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의 아침이 밝았다. 아침 일찍 차례를 지내러 본가에 가는데, 양화대교에는 수많은 차들이 주차를 해놓고 떠오르는 태양을 보려고 난리가 아니었다. 매일 보는 태양, 새해가 되면 좀 달리 보일까? 해의 모습이 달라졌다기보단 해를 본 걸 계기로 자신을 추스르며 새로운 희망을 가져 보자는 일종의 의식이리라.

알라딘에선 지난 한해 여러 논쟁들이 있어왔고, 올해 역시 그럴 것이다. 알라딘에서 활약하는 논쟁의 대가들을 소개해 본다.




가시장미님

보기드문 미녀 논쟁가로, 학생들에게 논리를 가르치다 깨달음을 얻어 논쟁계에 뛰어들었다. 서재에서 활동한 기간이 긴 건 아니지만, 여러 건의 대첩에 참여한 경험이 있다.




장점: 어려운 말도 쉽게 풀어써줌으로써 내공이 약한 관전자들에게 인기가 있다. 그러다보니 글이 무지하게 길어져, 상대방이 글 분량에 놀라 포기하게 된다.




단점: 상대방을 비판하면 마음이 아파 며칠간 잠도 못자고 일도 손에 잡히지 않을 정도다.




예)
상대방: 그건 아니잖아?


가시장미: 아냐. 그게 맞아. 그게 왜 맞냐면....... 그러니까 그게 맞는 이유는..............이야. 알겠니? 너 말야, 그렇게 살지 마!

상대방: (글 분량에 놀라) 그,그래. 맞는 것 같아.




가시장미: 내가 좀 심했던 게 아닐까? ‘그렇게 살지 마’보단 ‘좀 다른 방법으로 사는 건 어때?’라고 했으면 좋았을 것을. 아냐, 그것도 좀 상처주는 말이야. ‘네 삶도 충분히 훌륭해. 하지만 좀 더 나은 삶도 살 수 있을 거야’라는 건 어떨까. 에이, 괜히 그런 말을 해가지고...




마태우스님

유머있는 페이퍼로 한때 서재계의 정상권에 군림했으며, 수많은 논쟁에 참여했다.




장점: 지지층이 두터워 글만 썼다면 추천이 붙는다. 논쟁의 상대방은 추천수에 놀라 “내가 졌구나!”라고 착각을 하기 마련.




단점: 어릴 적 책을 안읽고 생각을 해본 경험도 일천해, 논리가 빈약하다. 논점일탈과 동문서답이 주특기인데, 그나마도 황우석의 논문이 조작으로 밝혀진 이후 논쟁 참여를 꺼리고 있다.




예)

상대: 그러니까 내 말은 정반합이론에 비춰봤을 때 니 말이 오류라는 거야.

마태: 너, 밥은 먹고 다니냐?

상대: 윽, 추천이 무려 43개라니! 내가 졌구나.




아프락사스

현재 알라딘의 리더로, 원치 않아도 발언을 해야 할 경우가 많은 리더의 숙명상 여러 건의 논쟁에 참여했다.




장점: 성실성이 가장 큰 장점이다. 누가, 아무리 허접한 논리로 시비를 걸어도 매우 성실하게 응대해 주며, 서로 다른 의견 사이에서 접점을 찾으려 노력하는 모습이 감동을 준다. 자신의 잘못에 대해선 흔쾌히 사과하기도 한다.




단점: 닉네임이 길고 끊어읽기도 뭐하다. ‘아프락사스’를 ‘사스님’이라고 부를 수도 없고, ‘아프님’이라고 하면 ‘아프냐’고 묻는 것 같아 영 꺼림직하다. 그렇다고 다섯글자를 다 써서 “아프락사스님이....”라고 하자니 영 귀찮아 상대방이 패배를 자인하는 경우가 많다.




예)

아프락사스: 그러니까 그건 회귀이론에 비춰봤을 때 명백한 오류지.

상대방: 그건 전에 악플악사스, 아, 오타났네. 아프램새스, 이것도 오타. 아프랑사슴....에이 몰라. 내가 졌소!







바람구두님

풍부한 학식과 뛰어난 글재주로 추천을 쓸어가는 바람구두님은 알라디너 118명 중 86명이 ‘논쟁의 달인’으로 꼽을만큼 뛰어난 선수다.




장점: 논리로 점철된 글에는 감동이 없게 마련인데, 바람구두님의 글은 명쾌한 논리와 더불어 감성마저 갖춰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저절로 추천을 하게 만든다.




단점: 도전자가 없어 은퇴를 했던 헤비급복서 로키 마르시아노처럼, 남들이 그와 논쟁하는 걸 두려워한 나머지 이렇다할 논쟁에 참여한 적이 드물다. 한마디로 ‘전설의 논쟁왕’으로 남아 있다. 하지만 그가 한번 날개를 펴면 날개짓 한번에 천리를 날고, 울음소리는 2천리에 뻗칠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예)

상대1: 바람구두님하고 논쟁을 해야겠는데, 난 논리가 딸리니 니가 좀 해라.

상대2: 야, 난 안돼. 무슨 망신을 당하라고? 미친 척하고 니가 해라.

상대1: 야, 그냥 하지 말자.

상대2: 어, 그게 좋겠다.







신지님

최근 떠오르는 논쟁가로 2009년이 기대되는 유망주.




장점: 꺼진 불씨도 다시 살리는 재주가 있다. 자신의 주장 중 중요 포인트에 밑줄을 그어줌으로써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보기 쉽다.




단점: “그만 하겠다”고 했다가 다시금 상대를 공격하는 기술은 상대를 지치게 만드는 데는 좋지만, 관전자들을 식상하게 만들 우려가 있다.




예)

상대방: 그건 그게 아니라고 생각진 않아.

신지: 알았어. 너랑 의견이 틀린 걸 알았으니 이제 그만하자.

상대방: 어, 그래.




이틀 후.

신지: 야 이 바보야!

상대방: 너 왜 또 하는데?

신지: 네가 바보라는 건 새로 밝혀진 사실이잖아!







메피스토펠레스

뒤늦게 서재계에 입문, ‘마당쇠의 생활백서’ 시리즈로 단숨에 정상권에 진입했다.




장점: 건축을 논쟁에 응용함으로써 논쟁의 차원을 한단계 높게 끌어올렸다는 평을 듣고 있다.

단점: 전형적인 공처가로 자신이 옳다고 생각해도 마님이 옳지 않다고 한마디 하면 그것으로 상황 끝이다.




예)

메피‘ 에펠탑의 원리인 H빔 공법에 의하면 네 주장은 전혀 사실에 근거하고 있지 않은 허구의 이론임이 밝혀지잖아.

상대방: 에펠탑에 의하면 그렇지만 63빌딩에 의하면...궁시렁궁시렁.




마님: 메피, 그냥 졌다고 하고 그만두지 그래?

메피: 네, 마님.




메피: 야야, 네 말이 맞아. 그러니까 그만하자. 내가 졌다.

상대방: 열라 밀리고 있었는데 이게 웬 떡이냐? 이겼다!




푸하님

알라디너 31명이 ‘최고의 논쟁가’로 꼽을만큼 뛰어난 논쟁가로, “논쟁은 이렇게 하는 것”임을 몇 건의 논쟁을 통해 여실히 보여줬다.




장점: 계룡산에서 7년간 논리를 공부하다 하산한 데서 알 수 있듯이, 명징한 논리와 더불어 상대에게 빈틈을 주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어떤 경우에도 예의바르고 상대를 설득할 수 있다는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다. 다들 “저런 사람과는 말을 섞지 말자”고 생각했던 ‘위x가’와 중복리뷰 논쟁을 벌인 게 대표적이다.




단점: 논쟁에 참여하느라 서재 꾸미기에 소홀해, 활동기간에 비해 서재가 빈약하다. 리뷰가 다섯편, 페이퍼는 42편에 불과하다. 푸하님, 님 글 자주 보고 싶어요!




예)

푸하: 그렇게도 한번 생각해 주세요.

상대방: 내가 왜 그래야 돼지?

푸하: 저는 그럴 수 없다는 님의 주장에 동의합니다. 하지만 제가 그렇게 요구하는 이유는 님이 잘되는 걸 봐야 제 마음이 편하기 때문입니다....  

 

상대방: 알겠소. 님을 봐서 그렇게 생각하리다 (희한하네. 지고도 이긴 것 같네...)










이밖에 상대가 무슨 말을 하든 자기 할말만 하는 위x가란 사람이 있지만, 알라딘에서 활동을 거의 안하는지라 소개하진 않는다.




사람들은 논쟁이 일어나면 “또냐” “이제 그만해라” 등등의 반응을 보이지만, 사람 사는 곳에 논쟁이 없을 수는 없다. 2009년 알라딘을 빛내줄 논쟁가들의 활약을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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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리조아 2009-01-03 15: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4시간이 다 되도록 추천커녕 댓글 하나 없다니 부리님의 명성도 이제 끝인가 봐요...

마태우스 2009-01-03 15: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리조아님/원래 부리는 명성 따윈 없었던 자요. 시작이 없었으니 지금이 끝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부리는 아마도 글 올리고 나서 바로 잊어버렸을 거요. 기억용량이 2byte라던가 그러니 허허허.
부리/논리가 없다고 날 공격한 자의 말로를 봤으리라 생각한다. 앞으로 잘해라.

마태우스 2009-01-03 15: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옛정을 봐서 추천은 한다.

새초롬너구리 2009-01-03 17: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도 누르고 글도 씀.

로그인 안해도 추천이 눌러지나요? 아니라면, 저 추천10개 중에서 하나 내거, 하나 마태우스님거, 그럼 8분이 그냥 소리없이 누른건가요?

2009-01-03 18: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1-03 18: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1-03 18: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부리 2009-01-03 1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님/아잉, 저도 보고싶었지요. 사정이 어려워 로그인을 못했을 뿐 마음은....호홋.
속삭님2/어머나 미녀님이시잖아요. 정말 반가워요. 다신 못보는 줄 알았어요 흐흑.
너구리님/추천 감사드립니다. 자세한 사정은 모르겠지만 마태처럼 토달고 추천하는 것보단 소리없는 추천이 고마울 때가...호호.
마태/예전이나 지금이나 어쩜 그렇게 똑같니. 철 좀 들어라.
부리조아님/아니어요 저도 연약한 남자랍니다. 추천과 댓글에 환장을 하지요. 제 명성이 끝난 게 아니라, 제가 너무 접속을 안한 탓이니 누굴 원망하겠어요 앞으로 잘할께요 감사드립니다.

2009-01-03 18: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1-03 18: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1-03 18: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1-04 23: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Mephistopheles 2009-01-04 14: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저는 배운 것도 많지않고 아는것도 전무하기에 더군다나 책도 그다지 많이 읽지 않기에 논쟁을 하면 100% 패합니다. 고로 전 논쟁을 안한다지요..^^ 질게 뻔한데 뭐하러 해요~~~ㅋㅋ

paviana 2009-01-03 21:09   좋아요 0 | URL
솔직히 말하세요. 마님이 사람 많은 곳에 가지 말라고 하셨죠? =3=3=3

Mephistopheles 2009-01-03 23:15   좋아요 0 | URL
우리부부는 천성적으로 사람 많은 곳을 끔찍히 싫어하긴 합니다..^^

paviana 2009-01-03 2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리님의 인기도 모두 사그라져 버렸나봐요.추천이 겨우 11개밖에 안 되다니...에이 새해 선물로 제가 한개 해드리고 갈게요.ㅎㅎ

웽스북스 2009-01-04 0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부리님. 2009년에 봤던 페이퍼 중 재밌는 페이퍼 17위 안에 드는 것 같아요. ㅋㅋ
센스쟁이~

비연 2009-01-04 0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역쉬나 재미있는 페이퍼! 부리님의 명성은 끝이 아니랍니다!

다락방 2009-01-04 0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리님. 나도 추천하러 왔어요. 이시간에 ㅎㅎ

푸하 2009-01-04 0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지무지 재미있게 읽었어요.ㅎ~

진주 2009-01-04 2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리야, 무지 오랜만이구나~반갑당~~

((그런데, 이 마을 안에선 논쟁은 아무리 잘 해도 손해나는 짓이야. 난 논쟁가는 죄다 싫어. 생각만 해도 귀따갑다. 우리 알라딘엔 똑똑한 사람은 많은데 품이 넓은 사람은 어디에 숨어 있는지 잘 안 보이는구나.....休...발 넓은 부리야, 넌 알라딘 구석구석 잘 알고 있으니 다음엔 내가 찾는 그런 사람들 소개 좀 시켜주라..살기도 각박한데 뭘 그리 갑론을박하는지들..원..))

울보 2009-01-04 1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역시 부리님이 글을 올리시면 추천은 팍팍,,,
저도 그중에 한명ㅎㅎ

부리 2009-01-04 2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보님/이리도 많은 추천은 부리 탄생 이후 첨입니다 여러가지로 감사드립니다
진주님/마님 그간 안녕하셨어요 똑똑하고도 품이 넓다는 건 네모난 동그라미 같은가봐요. 두가지를 다 갖추기가 어려우니 말입니다. 혹시 있다면 진주님이 가장 가까운 분인 듯해요. 미모에 학식에 외모까지 갖췄으니!!!^^
푸하님/앗 님을 언급했음에도 재밌었다는 건, 정말 감사드릴 일이지요 고마워요 푸하님 꾸벅.
다락방님/미녀는 잘 자야 피부가 고와집니다. 앞으로는 12시 이후엔 푹 주무시길!!
비연님/그죠? 이제 시작이려나봐요 호호홋. 앞으로 멋진 페퍼로 찾아뵐께요 꾸벅
웬디님/호홋 17위 안에 들었다면 대단한 거지요. 하루에 100개 이상의 페퍼가 올라오는데 4만개 이상 페퍼 중 17위라는 건....와아...하지만 2009년이군요 자세히보니. ㅠㅠㅠㅠㅠ
파비님/새해선물 감사합니다. 님 덕분에 제 글이 화제의 글이 되었고, 더 많은 추천을 받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니까용^^ 미녀님 고마워요
메피님/질 게 뻔해서 논쟁을 안하신다면, 부리랑 해요. 부리는 27전 26패 1무랍니다^^

Mephistopheles 2009-01-05 17:32   좋아요 0 | URL
부리님은 저를 통해 1승을 얻으실려는 속셈이시군요!
 


1. 번뇌

"부리야, 여행지 좋은 데 있으면 추천해 줘."

엄마가 여고동창 분들과 고희 여행을 가신단다.

외국이라곤 별로 가보신 적이 없고,

돈을 줘가며 보내드릴 자식이 있는 것도 아닌 엄마인지라

이렇게 알아서 가신다는 게 난 참 기뻤다.

올해는 엄마가 회장을 맡고 계신지라, 여행지를 직접 알아보셔야 했다.

돈과 일정 등을 놓고 고민하던 어머니는 일본의 한적한 시골에

단풍을 보러 가시기로 결정을 하셨다.

일정은 10월 15일부터 18일, 3박4일이었다.


하지만 문제가 생겼다.

여동생이 남편과 더불어 멕시코로 여행을 가게 되었는데,

날짜가 10월 12일부터 19일이었다.

여동생은 그 기간 중 어머니한테 자기집에 와서 애를 봐달라고 부탁했고,

그때부터 어머니의 번뇌가 시작되었다.


2. 멕시코

여동생이 애 둘을 팽개치고 멕시코에 가게 된 건

학회에 가는 남편을 따라서였다.

외국 가길 좋아하는 여동생은 엄마한테 이렇게 호들갑을 떨었다.

"엄마, 글쎄 남편하고 나 둘다 공짜래! 얼마나 좋은 기회야?"


하지만 이 세상에 공짜는 없고,

누군가는 그들의 여행 비용 500만원을 내야 했다.

누가 그랬을까?

바로 제약회사였다.

의사들은 제약회사에서 스폰서를 받는 걸 당연하게 여긴다.

"그런 거 없으면 외국 학회 어떻게 가?"라고 말하는 내 선배를 봐도 그렇고,

국내 학회에 참가하면서 제약회사 스폰서로 코엑스 인터콘티넨털 호텔에 묵는다고 말하는

친구를 봐도,

그런 지원을 받는 것이 지극히 당연한 권리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그 제약회사가 아무 이득 없이 그런 스폰서를 할 리도 없고,

그렇게 쓴 돈은, 어쩌면, 약값 인상분에 반영될 수도 있다.

안그래도 다른 직종보다 돈을 잘 버는 의사들이

왜 그런 돈을 받는 걸 당연시하는 걸까?

그리고 그런 돈으로 가는 학회에 아내까지 동반하는 뻔뻔함은 도대체 어디서 나온 걸까?


3. 서른두살의 바보 엄마

난 우리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바보같다고 생각한다.

이번에도 그랬다.

엄마는 당신의 여행계획을 말하지 않은 채

여동생에게 애를 봐줄테니 잘 다녀오라고 말씀하셨다.


사람은, 나이가 들면 추억을 먹고 산다.

우리 엄마는 결혼 전까지 25년을 그럭저럭 재미있게 보내셨다고 한다.

하지만 가부장의 원단인 아버님과 결혼하시고 애 넷을 낳게 되면서

37년간을 별로 웃을 일이 없이 보내야 했다.

2001년 12월 아버님이 돌아가신 후 어머님의 삶이 다시금 시작되었으니

우리 엄마의 나이는 겨우 서른둘에 불과하다.

"뭔가 잘해준 게 있어야 남편을 그리워하고 그러지..."라고 말씀하시는 엄마,

그런 엄마의 연세는 내년이면 70이다.

그렇다면 지금부터라도 즐겁게 추억을 만드셔야 할 터인데,

그리도 기다리시던 친구들과의 여행을 마다하고 여동생 집에 틀어박혀 애를 봐야 할까?


이 과정을 지켜보던 내 가슴이 울화증으로 멍드는 동안,

친구 분들은 이 사태에 대해 격분해 엄마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우리 나이에 아직도 딸 때문에 여행을 못가는 게 말이 되느냐?"

"회장이 안가면 어떡하냐? 네가 안가면 나도 안가겠다"

갈지 말지를 최종적으로 통보해 줘야 하는 날,

엄마는 누나에게 고민을 털어놓았고

누나는 그게 말이 되느냐고 화를 냈고,

여동생 집에 애 봐주는 아줌마도 있고,

집도 가까우니 자기가 왔다갔다 하면서 봐주면 될 것 아니냐고 했다.

결국 엄마는 극적으로 여행자 명단에 당신의 존함을 새겨 넣었다.

엄마는 신이 나서 여행 가방을 챙기셨고,

이번에 산 디지털 카메라의 사용법을 내게 물으시며 들떠 있었다.


4. 여행은 갔다, 그러나...

여동생이 떠난 일요일부터 당신이 떠나던 수요일 오전까지,

엄마는 열심히 애를 봐주셨다.

초등학교 2학년인 첫째는 철이 좀 들었지만

둘째가 여간 보채는 게 아니어서

애봐주는 아주머니가 계심에도 불구하고 그리 만만한 일은 아니었을 거다.

그리고 수요일 오후,

엄마는 누나에게 뒷일을 부탁하고 일본에 가셨다.

공항으로 마중을 가겠다는 날 따돌리기 위해 일요일날 온다고 거짓말을 하셨던 어머니는

토요일 밤 9시, 귀국과 동시에 여동생 집에 가서 다음날까지 마저 애를 보셨다.

여동생이 오기 직전 집을 나선 어머니는 집에 오고 난 뒤에야 노곤한 몸을 뉘이셨다.


오늘, 엄마랑 같이 할머니 병원에 다녀오는데 어머니가 입을 여신다.

"미자(여동생) 때문에 좀 속상해.

거기 갔다오고 나서 지금까지 나한테 일체 전화를 안해."

어머니의 말씀에 의하면 여동생은 외국에서 집에 전화를 해본 뒤

엄마가 안계시다는 걸 알았고,

누나로부터 일본에 가신 걸 알았다고 했다.

그때부터 난리가 아니었단다.

누나에게 계속 엄마 욕을 하면서 "남의 애라고 그따위로 하다니..."라며 펄펄 뛰었고

"우리 애들이 손가락 하나라도 다치면 가만있지 않겠다"며 씩씩거렸단다.

다행히 애들은 다친 데 없이 건강해 행동으로 나서진 않았지만,

다녀온 뒤부터 지금까지 전화 한번 하지 않았단다.

내가 아들이니까 답답해서 말씀을 하셨겠지만,

그런 말을 듣는 도중 너무 화가 나서 앞차를 들이받기라도 하고 싶었다.

겨우 화를 진정시킨 뒤 이렇게 말씀드렸다.

"그러니까... 앞으론 절대 애 같은 거 봐주고 그러지 마세요. 그런 애한테 뭐하러 잘해줘요?"

엄마의 대답은 여전히 바보같았다.

"그러지 마라. 난 그래도 미자를 사랑한다."


올해 6월만 해도 겉보기에 괜찮으셨던 할머니는

병원과 요양시설을 거치는 동안 팍삭 늙으셨다.

92살이니 갑자기 그렇게 되는 게 이해 안되는 건 아닌데,

문제는 엄마도 건강하게 계실 날이 많지 않다는 거다.

"세월이 참 빨타(빠르다). 할머니가 저렇게 사시는 거 보니까

건강할 때 재미있게 살아야 한다는 걸 느껴"

어머니, 말로만 그러시지 말고

제발 좀 당신의 삶을 사세요.

자식들 그거, 하나도 소용없는 존재들입니다.

미자 전화를 대체 왜 기다리세요?

엄마는 잘못한 거 하나 없어요.

이제 바보짓 좀 그만하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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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08-10-27 0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오랜만의 글이네요! 요즘 많이 바쁘셨나봐요?

마노아 2008-10-27 0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번번이, 엄마는 너무 희생적이시고, 자식은 너무 도둑 같고 그래요.
내 모습을 돌아보아도 철없는 행동들이 얼마나 많았나 죄송스럽구요.
전화 기다리시는 어머니 모습이 안쓰럽고 또 화가 나네요.
여동생 분은 언제 그 엄마의 마음을 깨달을까요.

2008-10-27 02: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08-10-27 04: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희는 모르지. 자식은 부모가 평생 짊어지고 가야할 십자가인 것을...' 문득 엄마는 뿔났다의 대사가 생각나네요.
저희 엄마는 그런 경우에 단번에 여행가기 때문에 안된다고 말씀하셨을텐데.

LAYLA 2008-10-27 1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자님이 아기는 끔찍히 아끼는 모양이니 20년, 30년 후엔 다 알게 되지 않을까요. ',' 엄마의 마음을...

부리 2008-10-27 1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일라님/안녕하셨어요. 전 미자가 나중에 알고 모르고는 별 관심이 없습니다. 다만 울 엄마 좀 그만 괴롭히면 좋겠어요....
hnine님/저희 엄니도 님 어머니같으심 좋겠어요. 자식이 아까워서 오냐오냐 해줘봤자 뭐 좋은 게 있다고 저러시는지..
속삭님/안녕하셨어요? 반갑습니다. 님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닙니다만, 마흔살쯤 되었으면 이젠 엄마를 놔드려야지 않을까요. 평소에 잘한 것도 아니니 말입니다.
마노아님/평생 못깨닫는다에 전재산 걸께요... 그래서 제가 자식을 안낳는다는 거구요. 그나저나 그간 잘 지내셨나요? 반가워요!
마태우스님/뭐 그럭저럭 지냈습니다. 앞으론 좀 자주 글 남기려 합니다. 님도 자주 들르세요!

2008-10-27 12: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Mephistopheles 2008-10-27 14: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아는 어느 집안의 여동생들은 나이가 40줄에 들어섰는데도 누가 제일 무섭냐..그러면 이구동성으로 오빠요...라고 한다더군요.오빠만 무서웠어도.....=3=3=3=3=3=3=3

무스탕 2008-10-27 18:36   좋아요 0 | URL
혹씨 그 아는 어느 집안이 메씨 아닌가요? 3=3=3=3=3

Mephistopheles 2008-10-28 12:35   좋아요 0 | URL
어...적어도 메씨집안에 메XXX는 밑에 여동생이 없다죵..호호호

무스탕 2008-10-27 1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리님, 정말 오랜만!

딱 하납니다. 준 만큼 받는다. 자기가 한 것 고대로 받아봐야 안다니까요.
(독하게 말해서 죄송해요.. 울컥 치고 올라와서요..)
저희 엄마도 76세신데 이젠 멀리 못다니세요. 가기도 전에 힘들거 생각해서 미리부터 포기하시죠..
부리님 어머님, 조금이라도 건강하실때 많이 구경다니셨으면 좋겠어요.

하얀마녀 2008-10-27 1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樹欲靜而 風不止
나무는 조용하고자 하나 바람이 멈추어주지 않고
子欲養而 親不待
자식이 봉양하고자 하나 어버이가 기다려 주지 않는다

한문시간에 배웠던 듯한데, 하루하루 저 말이 가슴에 사무치듯 다가옵니다.

순오기 2008-10-27 2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식들중에도 유독 저만 아는 자식이 꼭 있어요~ 그댁에서 미자씨가 그런거 같군요.
그런데 그것도 알고보면 양육과정에 부모님이 그렇게 만드셨을 듯...그래서 평생 지고가야할 짐이라고 하겠죠.ㅜㅜ

2008-10-27 22: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부리 2008-10-27 2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님/처음 뵙겠습니다. 저도 그리 좋은 아들은 아니어요. 결혼하고 나니까 더더욱 저 사는 것만 신경쓰지 엄마한테 관심도 못가지는 것 같아요. 저도 글 쓰면서 바르게 살아야지 했답니다...
순오기님/히유, 엄니 책임도 있겠지요 하지만 아무리 엄마가 오냐오냐 한다고 해도 저렇게까지 하는 건 너무하단 생각이 들어요..
마녀님/아앗 안녕하셨어요 요즘 한자 공부하시는군요!!! 정말 옛날에 배운 건데 가슴에 사무치네요....
무스탕님/아 님 어머님도 벌써 연세가 꽤 드셨군요. 저희 엄마도 사실 무릎이 좀 안좋으신데, 그래도 아직은 잘 다니셔서 다행입니다. 후후, 이번주에도 엄니 내장산인가 단풍보러 가신데요^^
메피님/음, 그러게 말입니다ㅠㅠ 근데 저희집은 아버님이 워낙 무서워서, 형제간의 다툼이 있으면 이유 안가리고 디지게 터졌답니다. 그러니 동생을 야단치거나 이러는 게 어려웠지요... 님이 제 형이었다면 좋았을 것을..
속삭이신 ㅁ님/네 그게 바로 혈연관계란 거겠지요.. 세상의 부모들은 다 성인 같아요. 자식들은 다 죄인이고...

비로그인 2008-10-28 07: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서히, 6개월간 아기 바다를 기르면서 어느새 내 존재 자체가 희석이 되는 느낌을 받아요. 그 대신 종종 이상한 만족감을 느끼고 있어요. 이 아이가 나를 필요로 하는구나, 하는 것에서 오는 만족감. 울다가 내 얼굴을 보며 안심을 하는 것을 볼 때라든지, 뭔가 필요로 하다가 내가 그걸 충족시켜 줬을 때 웃는다든지.
6개월, 일생에 비하면 짧은 시간인데 일생 동안 사람은 얼마나 변하는 걸까요.

다락방 2008-10-28 0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치유 2008-10-29 0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마란 이름은 참.....

찌리릿 2008-10-31 2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다가 눈물이 납니다. 저희 어머니도 그저께 관절 수술하시고 지금 연세사랑병원에 입원해계신데, 무릎 관절이 완전히 다 닳았데요.
무릎 뿐만 아니라 허리 디스크도 완전히 닳아 척추뼈가 딱 달라 붙은 엑스레이 사진을 보니 정말 눈 앞이 캄캄하더라구요.
우리 엄마도 이제 늙으셨구나.. 하고 생각하니 막막하네요. 이 못난 자식이 과연 효도해낼 수 있을까 자신이 없습니다. ㅠ.ㅠ
 

김태희가 출연한 '싸움'이 처참한 실패로 끝난 모양이다. 네티즌들은 김태희를 까대기 바쁜데, 이번 영화에서는 "눈만 부릅떴던" 중천에서보다는 연기를 잘 했지만 여전히 그를 배우로 인정할 마음은 없는 것 같다. 모 신문의 기사다.

"... 내놓는 작품마다 발전 없는 연기로 팬들을 실망시켰고 막대한 개런티를 지불한 제작사에 큰 손해를 입혔다. 김태희는 지난해 영화 '중천'으로 스크린에 데뷔한 뒤 올해 영화 '싸움'을 내놓았다. 영화 두 편을 합친 스코어는 백만을 넘지 못해 2006년에 이어 올해도 쪽박스타의 불명예를 얻었다. 흥행 결과뿐만 아니라 연기에서도 악평을 받으며 고전했다. 지난해 CF 18편을 찍으며 '김태희의 하루'라는 웃지 못할 패러디물을 만들어낸 김태희는 아직도 배우보다는 CF스타의 이미지가 강하다. "

두 영화를 모두 보지 못했지만 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 '싸움'은 분명 설경구와 같이 나왔거늘, 왜 흥행실패의 책임을 김태희 혼자 뒤집어써야 한단 말인가? 옥소리의 측근이 내게만 살짝 말해준 얘긴데 그가 박철과 이혼한 진짜 이유는 성격차이란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둘의 이혼 이유가 옥소리의 바람기란다. 옥소리가 바람을 피운 건 사실이겠지만, 그건 둘 사이가 파탄난 데 따른 결과일 뿐 진짜 이유는 아니다. 조성민과 이혼한 최진실이 "남자 잡아먹을 상"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었고, 야구방망이로 맞아 입원한 이경실에게 "맞을만 했으니까 맞았겠지"라는 사람도 있는 걸 보면 우리 사회에는 모든 책임을 여자에게 전가해야 속이 시원한 풍토가 존재하는 것 같다.

박철과 옥소리의 이혼 사유가 성격차이인 것처럼, '싸움'의 관계자가 내게 살짝 말해준 흥행실패 사유는 서사의 부족이란다. 그 말이 맞다. 도대체 둘이서 왜 싸우는지 관객들이 공감을 해야 재미고 뭐고를 느낄텐데, 그런 것에 대한 충분한 설명 없이 무작정 싸운다면 그걸 누가 좋게 보겠는가? 연기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트집을 못잡을 설경구가 나왔음에도 영화가 실패한 건 김태희의 연기력 부족 탓이 아닌, 서사의 부족 때문이다.

이병헌이라는 배우가 있다. '나를 미치게 하는 남자'처럼 희한한 영화에 거듭 출연하면서 한번의 흥행도 하지 못하던 그는 'JSA'와 '번지점프를 하다'를 연거푸 성공시키며 흥행배우로 거듭난다. 그의 연기력이 그 전해와 비교할 때 갑자기 나아졌다고 보기는 어려울 테니 그 영화들의 성공은 서사가 비교적 뛰어났기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 외에도 JSA는 소재의 도발성과 더불어 당시가 남북화해 무드였다는 점이 흥행에 도움을 줬는데, 그 JSA에 이영애 대신 김태희가 나왔다 하더라도 관객수에는 별 차이가 없었을 거라는 게 내 생각이다. 전도연이 나온 '밀양'처럼 S급의 연기력이 필수적인 영화가 분명 있지만, 영화의 흥행을 좌우하는 건 연기력이 아닌 줄거리의 짜임새나 홍보전략, 시대적 상황 등이다. 김남주의 연기가 별반 인상적이지 않았음에도 <그놈 목소리>가 300만이 넘는 관객을 동원한 것처럼.

영화배우로서의 성공을 끊임없이 노크하던 김희선은 결국 그 꿈을 접었다. 김희선은 분명 연기력이 떨어지는 배우지만, 그 사실보다 <자귀모>나 <패자부활전>처럼 허접하기 짝이 없는 시나리오가 그에게 배달된 게 거듭된 실패의 더 큰 원인이었다. 잘 쓴 시나리오를 감독이 망칠 수는 있지만, 시나리오가 형편없는데 좋은 영화가 나오는 경우는 없다. 시나리오작가와 감독, 그리고 제작사를 욕하는 대신 김태희와 한예슬에게만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는 우리 사회가 치사하기 짝이 없는 이유는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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깐따삐야 2008-01-03 0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싸움'은 아직 못 봤지만 좋은 시나리오가 좋은 영화를 만든다는 말씀에 전적으로 공감해요.
김희선은 '와니와 준하'에서는 꽤 성숙한 연기력을 선보이기도 했다죠.
김태희는 연기도 마치 공부하는 것처럼 열심히는 하는 것 같은데 소위 말하는 '끼'가 좀 없어 보여요.
그냥 김태희가 가진 본래의 성향을 잘 드러내는 작품을 골라 자연스럽게 연기해봤음 좋겠다는 아쉬움이 들어요.

Mephistopheles 2008-01-03 0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괜찮아요 영화가 흥행에 실패해도 경제만 살리면 됩니다...=3=3=3=3

그래도 일단 중천의 경우도 쟁쟁한 남자배우 정우성이였고. 이번 영화는 그래도 연기라면 손꼽히는 설경구씨였는데...역시 배우는 연기력도 중요하지만 작품을 선별하는 능력도 중요한가 봅니다. 김태희씨의 한계는 30초일지도 몰라요..어쩌면...^^

마늘빵 2008-01-03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음. 영화를 안봐서 모르겠지만, 김태희 나온건 다 대략...(요건 개인적으로 김태희는 제 취향이 아니기 때문야요) -_- 설경구는 매우 좋아한은데, 김태희-설경구 조합은 아닌거 같아요. 너무 무게감과 스따일이 달라요.

비로그인 2008-01-03 0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고보니 잘 안되면 여자쪽 탓을 했던것 같네요.
괘씸하게...

이건 여담인데요,
우리 메피스토님 서재 이벤트에서 같은 D조에요,뭐 내실거에요?
저는 벌써 내고 왔답니다.

마냐 2008-01-03 1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부리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시구요. ^^
좋은 배우의 조건에는, 시나리오를 보는 안목도 필수적이죠. 물론 그걸 챙겨주는 매니저의 안목과 쓸데없는 잔머리 굴리지 않고 배우에 맞는 시나리오를 찾아주는 마케팅도 이뤄져야겠지만. 똑똑한 김태희는 먼 생각으로 서사부족 시나리오를 골랐는지...(예쁜 여자는 여자의 적인 모양임다.ㅋㅋ)

paviana 2008-01-03 17: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나리오 고르는걸보면 똑똑하다는 말이 어째 아닌듯해요.
싸움은 못봤지만 중천은 무려 극장에서 봤다니까요.

무스탕 2008-01-03 17: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요 가끔 부리님의 전공이 뭔지 헷갈린다니까요?
그러고 보니 김태희가 나오는 영화는 하나도 안봤네요..

미즈행복 2008-01-04 0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흥행실패의 책임을 여배우에게만 묻는 풍토도 이상하지만, 솔직히 김태희의 연기가 딸리는 것도 사실이지요. 하지만 하다보면 언젠가 잘 할 날도 오겠지요,뭐. 언제가 될지가 의문이어서 그렇지...
 

단과대별로 '콜로키움'이란 과목이 생겼다.
당시 학과장이었던지라 의대에선 그 과목을 내가 맡아야 했는데
도대체 뭘 가르쳐야 하는지 당췌 모르겠는거다.
그건 다른 단과대학들도 마찬가지여서
'콜로세움 아니냐'는 바보같은 질문들을 서로 하곤 했다.
그래서 학교 측은 세차례에 걸쳐, 그것도 한번에 서너시간 동안
콜로키움 설명회를 개최했는데
희한한 것은 들을수록 뭐가 뭔지 모르겠다는 거다.
뭘 어떻게 가르치라 이런 말을 하는 게 아니라
21세기에 요구되는 인간상 이딴 얘기만 구름 잡듯이 했으니 모를 수밖에.
그래서 난, 내 마음대로 여성학을 가르치기로 했다.

내게 희망을 준 학생들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전에도 말했듯이 젊은 남학생들의 보수성은 정말 대단했고
여성학을 가르치기엔 나의 전문성이 턱없이 부족했다.
운영비로 나오는 40만원을 이용해 외부강사를 두번쯤 부르고 싶었지만
그렇게는 절대 쓰지 말라고, 오직 자료 복사비로만 쓰라는 명령이 하달되었는지 그럴 수도 없었다.
그 40만원이 결국엔 음주운전 특강비와 학생들 탕수육값으로 쓰이긴 했지만 말이다.

그럭저럭 강의를 한 뒤 생각했다.
"내년에 이 과목을 맡는다 해도 여성학은 하지 말자. 난 부족한 게 너무도 많다."
성적입력을 위해 들어가 본 웹 사이트에는 이 강의에 대한 학생들의 의견이 나열되어 있었다.
기절할 뻔했다.

좋았던 점- 헐.. 서민 교수님 완전 사랑해요 >ㅁ< 이런 강의를 의대에서 들을 수 있을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치 못했다. 정말 독특하고 굉장했다. 교수님께서 여자들을 대변해서 논리적으로 여성주의 관점에서 얘기해주실때 나의 영혼이 떨리는 느낌마저 받았다. 발표를 하면서 나의 주장을 말할 수 있었던 점도 정말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그리고 이 수업을 통하여 그동안 남자중심의 과학고, 의대에서 나름대로 상처받고 움츠러들었던 나 자신을 치유하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정말 최고였다.  

좋았던 점- 재밌었고 발표를 통해 학생들의 지적수준을 향상시켰다.  

좋았던 점- 교수님의 철저한 준비~~;; 감사합니다ㅋㅋ  

좋았던 점- 여성학이란 주제 자체가 너무도 신선하고 좋았습니다.  

좋았던 점- 여성학이라는 신선하고 재밌는 과목을 배웠다. 우리 사회 내에서 여성성의 위치와 역할 그리고 앞으로 나아가여 할 방향에 대하여 많은 것을 깨달았다.  

좋았던 점- 부담없이들을수있는과목. 여성학에대해서 새롭게 생각해보았다.  

좋았던 점- 학생들이 직접 자신의 생각을 말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좋았던 점- 여성주의에 대해 제대로 배울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다른 학생들의 생각도 알아볼 수 있었구요, 어떤 아이가 여성주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조금은 파악이 됐던 강의 같습니다. 이런 강의를 통해서 많은 남자들의 생각에 변화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개선할 점- 학생들의 참여가 좀 더 활발하길.  
개선할 점- 특별히 개선할 점이 없다.  

개선할 점- 시험을 분반을 해서 봤음 좋겠습니다. 주위에 컨닝하는 애들을 많이 봐서 좀 보고 언짢았습니다. 예1이라도 열심히 공부한 애들을 위해서 철저히 시험을 봤으면 좋겠습니다.  

개선할 점- 이 강의에서는 전부 다 좋았던거 같아요!  

개선할 점- 출석  

개선할 점- 수업 자체보다는 아예 귀닫고 마음닫은 우리 과 동기 남학생들 몇명의 태도야말로 개선점이라고 생각되었다.   


시험 때 컨닝 감독을 제대로 하지 못한 건 반성할 부분이다.
노골적으로 하는 애들한테 그러지 말라고 하긴 했지만
무섭게 안하니 여기저기서 계속 컨닝을 한 것 같다.
다음부터는 꼭 분반을 해서 시험을 봐야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좋은 반응은 예상치 못했는데
기분이 좋았다.
한번 가르쳐봤으니 내년엔 더 잘 가르칠 수 있다는 점으로 보아
올해 했던 시행착오를 보완한다면 더 좋은 강의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난 앞으로, 여성학 선생이다^^

 

* 이 강의에 도움을 주신 산사춘님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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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12-21 1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떻게 강의했는지 더욱 궁금하게 만드는 재주. 궁금해요 저도 듣고 싶어요~
서울에 제가 있었다면 도강이라도 슬쩍!

무스탕 2007-12-21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이지 부리님 강의 한 번 들어봤음 좋겠네요.
어떻게 수업을 하시길래 저리 찬사가 쏟아져 나오는지요 ^^

마법천자문 2007-12-21 1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궁금해서 그러는데요. 여성학이 구체적으로 어떤 학문인가요?

부리 2007-12-21 1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스하루님/음, 제가 가르친 여성학이라는 건 그냥 이 사회가 너무 남성 중심이고 여자는 배제되어 있다, 남자들은 여성운동에 편견을 갖고 있는데 여성운동은 사회적 약자가 자신의 권리를 찾기 위한 운동의 한 종류니 색안경을 쓰지 마라, 과격하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던데 진짜 과격한 건 이 사회다,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무스탕님/그게요...저도 뜻밖이라.... 저도 몰라요 ^ 0
주드님/아 네... 서울이 아니라 천안인디요 님도 다 아는 내용일 거예요...

춤추는인생. 2007-12-21 2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역시 부리님은 저를 실망시키지 않으시는군요. 언제한번 슬쩍 가서 강의 듣고 올지도 모르겠어요 저^^

웽스북스 2007-12-21 2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부리님의 강의는 어디 가면 들을 수 있나요
늙어보이는 여학생 한명 보면 저인 줄 아세요 ㅎㅎ

깐따삐야 2007-12-22 0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혹시 저만 모르고 있나 싶어서 여쭤보는 건데요. 부리님하고 마태우스님하고 같은 분이세요? 전 두 분이 친구이신 줄 알았는데.

비로그인 2007-12-22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참 천안이셨지요! 이놈의 기억력 ㅠ.ㅠ 요즘 기억력 지수와 반사능력이 절반정도는 사라진 것 같아요 흑

마노아 2007-12-22 1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듣고 싶어요. 부리님 멋쟁이(>_<)

미즈행복 2007-12-28 1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리님이야 뭘 하신들 찬사가 안 쏟아지겠어요? ^^
그 학생들은 자기들이 행운의 학생인걸 아나 모르나 모르겠네요.
근데 내년에는 살인적인 강의부담에서 좀 벗어나시나요?

부리 2008-01-03 0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아무개님, 새해에도 여전히 옳은 일만 하시는군요 맞습니다 마태우스는 요즘 예전의 그가 아니니 친하게 지낼 필요가 없습니다 예전에도 사실 친할 필요는 없는 녀석이지요^^
미즈행복님/내년은 맑음입니다 너무 힘들다보니 강의를 많이 없앴어요...
마노아님/부끄러워요 님!
주드님/뭐, 동영상으로 보내드릴 수도 있을....까요?^^ 미모와 건망증은 어떤 관계일까요
깐따삐야님/아 그게요... 그러니까..
웬디양님/의대는 서른 넘는 학생도 있어요^^ 님이냐고 물어볼께요
춤인생님/님이 오신다면 강의실이 환할 것 같군요^^
 

 

실습 시간에 한 여학생이 내게 말을 건다.

“선생님, 출석은 성적에 얼마나 들어가요?”

“왜요? 많이 빠졌어요?”

“네...”

사실 난 학생 때부터 출석에 대해 그다지 완고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 성향은 가르치는 입장이 된 지금도 마찬가지여서

학생들이 너무 안온다고 하면 출석을 부르긴 하지만

대부분은 출석을 안부르고 넘어가고,

부른다 해도 반영을 잘 안한다.

하지만 다른 선생님들은 전혀 그렇지가 않은데,

어느 분의 말에 따르면 “출석은 성실성의 징표”란다.

맞는 말이라고 생각은 들었지만 그렇다고 지금껏 살아온 내 방식을 바꾸기는 싫어

그냥 그렇게 살고 있다.




“무슨 일 있었어요?”

이 질문을 하면서 난 집안일이 있다든지 하는 생각을 했는데

여학생의 대답은 뜻밖이었다.

“제가요, 학기 초에 남자친구랑 헤어졌는데요

그게 너무 슬퍼서 술만 마셨어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서 침묵하다, 이렇게 말해줬다.

“참 나쁜 친구군요. 왜 하필 학기 초에 헤어지나 그래.”

난 학생에게, 다른 선생님들은 세 번 정도 결석을 하면 F를 줄지 모른다,

그러니 다른 선생님들께 찾아가서 사정 얘기를 하되

갈 땐 나랑 같이 가자고 했다.

헤어졌다는 변명이 잘 안먹힐 때, 내 존재가 조금이나마 상황을 개선시킬 수 있을까봐서.




내가 그녀에게 그렇게 해주는 이유는

내게서 없는 뭔가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나이 마흔 하나, 슬프게도 난 사랑이 시작되어도 별반 설레지 않으며

이별의 아쉬움에 더 이상 눈물짓지 않는다.

20대 때, 집안에서 반대한다는 이유로 허구한 날 술을 마시며 울던 세월이 내겐 있었지만

무뎌질 대로 무뎌진 내 가슴은 떠난 이제 사랑에 아파해줄 여력이 없다.

그런 내가 보기에 사랑이 떠났다고 술을 마시며 슬퍼하는 여학생은 얼마나 멋있는가.




하지만 지금 내가 그녀를 멋있게 보는 것과는 달리

사랑을 잃어버린 그녀는 여전히 슬픔에 잠겨 있고,

추워지는 날씨만큼 외로움도 더 커갈 것이다.

그런 것도 다 인생의 재미라는 걸 깨닫기까진 앞으로 두세번의 사랑을 더 해봐야 하겠지.

지금 그녀를 멋있게 보는 나도

20대 땐 하늘이 무너지는 느낌으로 하루하루를 살았었고

이대로 확 죽어버리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수없이 했었다.

내가 다시 20대로 돌아가고 싶지 않은 건,

그때의 그 느낌을 아직도 기억하기 때문이리라.

미모까지 갖춘 그 여학생에게 한마디. “힘내세요. 세상에 남자는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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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인 2007-11-26 1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상대방의 아픔까지도 감싸주시다니 너그러운 부리님입니다.
그 여학생이 무척 고마워 했을 것 같아요.
하기야 사랑도 다 때가 있는 법일까요?
서로를 아끼고 감싼다는 것이 그리 쉽지만은 않을텐데 말입니다.
^*^

마늘빵 2007-11-26 1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금 우려되는건, 그 여학생은 진심일지라도 다른 누군가가 그런 이야기를 듣고 거짓으로 부리님을 이용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_-

부리 2007-11-26 1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락사스님/아아 사려깊은 아프님... 앞으로 그런 얘기를 들으면 진짜인지 검증하는 장치를 만들어 보겠습니다. 장치라봤자 그 친구의 친구한테 물어보는 수밖에 없지만요
전호인님/사랑엔 국경도 나이도 없다지만, 때가 있기는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너그러운 게 아니라 아마 여학생이 그래서 더 멋져 보였는지라 그런 말을 했나봐요...^^쉿 이건 비밀.

물만두 2007-11-26 1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죠. 우린 이제와 새삼 이 나이에 실연의 달콤함이야 있겠냐마는 이죠.
훗날 그 여학생 님을 기억하며 그 마음에 감사할 겁니다.

Mephistopheles 2007-11-26 1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라면 "그런데 그게 수업불이행과 무슨 상관이 있나요?"라고 꽤나 딱딱하게 말했을 듯..^^

2007-11-26 20: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노아 2007-11-26 2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짠~해요. 여전히 부리님은 멋져요. 부비부비(^^ )( ^^)

깐따삐야 2007-11-26 2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리 교수님 짱 멋지다.
그리고 여학생, 부럽네요.
저는 묵묵히 레포트 쓰고 농담까지 해가며 발표를 마쳤는데.
그나저나 실연의 감정마저 부러워할 나이가 오긴 온단 말이죠?!

부리 2007-11-26 2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깐따삐야님/네 그렇습니다 실연의 감정도 제 나이엔 부럽습니다. 글구 제가 멋진 게 아니라 여학생에게만 잘해주는 거라는 설이 있어요^^
마노아님/아이 여기서만 멋진 척을 해서 그렇지 실제론 나쁜놈이라는 설이 있어요
속삭님/그리 말씀해주시니 감사합니다. 근데 정말 그렇단 말인가요...? 그날이 오기를 빌어야겠군요! 호호
메피님/미녀에 강한 메피님이 조금 부럽긴 합니다만...그게 사실은 마님한테 혼날까봐 그리 되신 거죠??
물만두님/제가 늘 만두님한테 감사하듯이..^^

프레이야 2007-11-26 2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에 남자는 많습니다. 부리님도 그 중 하나..^^

가시장미 2007-11-26 2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에 남자는 많다는 말.. 저한테도, 남자친구랑 헤어졌다고 할 때마다 들려줬던 말 같은데요? ㅋㅋ 세상에 남자는 많죠. 하지만 제 짝은 한 명일 뿐이죠. 그리고 그 짝을 만나기가 더없이 어렵기에.. 사랑이 어려운 것 아니겠습니까? :)

웽스북스 2007-11-26 2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학부 때 선생님 한분이 생각나네요
수업을 못나올 것 같은 사람은 수업 시작 전 결석 사유를 적어 교탁 위에 올려놓으면 결석처리하지 않겠다,라고 하시고는 몇달 후에, 정말 실망했다,면서- 고작 이유가 '아프다' 정도밖에 없느냐고 하셨었어요
본인은 '교수님, 날씨가 너무 좋아서 오늘같은 날은 도무지 수업을 못듣겠어요' 와 같은 좀더 젊은이다운 다양한 이유들을 많이 기대했다고. 고작, 그 나이에 이 정도 수업을 빠지는 이유가 이런 것들 밖에 없느냐고-

하루(春) 2007-11-26 2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아는 어떤 남자는 3개월 사랑하고 3년을 아프더라도 3년 아픈 쪽이 낫다던데... 님도 다시 열정을 불태워 보세요. ^^

미즈행복 2007-11-27 0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뜬금 없는 소리 하나
수업을 빠져도 성적이 잘 나오면 어떨까요? 그럼 "아, 너는 안 들어와도 이렇게 잘하니 괜찮다" 고 할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요? 성적과 상관없이 "이건 나를 무시하는거야" 라던가 "성적만 좋으면 뭐해? 사람이 성실해야지. 수업에 오는 것은 학생의 기본이야" 라고 하는 사람이 대다수겠죠? 근데 수업 안오고도 성적이 잘 나온다면 그건 교수의 수업이 별 내용이 없다는 걸까요? 아님 그 학생이 매우 비상하다는 걸까요? 어느 경우건 수업 안 온것에 대한 변명이 안되나요? 오히려 괘씸죄가 될까요?

다락방 2007-11-27 08: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이 마흔 하나, 슬프게도 난 사랑이 시작되어도 별반 설레지 않으며
이별의 아쉬움에 더 이상 눈물짓지 않는다.


공감하는 문장인데 씁쓸해요.
어쩐지 오늘은 이 글을 읽고 쓸쓸한 하루가 될 것 같아요.

비로그인 2007-11-27 0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살아있는 한, 사람은 자신에게서 지나가 버린 것, 없는 것을 기대하게 되지요. 젊음은 늙음에게 관대함을, 늙음은 젊음에게 패기 있을 것을. 부리 님이 늙었다는 말은 아닙니다.^^
그 여학생의 사유가 진심이었다는 전제 하에서, 멋있는 사건이에요. 적어도 제게는 그렇습니다. ( 저 부리님 팬 할래요~)

sweetmagic 2007-11-27 1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느 학교 모 교수님은 타과 학생이 "자신의"수업에 "갑자기" 들어와 공개 프로포즈 했다는 이유로 프로포즈 하러 온 학생을 온 학생이 있는 면전에다 타박에 구박에 연설을 했다지요.그리고 나서도 분이 안 풀리셔서 프로포즈 받은 학생을 공개비난 하셨다는... 갑자기 그 사건이 생각나네요.

춤추는인생. 2007-11-27 1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지도교수님이 부리님이시라면 전 정말이지 단한번도 결석하지 않고 완벽한 출석을 자랑할꺼예요^^

비로그인 2007-11-27 2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교수님이 부리님이시라면 전 강의실에는 한번도 찾아가지 않고 다른 루트로 찾아가겠어요,술마시러....

네꼬 2007-11-28 1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비님, 멋지다. 앗, 나도 모르게 오타가... (일부러가 아니고 마노아님 댓글 보다가 그만...) 그러나 그냥 두겠어요. 멋진 교수님.
: )

부리 2007-11-29 0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꾸님/앗 나도 모르게 오타가...^^ 멋지다고 해주셔서 감사드려요! 끼야!!
승연님/음, 전 그런 사람이 절대 아닙니다.
춤인생님/저도 님이 제 학생이면 지금처럼 휴강많이 안할지도 모르죠^^
매직님/잠깐 타박을 잘못 이해했어요. 때렸다는 걸로... 사람마다 가치관이 다르니 자기 수업을 침해받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군요. 하지만 좀 거시기 하네요. 제가 아는 사람 중 실습실에서 생일케이크 놓고 노래부르는 걸 보고 케이크를 엎어 버린 놈이 하나 있지요....저랑 안친함
주드님/아이 왜그러세요 제가 주드님 좋아하는 거 아시면서^^
다락방님/님은 마흔하나 되기 전에 사랑 많이 하시길! 8-9년 남지 않았나요 혹시??
미즈행복님/공부는 어차피 혼자하는 거니 수업 안들어와도 성적이 좋을 수는 있지요. 과목이 그리 어렵지 않은 경우라면 말입니다. 하지만 수업이란 꼭 학문만을 배우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학생 땐 몰랐는데 요즘은 수업에서 인생을 배우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답니다
하루님/많이 아파 봐서 아픈 게 무섭습니다 뭐 그렇다고 제가 다시 사랑을 안하겠단 건 아니어요. 제 몸이 반응을 잘 안한다는 거죠..
웬디양/아 그분도 참 나름 낭만 있네요. 근데 학생 입장에서 날씨 핑계를 대며 수업에 빠지긴 정말 어렵지요...^^
장미님/짝은 하나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결혼은 한명과 하겠지만, 그간 자신을 사랑해줬던 사람이라면 다 인생의 짝 아니겠어요..
혜경님/어머 전 아줌마구요 위장남자랍니다

가시장미 2007-11-30 10:29   좋아요 0 | URL
어머어머!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군요. 그럼.. 제 인생의 짝은 도대체.. 몇명일까요? -_-a ( 아무도 몰라. 며느리도 몰라~~~~ 으흐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