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킨슨의 법칙 - 왜? 직원 수가 늘어도 성과는 늘지 않을까
노스코트 파킨슨 지음, 김광웅 옮김 / 21세기북스 / 201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작년부터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겠다는 마음을 다진 이후로는 공무원 채용 인원 모집과 채용 증가에 대한 소식과 관련된 뉴스를 하나도 지나치지 않은 채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다. 며칠 전에 접한 정보에 의하면 올해 2012년도 지방공무원 신규 채용 인원은 총 10,330명으로 전년 대비 436명이 증가되었는데 지방공무원 직종별 채용규모면에서 살펴보자면 이번 채용 인원 증가는 사상 최대 파격적인 규모라고 한다. 이러한 정보에 맞춰 공무원 고시학원에서는 공개채용시험 일정에 맞게 빠르게 시험을 준비한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내용으로 공시족이 되려는 젋은 청춘들을 유혹하고 있다. 한 달 전에 대구에서 알아주는 유명 공무원 고시 학원에 상담 차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그 곳에서도 이와 비슷한 내용을 상담원에게 듣은 적이 있었다. 올해에 지방공무원 신규 채용 인원이 증가했기 때문에 대구 본적으로 되어 있는 내가 대구 등의 지방에 위치한 공무원이 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공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방공무원 채용 인원 수가 늘어났다고 해도 공무원이 되는 길은 낙타 바늘구멍 들어가는 것만큼 어렵다. 비정규직의 굴레를 벗어나고 싶어하는 2, 30대들은 모두 너나 할 것 없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고 최근에는 공무원 시험에 40대 이상 고령자들은 대거 몰리고 있는 추세다. 고용 불안이 가중되면서 안정적인 직장을 찾고자 하는 열망이 20대부터 40대 이후까지 전 세대들이 공통적으로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기업의 고용불안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직장을 그만두고서라도 공직의 문을 두드리는 사람들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환경에 의해서 공무원 시험 경쟁률은 해마다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올해 국가직 9급 공무원 채용 경쟁률이 72.1대 1이다. 선발 인원이 대폭 늘어나면서 지난해 보다 경쟁률이 소폭 완환됐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공무원 신규 채용 인원 증가는 비단 공무원이 되고자 하는 공시족들에게 불리한 것만은 아니다. 공무원 채용 인원의 수가 과다하게 되면 신규 인원을 받아들여야 하는 공무원 집단에서도 문제점이 발생하게 된다. 자동차가 고속도로 위에 올라서면 질주본능에 빠지기 쉽다. 마찬가지로 정부가 됐든 기업이 됐든 조직은 끊임없이 커지려는 확장본능을 갖고 있다. 조직이론에서는 '관료제의 폐해'나 '대기업병'을 조직의 병리현상으로 다룬다. 조직이 거대화하고 전문화하면서 관료화와 분업화, 공식화, 집권화의 늪에 함몰하곤 한다는 것이다.

 

조직이 규모를 무한히 확대하려는 유혹에 빠지기 쉬움을 설명할 때 단골로 나오는 것이 '파킨슨의 법칙'이다. 영국의 역사학자였던 시릴 노스코트 파킨슨은 제2차 세계대전 때 영국 해군에서 근무한 경험을 토대로 관료제의 본질을 꿰뚫는 이 법칙을 창안했는데 제1법칙과 제2법칙으로 이루어져 있다.

 

1914년 영국 해군의 병력은 15만 명이었고, 군함 수리창 관리와 사무원이 3천 200명이었다. 여기에 근로자가 5만 7천 명 가량 딸려 있었다. 그런데 14년 뒤인 1928년에는 해군 병력이 10만 명으로 감축되고 군함 역시 62척에서 20척으로 줄었음에도 수리창 관리와 사무원은 1천200명이 오히려 더 늘었다. 해군본부의 관리자 또한 2천 명에서 3천560여 명으로 증가하는 기현상을 보이더라는 것이다.

 

발표 당시엔 흥미로운 사회생태학적 가설 정도로 인식되던 이 법칙은 이후 큰 정부의 비효율성을 논할 때마다 빠짐없이 등장한다. 공직사회엔 출세기회 확대와 조직 보호를 위해 부하를 늘리려는 경향이 있어 일의 유무나 경중과 관계없이 공무원 수가 매년 증가한다는 것을 수학적으로 밝혀낸 그의 통찰력은 지금 봐도 놀랍다.

 

국내에 번역된『파킨슨의 법칙』이 알라딘에서는 '경영' 분야의 도서로 분류되어 있지만 이러한 법칙이 꼭 경영에서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앞에서도 언급한 공무원 신규 채용 현황을 비추어 본다면 역시나 조직으로 이루어진 공직 사회에서도 파킨슨의 법칙이 적용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행정학도나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이들에게는 이 법칙을 꼭 알아야 할 중요한 내용이기도 하다.

 

 

정치인들과 납세자들은 공무원 수가 많아지는 만큼 업무량도 당연히 늘어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러한 믿음에 의문을 품은 냉소주의자들은 공무원 수가 증가하면 반드시 빈둥거리는 사람이 생기거나 아니면 근무 시간이 줄어들 것이라 주장한다. 하지만 양측의 믿음과 의심은 모두 잘못된 전제에서 비롯된 것이다. 중요한 것은 실제로 공무원 수와 업무량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사실이다. 전체 공무원 수의 증가는 파킨슨의 법칙의 지배를 받으며, 그 수는 업무량이 늘어나거나 줄어들거나, 혹은 업무가 아예 없어져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 노스코프 파킨슨 『파킨슨의 법칙』에서, 21세기북스, pp 25 -

 

 


파킨슨의 법칙은 '조직이란 주어진 역할이나 업무와는 상관없이 항상 사람을 증가시키려는 속성이 있다'는 내용으로 요약될 수 있다. 이를 관료제에 적용시켜 본다면, 공무원의 수는 업무 양에 무관하게 증가하고 출세를 위해서는 부하가 많아야 하므로 숫자를 자꾸 늘린다. 이것을 파킨슨의 제1법칙 또는 부하배증의 법칙이라고 한다. 그리고 업무가 과중할 때 부하의 수를 늘리긴 원하지만 라이벌은 원하지 않는다거나 공무원은 서로 자기들을 위해 일거리를 만들어내는 경우도 발생하는데 이것이 파킨슨의 제2법칙 또는 업무배증의 법칙이다. 부하가 배증되면 과거 혼자서 일하던 때와는 달리 지시, 보고, 승인, 감독 등의 파생적 업무가 창조되어 본질적 업무의 증가 없이 불필요한 업무량만 많아지게 되는 것이다.  

 

파킨슨의 법칙은 기업에도 얼마든지 볼 수 있다. 효율성 추구와 이윤 극대화를 최대목표로 삼는 기업일수록 작은 기업에서 큰 기업으로 성장하려는 본능을 갖고 있어 내실을 뒤로 미룬 채 규모 확대의 유혹에 빠져들기 쉽다. 성장지상주의에 몰입하는 동안 자기도 모르게 조직 중독 증세를 보이다가 급기야 '대기업병'에 걸리고 마는 것이다.

 

조직이 비대해짐에 따라 내부의 경고와 대처가 없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많은 경우에 조직혁신이라는 이름으로 거액의 돈을 들여 혁신 프로젝트를 추진한다고 요란을 떨지만 2~3년이 지나면 혁신은 사라지고 별다른 내용의 변화없이 원점으로 돌아가고 경우가 적지 않다. 조직을 설계할 때는 오로지 기능과 업무량만을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기존의 조직을 참조하거나 특정한 인물을 염두에 두고 그림을 그리는 경향이 많다. 그 결과 거듭되는 개편에도 불구하고 조직의 체질은 그 나물에 그 밥마냥 별다른 변화를 기대할 수가 없게 되는 것이다.

 

공무원 조직 사회에서는 아직 파킨슨이 지적한 문제점에 대한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다. 예전 참여정부 시절 말기 때 중앙과 지방, 가릴 것 없이 공무원이 마구 늘어 100만 명에 육박한 적이 있었다. 그 당시에넌 여론으로부터 '공공기관 몸집 불리기'라는 지적을 받곤 했었는데 참여정부가 공무원 증원을 취직자리 늘리는 사회복지 개념에서 접근한 것이 오히려 조직 관료제의 문제점을 낳게 되는 현상이 발생했던 것이다. 하지만 파킨슨의 저주는 과거 참여 정부 시절에서만 들을 수 있었던 이야기는 아니다. 경기가 장기적으로 불황기를 겪게 되면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정책들이 나오게 된다. 특히 안정적인 공무원 직종 같은 경우에는 정부가 신규 채용을 늘리면 늘릴수록 취업에 목마른 사람들에게는 참으로 매력적인 기회로 보일 수 밖에 없다. 일자리 창출 목적으로 인한 공직 채용 증가를 추진하는 현 정부의 모습이 전 정부가 했던 것을 그대로 절차를 밟게 되는 우려가 있다.

 

한국사회는 그동안 성장에 있어서 숨가쁘게 달려왔다. 개인에겐 출세와 부가 공통의 지상과제처럼 여겨졌다. 근면 성실 이데올로기로 자신과 타인 그리고 조직을 다그친 결과 이만큼이나마 잘 살게 됐다는 긍정적 평가가 대세이지만 '더 크게, 더 빠르게'에 너무 경도돼왔지 않느냐는 지적에도 성찰의 눈길을 주어볼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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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거핀 2012-03-03 0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가요..? 저는 지금은 공무원 숫자를 좀 더 늘려야 한다고 보는 입장인데..꼭 일자리창출을 위한 차원에서 보다는, 복지국가로 가기 위해 상당수 늘려야 하지 않나 개인적으로는 생각합니다. 물론 불필요한 업무를 만들어내는 것은 문제라고 생각하기는 하지만요. 조직이 효율적으로 보이지 않는 것은 프로세스의 문제이지, 숫자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cyrus 2012-03-03 01:01   좋아요 0 | URL
사실 공무원 인원 증원에 대해서 파킨슨의 법칙을 들어서 반대하는 입장이
있는 반면에 오히려 늘어야 한다는 찬성론도 있답니다. 맥거핀님 말씀처럼
조직의 비효율성은 그 조직 내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업무 프로세서에 원인이
있다고 보는 것이죠. 어떻게 본다면 좋은 의도로 일자리를 늘리면
좋지만 많으면 많을수록 그에 대한 문제점도 같이 발생하게 되는 거 같습니다. ^^

아이리시스 2012-03-03 14: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킨슨 법칙을 설명한 책도 있네요! 시루스님은 행정학과라서 별 걸 다 알아요^^

맥거핀님 말이 맞아요. 선진국 그러니까 OECD 국가 중에서 공무원 1인당 국민수가 가장 많은 나라가 한국이에요. 그래도 자꾸 공무원 줄이자고 나서는데, 이것저것 다 이해는 되지만 분명한 건 복지국가로 가기 위한 길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말씀대로 조직 내의 '번문욕례' 같은 문제가 행정비용을 더 상승시키는 거죠. 정작 책상놀음으로 일하는 데에는 공무원수가 분명 많지만 직접 발로 뛰어다니게 되면 분명히 모자란 숫자이기도 하거든요.

이 책 흥미로워요.^-^

cyrus 2012-03-03 14:51   좋아요 0 | URL
OECD 통계는 저도 모르고 있었던 내용이에요. 번문욕례, 정말 오랜만에
들어보네요. ^^

이 책에는 파킨슨의 법칙에 대한 사례가 많아요, 이 법칙을 강의시간에
가르쳤을 때 교수님들이 이런 책을 소개하면 학생들이 이해하는 데
훨씬 쉬웠을텐데 말이죠. 그리고 저처럼 이제 3학년이 행정학과 학생들 중에서
파킨슨의 법칙에 대한 내용을 제대로 설명하는 사람 별로 없어요.
공부를 제대로 안 하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