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화성으로 떠날 수 없다 - 생명체, 우주여행, 행성 식민지를 둘러싼 과학의 유감
아메데오 발비 지음, 장윤주 옮김, 황호성 감수 / 북인어박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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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점  ★★★★  A-





푸르스름한 집은 거대하다. 크고 작은 모든 생명체가 이 집에 함께 산다. 푸르스름한 집의 나이는 45억 살이다. 집이 20만 살이 되었을 때 인간이 살기 시작했다. 거대한 집에 정착한 인간은 또 하나의 집을 만들었다. 인간은 자기만의 집을 만들기 위해 동물이 살던 숲 집을 부쉈다. 숲 집이 파괴된 자리에 도시가 생겼고, 도시는 점점 커지면서 국가가 되었다. 인간은 거대한 집을 독차지했다. 욕심 많은 인간은 자신이 이 집의 주인이라고 떵떵거렸다. 그들은 계속 민폐를 끼치고 다녔다. 불도저로 숲 집을 싹 밀어버리고, 썩지 않는 쓰레기를 버렸


인간의 행패는 멈추지 않았고 푸르스름한 집은 시름시름 앓았다. 화를 잔뜩 품은 집은 산꼭대기에 구멍을 내서 빨간 고름을 내뿜는다. 모든 것을 다 녹을 정도로 엄청 뜨거운 빨간 고름은 용암이다. 용암이 나오는 이 병의 이름은 화산이다. 푸르스름한 집은 너무 아프면 몸부림을 심하게 치는 편이다. 거대한 집이 한 번 흔들면 땅이 쩍 갈라지고, 도시는 순식간에 와르르 무너진다. 푸르스름한 집이 경련을 일으키면 지진이 일어난다. 푸르스름한 집이 예전 같지 않다. 과학자들은 병든 집에 계속 살면 언젠가 모든 생명체가 멸종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위기감을 느낀 인간은 푸르스름한 집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그들은 우주선을 만들어 새로운 ’을 찾으러 나섰.


푸르스름한 집의 성격은 둥글둥글하다. 무려 20만 년이나 연약한 인간을 보호해 주었고, 자신을 괴롭히는 인간을 쫓아내지 않는다. 성격도, 생긴 것도 둥글둥글한 이 집의 이름은 지구.[주1] 인간의 욕심과 오만함은 하늘을 뚫을 정도로 치솟는 중이다. 이제는 우주까지 넘본다. 인간은 우주에 2의 지구가 될만한 행성이 있기를 바란다. 사업가 일론 머스크(Elon Musk)는 인류의 새로운 거주지는 화성이라고 주장한다화성과 함께 자주 거론되는 또 다른 우주 거주지는 달이다. 총 여섯 번이나 우주인들이 달에 발을 디뎠다화성은 제2의 지구가 절대로 될 수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달 유인 탐사에 큰 기대를 건다.







인간은 몰염치하다. 푸르스름한 집이 망가질 정도로 20만 년 동안 제멋대로 이용해 놓고선 무너지기 일보 직전인 집에서 얼른 탈출해야 한다면서 주장한다. 그러는 와중에 인간은 계속 공장을 만들어서 오염 물질을 배출한다. 집 나가면 개고생한다. 인간이 지구라는 소중한 집을 나가면 전혀 생각지도 못한 고난을 겪는다


당신은 화성으로 떠날 수 없다인간이 지구를 떠나면 안 되는 과학적인 이유를 알려 준다. 이 책의 저자이자 천체물리학자인 아메데오 발비(Amedeo Balbi)과학적 회의주의 핀셋을 이용해 동료 과학자와 사업가들이 낙관적으로 보는 우주여행과 2의 지구찾기 프로젝트의 문제점과 현실적인 한계를 꼬집는다. 저자는 우주가 인간에게 적대적인 곳이라는 사실을 강조한다. 우주에 중력이 없고, 지구에 살면서 마음껏 누릴 수 있는 물과 공기도 없다. 지구에 태양풍과 우주 방사선을 막아주는 밴 앨런 대(Van Allen Belt)’라는 거대한 자기장이 있다. 하지만 달과 화성에 자기장 보호막이 없다. 우주 방사선을 오래 쬐면 몸이 망가진다. 인간이 우주에 생활하려면 보호 장비를 입어야 하며 완전히 밀폐된 우주선 안에서만 살아야 한다.


저자는 우주여행과 우주를 식민지로 만들려는 계획이 공상과학소설에 나올법한 허구에 가깝다고 주장한다50년 안이든, 100년 안이든 몇 년 안에 인간을 우주로 보낼 수 있다는 낙관적인 전망은 천문학에 익숙하지 않은 대중을 현혹하는 헛소리천문학은 단순히 지구 밖에 쫙 펼쳐진 무한한 우주를 이해하거나 새로운 행성을 찾기 위한 실용적인 학문이 아니다. 비록 우주는 차갑지만, 천문학은 무수히 많은 소행성에 둘러싸인 지구가 얼마나 소중한 행성인지 다시 보게 만드는 포근한 학문이다. 우주의 실체를 이해하면 인간이 지구에서 20만 년 동안 살았다는 사실이 행운이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천문학은 우주뿐만 아니라 진짜 지구를 비추는 거울이다. 천문학자들은 천문학 거울을 만날 들여다보면서 말한다. “거울아, 거울아. 오늘의 우주와 지구의 상태는 어때?” 천문학 거울의 성능은 뛰어나지만, 크기를 알 수 없는 우주 전체를 담기에 비좁다. 그래서 천문학 거울에 드러난 우주는 전체가 아닌 일부분에 불과하. 여전히 우주에는 천문학자들이 발견하지 못한 지식이 널려 있다. 천문학 거울은 담담하게 푸르스름하고 거대한 집의 전체 모습을 보여 준다. 천문학 거울은 지구를 비출 때마다 러시아의 우주인 유리 가가린(Yuri Gagarin)이 했던 말을 알려 준다.

 

우주는 매우 어두웠지만, 지구는 푸르렀습니다.”

 

천문학자가 아니더라도 지구에 오랫동안 거주한 인간은 천문학 거울을 볼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45만 년 동안 잘 버티고 있는 푸르스름한 집의 소중함을 알 수 있다.





[1] 지구의 형태는 완전한 구체가 아니다. 동서 방향으로 약간 불룩한 타원체로 이루어져 있다(출처: 국토지리정보원, 공간정보 용어사전 편평률항목)






<cyrus의 주석>



* 25쪽, 67








<2001: 우주의 오디세이> <2001: 우주 오디세이> [주2]



[2] 스탠리 큐브릭(Stanley Kubrick) 감독이 만든 영화 <2001: A Space Odyssey>‘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라는 제목으로 국내에 알려졌다. 그런데 이 책에 영화 제목이 다르게 나온다. 처음에는 ‘2001: 우주 오디세이로 표기되어 있다(25). 67쪽에 영화 제목이 잘못 적혀 있다. ‘2001: 우주의 오디세이로 되어 있다. 160에 영화 제목이 또 한 번 나오는데,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 100



 


우주왕복선 계획(30년간 운영되다 2011년에 종료된 재사용 가능한 우주왕복선 프로그램으로, 두 차례의 큰 재난으로 14명의 우주인이 사망한 비극[3]도 포함된다)

 


[3] 미국 우주탐사 역사상 최악의 참사는 1986챌린저호 폭발 사고2003컬럼비아호 폭발 사고. 챌린저호는 발사된 지 2분이 채 안 돼 공중에 폭발했고, 우주왕복선에 탑승한 일곱 명의 우주인이 사망했다. 컬럼비아호는 지구로 귀환하는 중에 공중 폭발하여 우주인 일곱 명이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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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4-08-05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 그 비용으로 어떻게 하면 지구를 다시 살릴 수 있을 것인가를 생각해야지 지구는 엉망인데 무슨 얼어죽을 우주여행이냐. 설사 갈수있다고 해도 있는 사람 얘기지 서민들은 꿈도 못 꿀 일을. 하여간 머스크는 참 독특한 사람이야. 맘에 안 들어. ㅉ

cyrus 2024-08-06 06:48   좋아요 0 | URL
민간 우주여행을 긍정적으로 보고, 찬성하는 사람들은 우주여행을 너무나도 단순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아주 구체적으로 우주여행을 준비하면 현실적으로 제약이 많고, 제대로 준비한 만큼 비용이 엄청 많이 들어요.

페넬로페 2024-08-05 1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주로 나가기 위해서는 엄청난 돈이 필요한데~~
우주로 가든, 가지 않든
인류의 먼 미래는 설국열차나 매드맥스가 될 가능성이 많아 보여요 ㅠㅠ

cyrus 2024-08-06 06:50   좋아요 1 | URL
네, 맞아요. 우주에 가려면 돈이 많이 필요하고, 우주에 단기간 머무를 때도 돈이 많이 있어야 해요.. ^^;;

공쟝쟝 2024-08-12 0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책 읽으려고 찜해뒀는데.... 냉큼 읽으셨네.. (허탈.. 왜?)

cyrus 2024-08-12 06:50   좋아요 1 | URL
<과학책방 담다> 다음 북큐레이션 주제가 ‘지구와 우주’라서 지난달부터 천문학 책을 읽기 시작했어요. ^^

공쟝쟝 2024-08-12 10: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이러스님 너무 멀리가진 마시고 저는 이 책을 읽기로 했습니다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