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어서 세계문학 속으로>(약칭 ‘세속’) 도서 선정 투표에 총 20명이 참여했습니다. 투표에 참여한 모든 분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여러분 덕분에 <읽어서 세계문학 속으로> 4월의 책을 고민 없이 정할 수 있었습니다.
[<읽어서 세계문학 속으로> 4월의 세계문학]
* 오에 겐자부로, 서은혜 옮김 《개인적인 체험》 (을유문화사, 2009년)
가장 많은 득표수는 9표였습니다. 9표를 받은 책은 오에 겐자부로(大江健三郎
)의 장편소설 《개인적인 체험》입니다. 《개인적인 체험》를 추천한 세속 독자는 정현정 님입니다. 현정 님은 작년에 프랑스의 작가 아니 에르노(Annie Ernaux)를 추천했던 분입니다. 9월 말에 진행된 <세계문학 속으로>의 표제는 ‘당신의 에르노’였습니다.[주] 각자가 읽은 에르노의 작품에 대해서 자유롭게 말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세속이 읽는 일본 문학은 에도가와 란포(江戸川乱歩, 2024년 7월의 세계문학)에 이어서 두 번째입니다.


올해는 오에 겐자부로가 태어난 지 9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개인적인 체험》은 1964년에 발표된 오에의 장편소설입니다. 장편, 중편, 단편소설들을 아우른 오에의 초기작 중 가장 주목할 만한 작품입니다.
1963년에 오에의 아들 히카리(大江光)가 태어났습니다. 히카리는 발달장애가 있었습니다. 의사들은 평생 장애인으로 살아야 할 히카리를 태어나지 말아야 한다고 종용했지만, 오에는 수술을 통해서 히카리를 살리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듬해에 나온 《개인적인 체험》은 장애인의 아버지로서 살아가게 되는 작가 본인의 모습이 스며든 자전적 소설입니다.
현정 님은 우리 사회에 여전히 보이지 않는(보여서는 안 되는) 문제로 취급되는 ‘장애’에 대해 논의해 보고 싶어서 《개인적인 체험》을 추천했습니다.
* 장 폴 사르트르, 임호경 옮김 《구토》 (문예출판사, 2020년)
* 장 폴 사르트르, 방곤 옮김 《구토》 (문예출판사, 1999년)
지난주 토요일에 《개인적인 체험》을 읽기 시작했는데요, 이 소설은 일본 작가가 쓴 소설이라기보다는 유럽 작가의 소설처럼 느껴졌어요. 오에는 어렸을 때부터 서양 문학 작품들을 즐겨 읽었습니다. 대학 시절 불문학을 전공했고, 졸업 논문 주제는 프랑스의 실존주의 철학자 사르트르(Jean-Paul Sartre)였어요. 《개인적인 체험》에 주인공인 ‘버드(Bird)’가 구토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사르트르의 소설 《구토》를 연상시킵니다.
* [절판] 오에 겐자부로, 정수윤 옮김 《읽는 인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오에 겐자부로의 50년 독서와 인생》 (위즈덤하우스, 2015년)
* 윌리엄 블레이크, 서강목 옮김 《블레이크 시선》 (지식을만드는지식, 2012년)
* [절판] 윌리엄 블레이크, 김종철 옮김 《천국과 지옥의 결혼》 (민음사, 1990년)
버드의 옛 여자 친구 히미코(火見子)는 영국의 시인 윌리엄 블레이크(William Blake)의 시집 《천국과 지옥의 노래》의 ‘지옥의 잠언’에 있는 구절을 인용합니다. 오에는 정신적으로 힘들 때마다 블레이크의 시를 원문으로 자주 읽었다고 합니다. 블레이크는 오에의 문학 세계에 큰 영향을 준 작가입니다. 오에의 소설을 읽기 전에 오에의 문학 강연을 모은 《읽는 인간》을 먼저 읽는다면 서양 문학이 녹아든 오에의 문학 세계를 이해할 수 있어요. 이 책에 오에와 블레이크의 문학적 연관성을 알 수 있는 글이 있습니다.


오에가 1994년에 노벨 문학상을 받게 되자, 이듬해에 본격적으로 오에의 작품들이 우후죽순 국내에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반일 정서가 지금보다 심했음에도 국내 작가와 지식인들은 일본의 군국주의와 핵무기 개발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낸 오에를 민주주의자로 평가했습니다. 90년대 출판계를 주름잡았던 출판사 고려원은 총 24권으로 구성된 ‘오에 겐자부로 소설 문학 전집’을 기획하여 출간했습니다. 《개인적인 체험》을 포함한 몇몇 작품은 새로운 번역으로 다시 태어났지만, 그 외 나머지 작품들은 절판되어서 만나기가 쉽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