 불변이라는 데 의견의 일치를 볼 수 있었다.

 

질량(m)의 대한 개념은 아이작 뉴턴의 법칙이 영향을 미쳐 개념화되기 시작했다. 그의 저서『프린키피아』에서 제시한 법칙은 운동의 법칙이 지구상에서뿐 아니라 보이는 모든 행성에까지 보편적으로 적용되므로 필연적으로 전 우주적인 물질에 동일한 무엇이 존재해야했다. 그의 제2법칙인 가속도의 법칙은 물체가 힘을 통해 운동량을 교환한다는 의미가 함축되어 있으며 훗날 특수상대성이론에 적용될 수 있었다. 모든 물질이 같은 법칙에 의해 지배를 받고 모든 물질의 연관성이 있어야했는데 이러한 작업에 공헌한 사람이 프랑스의 화학자 라부아지에였다. 그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물질들은 결합하거나 압축을 하는 방식 등을 통해서 변화를 가하더라도 질량의 총량은 불변하다고 주장했다.

 

'빛의 속도'(c)는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처음 측정을 시도했다. 그러나 당시 시대상으로는 빛의 측정을 할 수 있는 실험 환경을 구축하기에는 한계가 있었지만 그 후 과학자들은 빛의 속력이 무한할 것이라는 심증을 가지게 되었다. 몇 십 년이 지난 후 빛의 속도는 덴마크의 뢰머에 의해 계산되었다. 그는 목성 측정을 통해 빛의 속도가 유한하며 300000km/s임을 계산해냈다. 놀랍게도 뢰머의 측정은 현재 측정할 수 있는 빛의 속도와 근사한 수치에 가깝다는 점이다. 그리고 빛의 속도 측정이 1905년 아인슈타인에 의해 중요한 상수로 에너지와 질량을 연결하는 환산인자가 되었다. 앞에서 쭉 설명하는 내용을 비추어 본다면 아인슈타인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과학의 모든 성채들을 결합시켜 과학사의 위대한 흐름을 정확하게 포착한 것이다.  

 

하지만 E=mc2 공식이 발표되었을 때 처음에는 거의 무시를 당했다. 에너지와 질량이 같다는 아인슈타인의 통합은 당시의 다른 과학자들의 연구 방향과 들어맞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아인슈타인은 그 누구도 감히 범접하지 못했던 고전물리학을 대표하는 뉴턴의 어깨 위에 올라 간 것이다. 그것도 아마추어에 가까울 정도로 과학을 전공했고 스위스 특허국 직원이 말이다. 

 

아인슈타인은 움직이는 물체를 다루는 전자기학에서는 뉴턴의 고전역학과 패러데이의 법칙이 서로 모순되는 측면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그는 기존의 전자기학에 내재하는 이런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서 '빛의 속도 불변의 원리'를 바탕으로 등속도로 움직이는 모든 관측자들에게 전자기 법칙이 불변으로 유지되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했다. 특수상대성이론에 따르면 물체가 고속으로 가속되면 질량이 증가한다. E=mc2이 말하는 것은 질량에 광속의 제곱을 곱하면 에너지 값이 된다. 따라서 두 물리량은 언제든지 상호 변환할 수 있다. 방사성 물질이 핵분열 하거나 수소가 핵융합 한 후 질량은 반응 전의 질량에 비해 적다. 이러한 공식에 따라 엄청난 에너지가 만들어질 수 있다.

 

 

 

 

 하나의 공식 속에 숨겨진 강력한 세상의 힘

 

E=mc2는 간결하지만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 불과 몇 개의 기호로 이뤄진 수식이지만 그것으로 지구상에 존재하는 에너지로부터 작용되는 현상부터 까마득히 멀고 광활한 우주에서 일어나는 폭발에 이르기까지 모든 종류의 에너지 변환을 설명하는 방대한 과학 지식을 담고 있다. 원자폭탄은 이 공식이 적용방법에 따라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를 극명하게 나타낸 지극히 현실적인 수식이다.

 

스티븐 호킹은 무(無)에서 모든 것이 만들어졌다고 했다. 아인슈타인의 E=mc2는 불교의 '색즉시공 공즉시색'이란 말을 떠올리게 한다. 색(色)과 모든 존재의 근원자리인 공(空)은 같은 것이라는 뜻이다. 질량은 에너지로 바뀔 수 있으며, 이 에너지는 허공(空)에 퍼져 있게 되니 말이다. 인류의 역사는 인간과 자연, 우주에 대한 인식의 확대과정이라 할 수 있다. 시간과 공간 속에서 물질과 에너지로 구성된 것이 우주이다. 자연과 우주는 신비의 영역이었지만 오랜 시간에 걸쳐 조금씩 그 베일이 벗겨져 왔다. 끊임없는 탐구와 연구, 그리고 숱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꾸준히 축적되어 온 것이 오늘의 과학문명이다. 알고 보면 과학이란 학문은 우주와 삼라만상의 법칙을 파헤치는 커다란 정신의 활동이기도 하다.

 

1세기의 과학기술은 인류 문명과 삶에 또 다른 기적 같은 변화를 몰고 올 것이다. 비록 실험 오류에 의한 해프닝으로 끝나고 말았지만 오랫동안 절대적인 원리로 굳건하게 자리잡고 있는 아인슈타인의 이론을 뒤흔들 새로운 원리들이 발견하는 날이 오는 것도 곧 멀지 않은 것 같다. '아인슈타인'이라는 위대한 거인의 어깨 위에 서 있을 수 있는 과학자들이 많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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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시스 2012-03-07 1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과학은 시루스님 따라읽기 좀 해야겠어요. 맘먹어도 잘 안되고요, 막상 책을 펼쳐도 잘 모르겠어요. 이건 또 뭡니까!!! -_-;; 자꾸 한걸음 두걸음 시루스님과 멀어지는 이 느낌은;;

cyrus 2012-03-08 15:34   좋아요 0 | URL
책 내용은 재미있는데(^^;;) 제가 리뷰를 좀 어렵게 쓴거 같군요.
사실 과학도서 리뷰가 제일 쓰기 어려운거 같아요. 쓰다보니
과학 법칙들만 기록한 내용만 남게 되었네요 ^^;;

반딧불이 2012-03-07 2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참 재미있지요? 내용도 형식도. 우주의 원리를 하나의 수식으로 나타내려는 과학자들의 노력이 참 지나하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cyrus 2012-03-08 15:35   좋아요 0 | URL
네, 저는 처음 책 제목 보고 아인슈타인을 중심으로 상대성이론을 설명하는
책인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더라고요. 과학사의 뒷이야기도 재미있었고요 ^^

차트랑 2012-03-07 2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과학의 세상이여...
스티븐 호킹의 말은 무극과 태극의 관계와 다를 바가 없어보입니다.
에너지 보존의 법칙 또한 색즉시공 공즉시색이니..
글을 읽으니 과학은 분명 철학과 깊은 연관이 있다는
심증이 이는군요^^
멋진 페이퍼입니다~

cyrus 2012-03-08 15:36   좋아요 0 | URL
아니에요, 쓰다보니 과학 법칙만 설명하는 글이 되고 말았는데요.
그래도 이 책을 읽으면서 과학 내용만 알게 된 것이 아니라 과학이
세상을 돌아가는 데 있어서 깊은 연관성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

노이에자이트 2012-03-09 16: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혹시 헌책방 가보시면 소련이나 동구 쪽에서 교과서로 쓰던 변증법적 유물론 번역본을 구입해 보세요.물리학을 비롯한 자연과학을 변증법에서 어떻게 접근하는지도 나와 있어요.

cyrus 2012-03-14 17:07   좋아요 0 | URL
간혹 헌책방 가면 변증법이라는 제목이 달린 책을 발견하곤 해요.
다음에 들리게 되면 다시 한 번 확인해봐야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