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담 보바리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6
귀스타브 플로베르 지음, 김화영 옮김 / 민음사 / 200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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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1-115] 보바리 부인

 

 

 

 

 

 아무도 그에게 수심을 일러준 일이 없기에

 흰나비는 도무지 바다가 무섭지 않다.


 청무우밭인가 해서 나려갔다가는

 어린 날개가 물결에 절어서

 공주처럼 지쳐서 돌아온다.


 삼월달 바다가 꽃이 피지 않아서 서글픈

 나비 허리에 새파란 초생달이 시리다.

 

 - 김기림「바다와 나비」-

 

 

 

 

 

『마담 보바리』가 출간된 1857년은 프랑스 문학사에서 '현대'가 시작된 시기다. 마담 보바리는 사랑의 현대적 의미를 묻고 있지만 궁극적으로 결혼에 대한 소설이기도 하다. 어찌 보면 주제와 소재가 통속적일 수도 있지만 일상의 지루함, 즉 '권태' 앞에서 무력해지는 군상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현대적이다. 중세적 전통에서 시작한 시민적 결혼의 이상이 결코 소시민적 이상을 충족시킬 수 없다는 문제의식에서 이 소설은 출발한다.

 

엠마는 여느 귀족이나 부르주아 가정의 딸처럼 사춘기를 수녀원에서 지내면서 정숙한 가정 생활이 행복의 원천이라는 교육을 받는다. 그 당시 여성들에게 유일하게 배울 수 있는 교육이 정숙한 부인이 되는 방법 또는 예절이었다. 아버지를 치료하기 위해 샤를 보바리라는 의사가 농장으로 왕진을 오고 엠마의 평범한 일상에는 잔잔한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한다. 엠마는 사를 보바리와 결혼을 하지만 시골 구석에서 앞날 없는 왕진 생활에 만족해 하는 그는 아내의 욕구를 채워줄 수도, 소설적 환상을 함께 나눌 수도 없는 인물로 무력감으로 가녀린 비상을 꿈꾸는 나비를 또다시 권태의 거미줄에 옭아매고 만다. 그러던 중 소설 속의 주인공처럼 멋진 청년 레옹을 만나며 그가 열정적인 사랑을 고백해오기를 기대하고, 세련된 바람둥이 로돌프가 자신을 데리고 먼 곳으로 떠나주기를 바라지만 엠마를 기다리는 것은 일상으로부터의 구원이 아니라 배신과 환멸로 가득찬 현실이었고, 환상을 채우기 위한 애정 행각으로 생긴 엄청난 경비 목록과 고리대금 업자로부터의 빚 독촉뿐이었다. 환상을 좇다 날개가 찢긴 나비, 엠마 보바리가 할 수 있는 선택은 자신에게 환상의 날갯질에 대한 불먕을 불러일으켰으면서 그 날갯질을 허용하지 않는 삶을 저주하며 단말마의 비명을 지르며 땅에 묻히는 것뿐이었다.

 

 

 

 

 

 

라몬 카사스 이 카르보  <무도회 이후>  1895년

 

 

 

 

그녀의 일탈은 더 이상 사회적으로 용인될 수 없었고, 그녀의 순수한 갈망은 그녀가 탐독하던 낭만적인 삼류소설 속에서만 읽혀질 수 있었다. 자유분방한 애정행각이 수반한 과소비로 인해 경제적 파탄에 이른 엠마 보바리가 택한 해결책은 음독자살이었다. '소설'과 같은 낭만적인 삶을 동경하고, 일상의 단조로움을 떨쳐버리는 사랑을 항시 찾아헤매던 에마는 죽음으로서 자신의 삶을 교정하고 있는 셈이다.

 

『마담 보바리』가 출간될 무렵에는 중세적인 계약 결혼의 풍속이 사라지고 남녀의 사랑에 기반한 결혼 풍속이 이미 자리잡은 시기다. 그러나 이 시기는 일상이 낭만과 명확하게 구분되어지는 시기였다. 낭만적인 결혼관을 키워온 엠마 보바리에게 샤를과의 결혼생활은 현실이었고, 그 현실에서 도피하고자 하였던 엠마가 저지른 불륜은 이제 막 자리를 잡아가고 있던 도덕적인 시민사회에서 그녀가 서 있을 자리를 빼앗아갔다.

 

이 소설로 인해 그 유명한 '보바리즘'(bovarysme)이라는 용어가 만들어졌다. 과거에 대한 추억, 미래에 대한 꿈이 현재를 지배하는 심리적 성향으로, 과거에 대한 추억 때문에 미래가 이상화되어 현재란 끝없는 환멸과 기쁨의 연속이며 현실 도피의 세계로밖에는 존재하지 않는 현상을 말한다.

 

현실 그 이상의 것을 원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며 동시에 인간의 비극이다. 보바리부인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보바리즘'이 일정 정도 내재하고 있는 것이다. 권태로움을 견디지 못해 다른 사랑을 찾아 나선 보바리 부인 그리고 그녀가 권태에서 벗어나려 발버둥치는 것과 반대로, 권태를 그대로 받아 안고 있는 샤를 보바리처럼 '권태'라는 것을 누구나 경험한다. 자신을 파멸로 이끌어가는 마담 보바리의 자유로운 삶이 보여주는 것은 결국 현실의 냉엄함에 너무 무능한 현대인의 자기연민의 다른 모습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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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2-02-14 1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읽어봐야 할 것 같네.
나이 들수록 권태가 문젠 거 같아.
예전에 원로 코미디언 구봉서 씨였나? 배삼룡 씨였나,
하루는 너무 빨리 가는데 세월은 너무 지루하고 했는데
그말 참 이해해.
그런데 책이 좀 지루하다고 해서 읽어줄 자신이 없더라구.
이거 읽다 권태로워 엎어버리면 어쩌지?ㅋ

cyrus 2012-02-15 22:46   좋아요 0 | URL
그러면 읽지 마세요. 위험해요 ^^;;
저는 플로베르의 사실적인 문장 때문에 조금은 지루했어요ㅎㅎㅎ

아이리시스 2012-02-15 2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보바리즘. 그러면 저도 가끔 보바리즘에 시달릴 때가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책을 읽으면 가끔 모든 현실에 심드렁해지는 현상이 일어나기도 해요. 요즘 좀 나아졌는데 한때는 재미 없으면 읽다 던져놓고 읽다 던져놓고 그런 적도 있도 이제는 끝내는 거에 강박관념이 생겨가지고 끝까지 붙잡고 읽기도 하고. 파멸로 가면 문제겠지만 권태를 이겨보려고 책이든 뭐든 하는 게 나쁜 건 아니니까요. 보바리 부인이 살던 시기는 참 그렇기도 했고요^^

cyrus 2012-02-15 22:48   좋아요 0 | URL
앙드레 지드가 말했듯이 가끔은 읽고 있는 책을 내던질 필요가 있어요 ^^
이제 방학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어디 여행이라도 가고 싶어요.
반복되는 일상이 지루하게 느껴지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