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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 지적 전투력을 높이는 독학의 기술
야마구치 슈 지음, 김지영 옮김 / 앳워크 / 2019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내면을 성장하는 데 독서만 한 방법이 있을까. 그러나 풍성한 영상 콘텐츠들을 언제 어디서든 접할 수 있는 시대 속에서 책을 엄청나게 좋아하는 사람을 좀처럼 만나기 쉽지 않다. 독서가 중요하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는데, 왜 지속적인 독서가 어려운 것일까? 책 한 권을 읽는 것은 상당한 인내력이 있어야 하는 일이다. 이제는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컴퓨터나 태블릿 PC, 스마트폰 등을 통해 원하는 정보를 찾을 수 있다. 검색 방법을 잘 활용하고 ‘거짓 정보’를 잘 피한다면 인터넷상에서도 신뢰도가 높은 유익한 정보를 몇 분 만에 얻을 수 있다.
요즘 국내의 독서 장려 운동은 독서문화 확산을 위해 마을 도서관을 세우거나 동네 서점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읽어야 할 책이 너무 많아진 시대가 되었다. 애서가들은 읽을 책이 많아서 행복한 고민을 하겠지만, 책을 가까이하지 않은 사람들은 정말로 고민에 빠진다. ‘저 많은 책 중에 뭐부터 읽으면 좋지?’ 이들의 고민은 남 일 같지 않다. 책 속에 있는 정보를 얻으려고 할 때 가장 먼저 하는 것은 캐내려 하는 정보가 많이 묻힌 광맥과 같은 책을 고르는 일이다. 한정된 시간에 광맥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광맥을 찾아 나서는 과정이 생각보다 길어지면 다음 단계인 정보를 캐내고 연마하는 작업으로 전진하지 못하게 된다. 공부의 시작은 독서다. 결국, 책을 읽는다는 것은 한 사람이 깊은 내공을 쌓는 데 필요한 정보를 받아들이는 일이다. 나는 책 속에 있는 정보를 읽는 행위를 통해 ‘인풋(input)’하여 글쓰기로 ‘아웃풋(output)’하는 과정이 몸에 밴 독자이다. 그러나 인풋 단계를 제대로 시작하지 못해 흐지부지된 경우가 많았다. 내가 생각해도 읽어야 할 책을 너무 신중하게 살펴보는 데 할애했다.
혼자서 공부하는 일, 즉 독학은 지식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서 현상의 참된 성질을 꿰뚫어 보는 무기로 활용하는 과정이다. 독서를 좋아하는 학구적인 사람이라면 독학에 몰두하는 데 시간을 보낸다. 나는 9년째 그렇게 살아왔다. 그런데 내게 한 가지 큰 문제가 있다. 책을 열심히 읽었는데도 책에서 찾은 정보를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면 책에서 본 내용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 이 고질적인 문제점의 원인을 알아내서 해결하고 싶어서 《독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라는 책을 고르게 됐다.
저자는 독학을 ‘지적 전투력의 향상’을 위한 어른의 공부로 본다. ‘전투’라는 표현 때문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저자는 지적 전투력을 인간의 신체 능력인 순발력과 지구력으로 비유한다. 순발력은 순간적으로 힘을 발휘하는 능력이고, 지구력은 오랜 시간 힘을 발휘할 수 있는 능력이다. 이 두 가지 신체 능력을 지적 능력으로 연관 지어서 설명하면 지적 전투력의 의미에 대한 이해가 빠를 것이다. 지적 전투력에서의 순발력이 내가 알고 있는 정보를 특정 상황에서 적절하게 사용하는 능력이라면, (지적 전투력에서의) 지구력은 과거에 습득한 정보를 잘 축적하는 능력이다. ‘지적 전투력’이라고 해서 상대방을 살벌하게 지적하기 위해 공부해야 할 지식의 양이라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지식의 양으로 누군가를 공격하는 것은 독학의 목표가 될 수 없다. 즉 이 책에서 말하는 지적 전투력은 ‘지적 싸움의 기술’이 아니다.
저자의 독학은 인풋(독서)와 아웃풋(글쓰기)에 중점을 둔 기존의 지적 생산 방식과 다르다. 저자는 지적 생산 방식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이미지화한다. 이 시스템은 ‘전략’, ‘인풋’, ‘추상화 및 구조화’, ‘축적’으로 이루어져 있다. 전략은 독학을 실행하기 위한 과정을 계획하는 일이다. 독학을 시작하려는 사람은 이 전략 단계에서 자신이 공부하고 싶은 테마(Thema)를 설정하고, 어떻게 하면 그 테마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찾을 수 있는지 생각한다. 전략을 수립했으면 인풋 단계로 가면 된다. 책이나 각종 기타 자료 등을 통해 정보를 획득한다. 인풋 단계에서 습득한 정보를 추상화하고 구조화한다. 추상화는 정보의 핵심을 요약하고 정리하는 것이고, 구조화는 자신만의 관점으로 요약한 정보를 분석하고 조합하여 거기에 의미를 부여하는 일이다. 추상화 및 구조화된 정보를 실생활에 활용할 수 있도록 잘 축적해두어야 한다. 마지막 축적 단계는 내 것으로 만든 정보를 잘 저장하고 관리하는 작업이다. 축적 작업은 ‘지식과 정보를 외우는’ 방식과 다른 의미다. 지금까지 나는 지식과 정보를 기억하기 위해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해왔다. 그러나 저자는 ‘기억하는 것’이 독학의 목표가 아니라고 강조한다. 많은 양의 지식과 정보를 가지고 있어도 시간이 지나면 다 잊어버린다. 그리고 지식과 정보에도 ‘유통기한’이 있다. 따라서 무조건 기억해야 한다는 심정으로 공부하지 않아도 된다. 유통기한이 지난 지식과 정보를 ‘배출’하고, 공간이 넉넉해진 저장고에 신선한 지식과 정보를 넣어두는 과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저자가 말한 독학의 과정을 충실히 실행하면 저장고에 모아둔 정보를 필요할 때마다 꺼낼 쓸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 문제점이 무엇인지 알았다. 나는 암기에 대한 강박관념을 갖고 있었다. 암기 중심의 독서와 독학에 몰두하다 보니 내가 습득한 지식과 정보를 추상화하고 구조화하는 작업을 소홀히 했다. 《독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는 단순히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독학이 아닌 새롭게 변하는 세상 속에 유연하게 살아가는 인간으로 만들어주는 독학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내가 추구하는 독학은 저자가 말하는 삶의 무기를 만드는 과정이 아니다. 독학은 내 삶에 지루할 틈을 없게 하는 즐거운 놀이다. 독학을 통해서 새로운 정보로 가득한 세상을 만나고, 그 세상을 자유롭게 탐험하면서 지적인 안목을 넓힌다면 아주 재미있고 풍요로운 인생이 될 수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