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4일은 안중근 의사가 사형 선고를 받은 날이다. 이날이 되면 안중근 의사와 함께 우리가 꼭 기억해야 할 인물이 있다. 공장에서 일하다가 수은 중독으로 세상을 떠난 문송면이다. 그는 1971214일 충남에서 6남매 중 넷째로 태어났다. 그의 호적에 1973년생으로 기재되어 있지만, 정확한 출생연도는 1971년이다만약 문송면 씨가 지금 살아있었으면 50살 생일을 맞이하고 있을 것이다


















[참고도서]

 

* 유시민 나의 한국현대사 1959-2020(돌베개, 2021)


* 한국환경교육학회, 국립환경과학원 환경권 시대의 시작과 환경사(진한M&B, 2014)

 



198712월 5일에 문 씨는 서울로 상경하여 온도계 제작 공장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당시 문 씨의 나이는 열여섯 살이었다. 문 씨가 한 일은 온도계에 수은을 넣는 일이었다. 기체로 변한 수은이 호흡기를 통해 몸속으로 들어오면 신경계 질환이 생긴다. 1988년 1, 2월에 문 씨에게 손발이 마비되는 증상이 왔다. 공장에서 일한 지 두 달 만에 병가를 냈으며 19883월 말에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수은 중독 진단을 받았다. 198872일 새벽에 문 씨는 심한 전신마비와 구토 증세에 시달렸고, 토사물이 기도에 막혀 세상을 떠났다


공장은 문 씨의 죽음을 산업재해로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국내 사상 최악의 산업재해인 원진레이온 사태가 세상에 알려지면서 대중은 산업재해의 심각성에 주목하기 시작했다원진레이온은 인조견사 생산 공장이다. 그곳에서 천여 명의 노동자들은 매월 300시간 넘게 일했다. 그들은 인조견사를 생산하는 과정에 나오는 이황화탄소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었다. 원진레이온 소속 노동자들은 원인을 알지 못한 채 각종 질병과 신체장애를 겪었고, 그중 38명이 사망했다. 이황화탄소 중독으로 인한 직업병으로 인정받지 못한 채 후유증에 시달리다가 숨을 거둔 노동자들이 있었고, 어떤 노동자는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산업재해를 은폐하려는 원진레이온의 비윤리적인 조치와 노태우 정부 노동부의 소극적인 대응이 산업재해의 희생자를 더 늘어나게 했.


문송면 수은 중독 사망 사건 대책위원회원진레이온 직업병 피해자 가족협의회’를 결성한 노동운동가와 산업재해 피해 노동자들은 산업재해 추방 운동을 펼쳤다. 그들의 노력은 노동자의 건강권과 안전하게 일할 권리의 중요성을 알린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노동자는 열악한 작업환경에서 쉬지도 못하면서 일하고 있다. 산업재해와 직업병을 방조한 기업과 공장은 법적 책임을 회피하려고 한다. 사법부의 기업 및 공장 처벌이나 제재는 너무 가벼운 솜방망이다. 문 씨의 죽음과 원진레이온 사태 이후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모는 노동 관행은 사라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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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1-02-14 19: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두 달 만에 수은 중독으로 사망하다니.. 16살이라는 꽃같은 나이에. 스크린 도어 사고 때도 그렇고 이런 일들은 언론의 지속적인 주목도 받지 못하는 실정이 안타깝네요. 고발프로가 정치 소비를 벗어나 이런 사건들에 집중해주면 좋겠어요.

cyrus 2021-02-15 19:09   좋아요 2 | URL
언론이 너무 많아도 문제에요. 대부분 기자들은 산업재해의 참상만을 보도해요. 이 사람들과 달리 진보 성향의 언론이나 대안 언론 기자들은 산업재해를 고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깊이 있게 분석하면서 보도해요. 이러면 짧은 분량의 자극적인 기사가 포털 사이트에 많이 노출되고, 산업재해 이슈는 묻혀버립니다.

바람돌이 2021-02-14 22:5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아직도 중대재해기업 처벌법같은 당연한 법이 논란이 되는게 안타깝습니다.

cyrus 2021-02-15 19:11   좋아요 2 | URL
이상하게 우리나라에 가해자를 동정하고 편드는 사람들이 많아요. 학교 폭력 가해자, 성폭력 가해자, 부정부패 정치인과 기업인들. 처벌 받아야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mini74 2021-02-14 22: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중학교때 일어난 사건이라 기억나요. 선생님이 그 기사 읽어주시며 슬퍼했던 기억나요. 우리에게 환경병과 열악한 근로조건 이야기도 해주시고. 그런데 그 선생님. 우리들 앞에서 전교조라고 끌려가셨어요. 그때 우리학교애들 운동장에서 울면서 선생님들 돌려보내달라고 서 있었던 기억이 나요. 나중에 남아 있던 선생님들에게 먼지나게 맞았지요. 그 때 그 시절 끌려가셨던 선생님들이 제 기억엔 제일 좋았던 선생님들입니다. 참 징그러운 시대. 그런데 누군가는 그 시대를 그리워하네요. 그 시대를 제대로 살아보지도 않아놓고.

미미 2021-02-15 10:27   좋아요 0 | URL
아 눈물나네요..ㅠㅠ

cyrus 2021-02-15 19:13   좋아요 0 | URL
징그러운 시대... 맞아요. 정말 과거를 적절하게 표현하셨어요. 묻지도 말고, 따지지도 말아야했던 시절이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