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레드스타킹 모임 후기를 썼다. 지난 달 초에 《망명과 자긍심》 독서 모임을 시작으로 오프라인 활동을 재개했다. 코로나가 유행한 석 달 동안 오프라인 모임이 중단되었다. 모임 활동 중단되기 전 마지막 모임은 2월 8일 토요일에 있었던 글쓰기 모임(일명 ‘레드라이터스’)이다. 마지막 독서 모임은 1월 24일 설날이었고, 그 날 읽은 책은 박민정 작가의 《아내들의 학교》다. 2월 말에 《BL 진화론》 독서 모임 일정이 있었는데, 하필 그 기간에 코로나가 대구를 점령하는 바람에 모임이 취소되었다.
독서 모임을 얼마 만에 다시 시작했는지 날씨를 세어봤다. 127일째 되는 날(4개월 7일)에 모였다.
코로나에 빼앗긴 봄은 벌써 지나가고, 여름이 성큼 다가왔습니다. 코로나의 기세가 좀처럼 꺾이질 않네요. 제발 올해 여름은 코로나 걱정 없이 편안하게 생활하고 싶어요. 5월 마지막 주 금요일 저녁에 독서 모임이 있었습니다. 우리 독서 모임에 두 분이 처음 오셨어요. 앞으로도 자주 뵈었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도 있어요. 레드스타킹 멤버들의 활동을 영상으로 기록한 진○ 씨가 당분간 우리 곁을 떠납니다. 진○ 씨, 늘 건강하시고 잘 지내시길 바랍니다.
* [레드스타킹 2020년 5, 6월 도서] 강화길 외 《2020 제11회 젊은 작가상 수상 작품집》 (문학동네, 2020)
* [레드스타킹 2020년 1월 도서] 박민정 《아내들의 학교》 (문학동네, 2017)
《2020 제11회 젊은 작가상 수상 작품집》(약칭 ‘젊은 작가상’)은 박민정 작가의 《아내들의 학교》에 이어서 두 번째로 읽는 국내 소설입니다. 올해 ‘젊은 작가상’ 수상자는 강화길(대상), 최은영, 김봉곤, 이현석, 김초엽, 장류진, 장희원입니다. 일곱 편의 수상작에서 페미니즘과 성 소수자에 대한 작가들의 관심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실 저는 국내 작가의 소설을 읽지 않는 편이에요. 그래도 최근 국내 문학의 흐름이 궁금해서 이 책을 읽었어요. 개인적으로 좋게 본 작품은 강화길 작가의 <음복>과 김초엽 작가의 <인지 공간>이에요.
<음복>은 독자들의 허를 찌르는 반전이 있는 소설이에요. <음복>은 가족의 일상적인 모습을 소재로 한 스릴러 소설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소설에는 제사를 준비하는 어머니와 반대로 제사를 좋아하지 않는 고모의 모습을 이해하지 못하는 남성이 나오는데요, 이 인물의 묘사가 진부하다는 의견이 있었어요. 소설 속 남성은 현실에도 있어요. 이런 사람은 명절에 제사상을 준비하는 일을 맡는 어머니와 아내의 고충을 몰라요.
<인지 공간>은 공동체가 사회적 약자를 배제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소설입니다. 이 소설에 묘사된 ‘인지 공간’은 공동체적 가치관과 공동 지식이 함축된 세상입니다. 소설의 화자는 인지 공간의 관리자가 되어 안정적인 삶을 추구하지만, 화자의 친구 ‘이브’는 ‘진짜 세계’를 보기 위해서 인지 공간을 떠나고 싶어 합니다. 인지 공간에 익숙한 사람들은 이브의 생각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오히려 그들은 이브의 생각 자체가 위험하다고 단정합니다. 이 소설의 결말이 마음에 들었다는 분들이 많았어요.
그밖에 장류진 작가에 대해서 열띤 대화가 이어졌습니다. 《일의 기쁨과 슬픔》으로 유명한 작가죠. 《일의 기쁨과 슬픔》을 읽은 분들이 많았는데요, 작가의 여성 인물 묘사를 비판하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제가 《일의 기쁨과 슬픔》을 읽지 않아서 장류진 작가의 소설에 대한 모임 참석자들의 의견들을 자세하게 기록하지 못했습니다. 양해 바랍니다.
《젊은 작가상》을 더 읽어보고, 다음 모임에 책에 관해서 이야기해보기로 했습니다. 모임 날짜가 확정되면 인스타그램에 공지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