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희가 출연한 '싸움'이 처참한 실패로 끝난 모양이다. 네티즌들은 김태희를 까대기 바쁜데, 이번 영화에서는 "눈만 부릅떴던" 중천에서보다는 연기를 잘 했지만 여전히 그를 배우로 인정할 마음은 없는 것 같다. 모 신문의 기사다.
"... 내놓는 작품마다 발전 없는 연기로 팬들을 실망시켰고 막대한 개런티를 지불한 제작사에 큰 손해를 입혔다. 김태희는 지난해 영화 '중천'으로 스크린에 데뷔한 뒤 올해 영화 '싸움'을 내놓았다. 영화 두 편을 합친 스코어는 백만을 넘지 못해 2006년에 이어 올해도 쪽박스타의 불명예를 얻었다. 흥행 결과뿐만 아니라 연기에서도 악평을 받으며 고전했다. 지난해 CF 18편을 찍으며 '김태희의 하루'라는 웃지 못할 패러디물을 만들어낸 김태희는 아직도 배우보다는 CF스타의 이미지가 강하다. "
두 영화를 모두 보지 못했지만 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 '싸움'은 분명 설경구와 같이 나왔거늘, 왜 흥행실패의 책임을 김태희 혼자 뒤집어써야 한단 말인가? 옥소리의 측근이 내게만 살짝 말해준 얘긴데 그가 박철과 이혼한 진짜 이유는 성격차이란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둘의 이혼 이유가 옥소리의 바람기란다. 옥소리가 바람을 피운 건 사실이겠지만, 그건 둘 사이가 파탄난 데 따른 결과일 뿐 진짜 이유는 아니다. 조성민과 이혼한 최진실이 "남자 잡아먹을 상"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었고, 야구방망이로 맞아 입원한 이경실에게 "맞을만 했으니까 맞았겠지"라는 사람도 있는 걸 보면 우리 사회에는 모든 책임을 여자에게 전가해야 속이 시원한 풍토가 존재하는 것 같다.
박철과 옥소리의 이혼 사유가 성격차이인 것처럼, '싸움'의 관계자가 내게 살짝 말해준 흥행실패 사유는 서사의 부족이란다. 그 말이 맞다. 도대체 둘이서 왜 싸우는지 관객들이 공감을 해야 재미고 뭐고를 느낄텐데, 그런 것에 대한 충분한 설명 없이 무작정 싸운다면 그걸 누가 좋게 보겠는가? 연기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트집을 못잡을 설경구가 나왔음에도 영화가 실패한 건 김태희의 연기력 부족 탓이 아닌, 서사의 부족 때문이다.
이병헌이라는 배우가 있다. '나를 미치게 하는 남자'처럼 희한한 영화에 거듭 출연하면서 한번의 흥행도 하지 못하던 그는 'JSA'와 '번지점프를 하다'를 연거푸 성공시키며 흥행배우로 거듭난다. 그의 연기력이 그 전해와 비교할 때 갑자기 나아졌다고 보기는 어려울 테니 그 영화들의 성공은 서사가 비교적 뛰어났기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 외에도 JSA는 소재의 도발성과 더불어 당시가 남북화해 무드였다는 점이 흥행에 도움을 줬는데, 그 JSA에 이영애 대신 김태희가 나왔다 하더라도 관객수에는 별 차이가 없었을 거라는 게 내 생각이다. 전도연이 나온 '밀양'처럼 S급의 연기력이 필수적인 영화가 분명 있지만, 영화의 흥행을 좌우하는 건 연기력이 아닌 줄거리의 짜임새나 홍보전략, 시대적 상황 등이다. 김남주의 연기가 별반 인상적이지 않았음에도 <그놈 목소리>가 300만이 넘는 관객을 동원한 것처럼.
영화배우로서의 성공을 끊임없이 노크하던 김희선은 결국 그 꿈을 접었다. 김희선은 분명 연기력이 떨어지는 배우지만, 그 사실보다 <자귀모>나 <패자부활전>처럼 허접하기 짝이 없는 시나리오가 그에게 배달된 게 거듭된 실패의 더 큰 원인이었다. 잘 쓴 시나리오를 감독이 망칠 수는 있지만, 시나리오가 형편없는데 좋은 영화가 나오는 경우는 없다. 시나리오작가와 감독, 그리고 제작사를 욕하는 대신 김태희와 한예슬에게만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는 우리 사회가 치사하기 짝이 없는 이유는 그 때문이다.