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수학의 유희 - 퍼즐과 역설에 관한 위대한 문제들 ㅣ Philos 시리즈 51
마틴 가드너 지음, 김영서 옮김, 김민형 해제 / arte(아르테) / 2026년 9월
평점 :

수학자는 수학(數學)을 수학(修學)한다.
학수(學修)하는 수학자는
자신이 풀지 못한 문제를
동료 수학자들이 풀어주기를 학수(鶴首)한다.
숫자와 기호가 잔뜩 적힌 수학 문제를 만나면 어떻게 푸는지 몰라서 난감하다.
하지만 수학자들은 어려운 문제를 만나도 유열(流悅)하다.
그들은 문제의 해답을 찾거나 문제를 만드는 일에 희열(喜悅)하다.
숫자와 기호는 수학자들이 공책을 펼쳐 놓고 만지작거리는 장난감(toy)이다.
수학 장난감은 수학자의 전유물이 아니다. 깊이 생각하면서 문제를 느긋하게 푸는 것을 좋아한다면 누구든지 가지고 놀 수 있다. 수학을 싫어하는 사람은 처음부터 수학을 잘못 만났다. 수학 교수들이 상아탑에 가둬놓은 수학 장난감은 학교라는 감옥으로 옮긴다. 갑갑한 공부 지옥에 갇힌 학생들은 짧은 시간 안에 수학 문제를 빨리 푸는 연습을 반복한다. 문제를 천천히 풀 수 있는 자유를 누리지 못한다.
마틴 가드너(Martin Gardner)는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상아탑과 학교에서 썩히는 수학을 구출한 수학자다. 가드너는 1956년부터 1981년까지 과학 잡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Scientific American)에 칼럼을 썼다. 칼럼 제목은 <수학 게임(Mathematical Games)>이다. <수학 게임>은 ‘눈으로 보는 칼럼’이 아니다. ‘머리를 굴려야 하는’ 칼럼이다. 가드너는 <수학 게임>에 자신이 직접 만들었거나, 다른 사람들이 만든 수학 퀴즈와 퍼즐을 소개했다. <수학 게임>은 수학을 전문적으로 배우지 않은 사람들도 참여할 수 있다. 문제를 푼 구독자는 해법을 정리한 편지를 써서 가드너에게 보냈다.

가드너는 유희 수학의 명인(名人)이다. 가드너가 태어나기 전에, 유희 수학의 명인들이 있었다.《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작가 루이스 캐럴(Lewis Carrol)은 본명으로 수학 서적을 집필한 수학자였으며 어린이들을 위한 수학 퍼즐을 만든 유희 수학의 명인이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내용 곳곳에 수학적 개념과 수학 이론들이 숨어 있다. 가드너는 앨리스 연구의 명인으로도 유명하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후속작 《거울 나라의 앨리스》를 탐독하여 엄청난 양의 주석을 썼고, 주석이 달린《앨리스》를 출간했다. 캐럴은 언어유희의 명인이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다양한 형식의 언어유희가 적용된 문장들이 튀어나온다. 가드너도 칼럼을 쓰면서 종종 언어유희를 구사했다. 언어유희를 주제로 한 칼럼을 썼는데, 《수학의 유희》 3장이 된 칼럼의 주제는 ‘회문(回文)’이다. 회문은 앞으로 읽어도, 뒤로 읽어도 철자가 같은 단어다.

《수학의 유희》는 가드너가 가려 뽑은 ‘최고의 칼럼’ 50편이 실린 ‘수학 게임 앨범’이다. 1990년대 초반에 가드너의 수학 칼럼들을 선별하여 편집한 두 권의 책이 출간된 적이 있다. 《이야기 파라독스》(국립국어원이 정한 외래어표기법에 따르면 ‘패러독스’다. 번역어는 ‘역설’이다)와 《이야기 수학 퍼즐 아하!》(초판본 제목은 《아하! 바로 그거야》였고, 제목이 바뀐 책은 개정판이다)다.


이 책들이 나온 시기에 대학수학(修學)능력시험과 논술고사가 본격적으로 시행되었다. 수학을 게임하듯이 즐기고 싶은 독자들이 만나야 할 가드너의 수학 칼럼 모음집은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논리력과 수리력을 향상하는 데 도움을 주는 교양 서적으로 둔갑했다.
책에 실린 각각의 칼럼에 ‘부록’과 ‘해답’이 덧붙여 있다. 부록이 없는 칼럼도 있다. 부록은 가드너의 칼럼을 보충하는 주석이다. 《수학의 유희》는 ‘주석 달린 <수학 게임>’이다. 가드너의 부록에 칼럼에 대한 반응이 담긴 구독자의 편지나 자신의 견해에 반박한 학자들이 보낸 편지 내용이 나온다. 가드너는 자신의 잘못된 견해를 정확하게 지적한 구독자의 편지도 공개할 정도로 오류를 자정(自淨)하는 일을 소홀히 하지 않았다. 가드너는 한 편의 잡문에 가까울 정도로 주석을 길게 쓴다. 한 장에 차지한 ‘부록’의 분량이 칼럼 본문보다 많은 편이다.
《수학의 유희》는 유유히 읽어야 하는 책이다. 해답이 궁금해서 해법 과정을 생략한 채 읽는 것은 시간에 쫓기어 수학 문제를 푸는 상황과 같다. 가드너의 수학 퍼즐을 직접 풀어 보는 시간을 만들어 보자. 틀려도 된다. 정답을 찾지 못해도 계산하는 과정을 즐겼다면 당신은 수학(數學)을 열심히 수학(受學)한 수학(數學/受學)자다. 《수학의 유희》는 독자의 계산 실력이 얼마나 잘 나오는지 측정하는 수학(數學) 능력 시험 문제집이 아니다.
잡학 다식한 가드너의 글쓰기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는 몰라도 되는 무용(無用)한 지식을 너무 많이 설명한다고 지적할 것이다. 하지만 가드너는 잘난이가 아니다. 그는 수학뿐만 아니라 새로운 분야나 지식을 공부하면서 글을 썼다. ‘찾아보기’를 제외하면 800쪽이 넘는 ‘벽돌 책’인 《수학의 유희》를 완독하지 못해도 ‘머리말’은 읽어 보길 바란다. 가드너는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을 나열하면서 칼럼을 쓰지 않았다. 이미 알고 있는 지식을 톺아보고, 새로운 지식은 배워가면서 칼럼을 썼다.

‘수학 게임(Mathematical Game, M. G.가 내 이니셜이기도 한 것은 우연의 일치이다)’이라는 제목의 이 칼럼은 사반세기 동안 계속됐다. 그 세월이 지나는 동안 나는 점점 더 많은 수학을 배웠다. 어떤 주제를 자신에게 가르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에 대해 글을 쓰는 것이다.
(머리말, 9쪽)
마틴 가드너는 수학(數學)을 수학(修學)한 수학자다.
Q. E. D.
Quod Erat Demonstrandum
증명 완료
Q. E. D.
Question Every Deduction
모든 추론을 의심하라
* 742~743쪽
일각고래의 엄니가 어떤 기능을 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적을 찌르거나 얼음에 구멍을 뚫는 데는 사용되지 않지만, 짝짓기 시즌에 일각고래가 서로 엄니를 맞부딪치는 모습이 목격되어서 성적 의식에서의 역할이 주요 목적일 수도 있다. [주1]
[주1] 2017년 캐나다에서 일각고래가 엄니로 대구를 때려서 기절시킨 다음 잡아먹는 행동이 확인되었다. 엄니에 북극 바닷물의 염분을 감지하는 최대 1,000만 개의 신경 세포가 모여 있다. 바닷물의 염분이 높아질수록 수온은 내려간다. 과학자들은 일각고래가 덜 차가운 바다로 이동하기 위해 엄니로 바닷물의 염분 변화를 감지한다고 주장한다.
[참고 자료] Britannica, 「What Does a Narwhal Use Its Horn For?」, 2026년 7월 24일 등록.
https://www.britannica.com/science/What-Does-a-Narwhal-Use-Its-Horn-For
* 744쪽

플로베르의 희극 『성 앙투안의 유혹』 [주2]

[주2] 희곡 형식의 소설이다. 플로베르(Flaubert)가 20대부터 쓰기 시작한 작품이다. 그는 25년 동안 이 소설을 쓰는 데 매달렸고 세 가지 판본을 발표했다. 《성 앙투안느의 유혹》(김용은 옮김, 열린책들, 2010년) 앞표지에 ‘희곡 소설(dramatic novel)’이 표기되어 있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있는 단어들>
* 수학(修學), 학수(學修): 공부한다.
* 학수(鶴首): 학의 목, 학의 목처럼 목을 길게 빼고 간절히 기다린다.
* 유열(流悅)하다: 좋아해서 탐닉한다.
* 희열(喜悅): 기뻐서 즐거워한다.
* 유유(悠悠)히: 움직임이 한가하고 여유가 있고 느리게. (=느긋이)
* 잘난이: 잘난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