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셀로 펭귄클래식 62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강석주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그들은 이유가 있어서 질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원래 질투심이 있어서 질투하는 거예요.  

질투는 저절로 잉태되고 저절로 태어나는 괴물이거든요.  

 

- 셰익스피어 <오셀로> 제3막 4장, 에밀리아의 대사 중에서, 펭귄클래식코리아, pp 208 -

 

 

 

  질투심 많은 사내의 슬픈 사연 

 

   
 

" 밥을 빌어서 죽을 쓸지라도 / 제발 덕분에 뱃놈 노릇은 하지 마라 / 에 - 야, 어그여지야 - " 

 
   

 

김동인의 단편소설 <배따라기>에 나오는 노랫말이다.  '배따라기' 는 평안도 민요의 하나이며 뱃사람들의 고달프고 덧없는 생활을 내용으로 담고 있다.  아내를 사랑했지만 충동적인 감정과 본능 때문에 아내과 자신의 동생을 잃게 된 소석 속 무명의 인물이 20년 동안이나 정처 없이 헤매면서 부르는 것이 바로 배따라기다.    

독자는 김동인의 소설 속에서 흘러나오는 배따라기의 구슬픈 어조를 들을 수 없지만 배따라기를 부르는 주인공의 슬픈 사연은 들을 수 있다.

배따라기를 부르는 그는 원래 영유라는 지역에 사는 사람으로 자신의 아내랑 아우와 함께 살고 있었다.  부부의 금실도 좋았고 형수와 시동생의 사이도 원만할 정도로 그는 행복한 생활을 보내고 있었지만 질투심이라는 마음 속에 생긴 불씨 하나가 행복한 시간을 한순간에 파괴해버렸다.  그는 평소에 친절하고 성품이 쾌활한 아내가 미남인 동생에게 친절한 것을 보고 이를 질투하게 된다.  이것이 화근이 되어 그는 아내와 동생 사이를 의심하게 되어 자주 부부싸움을 일으켰다.  

어느 날 장에 가서 아내에게 줄 거울을 사 가지고 돌아온 그는 아내와 동생이 방 안에 든 쥐를 잡느라고 옷매무새를 흐트린 것을 보고는 결정적으로 오해하여 아내를 내쫓고 만다. 며칠 뒤 아내는 바다에서 시체로 발견되고 동생은 형의 곁을 떠나버린다.  그후 형은 동생의 종적을 찾기 위해 배따라기를 부르면서 기나긴 유랑 생활을 하게 된 것이다.

질투심이 만들어낸 한 순간의 오해 때문에 평생동안 비극적인 운명을 짊어져야 했다.  

 

 

  질투에 약한 자여, 그대 이름은 남자

질투심이 많아 비극을 초래한 이야기는 비단 김동인의 소설만 있는 것이 아니다.  세계문학사에서 유명한 질투의 화신에는 셰익스피어의 <오셀로>가 있다.

500여 년이 지났지만 <오셀로>가 여전히 널리 읽히는 것은 질투심이 단지 그만의 옹졸한 성격이 자초한 불행하면서도 극적인 결말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질투심이란 인간의 보편적인 본능이고 어느 누구도 이 감정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배우자의 정조를 의심하는 '부정망상(不貞妄想)' 을 일컫는 '오셀로 증후군' 은 질투의 화신인 오셀로의 이름에서 유래한다.  질투는 분노와 연결이 되고, 질투는 살인적인 속성을 지닌 날카로운 칼이 된다.  질투 본능은 작품 주인공 오셀로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이아고 한 사람이 오셀로를 파멸의 궁지로 몰아 넣을 수 있었던 것도 단순히 오셀로를 향한 질투가 마음 속에 자리잡고 있었기에 가능하였다.    

이아고는 흑인인 주제에 아름다운 귀족의 딸인 데스데모나를 아내로 맞고 주변 사람들로부터 명장으로 칭송받는 오셀로를 인정할 수 없다.  질투란 그런 감정이다. 나보다 더 나은 사람을 내 논리 안에서 인정할 수 없는 것, 바로 그 불편한 감정 말이다. 

이아고는 사람들이 칭송하는 오셀로의 인품을 믿지 않는다. 그는 이 칭송이 거짓임을 밝히기 위해 모든 사람들이 갖고 있는 감정의 화약고, 질투를 자극한다. 아무리 위대한 인격을 지닌 자라 할지라도 누구나에게 질투는 있기 마련이다. 안타깝게도 이아고의 추측이 옳았다. 질투는 의심과 짝을 이룬다. 의심은 사랑하는 대상을 향할 때 더 치명적이다. 의심이란 함께 있지 않았던 시간이 만들어낸 궁금증의 그늘이다. 언제나 함께 할 수는 없다는 눈에 보이지 않는 공허감의 거리가 의심과 질투를 부추기게 된다.

  

   

  대화가 필요해  

 

 

데오도르 샤세리오 <데스데모나의 잠>  19세기경 

 

   
 

자신에게 곧 닥쳐 올 죽음의 운명을 데스데모나는 예견하고 있었던 것일까?    

그녀의 표졍이 애처롭게 느껴지면서도  

'순결' 을 상징하는 흰 색 드레스는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  

'창녀' 로 오해받아야하는 그녀의 서글픈 처지를 더욱 강조되고 있다

 
   

  

데스데모나는 사랑하는 사람의 손에 목이 졸려 죽는 그 순간까지도 오셀로를 사랑하고 있었다. 반면 출신 성분과 피부색에 대한 열등감으로 인해 오셀로는 이아고의 간계에 너무나 쉽게 넘어가 아내를 의심하고 만다.  결국 일방통행적 사랑은 살인이라는 충동적이면서도 비극적인 사고(事故)를 일으키고 말았다. 

좀 더 데스데모나를 존중하고 그녀의 말에 귀를 기울였더라면 이러한 우를 범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오셀로의 아내에 대한 사랑은 너무나 일방적이었고 비록 이아고의 계락이었지만 이미 아내의 부정에 대한 확고한 심증을 가지고 있다고 확신하였기에 아내의 변론에는 관심조차 두지 않고 그 어떠한 변명도 그에게는 들리지도 않았던 것 같다.   

오늘날에도 이러한 일방적인 사랑 방법으로 인한 문제는 우리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상대가 진정으로 원하는 사랑법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충분한 대화를 가진다면 더 풍요롭고 아름다운 사랑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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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1-08-02 1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엔 데이트도 맘놓고 못하는 세상이 된 것 같아요.
데이트 폭력이 그렇게도 많고 맘대로 헤어지지도 못하고.
누구를 만나기 전에 내가 이 사람을 만나도 될만큼 성숙한가?
그런 것도 좀 생각해 봐야할 것 같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셀로는 너무 우아한데가 있어요. 그죠?ㅠ

cyrus 2011-08-03 17:16   좋아요 0 | URL
1학년 때 교양과목으로 가정폭력에 대해서 배운 적이 있는데
데이트 폭력 피해자로 여성이 많은 이유가 여전히 여성의 마음
속에는 남자에 대한 믿음과 사랑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어서
얻어맞으면서도 쉽게 헤어지지 못한다고 하더군요.

오셀로는 아무래도 장르가 비극이다보니 잔인한 인간의 파멸을
참 우아하게 표현되고 있는거 같아요. 그래서 지금도 연극으로도
나오고 있는 이유 중의 하나겠죠. ^^

마녀고양이 2011-08-02 2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루스님, 완전 말되는걸요, 역시 고전이예요.
'원래 질투심이 있어서 질투하는 거예요.' 라는 말. 저도 그렇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분노하고 짜증내고 질투한다면, 그것은 상대의 영향이 절반, 제 속에 넘치는 무엇이 절반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요. 어떤 때는 제 속에 넘치는 무엇이 절반도 넘을지 모르겠어요.

사랑이라,,, 저는 가끔 사랑은 자기애의 투사가 아닐까 싶어요.
그래서 사랑이란 단어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나 봐요. 애정이란 단어가 더 좋아요.

cyrus 2011-08-03 17:17   좋아요 0 | URL
저는 저 대사 몇 줄 보는 순간 소름이 돋았어요 ^^;;
셰익스피어의 비극을 읽게 되면 정말 삶의 진리들이
담겨져 있거든요.

아이리시스 2011-08-07 0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셀로에 저런 멋진 대사가 나오는군요. 읽은 것 같은데 안 읽은 듯한 이 느낌은 뭐지?ㅎㅎ 질투심은 적이예요. 나를 발전시키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망가뜨리는. 그 질투심으로 차라리 내 행복을 위해 노력하는 게 나아요. 힘든 얘기지만요.

cyrus 2011-08-07 00:52   좋아요 0 | URL
<오셀로>는 아직 안 읽어봤는데 <햄릿>을 민음사랑 펭귄클래식 판본
다 같이 읽어본 적이 있어요, 그런데 조금은 번역이 다른 부분이 있었어요.
나중에 민음사판 <오셀로>로 읽어보려고 하는데,, 제 개인적인 느낌이지만
펭귄 번역이 독서하는데 나았어요. 주석도 많았고요.

아이리시스 2011-08-07 01:18   좋아요 0 | URL
저는 번역까지는 안 따지지만 고전은 다른가 보더라구요. 꼭 참고할게요.^^ 오셀로랑 햄릿 끌려요. 셰익스피어 읽는 시루스님도 넘 멋있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