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망 좋은 [책]방
EP. 20
과학책방 갈다
2023년 12월 9일 토요일

갤러리 <페레스 프로젝트>에서 40분 정도 전시회 작품을 바라봤다. 삼청동 골목을 걸어서 <과학책방 갈다>로 향했다. 이곳 방문은 처음이 아니다. 올여름에 세 번이나 방문했으니, 이번이 네 번째다. 내가 책방에 들어서는 순간, 구스타브 홀스트(Gustav Holst)의 관현악 모음곡 『행성』에서 가장 유명한 ‘목성’이 이제 막 스피커에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갈다>에 판매되는 과학 도서들은 ‘물리학’, ‘화학’, ‘수학’. ‘생물학’, ‘뇌 과학’ 등 여러 분야로 정갈하게 분류되어 있다. 분야별 책장을 쭉 훑어보면 예전에 읽은 책 한두 권 보인다. 물론 사 놓고도 안 읽은 책들도 눈에 띈다. 지금 책방에 가면 한국천문연구원에서 발행된 ‘2024년 천문 달력’을 구매할 수 있다. 천문 달력은 탁자용과 벽걸이용으로 판매되고 있다. 나는 탁자용 천문 달력을 사고 싶어서 책방에 갔다.

* 마이클 셔머, 김성훈 옮김 《천국의 발명: 사후 세계, 영생, 유토피아에 대한 과학적 접근》 (arte, 2019년)
* [개정판] 앤드루 슈툴먼, 김선애 · 이상아 옮김 《왜 우리는 세계를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는가?: 과학적 인식을 가로막는 직관의 한계에 대하여》 (바다출판사, 2023년)
* [구판 · 절판] 앤드루 슈툴먼, 김선애 · 이상아 옮김 《사이언스 블라인드: 왜 우리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는가?》 (바다출판사, 2020년)
※ 서평
《천국의 발명》
<천국을 즐기자> 2019년 4월 8일 작성
https://blog.aladin.co.kr/haesung/10784758
《사이언스 블라인드》
<과학이 주는 ‘냉철한 위로’> 2021년 1월 4일 작성
https://blog.aladin.co.kr/haesung/12275790
<갈다>에서 구매한 책은 《천국의 발명》과 《왜 우리는 세계를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는가?》다. 두 권 모두 예전에 읽은 책이다.
《천국의 발명》의 저자 마이클 셔머(Michael Shermer)는 유사 과학과 창조론을 비판한 과학적 회의주의자다. 저자는 이 책에서 사람들이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덜어내기 위해 ‘죽음 너머 세계’인 천국을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그는 또 천국에 대한 지나친 믿음으로 인해 사이비 종교와 임사 체험을 의심 없이 받아들이는 비과학적인 풍조가 생겨났다고 분석한다.
《왜 우리는 세계를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는가?》도 과학적 회의주의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 책은 예리한 회의주의와 논리적인 과학으로 철저히 무장한 전문가들 또한 직관의 함정에 빠진다고 지적한다. 2020년에 출간된 《사이언스 블라인드》의 개정판이다. 다만 달라진 게 있다면 구판 부제의 ‘세상’이 ‘세계’로 바뀐 점이다. 《사이언스 블라인드》의 부제가 개정판 제목이 되었다. ‘사이언스 블라인드’는 얼핏 보기엔 과학적으로 보이지만, 실질적으로 과학적인 인식을 가로막는 맹점을 뜻한다. 구판에 오자와 비문이 있었다. 개정판에 고쳐졌는지 확인해 봤는데, 한 군데도 고쳐지지 않았다. 예전에 쓴 글에서도 강조했듯이 구판에 남아 있는 오역, 비문, 오자를 고쳐지지 않은 개정판은 ‘개판’이다.


* 장홍제 《나노 화학: 10억분의 1미터에서 찾은 현대 과학의 신세계》 (휴머니스트, 2023년)
* 피터 앳킨스, 전병옥 옮김 《화학이란 무엇인가: 세상에서 가장 쓸모 있는 과학의 핵심》 (사이언스북스, 2019년)
* [개정판] 로베르트 융크, 이충호 옮김 《천 개의 태양보다 밝은》(다산북스, 2023년)
※ 서평
《나노 화학》
<작은 것이 이롭다> 2023년 6월 7일 작성
https://blog.aladin.co.kr/haesung/14644459
《화학이란 무엇인가》
<알고 보면 흥미로운 화학의 세계> 2020년 2월 4일 작성
https://blog.aladin.co.kr/haesung/11481859
《천 개의 태양보다 밝은》
<열정과 고통을 가까이해 온 과학자들> 2018년 9월 4일 작성
https://blog.aladin.co.kr/haesung/10322332
최근에 ‘아태이론물리센터(APCTP) 선정 올해의 과학 도서’ 열 권이 공개됐다. 그중 한 권이 6월에 읽은 《나노 화학》이다. 《나노 화학》 근처에 꽂힌 《화학이란 무엇인가》는 화학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도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의 저자는 화학 교재를 집필한 화학자다. 그는 자기가 하는 일을 ‘원자들의 만남과 이별을 연구하는 커플 매니저’로 비유했다. 저자가 표현한 ‘원자들의 만남’은 원자들이 결합해서 분자가 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천 개의 태양보다 밝은》이라는 제목의 책은 오펜하이머(J. Robert Oppenheimer)를 비롯한 원자 폭탄 개발에 참여한 과학자들의 삶과 업적을 조명한 책이다. 절판된 책이었으나 영화 <오펜하이머>가 개봉되면서 다시 출간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