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이한 것과 으스스한 것
마크 피셔 지음, 안현주 옮김 / 구픽 / 201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기이한(weird) 으스스한(eerie) 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과연 이 두 가지 유형에 차이점이 있을까? 기이한 것은 말 그대로 이상한 것이다. 으스스한 것은 몸에 소름 돋게 하는 대상이다. 우리는 무서운 영화를 보고 나면 소름 돋았다라거나 소름 끼친다라는 말을 한다. 소름 돋게 하는 으스스한 것은 결국 불안과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고 기묘한 존재나 현상을 접했을 때도 마음이 불안해지고 소름이 돋는다. 기이한 것과 으스스한 것은 얼핏 보기엔 비슷해 보인다.

 

영국의 작가 겸 문화이론가 마크 피셔(Mark Fisher)하워드 필립스 러브크래프트(Howard Phillips Lovecraft: 미국의 작가, 공포 문학의 선구자로 평가받는다)에 대한 학술 토론회에 참석하고 나서부터 기이한 것과 으스스한 것의 사례들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다. 러브크래프트, 허버트 조지 웰스(Herbert George Wells), 마거릿 애트우드(Margaret Atwood) 등 작가의 작품들과 영화와 팝(pop)이 그의 관심사다. 그는 우리 일상을 관통하는 대중문화 속에 기이한 것과 으스스한 것의 특성이 어떤 방식으로 표현되고 있는지 분석하고 비평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는 자신의 연구 결과물을 보지 못한 채 2017년에 세상을 떠났다. 13편의 에세이로 이루어진 기이한 것과 으스스한 것은 피셔의 유작이다.

 

으스스한 것에 접근하기라는 제목의 글에 피셔가 말한 기이한 것과 으스스한 것의 의미가 잘 나와 있다. 기이한 것은 (우리와/현실에)어울리지 않는 존재이다. 기이한 것은 분명히 존재한다. 우리가 보기에 기이한 것은 너무나도 이상하거나 뭔가 잘못되어 있다. 러브크래프트의 소설에 나오는 괴물들은 기이하다. 그것들은 거대하며 인간의 외형을 닮지 않았다. 그래서 기이하다. 우리의 기준으로 볼 때 기이한 것은 잘못되고 위험한 것이다. 그러나 피셔는 기이한 것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면 기이한 것에 대한 오해가 생긴다고 말한다.

 

으스스한 것은 존재의 오류또는 부재의 오류로 설명할 수 있다. ‘존재의 오류무언가 있어야만 할 때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다. ‘부재의 오류존재의 오류와 반대되는 상황으로 이해하면 된다. ‘부재의 오류아무것도 없어야 할 곳에 무언가가 존재하는 상황이다. 으스스한 것은 미지의 것이다. 그러나 그것에 대한 진실을 알고 나면 으스스한 느낌이 들지 않는다.

 

기이한 것과 으스스한 것은 단순히 유령이나 귀신과 같은 초자연적 존재에서만 나타나는 특징으로만 볼 수 없다. 기이한 것과 으스스한 것은 일상의 공간에 언제든지 나타날 수 있다. 일상은 어떤 사람에게나 매일 되풀이되는 삶이다. 이런 친숙한 환경에 이전에 만나지 못한 낯선 존재가 나타나거나 익숙한 존재가 돌연 사라지게 된다면 그것은 일상을 와르르 무너뜨리는 기이하고 으스스한사건이다. 기이하고 으스스한 사건에 휘말리면서 느끼는 공포는 우리의 감정을 조여 오는 섬뜩한 현실이 된다. 일상을 위협하는 공포는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숨어 있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대중문화 속에 스며든 기이하고 으스스한 것을 즐기고 있다. 즐기는 건 좋다. 그렇지만 소설이나 영화 속에 나올 법한 기이하고 으스스한 사건들이 최악의 현실로 되지 않기를 바라야 한다.  

 

 

 

 

 

Trivia

 

 

* 역자의 주석에 오류가 있다. 주석의 글자 크기가 너무 작아서 읽기가 불편하다.

 

 

 

 

 

53쪽에 영국의 극작가 알프레드 제리라는 이름이 나온다. ‘알프레드 제리가 아니라 알프레드 자리(Alfred Jarry)라고 표기해야 한다. 그리고 그는 프랑스인이다. 그의 작품 <우부 로이(Ubu Roi)>위뷔 왕또는 위비 왕이라는 제목으로 두 차례나 번역되었다. 그런데 역자는 <우부 로이>국내 미번역작으로 분류했다.

 

 

 

 

 

 

81쪽에 극작가 사무엘 베케트(Samuel Beckett)의 사망 연도가 적혀 있지 않다. 그는 1989에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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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9-09-05 1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 그래도 이 책 훑어보면서, 이건 이쪽 분야에 조예가 깊은 사이러스님이 읽고 리뷰를 쓸 만한 책이겠구만- 하면서 읽기를 포기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나저나, 오랜만에 PC로 사이러스님 서재 들어왔더니, 서재 알림말이 바뀌었네요. 언제 바꾸셨는데 제가 이제야 겨우 확인한 걸까요. 굉장히 재밌는 말입니다. 사이러스님 말씀인가요?

syo 2019-09-05 12:34   좋아요 0 | URL
혹시 바꾼 게 아니라 원래부터 계속 저거였으면,

그냥 최근에 바꾼 척 해주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

cyrus 2019-09-06 12:41   좋아요 0 | URL
저자가 언급한 문학작품이나 영화 대부분이 우리나라 독자들에게 생소한 것이라서 호기심에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실망할 거예요. 저는 관심 있는 주제가 있는 글만 정독하고 나머진 대충 훑어봤어요. ^^

서재 알림 말 작년에 바꾼 거예요.. ㅎㅎㅎㅎ 제가 만들었어요. 애서가의 삶을 아이러니 기법으로 표현해봤어요.. ㅋㅋㅋ

감은빛 2019-09-17 17:07   좋아요 1 | URL
책을 사놓고도 제대로 읽지 않는 걸 보면 저도 책을 좋아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책이 자꾸 저한테 오는걸 보면 책이 혹시 저를 좋아하는 걸까요?

그런데 그 전에 적어놓으셨던 말씀이 기억이 날듯 말듯 하네요.

cyrus 2019-09-18 15:24   좋아요 0 | URL
To. 감은빛님 / 책에 영혼이 있다면 알라디너들은 책의 사랑을 많이 받는 사람일 거예요. ㅎㅎㅎ

서니데이 2019-09-11 19: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cyrus님, 추석인사 왔습니다.
가족과 함께 즐겁고 좋은 추석명절 보내세요.^^

cyrus 2019-09-16 11:21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님, 추석 잘 보내셨어요? 매번 먼저 인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훌라댄서 2019-09-12 14: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새파란 글씨에서 오는 불길함부터 실망 대중서로는 알맞지 않다

cyrus 2019-09-16 11:22   좋아요 0 | URL
책에 생소한 작가의 작품과 영화가 언급되어 있어서 대중서로 보기 어려운 건 맞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