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당신이 죽는다면 - 괴짜 과학자들의 기상천외한 죽음 실험실
코디 캐시디 & 폴 도허티 지음, 조은영 옮김 / 시공사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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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 오스카상, 그래미상. 이름만 들어도 명예롭고 황홀감마저 느끼는 유명한 상이다. 반면, 이 상을 받는다면 너무나 창피해서 쥐구멍에 숨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수상자는 이 상을 받을 수가 없다. 그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윈상(Darwin Award)은 가장 황당한 죽음을 맞은 사람에게 주는 상이다. 인류 진화의 발전을 위해 어리석은 유전자를 스스로 제거한 공을 기린다는 취지에서 진화론을 발견한 찰스 다윈의 이름을 따 만들어졌다.

 

죽음에 이르는 기상천외한 사고들을 과학적으로 분석한 《그리고 당신이 죽는다면》(시공사, 2018)는 한 번 보면 농담 따먹기처럼 가벼운 책으로 오해하기 쉽다. 이 책의 공동 저자 중 한 명(폴 도허티)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유명한 과학관 수석 과학자란다. 이 책을 계속 읽어 보면 상상을 초월한 저자들의 호기심과 사고 실험, 그리고 촌철살인에 매료되고 만다.

 

 

 

 

 

백상아리의 공격을 받고도 목숨을 구할 방법은? 엘리베이터 케이블이 끊어져서 추락했을 때 살아남을 방법은? 블랙홀 한가운데에 뛰어든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춥고 긴 한파가 오는 겨울이 오면 ‘이불 밖은 위험해’를 외치며 이불 속에서 잠을 청하고 싶다. 아무것도 안 하고 계속 누워만 있으면 좋은 걸까? 비록 후대에 윤색된 전설이지만,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엠페도클레스(Empedoklcles)는 자신이 신이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에트나 화산의 분화구에 몸을 던졌다고 한다. 만약 화산 분화구에 몸을 던지면 어떻게 될까? 그밖에도 저자들은 끔찍하면서도 실현 불가능한 상상들을 총동원한다. 책이 갑자기 블랙홀로 변하는 상상도 한다. 아니, 무슨 마약을 먹었기에 이런 생각을 했는지‥…. 이 책의 마지막에 나오는 궁금증은 웃음 밖에 안 나온다. 세서미 스트리트(Sesame Street)쿠키몬스터처럼 쿠키를 우걱우걱 먹는다면?

 

저자들은 누구도 생각해본 적 없고, 또 대답해주지 않는 이 위험천만한 상황들이야말로 ‘제일 흥미로운 부분’이라고 말한다. 생각하기 싫을 정도로 끔찍한 일이지만, 전혀 사소하지 않은 호기심을 누가 말리겠는가? 어마어마한 금액의 돈을 준다고 해도 이 책에 나오는 위험한 실험들을 체험하려는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단지 호기심이 왕성해서 자신이 직접 실험대상이 된 ‘괴짜’가 있다. 마이클 스미스는 벌이 그의 고환을 쏜 황당한 사고를 경험했는데, 본인 말로는 생각했던 것만큼 아프지 않았다고 한다…‥. 바지 안에 들어가 고환을 쏘는 벌도 신기한데, 벌침을 맞고도 통증을 느끼지 않은 스미스 당신은 대체…‥. 강철 고환인가? 아무튼, 그 별난 사고 이후로 스미스의 머리에 궁금증이 스쳤다. ‘벌에 쏘였을 때 어느 신체 부위가 제일 아플까?’ 스미스는 매일 아침 벌침을 맞는 실험을 했다. 그는 벌침을 맞았을 때 느끼는 통증을 수치화하여 통증이 심한 부위를 알아냈다. 과연 벌에 쏘였을 때 제일 아픈 부위는 어디일까? 스미스의 실험 결과가 궁금하다면 책을 읽어보시길.

 

『이 책이 당신을 죽일 수 있다면?』 편은 애서가라면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내용이다. 저자들은 책을 ‘살인 무기’로 만드는 사고 실험을 시도한다. 놀랍게도 책도 살인무기가 될 수 있다. 대부분 애서가는 움베르토 에코의 소설 《장미의 이름》(열린책들, 2009)에 나온 살인 무기, 즉 독물이 묻은 책을 기억할 것이다. 그럴듯하지만, 이미 많이 알려진 소설 속 묘사이다. 책을 빨리 넘기면 손가락이 종이에 벨 수 있다. 실제로 종이에 베어서 목숨을 잃은 사람이 있다고 한다. 다윈상 후보로 추천해도 될 만큼 황당한 죽음을 맞이했다. 이 글을 보고 있을 애서가 동지들이여, ‘슬로 리딩’을 생활화하자! 건강을 유지하면서 오래오래 독서를 즐기려면 종이에 손이 베지 않도록 해야 한다. 사소한 상처도 다시 보자!

 

《장미의 이름》의 윌리엄 수도사진리로 사람을 웃게 하는 것이야말로 인류가 사랑하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이로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렇다. 정확한 실험이 이루어지는 과학이라는 진리는 누가 어떻게 소개하느냐에 따라 사람을 웃게 만들 수 있다. 《그리고 당신이 죽는다면》은 연구실에 파묻혀 지내는 과학자들의 딱딱한 실험 보고서가 아닌 유쾌하고(?) 위트 넘치는 과학과 예능을 결합한 버라이어티로 읽힌다. 낄낄대며 읽다 보면 불현듯 궁금한 게 많아지리라. 단, 이 책에 나오는 실험들을 절대로 따라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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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03 22: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8-06-05 20:44   좋아요 0 | URL
맞아요. <아라비안나이트>에도 유사한 설정이 나오는 이야기가 있어요. ^^

transient-guest 2018-06-07 0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TV에서 ‘1000 ways to die‘란 프로가 있었는데 황당하게 죽은 사건만 모아서 재현했던 프로그램입니다. 책의 취지와는 좀 다르지만 등장사건의 희생자들 중 다윈상후보가 여럿 있을 겁니다.ㅎㅎ

cyrus 2018-06-07 11:26   좋아요 1 | URL
저도 이 책을 읽으면서 그 방송 프로그램이 생각났어요. 우리나라 케이블 채널에 방영된 적이 있어요. ^^

페크pek0501 2018-06-10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절대로 따라하지 않겠습니다. ㅋ
흥미로운 책이군요. 호기심은 많을수록 좋다고 하던데요.

cyrus 2018-06-11 07:48   좋아요 0 | URL
이 책에 나오는 내용 대부분이 어느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호기심을 다룬 것이라서 재미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