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록 홈즈 다시 읽기 - 홈즈의 비밀을 푸는 12가지 키워드
안병억 지음 / 열대림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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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협찬받고 쓴 서평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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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점   ★★☆   B-






1837년부터 시작된 영국 빅토리아 시대(Victorian Age)는 소설의 황금기다. 이 시대에 훌륭한 작가들이 무수히 활동했다. 당대 최고의 인기 작가는 찰스 디킨스(Charles Dickens)였다. 그는 빅토리아 시대의 번영에 가려진 각종 사회적 문제와 빈민층의 애환을 묘사했다. 윌리엄 새커리(William Thackeray)조지 엘리엇(George Eliot)의 소설은 베스트셀러였다남성 필명으로 소설을 발표한 브론테 자매(Brontë sisters)는 앞의 세 사람에 비하면 생전에 명성을 얻지 못했지만, 사후에 그녀들의 작품은 걸작으로 칭송받는다조지 메러디스(George Meredith)앤서니 트롤럽(Anthony Trollope)국내에 번역된 작품이 없지만, 이 두 사람의 이름은 기억해둘 필요가 있다.


빅토리아 시대에 여성이 소설의 생산 주체이자 소비 주체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독자의 흥미를 유발하는 통속소설이 유행했다. 이혼, 삼각관계, 불륜, 사기 등 자극적인 소재를 다룬 통속소설의 홍수에 휩쓸리지 않고, 지금도 널리 읽히고 있는 소설이 있다. 그 소설이 바로 아서 코난 도일(Arthur Conan Doyle)셜록 홈스(Sherlock Holmes)’ 시리즈홈스 팬들은 셜록 홈스 시리즈 전 작품을 경전이라고 부른다.


셜록 홈스 시리즈는 추리소설 또는 범죄소설로 분류된다. 이렇다 보니 이 작품을 빅토리아 시대를 이해하기 위한 소설로 언급되는 경우가 드물다홈스는 종종 방 안에서 리볼버 권총으로 사격 연습을 한다. 머즈그레이브 전례문(The Adventure of the Musgrave Ritual)[주1]에 그가 맞은편 벽에 총을 쏘면서 ‘V.R.’이라는 글자를 새기는 장면이 나온‘V.R.’은 빅토리아 여왕(Victoria Regina)의 머리글자다. 


셜록 홈스 시리즈는 빅토리아 시대의 정치 · 사회 · 문화적인 분위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소설이다셜록 홈즈 다시 읽기: 홈즈의 비밀을 푸는 12가지 키워드는 홈스와 그를 창조한 코난 도일이 살았던 빅토리아 시대의 영국을 자세히 보여주는 돋보기. 소설 속에 사는 인간과 소설 밖에서 산 인간의 삶에는 급속한 산업화와 제국주의의 부상 등이 겹친 영국의 시대상이 스며 있다책으로 된 돋보기는 <경전>을 깊이 읽기 위한 열두 가지 주제를 확대해 독자들에게 보여준다.


첫 번째 주제는 컨설팅 탐정(consulting detective)’이다. 홈스는 명석한 두뇌를 가진 탐정의 대명사로 알려져 있다. 또 한편으로는 시대가 만든 컨설팅 탐정이기도 하다. 산업화의 물결이 출렁이는 런던은 자본주의의 중심지였다. 그러나 물결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 빈곤과 무질서가 얼룩져 있었다. 도시가 번성할수록 빈민들은 더 가난해졌다. 경찰이 손 쓸 수 없을 정도로 범죄가 판을 쳤다. 자본주의가 뿜어낸 수증기는 스모그(smog)가 되어 런던 전역을 덮쳤다. 누런빛을 띤 스모그는 무지와 범죄의 온상이 되었다. 유능한 컨설팅 탐정 홈스는 독한 스모그에 갇힌 런던을 구원하는 존재이다. 그합리적인 이성을 지향하는 계몽주의와 고삐 풀린 자본주의가 혼재된 빅토리아 시대가 낳은 인물이다.


책 돋보기 렌즈는 홈스의 명성에 가려져 잘 알려지지 않은 코난 도일의 삶에 초점을 맞춘다. 제국주의의 영화를 누린 런던의 지식인과 작가들은 대영제국의 패권주의를 옹호했다. 코난 도일은 대영제국이 일으킨 전쟁을 지지하는 글을 썼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 전쟁에 참전해서 대영제국의 첨병이 되고자 했다. 몇몇 단편에는 식민지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도일의 편견이 드러나 있다. 창백한 병사(The Adventure of the Blanched Soldier)[주2]는 식민지 남아프리카 공화국을 둘러싼 영국과 보어인(Boer, 남아공에 정착한 네덜란드인) 간의 전쟁을 배경으로 한 단편이다. 보어전쟁을 지지한 도일은 이 소설에서 전쟁에 참전한 영국군을 영웅처럼 묘사했다.


계몽주의적 탐정 홈스는 이성의 범위에서 한참 벗어난 초자연 현상과 유령의 존재를 부정한다. 이와 정반대로 홈스를 창조한 도일은 심령주의에 심취했다. 그는 과학과 이성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신비한 현상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도일을 흥분하게 만든 유명한 초자연 현상이 코팅리의 요정(Cottingley fairies)’ 사건이다이 사건의 발단은 코팅리라는 마을에 사는 소녀와 요정들이 함께 찍힌 사진이었다. 가짜로 판명된 사진이었지만, 도일은 사진 속 요정이 진짜라고 주장했다. 의사가 되기 위해 의학을 공부했던 도일은 어쩌다가 심령주의에 빠졌는가. 그는 이 세상에 이성의 힘이 미치지 못한 불가사의한 스모그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 희뿌연 스모그를 걷어낼 수 있는 유일한 학문이 심령주의라고 믿었다.


셜록 홈스 시리즈는 단순히 흥미진진한 추리소설이 아니다. 빅토리아 시대라는 이름으로 남은 역사를 품은 지층과 같은 소설이다. 독자는 역사의 지층 속에 있는 영국인들의 삶과 가치관을 발굴하면서 읽을 수 있다지금도 수많은 홈스의 열혈 팬 셜로키언(Sherlockian)과 홈지언(Holmesian)은 <경전>을 수없이 반복해서 읽는다. 그들은 사소한 문장 하나도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문장 속에 감춰진 색다른 의미를 찾아내거나 거기에 새로운 해석을 부여한다셜록 홈즈 다시 읽기는 <경전>을 다시 읽게 만들며, 홈스와 코난 도일을 다시 보게 만든다. , 홈스 시리즈를 아직 읽지 않은 독자에게는 이 책을 권할 수 없다. 작품 결말이 나오기 때문이다. 반드시 홈스 시리즈의 모든 작품을 다 읽고 난 후에 책 돋보기를 사용하시라.


그런데 셜록 홈즈 다시 읽기 홈스 마니아라면 분명히 지적할 수 있는 대목이 몇 개 보인다책 돋보기가 생각보다 정확하지 않다후속 개정판 셜록 홈스 또다시 읽기가 나와야 할 듯하다.


 얼룩무늬 밴드(The Adventure Of The Speckled Band)[주3]는 도일 본인이 최고의 작품으로 평가한 단편 중 하나다. 이 작품에서 홈스는 추론과 소거법을 사용해서 한 여인의 목숨을 앗아간 존재를 밝힌다. 홈스는 그 존재의 정체가 인도에서 제일 위험한 연못 독사(swamp adder, 늪 살모사’로 번역한 책도 있다)’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홈스 연구자들은 홈스의 결론에 치명적인 결함이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인도에 늪 독사라는 종이 존재하지 않는다. 홈스가 목격한 독사의 정체는 무엇일까? 


윌리엄 스튜어트 베어링굴드(W. S. Baring-Gould)는 가장 유명한 셜로키언이며 경전연구가다. 그는 경전을 토대로 홈스의 (가상) 일대기를 정리한 베이커 가의 셜록 홈즈(Sherlock Holmes of Baker Street: A Life of the World's First Consulting Detective, 1962)를 썼다이 책에 홈스의 가족사가 나온다.



* 72

 



 부모님은 형 마이크로프트와 누나 쉐린포드 그리고 홈스를 데리고 

유럽 대륙을 자주 여행했다.



마이크로프트(Mycroft Holmes)는 <경전>에 유일하게 등장하는 홈스의 혈육이다. 셜록 홈즈 다시 읽기의 저자는 쉐린포드(Shellingford)누나라고 잘못 소개했. 베어링 굴드의 책에 언급된 쉐린포드는 홈스의 ‘맏이다. 마이크로프트는 둘째 형이다. 쉐린포드는 1845년에, 마이크로프트는 1847년에, 그리고 막내 셜록은 1854년에 태어났다. 셜록 홈스의 아버지는 장남 쉐린포드가 자신의 땅을 물려받아 대지주가 되길 원했다[주4].


셜록 홈즈 다시 읽기의 여섯 번째 주제는 신여성이다. 너도밤나무 집(The Adventure Of The Copper Beeches)[주5]에 등장하는 의뢰인인 바이올렛 헌터(Violet Hunter)의 직업은 가정교사. 가정교사는 당시 영국의 젊은 신여성이 선호한 직업이다. 저자는 빅토리아 시대의 가정교사는 돈을 벌고 어느 정도 대접을 받으며 독립적인 인격체로 살아갈 수 있었다고 주장한다(117). 하지만 저자의 견해는 사실과 다르다. 실제 가정교사의 급여는 매우 낮은 수준이었다. 교양이 있는 직업인데도 하녀로 취급받았다. 그리고 남성 고용주에게 괴롭힘을 당하거나 성범죄의 표적이 되기 쉬웠다[주6].



* 231




 영국 소설가 브램 스토커1897년에 드라큘라를 출간했다.



브램 스토커(Bram Stoker)는 영국에서 작가로 활동한 아일랜드 출신이다.




* 참고 문헌 240




시공사 시간과공간사



전두환 전 대통령의 아들이 설립한 출판사와 시간과 공간사는 서로 다른 회사다.






*


[1] 셜록 홈스의 회상록(The Memoirs of Sherlock Holmes)에 수록.

 

[2] 셜록 홈스의 사건집(The Case-Book of Sherlock Holmes)에 수록.

 

[3] 셜록 홈스의 모험(The Adventures of Sherlock Holmes)에 수록.

 

[4] 정태원 옮김, 베이커 가의 셜록 홈즈, 태동출판사, 2011, 10쪽과 16쪽 참조.

 

[5] 셜록 홈스의 모험에 수록.

 

[6] 레슬리 S. 클링거 주석 및 편집, 승영조 옮김, 주석 달린 셜록 홈즈 1: 셜록 홈즈의 모험, 현대문학, 2013, 509~510쪽 주석 12번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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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2-08-06 14: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어이쿠 좀더 정교한 조사가 필요했는데 부족했나 봅니다. 이런 걸 탁 캐치해내시는 cyrus님 완전 신기~!!

cyrus 2022-08-07 14:14   좋아요 0 | URL
저 역시 잘못 알고 있는 지식을 사실이라고 착각할 때가 있어요. 그래서 스스로 개선하기 위해 책을 더 찾게 되고, 읽으려고 해요. 책을 읽으면서 내가 옳다고 믿었던 지식이 틀렸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다시 태어나는 기분이 들어요. ^^

얄라알라 2022-08-06 15: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스모그를 걷어낼 유일한 학문이 심령주의라고, 도일이 믿었다는 점은 cyrus님의 글을 읽지 않고서는 반대로 생각했을 점이네요. 이런 깊이로 공부하고 책 읽어야 하나봅니다. 셜록 홈즈 시리즈 좋아했다면서도 수박 겉만 핥다가 뜨끔하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cyrus 2022-08-07 14:25   좋아요 0 | URL
셜록 홈스 이야기를 깊이 읽으려면 영국사와 빅토리아 시대의 문화를 알아야 해요. 이런 방식으로 읽으면 단편 한 편 다 읽는 데 시간이 걸려요. 공부하듯이 소설을 읽는 것을 추천하고 싶지 않습니다. ^^

새파랑 2022-08-07 08: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협찬받아 쓰셨다면 별 두개를 안주셨겠죠? ^^ 역시 사이러스님의 날카로움을 피해갈 수 없군요~!!

cyrus 2022-08-07 14:33   좋아요 1 | URL
협찬받은 책이 생각보다 완성도가 떨어지고, 개선해야 할 내용이 있으면 그게 왜 문제가 되는지 솔직하게 씁니다. 그리고 낮은 평점을 매깁니다. ^^

안병억 2022-08-07 11: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이러스님, 세심한 리뷰와 문제 지적 감사합니다. ‘셜록 홈즈 다시 읽기’의 머리말은 국내외 셜록키언의 다른 해석이나 비평을 언제든지 환영한다고 쓰고 있습니다(p.7). 아래의 답변을 드립니다. 저자가 수용한 사실상의 오류는 2판 인쇄에 반영하겠습니다.
1) 셜록의 누나를 쉐린포드로 오해했습니다. 유명한 홈지언 정태원 선생님의 번역본 출판사도 착각했습니다.
2) 아일랜드는 1921년 독립하기 전까지 통합왕국 영국(UK)에 속했습니다. 브램 스토커는 아일랜드 출신이지만 국적은 영국입니다.
3) 신여성의 표본으로서 가정교사의 처우 문제
-지적하신대로 가정교사의 봉급은 낮았고 종종 집주인의 범죄 표적이 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영석 교수의 저서 <<제국의 초상>>(푸른역사, 2009) 5장 딸들의 반란에서 분석하듯이 당시 교육받은 여성이 일할 수 있는 일자리는 매우 제한되었고 남녀 간 임금차별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또 ‘경전’에 의뢰인으로 나오는 가정교사 가운데 <너도 밤나무집>의 바이올렛 헌터를 제외한 나머지 여성들은 비교적 집주인으로부터 인정을 받고 보수도 괜찮은 편이었습니다. 그래서 저자는 “이들은 돈을 벌고 어느 정도 대접을 받으며 독립적인 인격체로 살아갈수 있었다.”라고 해석했습니다. 어느 정도를 강조합니다.

cyrus 2022-08-07 14:59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안병억 교수님. 제 서평을 보시고 이에 대한 답변을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브램 스토커가 살았던 시기에 아일랜드는 영국의 속국이었죠. 그 당시 역사적 배경을 생각하면 스토커의 국적은 영국이 맞아요. 하지만 이제는 영국 식민지였던 아일랜드에 태어난 인물의 국적을 아일랜드로 표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위키피디아 영문판의 ‘브램 스토커’ 항목에는 ‘Irish author’로 되어 있어요. 안 교수님의 말씀대로라면 윌리엄 예이츠와 제임스 조이스의 국적도 영국이어야 합니다.

예전에 어떤 책에서 본 건데요, 그 책을 쓴 저자는 영국 출신 노벨상 수상자에 아일랜드인까지 포함했어요. 다른 사람은 이 부분을 어떻게 볼지 모르겠으나 저는 영국 출신 노벨상 수상자와 아일랜드 출신 노벨상 수상자를 구분해서 보는 편입니다.

안 교수님이 언급한 <영국 제국의 초상>을 읽어 보겠습니다. 빅토리아 시대 가정교사의 실상을 여러 각도로 바라보고 이해하는 데 참고가 될만한 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영국 제국의 초상>을 읽은 후에 빅토리아 시대 신여성과 가정교사를 주제로 한 글을 새로 써보려고 합니다. 새로 쓰는 글에서는 일방적으로 안 교수님의 견해를 지적한 저의 견해가 틀렸음을 인정하고, <영국 제국의 초상> 속 내용을 반영하겠습니다. 제가 찾아보지 못한 책을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