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ott님의 도움을 받아 One Hundred Years of Solitude(약칭 백 년’) 번역본 2(문학사상사, 민음사)의 번역 실태에 대한 글을 다시 쓸 수 있게 되었다. scott님이 아니었으면 이미 썼던 두 편의 글은 필자의 부족한 외국어 실력만 드러낸 부끄러운 반쪽짜리 작업의 결과물이 될 뻔했다. scott님은 스페인어로 된 원작에 있는 원문을 직접 찾아 확인해주셨다. 그리고 스페인어 원문과 국역본 2종의 번역문을 비교 분석도 해주셨다. 이 글을 통해 scott님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 가르시아 마르케스, 안정효 옮김 백년 동안의 고독(문학사상사, 2005)

    

 

 

 

 

 

 

 

 

 

 

 

 

 

 

 

 

* 가르시아 마르케스, 조구호 옮김 백년의 고독(민음사, 2000)

 

 

 

    

 

이 글은 기존에 썼던 두 편의 글을 보완한 글이다. 새로 추가된 내용은 댓글에 있는 scott님의 의견이다. 그래서 scott님이 단 댓글의 내용을 인용했다글을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scott님의 댓글 내용 중 필자가 쓴 글과 중복된 내용(영문판 원문과 국역본 2종에서 인용한 문장)은 제외했다백 년번역본 2종과 관련된 새로운 내용이 나오는 대로 계속 추가할 것이다.

 

 

 

 

 

 

 

 

 

1

 

 

* 영문판

  Úrsula on the other hand, held a bad memory of that visit, for she had entered the room just as Melquíades had carelessly broken a flask of bichloride of mercury. Its the smell of the devil, she said. Not at all, Melquíades corrected her. It has been proven that the devil has sulphuric properties and this is just a little corrosive sublimate.

 

 

* 문학사상사 10

  우르슬라만큼은, 멜키아데스가 실수로 제2산화수은이 담긴 병을 깨뜨린 순간 방에 들어섰기 때문에, 그의 방문에 대해 별로 좋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 냄새, 정말 악마의 냄새처럼 고약했어요.” 우르슬라가 말했다. “아닙니다.” 멜키아데스가 대꾸했다. 지옥의 악마한테서는 유황 냄새가 나는데, 그날 부인이 맡은 냄새는 거기에 비하면 퍽 고상했죠.”

 

 

* 민음사 119

  멜키아데스가 2염화수은이 담긴 유리병을 실수로 깨뜨리는 순간에 하필 그의 방에 들어갔던 우르술라는 그의 방문에 대해 좋지 않은 기억을 간직하게 되었다.

이건 악마의 냄새예요그녀가 말했다.

그렇지 않습니다멜키아데스가 바로잡아 주었다. 「악마는 유황 성분을 지니고 있다는 게 밝혀졌고요, 또 이건 단지 약간의 염화수은일 뿐이지요

 

 

 

* 필자가 쓴 것

 

bichloride of mercury: 염화수은(II), 염화 제2수은, 2염화수은, 승홍(昇汞, corrosive sublimate)

 

염화수은: 염소와 수은의 화합물, 염화수은(II)화학식 HgCl2

 

산화수은(mercury oxide): 수은의 산화물(한 개 이상의 산소 및 다른 원소와 결합하고 있는 화합물), 화학식 HgO

 

 

 

 

* scott님의 분석 

  

 

스페인어 원문

  Úrsula, en cambio, conservó un mal recuerdo de aquella visita, porque entró al cuarto en el momento en que Melquíades rompió por distracción un frasco de bicloruro de mercurio.

-Es el olor del demonio -dijo ella.

-En absoluto -corrigió Melquíades-.

Está comprobado que el demonio tiene propiedades sulfuricas, y esto no es más que un poco de solimán.

 

이렇게 놓고 비교해보니 확실히 조구호씨 번역은 스페인어판을 직역하셨고(나쁘게 말하면 어순을 뒤죽박죽 구글 번역기 돌리듯) 안정효씨 번역은 영어판으로 번역해서인지 의역을 했지만 스페인어판과 똑같이 우르슬라와 멜키아데스에 주체를 뒤바꾸지 않고 어순도 정확합니다.

 

‘en que‘라는 시간 접속 부사구(that절이 아닌 시간 부사구 just as로 번역해야함) 뒤 주어를 조구호씨는 문장 첫머리 주어로 번역했는데 영어판 번역 우슬라가 주어로 나와야 정확한 번역입니다.

 

‘porque~’ 구절도 이유를 뜻하는 ‘for~’ 구절로 번역한 영어판이 정확하고

 

조구호 씨 번역은 어순이 뒤바꿔버릴 정도로 엉망

solimán은 스페인어로 수은으로 만든 화장품

sulfurico(단수형) / sulfuricas: (스페인어) 황산

sulphuric: (영어) 유황

 

스페인어판 원본에는 ‘황산’이라는 단어를 썼고 영어판에는 유황으로 번역했고 ‘corrosive sublimate’는 영어판에서 염화 제2수은이라는 전문 화학용어가 아닌 원문이 품고 있는 진짜 뜻, 즉 수은 성분이 들어간 화장품 / 황산이 부식할 때 나는 유황 냄새’로 번역했네요.

 

올려주신 번역본만으로 볼 때 안정효 번역본이 스페인어판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영어 번역본이 정확하고 (원문이 품고 있는 의미를 안정효 씨가 의역한 것은 있음) 2산화수은이라고 화학적 용어가 아닌 가르시아 마르케스는 수은이 들어간 화장품을 의미했고 (원문에서) 조구호 번역은 일대일 사전 찾아 번역기 돌려버린 것 같아요.

 

 

 

 

 

 

 

 

8

 

* 영문판

  They found her dead on the morning of Good Friday. The last time that they had helped her calculate her age, during the time of the banana company, she had estimated it as between one hundred fifteen and one hundred twenty-two.

 

 

* 민음사 판 2203

  우르술라는 죽은 몸으로 성 목요일 아침을 맞이했다. 바나나 회사가 있던 시절 여러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마지막으로 그녀의 나이를 계산해 보았는데, 그 당시 그녀가 백열다섯 살에서 백스물 살 사이라고 결론지었었다.

 

 

* 필자가 쓴 것

 

성 목요일(Maundy Thursday)은 예수가 겟세마네 동산(Gethsemane)에서 체포된 날이며 성 금요일(Good Friday, 수난일: 십자가형을 받은 예수의 죽음을 기념하는 날) 전날이다. 그리고 백스물 살이 아니라 백스물 두 살이다.

 

 

 

* scott님의 분석

 

 

스페인어 원문

  Amaneció muerta el jueves santo. La última vez que la habían ayudado a sacar la cuenta de suedad, por los tiempos de la compañía bananera, la había calculado entre los ciento quince y los ciento veintidós años.

 

영어 번역본은 ‘good Friday’라고 했는데 스페인어 원문(el jueves santo)성 목요일이라고 되어있네요

 

‘ciento veintidós’는 백스물 두 살이 정확한 뜻입니다.

‘ciento quince’는 백 열다섯 살 정도

원문에는 백 열다섯 살에서 백스물 두 살 사이 라고 적혀 있어요.

 

 

 

 

 

 

 

 

10

 

 

* 영문판

  When he rode the bicycle he would wear acrobats tights, gaudy socks, and a Sherlock Holmes cap, but when he was on foot he would dress in a spotless natural linen suit, white shoes, a silk bow tie, a straw boater, and he would carry a willow stick in his hand.

 

 

* 문학사상사 420

  그는 자전거를 탈 때면, 곡예사의 흘태바지알록달록한 양말을 신고 셜록 홈즈의 모자를 쓰고 다녔지만, 걸어 다닐 때에는 티끌 하나 없는 단정한 양복에 흰 구두를 신고 비단으로 만든 나비넥타이에 밀짚모자를 쓰고 손에는 버드나무 단장을 짚고 돌아다녔다.

 

 

* 민음사 판 2254

  그는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닐 때는 곡예사 바지백파이프 연주자들이 신는 양말을 신고, 탐정들이 쓰는 모자를 썼으나, 걸어 다닐 경우에는 말끔하게 손질한 생 아마포 옷에 흰 구두를 신고, 비단 나비넥타이를 매고, 맥고모자를 쓴 차림으로 버드나무 단장을 들고 다녔다.

 

 

* 필자가 쓴 것

 

gaudy: 천박한, 촌스러운, 요란스러운, 번지르르한

 

인쇄가 잘못된 건지 아니면 안정효 씨가 잘못 적은 건지 알 수 없지만, 흘태바지가 아니라 홀태바지(통이 매우 좁은 바지)라고 써야 한다.

 

영문판에는 백파이프 연주자들이 신는이라는 번역문에 해당되는 표현이 없다. 그렇다면 스페인어로 쓰인 책에 백파이프 연주자들이 신는이라는 표현이 있을 수 있다. 필자가 스페인어 판을 확인하지 않았기 때문에 뭐가 맞는 번역인지 판단하지 않았다.

 

그런데 조구호 씨는 ‘Sherlock Holmes cap’탐정들이 쓰는 모자라고 엉터리로 번역했다. ‘Sherlock Holmes cap’은 셜록 홈스가 써서 유명해진 모자(원래는 사냥꾼들이 즐겨 쓴 모자). 탐정들은 홈스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모자를 쓰고 다니지 않는다. (잘못된 내용이라 필자가 취소선을 그었음)

 

 

 

* scott님의 분석

 

 

스페인어 원문

  Cuando andaba en el velocipedo usaba pantalones de acrobata, medias de gaitero y cachucha de detective, pero cuando andaba de a pie vestia de lino crudo, intachable, con zapatos blancos, corbatin de seda, sombrero canotier y una vara de mimbre en la mano.

 

우선 스페인어 원문에서

pantalones de acrobata-곡예사 바지

medias de gaitero- ‘gaitero‘가 백파이프 medias 는 양말 즉, 백파이프 연주자들이 신는 양말이라는 뜻(조구호 번역이 맞음).

 

특히 영어번역판에 셜록 홈즈의 모자라고 해석했는데 스페인어 원문에는 cachucha de detective-‘탐정들이 쓰는 모자라고 쓰여 있어요. (영어판이 의역 원문에 셜록 홈즈라는 단어가 없음)

 

안정효 씨의 번역에 [그는 자전거를 탈 때면]이라고 해석한 부분 스페인어 원문은[pero cuando andaba de a pie vestia de lino crudo]‘andaba de a pie vestia de lino crudo’ 자전거를 타고 구석구석(목적 없이) 돌아다니는 어슬렁거리는 의미입니다. pero cuándo~접속사구 해석을 영어에서 단순히 ‘when’으로 해서 안정효 씨가 그냥 ‘00~라고 번역한 것 같습니다.

 

이 단락 부분은 영어판이 원문과 다른 의미에 단어 없는 단어를 넣고 있는 단어를 빼 버림

 

스페인어 원문에 충실하게 번역한건 조구호

안정효 : 조구호- 50:50인 것 같네요.

 

 

 

 

 

 

* 필자의 소감

 

두 번째 글에서 필자는 조구호 씨의 번역문(‘탐정들이 쓰는 모자’)을 엉터리라고 지적했다. 스페인어 원문을 확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주제넘게 조구호 씨의 번역을 엉터리라고 지적한 것은 잘못된 일이다. 잘못을 반성하는 차원에서 문제의 구절은 지우지 않고, 취소선을 그었다. 그러면 시간이 지난 후에 다시 확인할 수 있다. scott님이 두 번째 댓글을 달지 않았다면, 필자의 잘못된 의견이 고쳐지지 않은 채 그대로 공개될 뻔했다.

 

독자의 눈에 보이는 무지로 인한 오류와 실수로 쓴 문장은 삭제하면 되지만, 그런 식으로 너무 쉽게 글에 드러난 결점을 덮어버리고 넘어가선 안 된다. 그렇게 되면 과거의 결점이 뭐였는지 금방 잊게 되고, 이로 인해 글을 쓰다가 또 한 번 비슷한 실수를 저지른다. 이런 일이 생기지 않으려면 글에 남아 있는 결점을 부끄러워하면서 지우기보다는 그냥 그대로 놔두는 게 낫다. 삭제하지 않고, 공개하는 것도 글쓰기의 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글에 얼룩처럼 남아 있는 과거의 오류를 되돌아보면서 다시 그런 실수를 하지 않도록 스스로 경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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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레사 2020-12-06 12: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동생은 이 소설이 원시적이고 무속적이라며 은근 낯설면서도 재미있었던 모양입니다만 저는 파리에서 돌아오는 비행기 속에서 읽다가 집어던져버렸던 기억입니다.그 뒤로 남미 문학에 대한 주저함이 생겼어요.지금도 바뀌진 않은 듯합니다.낯설고 어리둥절한 문화 차이...나의 개성이겠지만..벌써 18년 전의 일입니다.ㅎ

cyrus 2020-12-07 07:41   좋아요 1 | URL
시간이 지난 뒤에 다시 소설을 읽으면 소설에 대한 생각이 달라지는 경우가 있어요. 과거에 좋게 본 책이 나중에 다시 읽을 땐 그때만큼 좋은 느낌이 안 날 수 있어요. ^^

곰곰생각하는발 2020-12-06 13: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이거 사이러스 님과 스코트 님의 합작품이로군요..

cyrus 2020-12-07 07:41   좋아요 1 | URL
그렇습니다. ^^

2020-12-06 15: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람돌이 2020-12-07 01: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읽다가 번역이 이상해보이면 그냥 짜증내고 마는데 이런 훌륭한 글을....

cyrus 2020-12-07 07:55   좋아요 1 | URL
번역 비판은 전문가가 해야 하는 일인데, 번역을 비판한 전문가의 글을 찾기가 쉽지 않아요. 물론, 제가 못 찾은 것일 수 있어요. 독자들이 번역을 지적한 서평이 있긴 합니다만, 구체적으로 어떤 문장이 이상하고 잘못 되었는지 명시하는 내용이 없어요. 그냥 “이 책의 번역은 별로야”라고 언급한 게 전부에요. 번역을 비판한 독자의 글은 번역에 문제 있는 책을 읽으려는 다른 독자들에게 도움이 되지만, 오역 사례를 제시하지 않는 이상 번역을 비판한 독자들의 입장 또한 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전문가는 아니지만, 여러 독자들이 왜 번역에 이상함을 느끼고, 지적하는지 알고 싶어서 이런 (비효율적인) 작업을 해왔어요.

2020-12-07 09: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2-07 13:19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