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들의 행성 - 여섯 개의 다리로 이룩한 위대한 제국
주잔네 포이트지크.올라프 프리체 지음, 남기철 옮김 / 북스힐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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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엔디아 가문(Buendía family) 사람들은 

마콘도(Macondo)에서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게 살아가도록 태어났다.

좁다란 섬처럼 생긴 도시 마콘도에 4년 넘게 비 바람벽이 푹푹 내린다

그칠 줄 모르는 거대한 비 바람벽에 쓸쓸한 고독만이 오고 간다.

[주1]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Gabriel Garcia Marquez)백 년의 고독은 환상과 현실이 얽섞인 도시 마콘도에서 부엔디아 가문이 몰락하는 과정을 그린 소설이다부엔디아 가문이 6세대까지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근친혼이다. 가문의 대부(大父)이자 마콘도를 개척한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José Arcadio Buendía)사촌 우르술라(Úrsula)와 결혼한다. 친척들은 근친혼의 저주를 무시한 두 사람 사이에 돼지 꼬리가 달린 아이가 태어날까 봐 우려한다.


근친혼의 저주는 가문의 일곱 번째 후손 아우렐리아노(Aureliano)를 집어삼킨다. 돼지 꼬리가 달린 아우렐리아노는 가문의 6대손 아우렐리아노 바빌로니아(Aureliano Babilonia)그의 이모 아마란타 우르술라(Amaranta Úrsula)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이다. 우르술라는 부유한 남편을 버리면서까지 조카를 사랑했지만, 아우렐리아노를 출산하다가 과다 출혈로 사망한다. 돼지 꼬리 아기마저 죽게 되자, 충격을 받은 아우렐리아노 바빌로니아는 밤새도록 거리를 헤맨다. 동이 틀 무렵에 정신을 차린 아우렐리아노 바빌로니아는 아내와 아기의 시체가 방치된 집으로 돌아온다. 그는 끔찍하게 매장되는 아기의 시체를 발견한다. 마당에 있는 개미 떼들이 바싹 마른 아기의 시체를 땅에 파놓은 소굴로 끌고 간다. 이 상황을 지켜본 아우렐리아노 바빌로니아는 부엔디아 가문의 저주와 관련된 예언을 떠올린다. 




가문 최후의 인간은 개미 밥이 되고 있다.” [주2]




마르케스는 세상의 모든 개미 떼가 아기의 시체를 끌고 간다고 묘사했다. 텍스트를 마주 보다가 불쑥 튀어나온 나의 특이한 궁금증. 아기의 시체를 운반할 정도로 힘이 센 개미 떼는 환상이 빚어낸 곤충일까, 아니면 실제로 볼 수 있는 곤충일까?


부패가 상당히 진행된 갓난아기의 시체는 개미 떼의 식량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개미는 먹잇감을 독차지할 수 없다. 파리와 송장벌레도 썩어가는 시체를 좋아한다. 이처럼 시체를 먹고 사는 곤충을 시식성 곤충(屍食性 昆蟲, carrion insect)’이라 한다곤충학자들은 시체를 좋아하는 곤충을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개미, 파리, 송장벌레가 없으면 썩지 못한 시체들이 엄청 많이 널려 있었을 것이다. 시식성 곤충은 자연의 청소부. 시체를 청소하는 곤충 또는 동물을 스캐빈저(scavenger)’라고 한다. 그들이 있어서 시체의 부패가 빠르게 진행되고, 완전히 분해된 시체는 식물의 영양분이 풍부한 흙이 된다.


개미는 보기보다 힘이 세다. 자신보다 몸집이 큰 먹잇감을 혼자서 또는 동료 일개미와 협력해서 옮긴다. 자신보다 몸집이 크고 살아있는 먹잇감을 발견하면, 정예 부대처럼 공격을 감행하는 군대개미가 있다. 하지만 개미 떼가 갓난아기의 시체를 운반하는 일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개미집 밖은 위험하다. 개미의 천적들이 많다. 먹잇감을 노리는 다른 종의 개미들을 만나면 싸워야 한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잃어버린 일개미는 떠돌다가 객사한다. 지쳐서 죽거나, 아니면 천적에게 잡아먹혀서 죽는다.


독일의 두 개미 연구자가 함께 쓴 개미들의 행성소설보다 재미있는 개미 사회 이야기[주3]이 책에 나오는 일개미를 보면 친근함이 느껴진다. 열심히 일한 일개미도 당장 해야 할 일이 없으면 빈둥거린다. 근면을 강조하는 사람들은 빈둥거리는 노동자를 질책하고, 찰나의 여유를 게으른 태도로 인식한다. 하지만 휴식은 내 몸과 마음을 가다듬는 소중한 시간이다. 일개미들은 일과 휴식의 균형을 맞출 줄 안다.


개미 제국은 계급이 뚜렷한 모권 사회다. 여왕개미는 수컷 개미를 만나 결혼 비행을 하고 알을 낳는다. 수컷 개미는 오직 여왕개미와의 짝짓기하기 위해 태어났다. 황홀한 결혼 비행이 끝나면 수컷 개미는 죽는다. 여왕개미가 되지 못한 자매들은 일개미로 살아간다. 일개미가 하는 일이 엄청 많다. 제일 중요한 임무는 미래의 여왕이 태어날 개미알들을 지극정성으로 보호하는 것이다. 개미알은 곰팡이와 병균에 취약하다. 일개미들은 특별히 신경을 써서 개미알이 저장된 곳을 청소한다.


인간의 눈에는 여왕이 되지 못한 일개미들이 불쌍해 보인다. 아늑한 궁전과 같은 개미집에서만 지내는 여왕개미가 죽도록 일하는 자매들보다 호사를 누린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개미 제국을 일군 것은 일개미다. 여왕개미는 알을 낳는 기계처럼 산다. 일개미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일을 척척 한다. 개미 제국의 사회 형태는 무정부주의에 가까운 민주주의.


식량을 찾으러 개미집을 떠나는 일개미들은 늙은 암컷이다. 단지 그들이 나이가 많아서 힘든 일을 하는 것은 아니다. 경험이 많아서 위험한 임무를 전담한다. 늙은 일개미의 몸속에 활력을 넘치게 만드는 호르몬이 있다고 한다. 우리 발밑에 지나가는 일개미들은 자신이 속한 군체(群體)를 위해 희생하는 베테랑이다일개미는 동고동락하는 자매를 각별하게 대한다. 도토리 개미(Temnothorax Nylanderi)는 병든 개미를 여왕개미 못지않게 보살핀다. 아프리카 마타벨레 개미(Megaponera analis)는 다른 개미 떼와 싸우다가 다친 자매를 버리지 않는다. 집으로 데려와서 자매를 치료한다.



하찮다는 이유만으로

심심풀이로 개미를 죽이려는 당신에게 묻는다

개미 함부로 발로 밟지 마라

일개미는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는연탄과 같다. 



병든 일개미는 자신을 정성껏 간호한 자매들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아서 스스로 집을 떠난다. 외근하는 일개미는 개미집에서 일하는 젊은 자매들을 생각한다. 페로몬이라는 화학 물질을 발산해서 젊은 자매들이 마음 놓고 걸어갈 길을 만든다.[주4]



개미를 잘 모르는 당신에게 묻는다

당신 발밑에 지나가는 조그만 누구를

알고 사랑하는사람이었느냐

[주5]









<백석의 시를 좋아하는 cyrus가 쓴 주석과 정오표>








* 오늘 215일은 시인 백석의 기일이다. 올해가 시인이 세상을 떠난 지 30주년이 되는 해다광복 이후 백석은 고향인 평안도에 거주했고, 6·25전쟁이 발발하면서 북한에 정착했다. 월북 시인으로 낙인찍힌 백석의 시집은 출판 금지 도서로 지정되었다. 1988년 월북 작가 해금 조치가 이루어지면서 백석은 다시 주목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당시에 백석이 생존했는지 아니면 사망했는지 확인이 어려웠다. 북한 내에서의 시인의 행적을 알 수 없었던 남한 연구자들은 시인이 1963년에 숙청당해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백석의 생애를 연구한 기자 출신의 작가 송준은 어렵사리 취재한 끝에 백석이 살아 있음을 확인했고, 본인이 쓰고 1994년에 출간된 백석 평전을 다시 쓰는 일에 착수했다백석은 1996년에 사망했다. 송준이 다시 펴낸 백석 평전 시인 백석(흰당나귀, 2012년, 절판)에 따르면 백석은 심한 감기에 걸려 215일에 세상을 떠났다. 그러나 백석 평전(다산책방, 2014)을 쓴 안도현 시인과 다른 연구자들은 시인이 1월에 세상을 떠났다고 주장한다.





[주1] 마르케스의 백년의 고독을 소개한 서평의 머리글은 백석의 시구절을 접붙여서 썼다.



오늘 저녁 이 좁다란 방의 흰 바람벽

어쩐지 쓸쓸한 것만이 오고 간다

 

(중략)

 

나는 이 세상에서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살아가도록 태어났다


 

- 백석, 흰 바람벽이 있어중에서

안도현 풀어씀, 《사슴》 (민음사, 2016년), 96~97쪽-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 백석, 나와 나타샤와 흰당나귀중에서

안도현 풀어씀, 《사슴》 , 59쪽 -









[2]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조구호 옮김, 백 년의 고독 2, 민음사, 303.





[주3] 최재천개미 제국의 발견(사이언스북스, 1999, 절판)의 부제.



※ 《개미 제국의 발견서평

[개미가 작다고 얕보지 마라]

2014426일 작성

https://blog.aladin.co.kr/haesung/6990026




[4, 5] 서평을 마무리하는 문장은 안도현의 시 너에게 묻는다연탄 한 장 시구절을 접붙여서 썼다. ‘알고 사랑하는이라는 표현은 최재천 교수가 글과 강연에서 늘 강조하는 말, ‘알면 사랑한다를 인용, 변형한 것이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안도현『너에게 묻는다』 중에서

외롭고 높고 쓸쓸한》 (문학동네, 2004), 11쪽 -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는 듯이

연탄은, 일단 제 몸에 불이 옮겨 붙었다 하면

하염없이 뜨거워지는 것

 

(중략)

 

눈 내려 세상이 미끄러운 어느 이른 아침에

나 아닌 그 누가 마음 놓고 걸어갈

그 길을 만들 줄도 몰랐었네, 나는

 

 

- 안도현, 연탄 한 장중에서

외롭고 높고 쓸쓸한, 12~13-





* 227

 

 노예 사육 개미들은 어차피 약탈 과정에서 죽음을 맞이할 위험성을 피할 수 없기에 많은 수의 노예를 확보할 가능성이 높은 큰 군체를 선택하여, 가능한 한 적게 전투를 치루는 방식을 선호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치루는 치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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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힐 2026-02-15 2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미가 만약에 인간이 밟을 수 없을 정도로 인간 만한 크기에 자아를 가지고 진화가 되었다면 인류는 어떻게 될까요? ㅎㅎ

서니데이 2026-02-15 2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cyrus님, 연휴 잘 보내고 계신가요.
개미의 생활사를 보니 한 조직을 위해서 여왕도 일개미도 모두 일정 역할을 끝내면 결말이 좋지 않은 것 같네요. 아마 벌들의 세계도 비슷하지 않을까 싶어요.
잘 읽었습니다.
가족과 함께 즐거운 명절 보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올해도 항상 건강하고 행복하시기를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