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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대 담배 ㅣ 쏜살 문고
조지 오웰 지음, 강문순 옮김 / 민음사 / 2020년 3월
평점 :
평점
2.5점 ★★☆ B-
쏜살문고의 ‘쏜살’은 1966년에 세워진 민음사의 초창기 로고 ‘활 쏘는 사람’을 뜻한다. 쏜살문고는 민음사 창립 50주년인 2016년에 첫선을 보였다. 출판사 측은 쏜살문고가 ‘아름다운 글 화살’이 되어 독자의 가슴에 가닿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조지 오웰(George Orwell)의 에세이 선집 《책 대 담배》는 작년 3월에 나온 쏜살문고 시리즈다. 표제작인 『책 대 담배』는 책이 안 팔리는 이유를 나름 계산하면서 분석한 오웰의 영민한 능력이 돋보인 글이다. 그는 독서가 개 경주나 영화 보러 가는 것보다 재미가 없어서 사람들이 책을 사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책 대 담배》는 아쉬운 점이 많은 책이다. 이 책에서 오웰의 주석을 제외한 역자의 주석은 고작 두 개뿐이다. 이 두 개의 역주는 책에 제일 마지막에 수록된 『가난한 사람들은 어떻게 죽는가』에 있다. 역주가 없으면 독자는 오웰의 글을 이해하지 못한다. 《책 대 담배》에 수록된 『책방의 추억』, 『훌륭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런대로 괜찮은 책』, 『문학을 지키는 예방책』은 오웰의 폭넓은 관심사가 반영된 글이다. 그는 이 세 편의 글에서 영미 작가와 소련 출신 인사들을 언급하면서 그들의 글과 행보를 비평하고 있으며 스페인 내전과 파시즘에 대한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드러낸다. 그런데 이를 친절하게 설명해줄 역주가 없으니 독자들은 오웰의 박학다식함에 기가 죽고 만다. 이러면 독자들은 오웰의 글이 어렵다고 느낀다. 나는 오웰의 에세이를 읽으려는 독자에게 한겨레출판사에서 나온 《나는 왜 쓰는가》를 추천하고 싶다. 이 책의 장점은 역주다. 역자는 오웰의 글이 쓰인 시대적 배경뿐만 아니라 낯선 용어와 인명을 역주를 통해 아주 상세하게 설명했다.
오웰의 글이 아무리 잘 썼어도 역자의 주석이 없으면 독자의 가슴에 가닿지 못한다. 역자는 완성된 《책 대 담배》를 만족스럽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이 책은 ‘쓰다 만 책’이다. 역주를 달지 않은 것은 역자의 직무유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