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 독서 모임
읽어서 세계문학 속으로
8월의 세계문학
존 르 카레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
열린책들
2009년
2026년 8월 28일 금요일
저녁 8시~10시
장소: 인더가든

[북 큐레이터]
천성은(8월 세계문학 추천)
김성현
[진행, 북클럽투르기, 윤색]
최해성
[사진]
천성은
김성현
최해성

[곁두리(간식과 음료)]
인더가든
(모임이 있는 날이면 차, 커피 드립백을 넉넉히 챙겨오는) 김성현
[금요일 밤에 머무른 독자]
천성은, 김성현, 정현정, 최해성
※ 북클럽투르기(bookclubturgy, bookclubtur+記)
독서 모임 후기를 쓰는 사람
찰나에 흩어져서 사라지는
독자들의 대화를 그러모으고 메꾸는 엮은이.
‘북클럽투르기’는
공연 제작을 위해 희곡과 대본을 전체적으로 분석하는 사람을 뜻하는
‘드라마투르기(dramaturgy)’에서 따온 말입니다.
오랜만에 제가 인더가든에 일찍 도착했습니다. 이날을 위해 연차 휴가를 냈어요. 아침 일찍 서울에 갔다가 모임 시작 두 시간 전에 대구로 돌아왔습니다.

성현 님이 두 번째로 인더가든에 도착했습니다. 성현 님은 독서 모임 <고라니 울고>의 모든 일정을 계획하고, 지정 도서를 고르는 일을 도맡을 정도로 바지런합니다. 모임에 참석하는 분들에게 주려고 떡과 커피 드립백을 챙겨왔습니다.
* [절판] 존 르 카레, 김석희 · 최용준 옮김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 + 죽은 자에게 걸려 온 전화》 (열린책들, 2017년)
* [절판] 존 르 카레, 최용준 옮김 《죽은 자에게 걸려 온 전화》 (열린책들, 2007년)
성현 님이 가지고 있는 책이 제 눈길을 잡아당겼습니다. 서점에서 만날 수 없는 ‘특별한 책’이거든요. 성현 님의 책은 절판본입니다. <읽어서 세계문학 속으로>(약칭 ‘세속’) 8월의 작품으로 선정된 존 르 카레(John Le Carre)의 소설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약칭 ‘스파이’)와 작가의 첫 소설 《죽은 자에게 걸려 온 전화》(약칭 ‘전화’)가 합친 양장본이었습니다. 《전화》는 영국 정보부(MI6) 조직원 조지 스마일리(George Smiley)가 처음으로 등장한 소설입니다. 스마일리는 《스파이》에서 조연으로 등장합니다. 양장 합본 이전에 따로 출간된 르 카레의 데뷔작 《죽은 자에게 걸려 온 전화》도 절판되었습니다.
성현 님이 특별한 책을 가지게 된 배경은 게임이었습니다. 성현 님은 <콜 오브 듀티>(Call of Duty)라는 게임을 좋아합니다. <콜 오브 듀티>는 제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일인칭 슈팅 게임입니다. 성현 님은 게임을 하면서 제2차 세계대전과 냉전 시대에 흥미를 느꼈습니다. 20세기 세계사의 관심 폭을 넓히는 중에 르 카레의 소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 [절판] 톰 클랜시, 김홍래 · 안연모 옮김 《레인보우 식스》 (전 4권, 노블하우스, 2004년)
성현 님이 즐겨 했던 게임 중 하나가 <레인보우 식스>(Rainbow Six)입니다. 이 게임 역시 일인칭 슈팅 게임입니다. ‘레인보우’는 다국적 대테러 부대입니다. 게임의 원작은 톰 클랜시(Tom Clancy)의 동명 소설입니다. 톰 클랜시는 군사 및 무기에 관한 지식을 수집한 ‘밀리터리 덕후’입니다. 그가 쓴 첩보 소설은 테크노 스릴러 또는 밀리터리 스릴러로 분류됩니다.

《스파이》를 추천한 성은 님의 별명은 ‘읽는 인간’입니다. 하지만 제가 아는 성은 님은 책 읽고 글 쓰는 인간입니다. 성은 님은 경북 칠곡군 동명에 있는 브런치 카페 <그라디언트>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곳에서 여러 개의 독서 모임을 진행합니다. 바쁜 와중에도 <세속>과 <그라디언트> 독서 모임 지정 도서의 서평을 씁니다.
현정 님이 가장 좋아하는 배우는 맷 데이먼(Matt Damon)입니다. 그가 나온 영화는 거의 다 봤다고 했습니다. 당연히 올 여름에 개봉한 <오디세이>도 봤습니다. 과거에 맷 데이먼은 기억을 잃은 전직 CIA 특수요원이 주인공인 영화에 출연했습니다. 그 영화가 바로 ‘제이슨 본(Jason Bourne) 3부작’입니다. 1부는 <본 아이덴티티>(2002년), 2부는 <본 슈프리머시>(2004년), 3부는 <본 얼티메이텀>(2007년)입니다.
[대구 독서 모임 <고라니 울고> ‘두꺼운 책 읽기’ 지정 도서(2026년 9~10월 모임), 추천 독자 & 모임장: 김성현]
* 호메로스, 이준석 옮김 《오뒷세이아》 (아카넷, 2023년)
재미있게도 영화에 묘사된 오디세우스(Odysseus)도 완전히 기억을 잃은 상태로 칼립소(Calypso, 샤를리즈 테론 분)가 있는 섬에서 7년 동안 지냅니다. 칼립소는 오디세우스를 살리려고 ‘로터스(lotus)’라는 약초를 먹입니다. 하지만 그 약초는 기억을 잊게 하는 부작용이 있어요. 호메로스(Homer)의 서사시 《오뒷세이아》에서는 오디세우스의 부하들이 열매로 된 로터스를 먹습니다. 로터스에 중독된 부하들은 고향에 대한 기억을 잊어버려 고국으로 돌아갈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 [절판] 로버트 러들럼, 최필원 옮김 《본 아이덴티티》 (전 2권, 문학동네, 2011년)
* [절판] 로버트 러들럼, 남명성 옮김 《본 슈프리머시》 (전 2권, 문학동네, 2012년)
* [절판] 로버트 러들럼, 조영학 옮김 《본 얼티메이텀》 (전 2권, 문학동네, 2016년)
제이슨 본 시리즈의 원작은 로버트 러들럼(Robert Ludlum)의 첩보 소설입니다. 영화가 유명해서 원작 소설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이 있을 거예요. 제이슨 본 시리즈의 원작 소설은 1992년에 《잃어버린 얼굴》(서계인 옮김)이라는 제목으로 번역 출간되었습니다. 이 책을 펴낸 출판사는 90년대 국내 출판계를 주름잡은 ‘고려원’입니다. 《잃어버린 얼굴》이 출간된 지 10년 후에 영화 <본 아이덴티티>가 개봉되었습니다. 제이슨 본 3부작 영화가 모두 개봉한 후에 원작 소설이 ‘문학동네’에서 다시 출간되었습니다. 그러나 3부작 모두 현재 절판되었습니다.
[대구 독서 모임 <우주지감> ‘이 작가의 책’ 2019년 3월 도서, 추천 독자 & 모임장: ‘읽고 쓰는 인간’ 천성은]
* [품절] 오르한 파묵, 이난아 옮김 《소설과 소설가: 오르한 파묵의 하버드대 강연록》 (민음사, 2012년)
* 제임스 우드, 설준규 · 설연지 함께 옮김 《소설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창비, 2011년)
[대구 독서 모임 <읽어서 세계문학 속으로> 2026년 6월의 세계문학, 추천 독자: 최해성)
* 제임스 우드, 노지양 옮김 《인생에 가장 가까운 것: 삶과 문학, 읽고 쓰기에 관한 네 번의 강의》 (아를, 2025년)
성은 님은 튀르키예의 작가 오르한 파묵(Orhan Pamuk)의 소설 읽기 방식에 맞춰 《스파이》를 읽었습니다. 파묵은 독자들이 독서의 즐거움을 느끼기 위해 소설 속에 ‘감춰진 중심부’를 찾는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독자들은 ‘소설의 모든 세부 사항’을 기억하듯이 읽습니다(《소설과 소설가》, 30~31쪽). 긴 글보다 짧은 글을 선호하고, 글을 빨리 읽는 것에 익숙한 독자들은 ‘세부 사항’을 주의 깊게 관찰하면서 읽는 방식이 힘겨울 수 있습니다. 작가들은 관찰의 대가입니다. 사소한 사물이나 인물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톺아 봅니다. 오랫동안 관찰하면서 느낀 생각들이나 새로이 알게 된 사실을 토대로 이야기를 써 내려갑니다. 파묵은 ‘소설을 만드는 모든 재료’가 소설의 중심부라고 말합니다.

영국의 비평가 제임스 우드(James Wood)는 소설의 세부 사항을 ‘즐기고 소비하고 곱씹는(《소설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83쪽)’ 독자입니다. 그는 문학 에세이 《소설은 어떻게 작동하는가》와 《인생에 가장 가까운 것》에서 세부 사항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세부 사항을 읽는 것은 소설 읽는 독자가 여백에 주석을 다는 것과 같습니다. 독자의 흥미를 돋우는 세부 사항은 사소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소설을 쓴 작가들도 미처 생각하지 못한 새로운 해석으로 자라는 새싹입니다. 절대로 무관심의 눈빛으로 밟지 마세요.
비밀 작전을 수행하는 첩보원은 자신의 실체를 꼭꼭 숨기고,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인 척하고 살아갑니다. 자신의 감정을 얼굴에 드러내서도 안 됩니다. 하지만 첩보원도 빈틈이 있는 인간입니다. 작전 수행 중에 자신이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생기면 당황합니다. 《스파이》의 주인공인 영국 정보부 소속 첩보원 엘릭 리머스(Alec Leamas)는 자신이 국가 기밀 보안법을 위반한 수배자가 되었다는 사실을 아는 순간, 두려움을 느낍니다(140쪽). 저는 이 장면이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중요한 ‘세부 사항’이라고 생각해요. 성은 님의 《스파이》 서평에 나온 표현을 빌리자면, 리머스가 순간적으로 두려움을 느끼는 모습은 ‘인간적인 민낯’입니다. 기만술을 잘 쓰고 정신력이 강한 첩보원도 불확실한 상황에 맞닥뜨리면 흔들립니다.
* 존 르 카레, 이종인 옮김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열린책들, 2005년)
[피터 박스올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책 1001권> 개정판 726번째 책]
* [품절] 존 르 카레, 조영학 옮김 《스마일리의 사람들》 (열린책들, 2013년)
* [개정판] 줄리언 시먼스, 김명남 옮김 《블러디 머더: 추리 소설에서 범죄 소설로의 역사》 (우연한지식, 2026년)
* [구판, 절판] 줄리언 시먼스, 김명남 옮김 《블러디 머더: 추리 소설에서 범죄 소설로의 역사》 (을유문화사, 2017년)
르 카레는 스마일리가 다시 등장하는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와 《스마일리의 사람들》을 썼습니다. 《스파이》가 아주 잘 쓴 소설이라서 그런 것일까요? 영국의 추리소설가 줄리언 시먼스(Julian Symons)는 《스파이》 이후에 나온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와 《스마일리의 사람들》이 실망스러웠다고 혹평합니다. 글이 지나치게 장황하고, 불필요하다고 느낄 정도로 애매한 표현이 늘어났다고 지적합니다.
* 믹 헤런, 권영주 옮김 《슬로 호시스》 (비채, 2026년)
냉전 시대가 끝난 이후부터 첩보 소설의 인기는 식어갔습니다. 국내에 번역된 첩보 소설과 스릴러 소설들은 소수의 마니아만 보게 되고, 판매 부수가 낮으면 조용히 절판됩니다. 한동안 잊힌 첩보 소설은 영화, 드라마, 게임으로 재탄생된 덕분에 다시금 대중들의 주목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대중은 첩보물 하면 소설보다는 영상 매체를 더 많이 떠올립니다.
첩보 영화와 드라마가 잘 돼야 원작도 같이 주목받습니다. 2022년 OTT(Over-the-top media service) 서비스인 애플TV(Apple TV)에서 방영된 드라마 <슬로 호시스>(Slow Horses)는 올해로 시즌 6까지 제작 편성될 정도로 인기 있는 첩보 드라마입니다. 동명의 원작 소설은 2010년에 발표되었고, 최근에 번역 출간되었습니다.
번역본 띠지에 작가 믹 헤런(Mick Herron)을 ‘우리 시대의 르 카레’라고 소개한 문구가 있습니다. 과장된 문구가 아닙니다. 실제로 믹 헤런은 르 카레의 애독자입니다. 《슬로 호시스》의 주인공 잭슨 램(Jackson Lamb)은 영국 보안국(MI5)에서 오랫동안 일한 첩보원입니다. 그는 ‘슬라우 하우스’라는 보안국의 비공식적 부서를 맡고 있습니다. 작전 수행 중에 실수를 해서 처벌받았거나 무능력하다고 평가받은 요원들은 슬라우 하우스에 발령받습니다. ‘슬로 호시스’는 ‘느린 말(馬)들’이라는 뜻입니다. 재빠르고 날쌘 첩보원과 상반되는 이미지입니다. 슬로 호시스는 슬라우 하우스에 소속된 능력 미달의 요원들을 비하하는 의미가 담긴 별명입니다.

작가가 잭슨 램을 만들 때 참고한 캐릭터가 조지 스마일리입니다. 영화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의 조지 스마일리를 연기한 배우는 게리 올드먼(Gary Oldman)입니다. 재미있게도 게리 올드먼이 드라마 <슬로 호시스>의 잭슨 램을 연기했습니다.
<독서 모임 후기 제목에 대한 주석>
* [절판] 이언 플레밍, 권도희 옮김 《나를 사랑한 스파이》 (뿔, 2011년)
독서 모임 후기 제목은 이언 플레밍(Ian Fleming)의 ‘007시리즈’ 중 하나인 《나를 사랑한 스파이》(The Spy Who Loved Me, 1962년)에서 따온 것입니다. 007(Double O seven)은 MI6 첩보원 제임스 본드(James Bond)의 코드명입니다. 영화 <나를 사랑한 스파이>는 1977년에 개봉되었고, 본드를 연기한 배우는 로저 무어(Roger Moore)입니다.
이언 플레밍이 직접 쓴 007시리즈는 장편과 단편집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발표된 작품은 총 14편입니다. 국내에 정식 번역되어 출간된 007시리즈는 《나를 사랑한 스파이》를 포함해서 다섯 권입니다. 나머지 네 권은 《카지노 로얄》, 《죽느냐 사느냐》, 《퀀텀 오브 솔러스》(단편 전집), 《다이아몬드는 영원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